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7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72화(72/400)
2035. U18 야구 월드컵.
이 대회의 예선이라고 불리는 그룹 스테이지 진행 방식은 이랬다.
총 12개의 국가가 참여하는데 그중 6개의 팀을 2개의 조로 나눈다.
이 단계에서 각 팀은 모든 팀들과 한 번씩의 경기를 치른다.
그리고 각 조 상위 3팀은 슈퍼라운드라고 불리는 본선에 진출하게 된다.
한국은 미국, 브라질, 캐나다,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한 조.
다른 조는 일본, 호주, 대만, 이탈리아, 멕시코 그리고 파나마가 조를 이뤘다.
최철순 감독은 당장 내일부터 시작하는 예선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호텔 로비로 불러 모았다.
“우린 예선에서 전력을 다할 생각은 없다.”
한 조당 3팀이 올라간다.
미국에 도착 직후 한국이 우승권 전력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우승권 전력이 아닐 뿐.
예선에서 탈락할 전력은 절대 아니었다.
특히나 단기 토너먼트에서는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이 승패를 크게 좌지우지했다.
“내일 브라질전에서는 박신우가 선발로 나선다. 타선은 내일까지 결정해서 알려주겠다. 그럼 오늘 잘 쉬고 도진이는 잠깐 나 좀 보지.”
선수들은 그 말을 끝으로 도진을 제외하면 전부 해산했다.
최철순 감독은 도진을 따로 자신의 방으로 안내했다.
그곳엔 타격코치와 투수코치가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겠다며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도진이 왔구나?”
“잘 왔다.”
코치들의 환대까지 받은 도진은 준비된 의자에 앉았다.
최철순 감독도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도진아.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미국의 전력을 잘 모른다.”
대한민국의 목표는 우승이다.
전력이 강하든 약하든 목표는 언제나 우승이었다.
이번 대회에 강력한 라이벌인 이웃 나라 일본이나 대만은 다른 조라서 지금 당장 만날 일은 없었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 한 조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도진은 잠시 생각을 하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
“예선에서는 굳이 조 1위를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렇지.”
“앞서 감독님의 말씀처럼 전력을 숨기는 게 좋아 보입니다. 어차피 예선을 통과하면 만나게 될 것이며, 더 나아가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을 수도 있겠죠.”
만약 미국과 결승에서 만나게 된다면 총 3번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그중 예선과 본선에서 2패를 하더라도 결승에서 1승을 하게 되면 우승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은 아마추어 랭킹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프로 레벨에 올라가는 즉시 죽을 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어린 친구들만큼은 언제나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한국이 전력을 아낀다고 할지라도 예선에서 떨어질 일은 없었다.
물론 네덜란드나 캐나다도 강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그럼 예선에서는 전력을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가겠다. 대신 미국에 대한 정보는 좀 미리 알아뒀으면 좋겠구나.”
예선과 다르게 본선은 1승, 1승이 전부 중요하다.
상위 2팀만 결승에 진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이 결승에 진출하게 된다면 일본이나 대만도 만만치 않지만, 결국 결승 상대로 미국을 만나게 될 확률이 높았다.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했다.
물론 예선과 본선에서 미국과 붙는다.
그 경험으로 분석도 하겠지만, 한국은 결승까지 베스트 멤버를 낼 생각이 없었다.
그렇기에 주요 인물들을 사전에 파악해 결승까지 철저히 분석하는 방향을 선택한 것이었다.
“미국 엔트리 좀 주실 수 있나요?”
투수코치는 미국 대표팀 명단을 도진에게 넘겼다.
도진은 볼펜으로 종이에 적힌 이름에 동그라미를 치기 시작했다.
타자에서는 알렉산더, 마이크, 데이브, 카일리, 놀란.
선발에서는 산타모니카의 제임스와 샌프란시스코의 스테픈.
마무리 투수로는 산타모니카의 조세프에 마킹을 끝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투수진이 타자진에 비하면 조금은 약합니다.”
도진은 능숙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대부분 150km는 우습게 던지며 최소 3가지 이상의 구종을 소화합니다.”
코치들은 도진의 말에 얼이 나갔다.
기본적으로 150km를 우습게 던지면서 3가지의 구종을 소화하는데 약하단다.
하지만 캘리포니아 출신 위주로 팀이 구성된 미국 대표팀은 완전히 최고라고 볼 수는 없었다.
물론 그런데도 이 대회에서 제일 훌륭한 투수진을 갖췄다.
선발과 불펜의 짜임새가 좋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앞서 나열한 선수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드래프트 상위라운드에서 뽑힐 확률이 높은 선수들이었다.
“문제는 타자입니다.”
도진은 자신이 마킹 해놓음 이름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마이크는 리드가 뛰어난 포수입니다. 올해는 장타력을 늘리는 훈련까지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공수 두루 훌륭한 선수인가 보군.”
도진은 마이크를 방학 내내 옆에서 지켜봤다.
그는 작년 시즌과 비교해 몰라보게 달라졌다.
안 그래도 다부졌던 몸이 더 커졌고 스윙에 힘이 제대로 실렸다.
“그리고 알렉산더는 쳤다 하면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는 타자입니다. 그의 수준은 캘리포니아 중학 MVP.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 1라운드 드래프트 실력입니다.”
감독과 코치들의 입에서 헉! 소리가 나왔다.
아무리 미국 야구에 무지해도 드래프트 1라운드의 가치를 모를 수 없었으니 말이다.
수천 명이 넘는 인원 중 아무리 못해도 30번째로 잘한다는 뜻이 아니던가?
더욱이 1라운드 픽은 구단에서 애지중지 키우는 선수이며.
그 구단은 바로 메이저리그였다.
“데이브 역시 알렉산더와 비교해서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카일리는 둘과 비교해서 눈곱만큼 뒤처질 뿐. 훌륭한 타자입니다.”
최철순은 미세하게 떨리는 손을 강제로 억눌렀다.
“말하는 도중에 미안한데 상우랑 비교하면 어떻지?”
“저 세 타자는 상우라고 보면 편할 것 같습니다.”
최철순 감독은.
대한민국은 상우를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어깨가 하늘 높이 치솟아 있었다.
어디 250만 달러 계약이 뉘집 개 이름이던가?
더욱이 그는 대한민국 역사를 갈아치운 선수였다.
그런데 미국은 그런 선수가 셋이나 있단다.
타선의 무게감 자체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도진은 최철순 감독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음에도 그에게 더한 충격을 주었다.
“하지만 요주 인물은 따로 있습니다. 전미 랭킹 1위. 뷰포드의 놀란 카브레라입니다.”
최철순 감독은 해머로 뒤통수를 강하게 맞은 통증이 느껴졌다.
너무 허탈했던 나머지 실성 가득한 헛웃음이 입 틈을 비집고 튀어나왔다.
“허. 그렇다면 상우를 셋이나 보유하고 상우를 능가하는 타자가 한 명이 더 있다는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번 시즌 드래프트에 참여하는 선수들을 세간에서는 이렇게 부릅니다.”
황금세대.
감독과 코치진들은 도진의 말에 일순 울상이 되었다.
“고생했다. 이만 가봐도 된다.”
최철순 감독의 속삭이는 목소리와 나가보라는 손짓에는 자신감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 대회 한국 역시 황금세대다.
고태준, 이상우 그리고 나머지 선수들 또한 전부 훌륭한 기량을 갖췄으니까.
하지만 한국의 황금세대와 미국 황금세대의 격돌이라.
결과를 굳이 봐야만 예측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젠장! 왜 하필!’
하늘도 무심하지.
늘 대한민국의 앞길만 막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반면 도진은 호텔 방을 벗어나 문을 살포시 닫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감독님.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강한 상대를 이겨야 재밌는 법이니까.
무엇보다 야구는 다른 스포츠에 비해 약팀이 강팀을 제일 잘 잡는 스포츠였다.
* * *
대한민국은 우승을 위해서는 결국 다른 나라를 전부 이겨야 한다.
최철순 감독의 비밀병기는 다름 아닌 도진.
그렇기에 비밀병기를 적당한 때에 쓸 수 있게 예선에 도진을 내보내지 않았다.
더욱이 도진은 여전히 시즌을 앞두고 열심히 몸을 만들고 있었지만, 다른 선수들은 드래프트가 끝나서 오프 시즌이나 다름없었다.
몸이 완전치 않다는 것이다.
그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 몸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려야 했다.
그래야지만 본선에 진출한 대한민국에게 결승 진출이라는 경쟁력이 생길 테니까.
첫 번째 경기는 브라질과의 경기.
감독과 코치 더 나아가 선수들까지.
대한민국은 첫 경기에서 기필코 승리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야구는 호락호락한 스포츠가 아니었다.
몸이 온전치 않은 선수들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늘 중계를 맡은 한국 해설도 안타까운 목소리를 내었다.
[브라질과 대한민국. 경기는 5회 말. 점수는 1:1입니다.] [대한민국의 4번 타자 이상우 선수가 1:0으로 끌려가던 4회 말. 솔로 홈런으로 점수 한점을 따라 붙긴 했습니다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전미에 있는 한국인들은 중계를 찾았다.
시청자 숫자가 2만으로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었지만, 채팅창은 활활 타올랐다.
-뭐하냐고! 이번 우리 대표팀 우승권이라며!
-브라질에 쩔쩔매서 어쩌자는 거야!
-한국 특! 아끼다 똥 됨.
-인정. 물론 지금 뭘 아끼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것 같음.
-도진이 왜 안 내보내는데?
-솔직히 이건 도진이 찾기도 민망하지.
-맞아. 도진이 없다고 브라질도 못 이기는 한국? 미래는 뻔하죠?
-나는 김도진이란 선수 보러 왔다고!
-나도! 전미를 떠들썩하게 달군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하단 말이야!
캘리포니아인들은 도진을 아주 잘 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 있는 한국 학생들은 도진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 유학생이라고 전부 야구를 보는 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4월부터 거진 6월까지.
그 시기는 온통 도진에 관한 소식뿐이었다.
소식의 소식을 물어 그가 어떤 사람인지는 한 번쯤은 들어봤다.
이 경기를 찾은 학생들은 대부분 야구에 무지하다. 그렇기에 대한민국을 응원한다기보다는, 낯선 땅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선수를 보기 위해 찾아왔던 것이었다.
물론 채팅창 반응을 알 수 없었던 최철순 감독은 최대한 도진의 전력을 숨기려고 들었다.
‘투구 폼을 바꿔서 아직 전력으로 던져본 적이 없다고 했어.’
대충 던져서 154km의 투심을 던졌는데 전력을 다한다면?
그가 전력투구하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므로 도진은 이번 예선에서 마운드에 오를 일은 없어야만 했다.
대신 이 계획이 맞아떨어지려면 점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점수가 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최철순은 대한민국 감독이자 전문가로서 이유를 알고 있었다.
먼 나라까지 날아온 한국 선수들은 환경에 적응을 못 하고 있던 게 그 원인이었다.
‘젠장!’
더욱이 상황은 악화했다.
8회 초에 올린 투수가 솔로 홈런을 맞아 다시 2:1 역전당했다.
하지만 한국은 몇 번의 출루가 있었지만,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9회 말. 대회 첫 경기부터 브라질이 한국을 잡기 일보 직전입니다.] [이래서 국제대회가 무서운 법이죠. 변수가 많아요. 특히나 선수들의 컨디션도 좋지 못해 보입니다.] [비행, 시차, 음식도 전부 환경에 포함되며 이게 전부 컨디션과 연관되죠.]-장난해 브라질은 그럼 걸어왔냐?
-인정. 핑계 지리네.
-그냥 이게 한국의 현주소야!
-브라질을 겨우 이기는 것도 용납할 수 없는데 지고 있네.
그래도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9회 말.
마지막 공격을 앞둔 한국은 절호의 기회가 왔다.
1번 타자가 안타를 치고 출루했다.
2번 타자가 번트로 주자를 득점권에 보냈다.
하지만 3번이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9회 말 2사 2루.
안타 하나면 동점을 만들 절호의 기회.
그리고 타석에는 한국 최고의 타자 이상우가 섰다.
[대한민국의 4번 타자! 타석에 들어섭니다!]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은 좋지 않았지만, 이 선수만큼은 오늘 제 몫을 해주고 있죠.] [그렇습니다. 3타수 2안타 1홈런 1타점을 기록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브라질 더그아웃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굳이 타격감 좋은 타자와 승부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그들의 선택은 고의 사구.
해설과 채팅창의 희망은 자취를 감추었다.
[아…… 고의 사구입니다.] [상대방도 이상우 선수가 어떤 선수인지 모르지 않겠죠. 아쉽습니다.]-아! 뭐냐고! 5번 타자 오늘 3타수 무안타 3삼진이잖아!
-아니 2번 타자가 번트 댄 것부터 문제였어. 요즘 누가 번트를 댐?
-그러니까. 전부 타격감이 좋다면 모를까. 거르는 걸 잊고 있었다고?
-이번 대한민국 성적. 뻔하다.
하지만 최철순이 이를 몰랐을까?
지금 어려운 경기를 치르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보다 대표팀을 잘 아는 감독이었다.
그런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심판에게 대타 사인을 냈고.
더그아웃에서 배트를 들고나온 선수는 다름 아닌 도진이었다.
* * *
[9회 말! 2아웃! 점수는 2:1! 한국! 대타를 내세웁니다!] [FS 고등학교의 김도진! 제일 뒤늦게 대표팀에 합류한 선수입니다!] [이 선수. 한승현 해설위원님은 알고 계시죠?] [모를 수가 없죠.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재능이라고 불렸던 선수. 한국에서 자취를 감춰 그의 행방이 궁금했었는데 미국에 있었습니다!]-헐? 도진이 한국에서도 유명했어?
-대한민국 역대라고?
-근데 저번 시즌 기록 보면 그럴 만해.
-솔직히 국뽕 빼고 미국인들도 인정하는 도진인데? 인정?
아마추어 야구를 관심 깊게 지켜보는 건 전문가들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채팅창에 참여한 시청자들은 도진의 과거를 몰랐다.
해설들도 9회 말 2아웃에서 활기를 되찾았다.
채팅창에 처음으로 기대감이 섞인 채팅창이 마구잡이로 올라오고 있었으니까.
[솔직한 말로 이 선수가 미국 어떤 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또 그게 얼마나 대단한지 저는 정확히 잘 모릅니다.] [저도요. 하지만 채팅창 반응을 보니 훌륭한 성적을 냈나 봅니다.]-전문가 맞아요?
-미국이 놀라고 미국이 경악하고 미국이 무릎 꿇은 김도진의 활약을 모른다고?
-리그를 원맨 캐리해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진출시킨 김도진의 활약을 모른다고?
-10년 동안 16강 탈락이라는 캘리포니아 암흑기에서 강제로 머리채 잡고 끄집어낸 김도진의 활약을 모른다고?
-저리 비켜! 지금부터 해설은 내가 한다!
-넌 기각! 하리면 모를까.
[하. 하하. 죄송합니다. 더욱 공부하겠습니다.] [사실 한국 선수가 미국 아마추어 무대에서부터 이름을 날린 선수는 도진 선수가 처음입니다.]어쨌거나 해설이나 채팅창의 반응을 알 수 없었던 도진은 유유히 타석에 들어섰다.
브라질의 더그아웃과 배터리는 똥 씹은 표정이었다.
그들은 이상우가 에인절스와 계약한 한국 특급 유망주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더 나아가 도진이 누구인지는 더욱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는 미국에서 실력을 증명한 선수였으니까.
그런 그가 자신들을 상대로 나오지 않자 부상이라도 당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중요한 시점에서.
거를 수도 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것이었다.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곧장 타격 자세를 잡았다.
‘9회 말. 2아웃에서 대타라.’
도진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FS에서나 국대에서나 부담감 넘치는 상황에서만 등판시키네.’
하지만 생각과는 별개로 그는 웃고 있었다.
클러치 상황에서 뛰어난 위력을 발휘하는 선수는 가치는 하늘을 치솟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클러치 상황이었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의 공은 145km. 공은 밋밋해 보여. 투수도 제 컨디션은 아니네.’
초구를 앞둔 투수는 마음을 추스르겠다며 이를 악물었다.
이제 아웃 카운트 하나면 경기를 승리로 마무리 지을 수 있다.
그러므로 타자에게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서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초구 스트라이크.
하지만 투수는 포수가 요구한 바깥쪽이 아닌 한복판으로 공을 던졌다.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도진이란 괴물 타자가 타석에서 위압감을 뽐내고 있다.
투수는 그 위압감에 짓눌려 실투가 나온 것이었다.
도진은 밋밋한 패스트볼이 한복판으로 날아오자 입꼬리를 잔뜩 올렸다.
유연하게 이어지는 타격 동작.
따-악!
배트가 공에 닿자 천지가 갈라지는 듯한 굉음이 울렸고.
브라질 선수들의 두 무릎은 전부 바닥에 맞닿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