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73)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73화(73/400)
[갑니다! 갑니다! 좌중간 뒤로! 좌중간 뒤로! 타구는! 담장을 넘깁니다!] [9회 말 2아웃! 끝내기 3점 홈런! 한국이 브라질을 2:4로 꺾습니다!] [와! 정말 대단한 선수네요! 스윙에 군더더기가 없었어요. 실투를 놓치지 않는 것도 실력이거든요? 한복판 패스트볼을 완벽하게 받아쳐 대한민국을 승리로 이끕니다.] [명불허전! 대한민국 역대급 재능은 세계에서도 통한다는 걸 고작 1타석으로 보여줍니다!]-도진아! 네가 최고다!
-내가 괜히 다 미안하다! 여기서도 너 혼자 해야 하는구나.
-이게! 김도진이고! 이게 FS 야구부 에이스고!
-캘리포니아의 희망이자 한국야구의 희망이지!
도진은 베이스를 유유히 돌며 미세하게 채워진 관중석을 힐끗 쳐다봤다.
군데군데 태극기를 들고 있는 관중들에게는 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3루를 돌아 홈을 밟았을 때.
한국 선수들은 일제히 홈 플레이트 주변에 모여 방방 뛰며 도진을 기다렸다.
도진이 홈 플레이트 밟자 선수들은 일제히 도진의 헬멧을 툭툭 치며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이야! 김도진! 끝내기 홈런!”
“이겼다! 이겼다고!”
도진은 무수한 축하 난타에 잠깐 정신이 혼미해졌다.
‘축하고 나발이고 도망가야겠다.’
도진은 과한 축하에서 벗어나고자 서둘러 더그아웃으로 피신했다.
상우는 그런 도진의 옆에 앉았다.
“좀 치네?”
“괜찮았지?”
“봐줄 만했다.”
둘은 아래팔로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툭.
예전부터 늘 해오던 세레모니.
하지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나눈 첫 세레모니였다.
* * *
도진의 정체가 한국까지 전파됐다.
기자들은 첫 경기에서 끝내기 홈런을 날린 그의 활약을 대서특필했다.
<하늘이 내려준 역대급 야구 재능 김도진! 그는 미국에 있었다!>
<9회 말 2아웃 끝내기 3점 홈런으로 한국을 구한 영웅 김도진!>
대부분 기사 내용은 비슷했다.
도진의 과거를 시작으로 미국에서의 활약을 조명했다.
기사들뿐만이 아니라 커뮤니티에서도 온통 도진에 관한 얘기뿐이었다.
-쟤 중학교 3학년 때 150km 던진 괴물이었다더라.
└중3 때 150이래 ㅋㅋㅋ. 인간이냐? 말이 되는 소릴 해야지.
└실제로 150 던짐. 검색 좀 해보면 찾아볼 수 있음.
└직구만 던져도 못 쳤겠는데?
└웃긴 건 진짜 대부분 직구만 던짐.
└왜 투수 얘기뿐이냐? 타자로 결승 홈런 쳤다고.
└미국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내고 있다는 거 말 사실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좀 알아봤는데. 이상한 X밥 대회가 아님. 미국 최고의 대회임. 괴물들 다 몰리는 대회야.
└그래도 아마추어 대회 아니냐.
└메이저리그 1라운더들이 대거 모이는데 아마추어 대회라고 볼 수도 없음.
└와. 한국인이 미국에서 저렇게 활약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데?
└애당초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면 모를까. 환경도 다르고 언어도 안 될 텐데 저런 활약이 가능함?
└영어 인터뷰 봄? 영어 개 잘함.
└야구도 잘하는데 영어도 잘한다고? 원래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세상 개 불공평함.
└ㄹㅇ. 야구 잘하니까 개 잘생겨 보이기까지 하네.
└억까 하지 마! 그냥 잘생겼어! ㅂㅅ아!
└그니까. 저 얼굴로 왜 야구 하냐? 아이돌 해도 될 듯.
└은퇴 후 아이돌 한답니다.
└40살에?
물론 도진은 커뮤니티나 한국 기사 반응 따위는 일절 찾아보지 않아 이를 알지 못했지만, 상우는 아니었다.
그는 도진과 숙소의 같은 방을 쓰고 있었으므로 이러한 소식을 전부 전달해 주었다.
“한국 난리 났다.”
“왜?”
“네 정체가 들통났어.”
“나를 알아?”
“모르는 게 더 이상하지. 그리고 요즘 인터넷 조금 딸깍하면 정보가 우수수 나오는데. 몰라도 아는 척 할 수 있지.”
“하긴. 그래서 뭐래?”
“알면서 묻냐?”
도진은 피식 웃었다.
솔직히 기사를 보지 못했지만, 어떤 말들이 떠돌지는 예상이 됐기 때문이다.
“근데 너무하긴 하네.”
상우의 투정에 도진은 한쪽 눈썹을 올리며 의문을 품었다.
“내 얘기는 한마디도 없냐. 나도 오늘 잘했는데.”
“끝내기 홈런 치지 그랬냐.”
“고의 사구 당했는데 끝내기 홈런을 어떻게 쳐 병신아!”
도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부글부글 끓는 상우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경기는 아직 많이 남았어. 꿈을 펼쳐라.”
도진의 말처럼 대회는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 * *
한국은 첫 경기를 승리했지만, 예선 내내 다른 선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도 3승 2패로 3위를 기록해 본선인 슈퍼 라운드에 진출했다.
본선에는 한국, 미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그리고 멕시코가 올라왔다.
앞으로 본선에 오른 6개의 팀이 각각 1판씩 붙어 상위 2팀이 결정되어 결승에 오른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었으며 이제부터는 1승이 소중한 시기였다.
한국이 본선에서 힘을 주어야 하는 경기는 일본과 대만전이다.
멕시코와 네덜란드도 강팀임이 확실하지만, 아시아권 3팀과 미국에 비하면 전력이 부족했다.
무엇보다 이제부터는 대한민국도 베스트멤버가 출전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첫 상대는 대만.
마운드는 KBO 드래프트 1위에 빛나는 고태준이 지켰다.
단기 토너먼트에서 투수 운용은 중요한 법.
한국은 고태준을 일본과 대만전, 그리고 결승 미국전에 선발로 올릴 예정이었다.
다르게 해석하자면 한국은 본선 슈퍼 라운드에서는 이번에도 미국전은 버린다는 것이었다.
4승 1패로 2위로 결승에 올라가겠다는 전략이었다.
[대한민국과 대만, 대만과 대한민국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오늘 경기 중요하죠. 그래서 그런지 두 팀 모두 베스트멤버를 내보냈습니다.]1회 초.
대만 선공.
‘흐음. 어디 한번 볼까?’
도진은 지명 타자로서 더그아웃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KBO 1라운드 1순위의 실력은 어떠려나.’
과연 그가 일본, 더 나아가 미국과의 타선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
한국이 우승하기 위해선 고태준의 퍼포먼스가 굉장히 중요했다.
‘내 기억상 고태준은 확실히 싹이 보이는 투수였어.’
물론 누군가 도진의 생각을 읽는다면 기만이라고 할 수도 있다.
태준도 중학교 내내 도진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프로와 계약을 했다.
그리고 1라운드 1순위라면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한 선수라는 것.
‘고태준이 좌완에 4가지의 구종을 던진다고 했지.’
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패스트볼 구속은 152km까지 나온다고 했나?’
기본적인 스탯만 놓고 봐서는 훌륭한 투수임이 틀림없었기에 도진의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때마침 태준은 와인드업했다.
좌완에서 뿜어져 나오는 패스트볼의 궤적은 바깥쪽 스트라이크에 정확히 걸쳤다.
커브 역시 수준급이었다.
패스트볼과의 구속 격차도 20km 남짓.
타이밍을 뺏기 요긴하게 쓰였다.
체인지업도 홈 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수준급의 구질을 갖췄고.
밖으로 크게 휘어져 나가는 슬라이더의 무브먼트는 아름다웠다.
‘이야. 괜찮은데?’
도진은 고작 1회 투구만으로 그가 수준급의 투수라고 확신했다.
훌륭한 구위와 변화무쌍한 구종으로 타선을 요리하는 노련함도 엿보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친 대한민국.
하지만 대만의 선발 투수 역시 만만치 않았다.
린 유첸.
좌완 투수인 그는 대한민국의 1번 타자와 2번 타자를 삼진으로 처리했다.
[확실히 쉽지 않습니다.] [대만은 4승 1패 2위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죠.] [확실히 아마추어에서의 대만은 절대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쭉 결과를 내왔잖아요?] [우승과 준우승 숫자를 합치면 10회가 넘을 정도로 훌륭한 성적을 냈습니다.] [물론 한국이 우승 숫자는 더 많지만, 아쉽게도 오래전의 얘깁니다.] [그렇습니다.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2008년. 하지만 대만은 2019년에도 우승할 차지 했죠. 2020년 이후에는 대만이 한국보다 계속해서 우수한 성적을 냈습니다.] [올해의 대한민국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합니다! 기필코 승리해야 하는 오늘 경기. 2사 주자 없이 김도진 선수가 타석에 들어섭니다.]-왔다! 드디어 왔구나! 계속 기다렸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왜 제일 중요한 선수 컨디션만 확인 안 하는 건데?
-인정. 주전 위주로 컨디션 점검을 해야지. 후보 위주로 컨디션 점검하는 팀이 어딨어?
도진이 모습을 드러내자 채팅창은 활활 타올랐다.
첫날부터 대서특필한 선수를 그 이후로 한 번도 내보내지 않았으니 김이 샐 수밖에 없었다.
[설명을 덧붙이자면 단기 토너먼트는 체력과의 싸움입니다.] [맞습니다. 체력이 대회의 승패를 가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리고 브라질전에서 봤듯이 그는 완벽한 몸 상태였습니다. 스윙에 군더더기가 없었죠.]해설진들도 애써 포장하고 있었을 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시청자들의 말마따나 주전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게 먼저다.
그런데 도진은 첫날 이후로 더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혹시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 불안감에 떨어야 했다.
물론 도진은 다른 선수들과 다르게 시즌을 앞두고 몸을 만들었으니 몸 상태가 완벽했다.
그저 외부에 노출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은 헬멧을 매만지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행동에는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바쁘다. 빠르게 끝내자.’
새로운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을 맞이하는 도진은 자신감이 하늘을 찔렀다.
미국에서의 1차 목표.
프로가 되기 전 최고가 되려면 그 누구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저번 시즌의 도진은 미국에서 야구 하는 것 자체가 생소했다.
자신의 재능이 얼마나 먹힐지.
얼마나 통할지에 초점을 뒀다면 지금은 달랐다.
‘기필코 최정상에 서겠다.’
도진의 눈동자엔 자신감이 번졌다.
이번 시즌은 자신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은 전부 옆으로 치울 예정이었다.
그 앞길은 이번 대회도 포함이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자신감이 되어 도진을 감싸는 아우라가 되었다.
투수는 그 아우라에서 위압감을 느껴 몸이 움츠러들었다.
손바닥에는 땀이 한 움큼 쥐어졌다.
1, 2번 타자를 기분 좋게 잡아내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 타석에 선 상대는 너무나도 거대했다.
배짱이 사라진 투수의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패스트볼이 아닌 체인지업은 제대로 떨어지지 않았고.
도진의 스윙은 힘없는 체인지업을 그대로 타격했다.
따-악!
[쳤습니다! 이 타구는 담장을 넘겨버립니다!] [와우! 정말 감탄만 나옵니다! 이번 대회 2타수 2안타 2홈런 6타점!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김도진입니다!]-와! 홈런 또 쳤어!
-야! 아까 컨디션 운운하던 애 어디 갔어!
-누굴 걱정한다고요? 도진이 걱정은 하는 게 아니에요.
해설과 채팅창만큼이나 흥분에 젖은 선수가 대기 타석에 있었다.
이상우.
그는 도진이 이번에도 담장을 넘기자 입꼬리가 치솟았다.
‘하. 이놈 보소? 미국물 먹더니 타격도 좋아졌네?’
상우는 홈 베이스를 밟은 도진과 아래팔로 하이파이브를 남기며 타석에 들어섰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차례가 되자 복잡미묘한 심정이었다.
‘아. 꼴이 영 아니네. 나도 보여줘야 하는데.’
적어도 타격에서만큼은 늘 자신이 도진을 앞섰다.
과거에는 확실히 그랬다.
그리고 미래에도 타격면에서는 도진에게 지고 싶지 않았다.
도진은 투수와 타자를 동시에 했으니 말이다.
‘하나는 양보해라. 이 치사한 놈아.’
상우는 실없는 생각을 마무리하고 타격자세를 잡았다.
그의 입꼬리는 솟아 있었다.
‘질 수 없지.’
대한민국에는 김도진만 있는 건 아니다.
‘신의 내린 배터리. 그리고 배터리는 2명을 의미하거든.’
투수는 도진의 솔로 홈런으로 정신이 혼미해졌다.
이를 놓칠 미래의 메이저리거가 상우가 아니었다.
공을 떠난 투수의 공.
타자는 상대 투수의 구위를 압도적인 힘으로 눌러버리겠다는 스윙을 선보였다.
따-악!
맞는 순간 누구라도 직감할 수 있었다.
이 타구는 넘어갔다고.
상우는 더그아웃에서 자신을 쳐다보는 도진을 한번 힐끗 쳐다봤다.
그러고는 과하리만큼 1루 더그아웃으로 배트를 던져버렸다.
오죽했으면 더그아웃에 있던 국가대표 선수들이 던진 배트에 맞을까 봐 전부 고개를 숙였으니 말이다.
‘김도진. 봤냐? 이게 나라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띤 상우는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그 후 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았을 땐.
그는 관중석에 등을 보이며 양 엄지로 자신의 등번호 20번을 가리켰다.
“내가 이상우다!”
대한민국에는 김도진만 있는 게 아니라고!
이 뜻이 내포되어 있었다.
채팅창은 흥분의 도가니였다.
-야! 쟤도 존멋이야!
-인정! 도진이보다 퍼포먼스만큼은 우위에 있다.
-퍼포먼스만이 아니라 타격이 예술인데?
-괜히 에인절스가 거금을 주고 계약한 게 아니었어.
-세레모니밖에 눈에 안 보임.
-인정. 배트가 지구 한 바퀴를 도는 것만 보임.
도진은 조금 차분한 성격이라면 상우는 굉장히 거침없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도진은 상우의 세레모니를 보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저건 너무 가지 않았나?’
축구 세레모니인 줄.
도진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정말 친한 친구의 과한 세레모니가 조금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도진과 상우의 연속 홈런으로 대한민국은 8:1 대승을 거뒀다.
그리고 이 경기를 끝으로 한국은 기세를 타 미국에 1패를 제외.
3승을 거둬 3승 1패가 되었고.
이제는 본선 마지막 경기만을 앞두고 있었다.
한국은 1승을 더하면 결승에 진출.
하지만 그들을 막아서는 적은 절대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타카시 사토가 속한 일본.
그들 역시 3승 1패로 물러설 수 없는 한일전을 눈앞에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