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78)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78화(78/400)
[김도진 선수 타석에 들어섭니다.] [이번 대결이 분기점이 될 것 같습니다. 출루를 할 수 있느냐. 아니면 틀어 막히느냐!]해설, 선수들 그리고 관중들까지.
두 선수의 대결이 오늘 승패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차후의 경기 결과는 엉뚱하게 흘러갈 수도 있었지만, 이 대결에서 이기는 쪽이 분위기를 완벽히 가져올 수 있었다.
더군다나 두 에이스의 대결이다.
지는 쪽은 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후우.”
도진은 타석에 들어서기 전.
배터박스 앞에서 심호흡을 뿜어내며 자신의 배트를 한번 힐끗 쳐다봤다.
그 역시도 이번 타석에서의 결과물이 경기 결과에 어떻게 작용할지 알았기 때문이다.
타카시 사토도 다르지 않았다.
앞서나갈 수 있는, 상대의 숨통을 끊어버릴 수 있는 전 타석에서 도진에게 3구 삼진을 당했다.
자신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똑똑히 가르치겠다는 생각이 어긋났던 것이었다.
바뀐 투구 메커니즘과 신무기에 속절없이 당해버렸다.
이뿐이라면 모를까.
오늘 앞선 3번의 대결에서 도진은 타카시 사토에게 판정승을 거두고 있었다.
2타수 1안타.
그리고 도진은 타카시 사토를 상대로 1번의 삼진을 따냈다.
이대로면 이번 승부는 도진의 승리로 끝이 날 터.
타카시 사토는 이대로 패배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꽉 물었다.
그러곤 타석에 들어선 도진을 보다 포수의 사인에 연달아 고개를 저었다.
오늘 내내 잘 먹혀들던 공이 지금 타자에게는 먹히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정신이 조금 돌아온 타카시 사토는 나직이 읊조렸다.
“내가 지금 뭘 하는 거지?”
타카시 사토는 뒤늦게 자신이 던질 수 있는 모든 구종에 고개를 저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결국 포수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완전히 빼겠다는 사인을 냈다.
투수가 흔들릴 때 괜히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욱여넣다가 잘못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으니까.
그리고 정말 운이 좋다면, 타자의 스윙을 이끌 수 있다면 유리하게 출발할 수 있었다.
타카시 사토는 결국 도망가자는 사인에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굴욕을 느꼈지만 달리 방법은 없었다.
개인의 승리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었으니까.
어떤 공을 던져도 맞을 것 같은 지금 심정에서는 포수의 말을 따라야만 했다.
초구.
포수의 요구대로 타카시 사토는 체인지업을 던졌다.
손 끝에 채이는 느낌은 제대로 긁혔다는 것을 알렸다.
하지만 도진은 바닥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배트를 내지 않았다.
초구를 유리한 카운트로 이끈 도진은 입꼬리가 치솟았다.
‘너. 긴장했구나.’
하지만 도진 역시 이를 악물고 마음을 다스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자신의 손바닥도 땀이 흥건히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정타가 나와도 아웃이 될 수 있는 야구에서 완벽한 결과물을 내려면 상대의 실투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상대는 쉽게 실투를 내주는 선수가 아니다.
‘서서히 조여 들어가자. 그 방법밖에 없다.’
도진은 사정없이 뛰어대는 심장의 고동 소리를 느끼며 눈을 번뜩였다.
‘명심해라 김도진. 급한 건 투수다.’
도진은 솔직한 말로 이 긴장 되는 상황에서 빨리 결과를 맞이해 편해지고 싶었다.
카운트가 몰리는 순간 역으로 수세에 몰리는 건 자신이 될 테니까.
하지만 그럴수록 버텨야 한다.
머리가. 오감이.
이 중압감을 견디라고 외치고 있었다.
고작 한 번의 실수를 하더라도 양측에는 치명상이었다.
경기 결과에도 영향을 끼치겠지.
‘그럴 수는 없다.’
도진은 계속해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겠다며 머리를 비웠다.
그럴 때마다 심장은 더욱 사정없이 뛰었다.
9회 말 2아웃 만루보다 훨씬 손에 땀을 쥐는 상황이었다.
2구.
공은 던져졌다.
바깥쪽으로 향하는 투구는 굉음을 내질렀다.
순간 위압감에 젖은 도진이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배트에 갖다 맞춰도 좋은 타구를 생성하지 못할 것이 뻔했으니까.
퍼억.
“볼!”
심판의 콜에 도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슬아슬했는데 결국 볼이다. 잘했어. 이거야. 내가 유리해.’
카운트는 2-0.
승리의 여신은 자신을 향해 웃어주고 있었다.
한편 타카시 사토는 지옥을 맛보고 있었다.
초구는 도망갔다. 인정한다.
하지만 2구는 스트라이크 존에 찔러 넣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커맨드가 말을 듣지 않았다.
‘내가 긴장하고 있다고?’
카운트는 2-0. 결과가 그렇지 않던가?
그 순간 수십 가지의 잡생각이 머릿속을 헤집었다.
간신히 마음을 다잡았다가 다시 무너진 만큼 타카시 사토의 멘탈은 심하게 무너져 있었다.
‘다음 공은 뭘 던져야 하지?’
어떤 구종을 선택해야 놈의 스윙을 끌어낼 수 있는 거지?
결국 잡생각은 타카시 사토의 시야를 훤히 넓혔다.
그러자 대기 타석에서 연습 스윙 중인 대한민국의 4번 타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빌어먹을. 절대 출루는 안 된다.’
그가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문뜩 1회의 PTSD가 전신을 덮쳐왔다.
타자를 내보낸다면?
주루 속도와 스킬까지 갖춘 도진이 1루에 나간다면?
‘내 멘탈이 더 깨질 수도 있다.’
거기에 다음 타자는 자신에게 홈런을 기록한 타자였다.
타카시 사토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이러한 것들이 한곳에 모여 타카시 사토의 자신감을 바닥으로 끌어 내렸다.
타카시 사토는 이런 감정이 익숙지 않았다.
야구 인생 처음 겪는 패배감이었으니 말이다.
미국 최강 뷰포드와의 결승전에서는 비록 졌을 때도 이런 모욕적인 기분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는 미국이었으니까.
그들은 야구의 주인이며 최강이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일본의 앞을 가로막는 나라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었다.
자신과 같은 아시아권 나라.
이제는 자신들과 비교할 수 없는.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는 나라였다.
그 때문에 타카시 사토의 확신이 무너지고 있었다.
언제나 도진의 앞에 설 수 있다는 그 확신은 희미한 기억으로 변모되고 있었다.
‘젠장! 젠장!’
타카시 사토는 또다시 포수의 사인에 고개를 젓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깨달았다.
‘내가…… 진다고?’
그 역시도 아직 고등학생.
아무리 멘탈이 뛰어날지라도 경험적으로 부족한 선수였다.
특히나 처음 느끼는 패배감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체인지업이었다.
1구와 같은 공.
대신 이번만큼은 완벽하게 떨궈 스윙을 끌어내리라.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던지면 무조건 맞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선택은 악수가 되었다.
공이 손을 떠나기 바로 직전.
머릿속을 괴롭히는 복합적인 악영향 때문에 공을 쥔 손의 악력이 풀려버렸기 때문이다.
한복판으로 향하는 체인지업은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동시에 타자의 배트가 나왔다.
타카시 사토는 아직 공이 배트에 닿지 않았지만, 미래를 내다보았다.
‘졌구나.’
저 한국인 선수는 이 실투를 놓칠 리 없었으니까.
타카시 사토는 도진의 입꼬리가 치솟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 모습에 본인의 입꼬리도 덩달아 솟아올랐다.
타카시 사토는 인지하지 못했지만, 상대를 인정한 미소였다.
퍼엉!
경쾌한 타격음이 그라운드를 적셨다.
나무 배트다. 그런데 폭탄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적어도 타카시 사토에게는 그렇게 들렸다.
그 후 타카시 사토는 기나긴 심연 속으로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타카시 사토는 정신을 차렸다.
감독은 자신에게 공을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타카시 사토는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
그는 감독에게 공을 넘기고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 * *
[쳤습니다! 타구는 좌중간 뒤로! 좌중간 뒤로! 담장을 그대로 넘겨버립니다!] [대한민국의 3번 타자 김도진! 그가 일본의 에이스를 무너뜨립니다!]도진은 배트를 던지며 유유히 베이스를 돌았다.
무수한 세레모니를 받은 이후 더그아웃에서 물통을 입에 문 도진은 타카시 사토의 입꼬리가 치솟는 장면을 떠올렸다.
웃음의 의미가 무엇일까?
베이스를 도는 것을 시작으로 더그아웃에서 도착한 지금까지 도진은 계속 고민했다.
그리고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그의 웃음은 고작 오늘의 패배만 뜻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 우리 대결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날 리는 없지.’
도진 역시 타카시 사토에게 패배 후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다.
더욱 발전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또다시 잡아 먹힌다.
그래서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그 역시도 이번 시즌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성장하겠지.
‘기필코 그럴 거야.’
그리고 그때가 이 팽팽한 대결의 종지부를 찍을 때였다.
상상만 했을 뿐인데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가 얼마나 발전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도진은 웃을 수 있었다.
누가 뭐래도 오늘 승자는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두 아시아인의 퍼포먼스를 흥미롭게 지켜본 건 한국과 일본 시청자뿐만이 아니었다.
가슴팍에 커다란 USA 글자가 달린 짙은 회색 유니폼을 입은 미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제각각의 표정을 지었다.
마이크의 양쪽 입꼬리가 치솟았다.
“이야! 캘리포니아의 왕이 NY의 왕을 눌러버렸네?”
마이크의 옆에 앉아 있던 알렉산더는 태연한 표정으로 껌을 질겅질겅 씹어대고 있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마이크와 알렉산더는 누구보다 도진을 잘 알고 있었다.
시즌이 끝난 직후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더욱이 그의 목표는 너무나도 또렷했다.
바로 미국 1위가 되겠다는 것.
야구에서만큼은 미국 1위가 결국 세계 1위였다.
이미 도진과 붙어봤던 샌프란시스코 고등학교의 카일리와 스테픈은 더욱 발전한 도진의 기량에 혀를 내둘렀다.
“젠장. 리그 조졌네.”
“하. FS로 전학 갔어야 한다니까?”
그들은 미소를 띠고 있었지만, 그 미소에는 허탈함이 묻어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발언은 농담과 진심이 섞여 있었다.
‘저런 괴물과 또다시 리그에서 만나야 한다니.’
‘이번에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로 가는 길을 험난하겠구나.’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산타모니카의 데이브라고 다르지 않았다.
‘허. 대단하구나.’
처음 도진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 수 아래라고 여겼던 그는 고작 1년도 지나지 않아 그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달리고 있었다.
적어도 지금 그는 캘리포니아 내에선 누구보다 앞서 있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미국 선수들의 생각은 일치했다.
‘빨리 붙어 보고 싶다.’
그 가운데 민머리의 갈색 피부 남성.
뷰포드의 4번 타자 놀란 카브레라는 광기에 휩싸인 미소를 지었다.
‘호오? 타카시 사토를 눌러?’
뷰포드와 NY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결승에서 붙었다.
그렇기에 그는 타카시 사토가 얼마나 훌륭한 선수인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그의 패배는 쉽게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럴 때가 아니군.’
이 경기를 지켜보던 선수들은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미국 대표팀 감독은 다급하게 물었다.
“경기 중인데 어딜 가느냐.”
선수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같은 말을 내뱉었다.
“한국전 준비요.”
변방의 왕이 황위에 오르려고 한다.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거만하게 앉아만 있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으니.
* * *
[대한민국이 일본을 3:2로 꺾고 결승전에 진출합니다!] [아! 이게 얼마 만에 결승전입니까! 이게 도대체 몇 년 만에 일본을 꺾는 겁니까!]“으랏차!”
도진은 9회 초 2아웃. 마지막 아웃 카운트를 잡고 포효했다.
대한민국 감독과 코치 그리고 선수들까지. 게임이 끝났다는 심판의 사인에 전부 마운드 위로 뛰어 올라왔다.
아직 우승도 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은 도진을 얼싸안고 헹가래를 쳤다.
“미쳤다! 도진아! 우리가 이겼다고!”
“우리가 일본을 이겼어! 진짜 이겼다고!”
“우리 얼굴 들고 다닐 수 있는 거냐고! 어? 한국 돌아가도 당당해도 되는 거지?”
도진은 공중에 몸이 붕 뜬 채로도 미소를 유지했다.
그 역시도 누구보다 이 승리를 만끽했다.
더는 한국은 일본을 이길 수 없다는 굴레.
그 굴레를 끊어냈으며 타카시 사토와의 맞대결에서 1:1. 수평을 이뤘다.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의 세레모니는 심판의 정렬이란 단어에 일단락됐다.
“악수!”
도진은 자신의 앞에 선 타카시 사토에게 다가갔다.
타카시 사토는 이번만큼은 도진에게 먼저 손을 내밀었고.
“굿 게임.”
먼저 입도 열었다.
도진 역시 그의 손을 맞잡았다.
이번에는 자신이 이겼지만, 으스대지 않았다.
“굿 게임. 운이 좋았네.”
무표정이었던 타카시 사토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운이라.
그가 선보인 투심.
그리고 99마일을 찍어버린 포심 패스트볼의 구속은 절대 운에 작용할 수 없었다.
더욱이 아무리 실투였지만, 자신의 체인지업을 받아쳐 담장을 넘겨버린 그는 고작 6개월 만에 압도적인 성장을 이뤘다.
오늘은 자신의 완패였다.
타카시 사토는 상대가 한국인이지만, 그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패배자의 얼굴이 아니었다.
“다음 대결에서는 승리의 여신이 나를 향해 웃어줄 것이다.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타카시 사토는 자신이 있었다.
이제는 도진이 새로운 무기를 들고나올 수 없을 테니까.
그의 바뀐 투구 메커니즘.
그리고 투심.
‘전부 낱낱이 파헤쳐서 눌러버려 주마.’
도진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쉽지 않을 거야.”
쉽사리 물러설 생각은 일절 없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동시에 몸을 틀었다.
머릿속에 간직한 생각 또한 일치했다.
‘결국 마지막에 웃는 건 나다.’
그리고 한국이 결승에 진출함으로써 미국과 결승전 대진이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