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79)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79화(79/400)
한국의 결승 진출에 관한 기사는 무수히 쏟아져 나왔다.
<한국! 3:2로 일본을 누르고 결승 진출!>
<2017년 이후로 15년 만의 결승 진출! 그 상대는 미국!>
<한국의 재능이 일본의 재능을 눌렀다!>
<무려 159km를 기록한 대한민국의 자랑 김도진! 일본을 침몰시켰다.>
└경기 본 사람이 승자.
└6회 2아웃 만루에서 사람 시청자 우르르 빠지는 거 레전드였지.
└난 봤다. 나갈 뻔했지만.
└인정. 마음 졸이면서 봤음. 근데 삼진 잡는 순간 누군가 내 목구멍을 활짝 열고 사이다를 들이붓더라.
└99마일 직구. 이거 맞냐? 쟤 진짜 한국인 맞아?
└아직 고등학생임!
└요즘 우리나라도 파이어볼러가 몇몇 나오고 있지만, 쟤는 진짜 다르다.
└이래서 야구는 미국물을 먹어야 한다니까? 김도진이 한국에서 뛰어났다면 저렇게 컸을까?
└동의. 괴물들을 상대하다 보니 훨씬 실력이 발전했겠지?
└이래서 조기 교육이 중요한 법!
└축구도 똑같지. 유럽에서 배운 애들이 훨씬 잘하잖아?
└어쨌거나 일본을 이겼어. 난 미국전 져도 여한이 없어.
└근데 진짜 어떻게 이기냐? 미국은 심지어 베스트 멤버도 아닌데 지금까지 전승이야.
└2, 3군이 저 정도의 실력이라는 게 더 어이가 없다. 근데 미국 4번 타자는 드래프트 1순위감이라더라.
└놀란 카브레라? 개 잘하던데. 걔는 당장 메이저 올라가도 되겠더라.
└4번 타자뿐이겠냐? 그냥 타선이 숨 쉴 틈이 없던데?
└어쨌거나 일본 이겼으니 됐어.
└응! 인정! 한국> 일본. 이번 대회는 다 봤다.
도진은 오늘만큼은 상우가 보낸 기사의 링크를 확인했다.
상우는 도진이 기사를 확인 후 핸드폰을 덮자 넌지시 물었다.
“소감이 어때?”
“뭐가.”
“인기인이 된 소감이.”
“별생각 없어.”
상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별생각이 없다고? 도대체 왜?”
“그야. 아직 결승이 남았으니까.”
상우는 허탈감이 섞인 한숨을 뿜어냈다.
일본을 이겼다.
반응을 보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결승에서 미국을 이기는 것보다 일본을 이겨서 더 좋아했다.
그런데 별생각이 없다니.
자신은 지금 하늘 끝까지 뽕이 차오르다 못해 뚫고 나갈 지경이었다.
근 10년 이상을 이기지 못한 일본을 이겼다.
그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야. 솔직히 말해봐. 너 그냥 멋있는 척하는 거지. 사실 기쁘잖아? 어? 입꼬리가 막 꿈틀대려는 거 억지로 참고 있잖아!”
도진은 무표정을 유지하며 상우를 쳐다봤다.
상우는 혀를 내두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와. 이놈 진짜 하나도 안 좋아하네? 도대체 왜?”
“난 아직 갈 길이 멀다.”
도진의 신분은 아직 고등학생.
드래프트에서 구단의 선택을 받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래프트에는 이미 프로에서 활약할 준비가 된 대학생들도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들을 전부 젖히고 최고의 대우를 받으려면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는 아마추어와 차원이 다르기도 하고.’
그곳에서도 훌륭한 활약을 펼치는 것이 도진의 목표다.
그러려면 일단 아마추어부터 전부 씹어먹고 자신을 증명해야 했다.
상우는 도진의 말에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싸워본 게 이번이 처음이지만, 그 벽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은 나더라. 국내랑은 달라. 전승 중인 미국전은 더 어렵겠지.”
“타카시 사토만큼은 미국 대표팀에 비해 꿀리지 않지만, 미국에는 타카시 사토만큼 대단한 선수들이 다수 있지.”
상우는 양팔로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떠는 시늉을 했다.
“어휴. 감도 안 잡히네.”
“나도 그래.”
도진은 대부분 미국 선수의 기량을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한 팀에 뭉쳤다는 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지금까지 무패를 기록한 미국 대표팀은 강하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반가운 얼굴들과 싸우려니 더 어색하기도 하고.’
앞길을 막는 모든 장해물을 치울 생각이다.
그러니까.
이겨야겠지?
* * *
결승전은 4일 후에 치러진다.
선수들이 최고의 전력으로 맞설 수 있게 충분한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물론 4일 내내 자유의 몸이 된 것은 아니었다.
연습은 물론이거니와 인터뷰도 필수였다.
도진은 정말 많은 인터뷰에 불려 나갔다.
한국 기자들을 시작으로 미국 기자들의 관심도 꽤 많이 받았다.
도진과 상우는 캐서린 기자의 인터뷰에 참여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다.
“금발 엘프 기자님 인터뷰는 못 참지!”
상우는 상당히 들떠 있었다.
특히나 캐서린 기자와의 인터뷰는 한 번밖에 진행하지 않았지만, 상당히 편했기 때문이다.
물론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제발 좀 참아라.’
회의실에 도착했다.
도진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두 눈을 의심했다.
“왔구나!”
“오랜만이군.”
회의실 안에서 기다리던 마이크와 알렉산더는 도진에게 가볍게 손을 올려 인사했다.
도진도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입꼬리가 치솟았다.
“뭐야. 트래쉬 토크 인터뷰야?”
마이크는 도진에게 다가가 그의 옆구리를 툭 건드렸다.
“왜. 쌍욕 퍼붓고 싶어?”
“미국에서 미국인들에게 쌍욕 퍼부으라고? 오우 쉣. 상상만 해도 오싹하네.”
상우는 영어가 들려오자 또다시 몸이 얼어붙었다.
그러든가 말든가 마이크는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다!”
상우는 쉬운 영어는 알아들었지만 대답은 하찮았다.
“유투.”
도진은 성급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직 영어를 잘 몰라. 다소 대답이 짧아도 이해해.”
“안 그래도 딱 너 처음 봤을 때 생각나네. 그때 참 귀여웠지. 갑자기 언제 이렇게 영어가 늘어서는.”
도진은 피식 웃고는 마이크를 지나쳐 알렉산더에게 다가가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오랜만이네.”
“확실히. 일본전 경기는 잘 봤다. 결승에서도 재밌게 해주길 바란다.”
“발버둥 한번 쳐 볼게.”
캐서린은 가벼운 인사가 끝나자 선수들을 각자 자리에 앉게 했다.
둘둘 나뉘어 편을 가른 듯한 의자 배치였지만, 한미전이라 누구 하나 불만을 품지는 않았다.
“일단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영웅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서 제가 다 뿌듯하네요!”
오늘만큼은 정장을 입고 나타난 캐서린의 미소에는 뿌듯함이 넘쳤다.
물론 그녀의 발언에 마이크와 알렉산더는 상우를 힐끗 쳐다봤지만, 도진은 능숙하게 대답했다.
“옆에 친구는 에인절스와 계약했어.”
알렉산더는 관심을 보였고 마이크는 호들갑을 떨었다.
“오호?”
“와우! 축하해줄 만한 일이네? 이러면 우리 같은 캘리포니아 가족 아니냐? 그냥 당장 오늘 둘 다 미국으로 귀화해서 같이 한국 무찌르는 게 어때?”
되겠냐?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캐서린을 쳐다봤다.
캐서린은 곧장 질문을 시작했다.
“일단 미국 대표팀에 묻겠습니다. 한국이 올라올 거라고 예상했습니까?”
알렉산더와 마이크는 대답이 달랐다.
“네.”
“아니요? 다카시 사토의 일본이 올라올 줄 알았는데요?”
마이크의 표정에는 장난기가 실려 있었기에 누구도 그의 대답이 진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럼. 한국 대표팀은요?”
“저희야 뭐. 미국이 전승으로 결승에 올라가 있었으니 당연히 미국을 만날 줄 알았죠.”
“일본을 이길 자신이 있었다는 뉘앙스로 들리는데요?”
“음. 조금은요?”
도진의 지체하지 않고 즉각 대답했다.
성인 대표팀이라면 일본이 한국을 압도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성인 대표팀이다.
아직 기량이 완벽하지 않은 고등학생들에서만큼은 한국도 충분히 일본을 이길 전력을 갖추고 있었다.
‘뭐. 우리가 정말 오랜만에 일본을 이긴 거긴 하지만.’
캐서린 기자는 능숙히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이미 앞선 미국과 한국 경기에서는 양 팀 모두 전력이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결승인 이상 최고의 전력이 맞붙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마이크 선수와 알렉산더 선수는 친구를 만나는 데 소감이 어때요?”
알렉산더가 먼저 대답했다.
“기어오르지 못하게 밟아줄 생각입니다.”
“알렉산더의 말에 동의합니다. 어딜 감히! 미국 홈에서 한국이 이기려고!”
도진도 저들의 도발에 맞섰다.
“쉽게 밟힐 생각은 없습니다. 이러다 역으로 당하면 표정들 볼만 하겠죠?”
상우는 도진의 옆구리를 톡톡 건드렸다.
“나도 도발해도 되냐?”
“자신 있으면.”
“그건 뭔 소리임?”
“여기 미국이고 캘리포니아야. 이상한 도발했다가 너 매장 당하면 어쩌려고.”
물론 농담이었다.
도발했다가 매장당할 만큼 캘리포니아 인들이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반응을 보고자 내뱉은 말이었다.
상우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헤이! 팀 USA! 아임 코리아 베스트 히터 앤드 캐쳐! 리멤버 미! 오케이?”
한국은 김도진만 있는 게 아니라 이상우도 있다.
이 말뜻은 제대로 전달됐다.
하지만 상우는 이대로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마이크와 알렉산더에게 삿대질까지 했다.
“그리고. 앤드. 도진 마이 베스트 프렌드! 오케이? 유! 유! 세컨드 베스트 프렌드!”
포부를 내지른 상우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도진을 힐끗 쳐다보더니 엄지를 치켜세웠다.
물론 도진은 얼굴이 달아오르며 고개를 푹 숙였다.
어쨌거나 인터뷰는 만족스럽게 마무리됐다.
* * *
미국전이 시작하기 직전까지는 평화로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연습하고 먹고 쉬고 회의하고의 반복이었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마지막 날.
언제나처럼 산타모니카 제2 야구장에서 연습하던 도진에게 하리가 찾아왔다.
도진은 이미 자신의 훈련 세션을 전부 끝냈던 터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하리는 외야석 관중석에서.
도진은 그라운드에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준비는 잘 돼가?”
도진은 등 뒤에서 비교적 편안한 표정으로 임하는 국가대표팀을 향해 턱짓했다.
“보다시피?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는 있는데 상대가 상대인지라. 이미 승리를 절반 포기한 선수들도 많아.”
결승을 하루 앞뒀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대개 편안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보이네. 미국도 이번에 전력이 만만치 않지. 그래도 다들 최선을 다해주면 좋겠는데. 도진이는 이기고 싶잖아?”
“나야 그렇지. 그런데 다들 나와 같은 마음은 아닐 테니까. 그래도 오히려 이게 나을 수도 있어. 긴장을 안 하면 더 좋은 기량이 나올 때도 있으니까.”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하리는 무언가 말을 하려고 뜸을 들였고.
도진은 이를 알아차렸다.
“왜? 무슨 일 있어?”
“아. 그게 아니라. 내일 결승전이라 학교 전부 쉬거든.”
“응? 왜?”
“미국 결승전이니까. 직관 갈 사람들 직관 가라는 학교의 배려야.”
“우리 학교도 그렇겠네?”
“응. 아마도? 근처니까.”
도진은 하리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단숨에 이해했다.
“응원하러 오려고? 나야 와주면 완전 좋지!”
안 그래도 미국인들로 뒤덮일 결승전이다.
‘하리가 응원하러 와주면 천군만마지.’
도진과 하리는 이제 반년을 넘게 알고 지낸 사이로 더욱 친해졌기에 이제는 스스럼없이 말도 곧잘 건넸다.
물론 도진은 조금 더 편한 마음으로 그녀를 대했고 하리가 조금 더 조심스러워졌지만.
어쨌거나 둘의 찬란한 기류가 맘에 들지 않았던 상우가 투덜대며 다가왔다.
“하. 누군 죽어라 공 받고 있는데. 누구는 마음 편히 연애질이나 하고 앉아 있네.”
하리는 상우가 다가오자 흠칫 놀랐다.
상우가 도진에게 주먹질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녀는 이제 둘의 사이를 알고 있었기에 이제는 웃을 수 있었다.
상우도 하리가 환한 미소를 띠자 고개를 꾸벅했다.
“제수씨 안녕하세요. 도진이 친구 상우입니다.”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직 아무 사이도 아닌데 제수씨는 무슨.
하지만 하리는 학교에서 한국 유학생들에게 도진과 엮는 비슷한 말을 워낙 많이 들어봤기에 능숙하게 대답했다.
“안녕하세요. 경기 잘 보고 있어요!”
“멀리서 들었는데 응원하러 오신다고!”
“네. 그래서 상담 좀 하려고 왔거든요.”
“상담이요?”
“네. 다른 사람들에게도 홍보 좀 하려고 하거든요.”
하리의 고민은 이랬다.
“결승전을 직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꽤 많은데 근데 선뜻 발이 떨어지지 않나 봐요.”
이곳은 미국이며 아무래도 미국인들 사이에 뒤덮여 있으면 응원이 묻히기 마련.
특히나 전승 중인 미국은 정말 강했다.
가는 게 의미가 있을까? 간다고 뭔가 달라질까?
대부분 이런 생각을 갖는다고.
“음. 선수들은 어쨌거나 응원에 힘을 받지. 소수라도 그래. 안 그러냐 상우야?”
상우는 허공에 스윙하는 시늉을 했다.
“당근빳다지.”
도진은 개그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하리는 화색을 띠었다.
“그럼 내가 홍보 좀 해도 괜찮을까?”
“홍보? 어떻게 하려고?”
“그냥 사진 찍어서 SNS에 응원 와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상우는 좋은 생각이라며 손뼉을 쳤다.
“이야! 똑똑하시네. 도진이와 내 사진을 찍어서 SNS에 박제하는 거야! 응원하러 와주십시오! 그러면 와주지 않을까? 아! 내가 괜한 얘기를 했는데? 난 그냥 빠지는 게 나을지도.”
도진은 고개를 갸웃했다.
“왜? 너도 대한민국 4번 타자인데?”
“아니. 제수씨가 너 사진 갖고 싶어서 그런 걸 수도 있잖아.”
하리는 결승전 홍보를 위해 온 것이었다.
그녀 역시 도진의 목표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을 응원하는 관중들이 있으면 힘을 더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데 저렇게 몰아가다니.
물론 곰곰이 생각해보니 좋은 생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의 끝에 다다랐을 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헐. 홍당무다! 내 예측이 맞나 본데? 난 빠질게!”
도진은 상우의 옆구리를 툭 쳤다.
“네가 몰아붙이니까 그런 거잖아!”
“그런가? 그럼 내가 명쾌한 해답을 알려 줄게! 너랑 나랑 같이 한 장 찍고. 나머지 한 장은 너 혼자 찍으면 되잖아? 과연! 어떤 사진이 홍보용으로 올라갈지!”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말하면 나 같아도 둘이 올라간 사진 올리겠다.’
어쨌거나 도진은 상우와 어깨동무를 하며 주먹을 불끈 쥔 포즈로 사진을 찍었고.
단독 사진은…….
“손가락 하트! 손가락 하트 하라고! 이 센스 없는 놈아!”
도진은 상우의 말을 따라 오른손으로 손가락 하트를 그린 채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하리의 SNS에 올라간 사진은 도진과 상우가 찍힌 사진이었다.
#대한민국#결승전#응원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