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8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81화(81/400)
[대한민국과 미국의 결승전 경기. 이제 곧 시작합니다!] [한국이 결승전에 오른 것만으로도 이미 국내에선 성공이라고 봅니다만 선수들의 표정은 상당히 비장합니다.] [그렇습니다. 준우승으로 만족하려는 눈빛이 아닙니다.]-근데 여러모로 한국이 불합리하지.
-인정. 일단 미국 홈인 게 제일 큼.
-그냥 압도적으로 발리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미국과 두 번의 맞대결에서 0승 2패. 두 경기 모두 너무 압도적으로 발렸어.
-대신 이번에는 김도진과 고태준도 나옴.
-일본 타자들보다 미국 타자들이 압도적인데? 고태준이 막을 수 있을까?
-안 막으면 어쩔 건데?
-져야지 뭐.
-에휴. 오늘 지겠네.
-고태준 무시하냐? 한국이 우스워?
-그럼 미국에 비해 안 우습냐?
침울한 채팅이 줄을 잇자 해설은 이를 무마하겠다며 목소리를 내었다.
[큼큼. 상대가 전승의 미국이라 불안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대한민국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해봄 직합니다.] [동의합니다. 그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라인업부터 확인해 보실까요?]1. 김민준 CF. L.
2. 박지훈 LF. L.
3. 김도진 SS. R.
4. 이상우 C. R.
5. 최현우 1B. L.
6. 정승현 2B. R.
7. 유시원 RF. L.
8. 박형식 DH. R.
9. 이민호 3B. R.
P. 고태준 L.
[일본전과 똑같은 라인업입니다. 아무래도 좋은 기억을 안고 가려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패배를 예상했던 일본전을 이 라인업으로 잡았죠. 미국전이지만 승산 있을 거라 봅니다.]-생각해보니 일본 투수가 미국 투수보다는 강하니까. 나쁘지 않을지도?
-고태준이 미국 투수보다는 잘 던지지 않나?
-나도 고태준이 미국 투수보다는 잘 던진다고 생각해. 구속도 더 나오기도 하고 또 좌완이고.
-어. 그런데 문제는 미국 투수는 한국 타선을 상대하지만, 한국 투수는 미국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는 거지.
-우리나라는 3, 4번 말고는 믿을만한 타자가 없음.
해설은 채팅이 또다시 암울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직 경기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분위기가 가라앉는 것은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미국 라인업을 발표할 차례였다.
[이제 대한민국과 맞설 미국의 타선을 소개하겠습니다.]1. 브래드. 2B. L.
2. 데이브. SS. L.
3. 알렉산더. 3B. S.
4. 놀란. 1B. S.
5. 카일리 LF. R.
6. 마이크. C. R.
7. 앤써니. DH. R.
8. 로버트. RF. R.
9. 찰스. CF. R.
P. 스테픈. R.
-졌다.
-응. 졌어. 끌까?
-2번부터 5번까지 대회 타율이 5할이 넘음. 6번도 4할이 넘고.
-아니 몇 경기 치렀다고 팀 홈런 개수가 40개가 넘냐?
-오늘이 11번째 경기임. 경기당 4개씩은 때려냈다는 거임.
부정적인 말이 들려올 수밖에 없는 억! 소리 나는 미국의 타선.
해설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강합니다. 2번 데이브부터 5번 카일리까지는 드래프트 1라운더 급의 선수라고 합니다.] [네. 그중 2번부터 4번까지는 1라운드가 확정적이라는 말도 들려오더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4번 타자는 전미 고등학교 랭킹 1위입니다.]-전미 고등학교 랭킹 1위? 도진이는 랭킹 몇 위지?
-도진이는 작년이 첫 시즌이라 랭킹은 아직 안 나왔음. 아마 이번 대회 끝나고 합산돼서 나올 듯?
-미쳤다. 전미 랭킹 1위면 미국에서 제일 잘하는 거 아냐? 쟤는 왜 나온 거야? 반칙이잖아!
-반칙은 무슨. 근데 한숨만 나오긴 한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3번 타자와 6번 타자는 김도진 선수의 팀 동료라고 합니다.] [마이크 선수는 리드가 훌륭합니다. 그 덕분에 미국 대표팀이 실점을 최소화하면서 올라올 수 있었죠.] [알렉산더 선수는 FS 고등학교의 4번 타자. 그 역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아…… 껌 씹는 애.
-껌돌이. 겁나 무서움.
-홈런 치고 얼굴만 한 풍선 불던데.
-대회 홈런 1위임.
-도진이가 풍선 불지 말라고 한마디 하면 안 되나?
-근데 미국인이라서 그런가? 개간지임.
-쫄지 마! 우리도 세레모니에서는 뒤처지지 않는 선수 하나 있으니 괜찮음.
-상우야. 제발 하나만 쳐줘라.
-못 쳐도 세레모니만 날리면 안 되나?
한편.
미국 라이브 방송은 역대급 시청자가 몰려들었다.
그 수는 무려 150만 명에 육박했다.
한국 라이브 방송이 10만 명인 것에 비해 압도적인 숫자였다.
[미국과 한국의 결승전.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한국이 올라왔어요.] [모두가 일본이 올라올 것을 예상했죠. 하지만 결국 이번에는 한국이 이겼습니다.] [그 중심에는 투런 홈런으로 동점을 만든 한국의 4번 타자 선수가 단언 눈에 들어오죠?] [리! 에인절스와 계약했죠. 과연 메이저리그 구단이 거금을 들여 계약을 맺은 선수라고 할 수 있겠네요.]-잘하더라.
-그래도 우리 미국 타선에 들어오면 클린업도 못 들어갈 듯?
-에이. 카일리는 제칠 수 있을걸? 2번부터 4번은 붙박이고.
미국인들은 상우의 활약을 이 대회에서만 지켜 봐왔기 때문에 그를 저평가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것과는 별개로 2번부터 4번까지 이어지는 미국의 타선은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었기에 자부심이 있었다.
[한국에는 경계해야 하는 선수가 한 명 더 있죠.] [네. 미국은 어떻게서든 이 선수를 틀어막아야지만 우승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일본전에 이어 3번 타자 유격수로 출전한 도진 킴입니다.]-젠장! 또 너냐!
-넌 왜 맨날 우리 미국 앞길만 막냐!
-아! 또 킴이네. 지긋지긋해. 그것도 올드 킴이 아니라 뉴 킴임. 최근 일본전에서 99마일 기록했던데?
-투심도 장착해버림. 고작 1년 만에 얼마나 발전한 거냐?
-작년 시즌 초에는 패스트볼만 던졌던 투수가 이제는 2가지의 커브와 투심까지 익힘.
-구속도 오름. 저 선수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에 점수 차를 크게 벌려 놔야 해.
-킴! 그만 잘해!
FS 재학생들은 도진이 적이라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킴을 적으로 돌리다니. 우린 망했어.
-그러니까. 솔직히 라인업만 보면 압승인데 킴 한 명 때문에 손에 땀을 쥐어야 하네.
-킴은 진짜 규격 외지. 일본전에서도 증명했잖아? 오늘 경기에서도 증명하지 말란 법은 없어.
긴장감이 맴도는 가운데 한국의 선공으로 경기는 시작됐다.
1번 타자 김민준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6구 끝에 2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2번 타자 박지훈 역시 7구까지 끌고 갔지만,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결국 삼진을 당했다.
그리고 다음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자 그라운드에 나가 있는 미국 선수들의 입꼬리가 치솟았다.
* * *
도진이 타석 근처에 다다르자 마이크는 능글맞은 목소리를 내었다.
“어이쿠! 이 누추한 곳에 왕이 행차하셨네? 무슨 일로 오셨을까?”
도진은 심판에게 먼저 고개를 꾸벅 후 피식 웃었다.
“살살 부탁한다.”
“그래. 피차 살살 가자고.”
물론 서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았다.
더욱이 마이크는 오늘 진심을 다할 생각이었다.
‘이놈을 이기려면 200%를 발휘해야 해.’
도진은 전미에서도 꿀리지 않을 야구 재능을 갖추고 있었으니까.
무엇보다 도진과의 대결은 개인적인 이유 때문에도 매우 중요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내 진로를 야구로 잡을 수 있을까.’
도진과의 대결을 통해서 제대로 한번 확인하고 싶었다.
물론 상대는 말도 안 되는 괴물이다.
마이크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위축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있었다.
‘네 데이터는 머릿속에 전부 입력돼 있어.’
마이크는 투수에게 곧장 사인을 냈다.
커브였다.
스테픈의 커브는 위력적이지 않지만, 도진의 허를 찌르기 위함이었다.
마이크의 사인을 확인한 스테픈은 곧장 와인드업했다.
초구.
와인드업 후 던진 공은 위력적이지는 않지만, 포물선을 그리며 미트로 향했다.
도진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배트가 나가려는 것을 강제로 참아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공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크!”
도진은 타석을 벗어나며 입을 동그랗게 말았다.
입 틈 사이로 휘파람이 절로 튀어나왔고. 시선은 쪼그려 앉아 있는 마이크에게로 향했다.
‘커브라고?’
스테픈은 커브를 자주 던지지는 않는다.
방금 공에서 알 수 있듯이 그다지 위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예 배제했던 공.
도진은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하아. 이놈 원래 이랬지.’
도진은 마이크의 리드가 남다르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됐다.
‘적으로 만난 너는 정말 위협적이구나.’
그는 마치 타자의 머릿속을 꿰뚫어 보는 듯했으니까.
‘내가 지금까지 좋은 성적을 낸 것도 온전히 내 기량 때문만은 아니야. 네가 있어서였지.’
도진은 짧게 숨을 내뱉고는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운 좋게 카운트를 잡았으니 하나 빼려나? 아니면 패스트볼로 카운트를 잡으러 들어오려나?’
그것도 아니면 변화구로 스윙을 유도?
도진은 어금니를 꽉 물었다.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결론에 다다를 수 없었다.
그사이 마이크는 스테픈에게 사인을 전달했다.
스테픈이 와인드업했다.
2구.
이번에도 포물선을 그리는 커브.
도진은 배트를 내지 못했다.
“스트라이크!”
‘또 커브?’
도진은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공이 날아오자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더욱이 턱까지 서서히 벌어지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든 순간에는 잠깐 타석을 벗어나 장갑을 매만졌다.
‘2연속 커브라고?’
예상 밖의 볼 배합.
그 때문에 마음을 추스를 시간이 필요했다.
마이크는 도진을 힐끗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도진은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외면했다.
지금 그의 눈을 쳐다보면 머릿속을 읽힐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진은 마이크의 눈을 쳐다보지 않았음에도 심연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젠장. 다음 공은 뭐지?’
과연 자신을 상대로 3연속 같은 공을 던질까?
스테픈의 위력적이지 않은 커브는 노린다면 장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운트도, 커브의 위력도.
모든 정황이 그럴 리 없다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3구를 맞이한 도진의 동공은 사정없이 떨렸다.
이번에도 역시 커브였기 때문이다.
2스트라이크에 몰린 도진은 결국 배트를 강제로 휘둘렀다.
하지만 이미 머릿속에서 지운 구종이었던지라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따악.
타구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내야를 벗어나지 못했다.
3아웃.
마이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도진의 어깨를 톡톡 두들겼다.
“친구야. 생각이 너무 많네? 오늘 경기 상당히 쉽겠어?”
* * *
[삼자범퇴. 아쉽습니다.] [김도진 선수가 커브는 아예 머릿속에서 지웠던 스윙으로 보였습니다. 뒤늦은 스윙은 타이밍이 전혀 맞지 않았어요.]-허얼. 믿었던 도진이가! 이게 이렇게 되네.
-괜찮아. 이제 1회임. 아직 공격 많이 남아 있음.
-그 뜻을 반대로 말하면 뭔지 모르겠어? 미국도 공격이 아주 많이 남았다는 거임.
시청자들의 걱정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고태준은 1번 타자를 상대로 3구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때까지만 해도 전광판에 94마일이 연달아 찍히자 한국을 응원하는 관중들은 안도했다.
-고태준 오늘 공 좋은데?
-언터처블이다.
-오늘은 고태준 믿고 간다.
하지만 너무나도 이른 설레발이었다.
2번 타자 데이브는 좌우 코너를 완벽히 찌르는 고태준의 타구를 비웃듯이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를 생성했다.
타자는 1루를 돌아 여유롭게 2루에 안착했다.
1아웃 2루.
충분히 무실점으로 막을 수 있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다음 타자 알렉산더가 타석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빨리 끌어내려 주마.’
오늘 미국의 작전은 선발 투수를 최대한 이른 시간에 끌어내리는 것.
도진을 1이닝이라도 빨리 올려야지만 미국은 패배라는 변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만큼 마운드에선 도진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알렉산더와 고태준의 대결.
고태준은 초구를 던지는 순간 미소를 띠었다.
이번만큼은 완벽하게 제구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투구는 미트에 꽂히지 못했다.
따-악!
경쾌한 타격음은 담장을 넘길 것이라고 일렀다.
우익수는 결국 펜스의 끝에 다다르자 고개를 떨궜다.
타구는 담장을 그대로 넘겨 버렸다.
스코어는 0:2.
알렉산더는 1루를 돌아 2루에 다다를 즘, 얼굴만큼 거대한 풍선을 펑 터뜨렸다.
그러고는 도진을 지나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흥이 식는다. 마운드에 올라와라.”
다음 타자는 놀란 카브레라.
미국 전미 랭킹 1위는 고태준의 떨어지는 공을 걷어 올렸다.
따-악!
맞는 즉시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고개를 떨궜다.
백투백 홈런.
스코어는 0:3.
대한민국은 이제 1회 말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아웃카운트는 1개밖에 올리지 못했다.
놀란 카브레라 역시 도진을 지나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어이 친구. 빨리 불러내 줄 테니 기다리고 있으라고.”
도진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타석에서부터 마이크를 시작으로.
연달아서 들려오는 알렉산더와 놀란 카브레라의 도발에 뒤통수를 한 대 강하게 후려 맞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래. 너네 미국이었지.’
전미 최고들로 구성되지 않았지만, 미국은 미국이었다.
미국의 매스컴은 누구 하나 대한민국의 승리를 점치지 않았다.
‘우리 한국마저 미국의 승리를 점쳤지.’
도진은 주변을 슥 훑어봤다.
그라운드 내 한국 선수들의 눈동자는 패배감에 찌들었다.
그 여운이 자신에게로도 향했다.
‘이길 수 없는 건가?’
패배감은 도진의 발목까지 차올랐다.
눈 깜짝할 새 허리까지 잠겼다.
하지만 절망이란 감정은 도진을 집어삼키지 못했다.
오히려 서서히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런 느낌. 오랜만이네.’
타카시 사토와 맞붙었을 때도 손에 땀이 쥐어졌다.
심장 고동 소리는 전신을 울렸다.
하지만 그것과는 달랐다.
도진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처음 미국에서 야구했을 때 느껴보던 감정.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만 발동되는 승부욕이었다.
도진은 입꼬리가 스멀스멀 솟아올랐다.
‘하. 이놈들을 어떻게 요리해야 해야 잘했다고 소문이 나려나?’
입꼬리가 완전히 솟아 완성된 도진의 표정은 광기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