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8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85화(85/400)
9회 말. 2아웃에서 마지막 카운트를 올리자 한국 측 해설은 울먹였다.
[대, 대한민국이 미국을 꺾고 2035년 U-18 야구 월드컵을 우승합니다!] [아! 아! 이게 얼마 만에 우승입니까! 정말 선수들이 자랑스럽습니다!] [무려 27년입니다. 정말 기나긴 암흑기를 헤쳐 나왔습니다.]-와. 이게 꿈이냐 생시냐.
-우리 한국이 진짜 우승했다고?
-황금세대라잖아! 황금세대 맞잖아!
-약속의 8회. 진짜 이건 두고두고 회자 될 경기다.
-우리도 조금만 기다리면 성인 대표팀이 다시 국제대회에서 날아오를 날을 볼 수 있는 거냐고!
-이제는 진짜 잠자코 기다릴 수 있어.
-인정. 도진이 커 가는 모습이나 지켜봐야지.
-곧 메이저에서 볼 듯? 쟤가 메이저를 안 가면 누가 감?
-그러니까. 누가 뭐래도 김도진은 한국 역사상 역대급 유망주가 맞다.
-고3이 99마일. 진짜 인간이 아니다.
-오타니가 저러지 않았나?
-맞음. 오타니는 고교 시절부터 미친 괴물이었지.
-드디어 우리 한국에도 오타니 급 괴물이 나오는 거냐고!
-나온 거다. 진짜 나온 거다. 설레발 아님.
-설레발쳐도 됨. 쟤는 다 이겨낼 거 같음.
미국 측 해설은 아쉬워했다.
[미국이 한국에게 5:4로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합니다.] [선수들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멋진 경기였어요.]채팅창도 아쉽다는 반응이었다.
물론 그 패배가 타격이 갈 만큼 쓰리지는 않았다.
-이야. 이런 이변이 나타나네.
-야구가 이변의 스포츠긴 하지.
-그냥 오늘은 한국이 더 잘했어.
-그 가운데 언제나 킴이 존재하지.
-진짜 미국 앞길 막는 건 저놈밖에 없다.
-적으로 절대 두고 싶지 않은 선수.
-우리 미국이 올스타로 출전했다면 또 모를까. 놀란 제외 캘리포니아 올스타로 꾸렸으니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긴 해.
-다들 시즌 준비한다고 대회에 참가하지 않는 게 문제지.
-그래도 어쩌겠냐? 우리가 선수들 미래 책임져줄 것도 아니고. 대회 참가해준 선수들에게 고마워해야지.
-맞음. 그리고 얘넨 고등학생이야. 시즌보다 더 중요한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어. 너무 뭐라고 하진 말자.
-인생이 좌지우지되는 순간이니까. 프로들은 몰라도 아마추어가 대회 참여하지 않는 것에 뭐라고 할 수는 없지.
-성인 대표팀도 2010년 후반까지는 WBC에도 참여 안 했잖아?
-괜히 국대 대회에 참가했다가 시즌 망하면 수천만 달러씩 날아가는데 당연하긴 하지.
-2020년 때도 완전 베스트 멤버는 출격 안 함.
-그래도 2030년 부터는 초 베스트 멤버로 2 대회 연속 세계를 씹어먹었잖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2034 WBC가 압도적이긴 했지. 전승 우승.
이번 패배가 조금 아쉬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뿐이었다.
다음에는 다를 것이다.
성인 대표팀에서는 준우승이라는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을 테니까.
물론 이들은 아직까진 알지 못했다.
언제나 미국의 앞길을 막는 김도진이 대한민국 성인 국가대표로서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말이다.
* * *
“이겼다! 우리가 이겼다고!”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은 전원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우는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는 곧장 도진에게 안기겠다며 전력 질주 후 그에게 달려들었다.
도진은 눈을 번뜩이더니 능숙하게 사이트 스텝을 밟아 옆으로 회피했다.
꽈당.
상우는 얼굴부터 바닥에 철푸덕 떨어졌다.
“야 이 개자식…….”
상우의 목소리엔 분노가 담겨 있었다.
그런데도 도진은 능글맞게 대답했다.
“허리 나가면 네가 책임지냐?”
상우는 부들부들 떨며 땅바닥에 손을 짚고 강제로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한 번쯤은 받아줄 수 있잖아?”
“응. 내 미래가 우선이야.”
“하아. 네가 잠깐 누군지 잊고 있었다.”
도진은 씩씩대는 상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상우는 도진이 내민 손을 잡고 몸을 힘껏 일으켰다.
둘은 선수들이 최철순 감독을 헹가래 치는 모습을 뒤에서 바라보면서 잡담을 이어 나갔다.
“어쨌거나 우리가 이기긴 이겼네. 진짜 쉽지 않은 상대긴 했어.”
“확실히 그랬지.”
“이게 미국 최고의 라인업이 아니라는 게 더 어이가 없네.”
“한국이야 드래프트가 끝나서 시간이 조금 남지만, 미국은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된 거니까.”
“하긴. 내년이 드래프튼데 괜히 대회에 참가했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난리겠네.”
“확실히 그렇지.”
“그럼 넌 이제 시즌 준비하냐?”
“준비는 끝났지. 이제 시즌을 뛰면서 잘 마무리하는 일만 남아 있지.”
“쉽지 않겠네.”
“너만 하겠냐?”
선수들은 둘이 가만히 대화만 나누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오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도진과 상우였다.
도진은 미국의 타선을 고작 1실점으로 꽁꽁 묶어놨고 결승 득점도 올렸다.
상우는 결승 타점의 주인공이었다.
선수들은 둘을 둘러싸며 금세 번쩍 들어 올려 헹가래를 쳤다.
도중에 최철순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세웠다.
“일단 정렬부터 해라. 인사가 끝나고 마무리 작업을 하도록 하자.”
최철순의 말에 선수들은 정렬했다.
“악수!”
도진은 앞에 있는 알렉산더에게 저벅저벅 다가갔다.
알렉산더 역시 양쪽 입꼬리를 상승시킨 채 도진에게 손을 내밀었다.
“굿 게임.”
“고생 많았다.”
“고생은 무슨. 앞으로가 고생길이지.”
“확실히 그렇긴 해.”
“그럼. 학교에서 보자.”
알렉산더는 그 말을 끝으로 더그아웃으로 이동했다.
그 후 데이브가 도진에게 악수를 권했다.
“고생 많았다. 캘리포니아의 왕.”
“왕은 무슨. 갈 길이 멀다.”
“그래. 리그에서 보자. 이번만큼은 쉽지 않을 거다.”
“우리 신입생들이 훨훨 날아다니고 있다는데. 괜찮겠어?”
데이브는 피식 웃고 자리를 벗어났다.
샌프란시스코의 카일리와 스테픈도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너 때문에 야구 인생 망했다.”
“인정. 어디선가 혜성처럼 나타나서는 왜 우리 앞길을 막는 거냐?”
“그랬나? 그건 좀 미안하네. 복수 기다릴게.”
짧은 인사가 끝나자 마이크가 도진을 와락 끌어안았다.
“내 친구. 고생 많았다.”
“너도 고생 많았어.”
“어떻게 안타 하나를 안 내주냐. 이 치사한 자식아.”
“네가 못 친 거지. 내가 잘 던진 건 아님.”
“지랄. 나한테만 유독 존나 세게 던지던데? 혹시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 있냐?”
“어휴. 너한테 안타 맞고 1년 내내 시달릴 거 생각하면 절대 좋은 공 줄 수 없지.”
마이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자 상우가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헤이 아메리칸 베스트 캐처! 굿 게임!”
“오. 코리안 베스트 캐처! 굿 게임!”
물론 영어가 딸리는 상우는 답장이 들려오자 어버버 대며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이크는 그런 상우를 와락 끌어안았다.
“굳이 말할 필요 없다. 이거면 충분하지.”
상우는 이해했다는 표정으로 마이크를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에인절스 가서도 잘해라.”
“오케이.”
그 모습을 훈훈하게 쳐다보던 도진의 곁으로 놀란이 다가왔다.
“헤이. 나이스 게임.”
도진은 그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맞은 홈런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서 갚아줄게.”
“이겼다고 으스대는 거냐? 아니면 진짜 분해서 그런 거냐?”
도진은 피식 웃었다.
대신 대답은 하지 않았다.
자신의 투심과 포심을 우습게 홈런성 타구를 뽑아낸 장본인이다.
지금보다 더 발전하지 못한다면…….
‘너를 넘어설 수 없겠지.’
놀란은 도진의 눈빛을 읽었다.
활활 타오르는 투지 섞인 눈동자에는 기만을 찾아볼 수 없었다.
‘진짜 날 넘어설 생각인가 보군.’
그래. 그래야 재밌겠지.
아마추어의 마지막을 훌륭한 라이벌과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깨가 들썩했다.
과연 누가 미국 최고의 대우를 받느냐.
두 선수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다.
* * *
악수가 끝난 후 대한민국 선수들은 마무리 작업. 사진 촬영을 남겨두고 있었다.
도진은 3루 측 관중석에 있는 하리에게 다가갔다.
“하리야. 나 태극기 좀.”
그녀는 도진에게 태극기를 건넸다.
“고마워. 잠깐만 기다려 줘.”
도진은 마운드 위에 태극기를 꽂았다.
그 뒤로 선수들은 단체 사진 촬영을 끝냈다.
“김도진.”
태준이 도진을 찾았다.
도진은 그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고생 많았다. 물론 프로가 훨씬 더 힘들겠지만.”
태준은 숨을 한번 깊게 내쉬었다.
혼자서 열등감을 느낀 부끄러움이 지금에서야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 때문에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금세 미소를 띠었다.
왠지 도진 덕분에 선수로서 한 단계 성장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고맙다. 김도진.”
대신 고마운 이유에 대해선 말하지 않았다.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도진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켰다.
“언젠가 저 높은 곳에서 만나자고.”
메이저리그를 뜻했다.
혈색을 되찾은 고태준은 피식 웃었다.
“그래. 그때는 아마 적으로 만날 가능성이 크겠지. 지지 않겠다.”
“기대할게.”
도진은 국가대표 선수들과 일일이 포옹을 나눴다.
그러고는 마지막 최철순 감독에게 다가갔다.
“감독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우승도 해보네요.”
“동대 중학교 김도진이 이렇게 멋진 남자가 돼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네가 아니었다면 우승하지 못했겠지.”
“과찬이십니다.”
“시즌 마무리 잘해라. 한국에서도 응원하겠다.”
“감사합니다.”
도진은 인사를 끝낸 후 다시 하리에게 다가가 내려오라며 손짓했다.
하리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응. 내려와도 괜찮아.”
그녀는 관중석을 돌아 그라운드에 들어왔다.
도진은 하리를 마운드 위로 데려갔다.
“핸드폰 있지?”
하리는 도진에게 핸드폰을 건넸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도진은 상우를 찾았다.
“상우야. 도와줘.”
“왜 무슨 일이야!”
“우리 사진 한 방만.”
“이 개 같은…… 염장 지르냐?”
도진은 하리에게 시선을 돌렸다.
“싫은가 봐.”
“그런가 보다.”
하리는 강제로 양쪽 입꼬리를 내렸다.
안타까워하는 연기가 상당했다.
그러자 당황한 상우는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
“아니. 내 말은 왜 이걸 제일 뒤로 미뤘냐 이거지. 우승 즉시 제수씨 불러서 사진 찍었어야지. 이놈이 감이 없어요. 감이. 자 포즈 잡아라.”
물론 막상 사진을 찍을 때가 되자 도진과 하리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포즈부터 미소까지. 굉장히 인위적이었다.
상우는 혀를 내둘렀다.
“쯧쯧. 이래 놓고 사진 찍어달라고? 넌 나중에 광고는 절대 찍지 마라.”
그러더니 곧장 하나둘을 외쳤다.
“셋! 손가락 하트! 자 김치! 미국이지. 치즈!”
도진과 하리는 상우의 입담에 헛웃음이 절로 튀어나왔지만, 상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찰칵.
더욱이 최고의 장면이 담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인생 샷이다. 야구 포기하고 사진작가로 진로를 바꿔야 하나?”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상우가 결과물을 들이밀자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헛웃음을 내뱉는 장면이라 추할 줄 알았는데 손가락 하트에 눈웃음이 담긴 완벽한 결과물이었다.
“인정. 야구 때려치워라. 너 진로 잘못 정했어.”
“우와. 사진에 소질이 있으세요!”
“칭찬이냐 욕이냐. 기분이 좀 그렇네?”
하리는 받기만 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우승 기념 한 장 찍어줄게.”
도진은 상우와 눈이 마주쳤다.
서로는 이놈과 또 찍어? 라는 표정이었지만.
하리가 숫자를 세자 너나 할 것 없이 서로의 어깨에 팔을 걸쳤다.
* * *
경기를 끝까지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의 스카우트들은 전부 A4용지 한 장씩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종이는 다름 아닌 도진의 프로필이었다.
그리고 그 종이에는 전부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다.
1라운더. 그 옆에는 화살표가 위로 솟아 있었다.
원하는 선수를 빼앗길 시 충분히 선택을 고려해봐도 된다는 의미였다.
무엇보다 아직 마지막 시즌은 시작도 하지 않았다.
시즌이 끝날쯤에는 얼마나 더 높은 가치를 받는 선수가 될지.
전문가들조차 예측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