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86)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86화(86/400)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은 우승 직후 축하 파티를 보낸 후 전원 버스에 올랐다.
도진 역시 이제는 한동안 못 볼 일원들과 다시 한번 인사를 나눴다.
“다들 조심히 가. 감독님도 들어가세요.”
“그래. 고생해라.”
최철순 감독은 도진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마지막으로 탑승했다.
도진은 버스가 출발하자 팔을 들어 서서히 흔들었다.
문제는 그 옆에 상우도 똑같이 손을 흔들고 있었던 것이었다.
“넌 왜 안 가는데!”
“개소리야! 나 이제 미국에서 뛰어!”
도진은 멋쩍게 웃었다.
친구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하다니.
여전히 믿기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랬지.”
“이놈은 진짜 지밖에 모른다니까.”
“그래서. 이제 어디로 가는데? 에인절스로 가? LA니까 여기서 멀지는 않네.”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애리조나로 간다.”
“애리조나? 왜?”
“애리조나 가을 리그에 참여하라던데.”
Arizona Fall League.
메이저리그.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진행되는 6주간의 리그.
드래프트 된 선수들은 그곳을 밟는다.
“오? 그럼 이번 드래프트 된 선수들과 만나는 거야?”
“나도 잘 모르는데 유망주들이라고 들었어. 거기서 11월까지 리그를 진행한다더라.”
“성적도 중요하겠네?”
“그 후에 마이너리그에 배정된다고 했으니까 아무래도?”
“마이너리그라. 정말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근데 대우가 좀 그렇네? 30억 받은 건 기분이 좋은데. 원래 미국은 이런가?”
“왜? 어떤데?”
“아니. 너무 방치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방치라.
여전히 도진은 상우의 말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250만 달러 인재한테 알아서 챙겨줘야지. 이건 좀 아니지 않아?”
“미국이 그런가 보지 뭐.”
도진도 아직 미국의 시스템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에 특별한 조언을 해주지 못했다.
오히려 상우가 자신보다 앞서 있었으므로 차후에 도움을 받게 되겠지.
“하여튼 난 오늘까지 쉬었다가 내일 애리조나로 출발한다. 아! 비행기 삯도 나보고 내라고 했다니까? 생각하니 열 받네.”
“30억 받았잖아.”
“그건 그거지. 너무하네.”
곱씹어본 도진 역시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상우 정도면 특급 유망주인데.’
물론 그런 유망주들도 메이저리그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해 은퇴하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뒤늦게 이 사실이 떠올랐지만, 도진은 모르는 척 상우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원래 프로가 그런가?”
“낸들 아냐. 어쨌거나 오늘은 나 좀 도와줘라.”
“뭘?”
“나도 모르지. 미국은 네가 더 잘 알 것 아니냐.”
이제 상우는 미국에서 생활한다.
지금 당장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게 무엇일까.
“너 핸드폰은 있냐.”
“있겠냐? 국대 때문에 여유 시간이 없었다고.”
“그럼, 핸드폰부터 하나 사고 밥이나 먹자. 네가 사라. 30억 부자.”
“30억 다 있는 건 아니야. 부모님 절반 드렸어.”
“효잔데?”
“메이저 올라갈 때까지 남은 절반의 돈으로 생활해야 해. 개 같은 게 숙소랑 이런 것도 안 해주더라? 전부 사비야.”
“그래서 넉넉히 줬나 보다.”
“나야 넉넉히 받아서 다행이지. 어휴. 진짜 해외 유망주들 평가가 이렇다니까?”
도진은 딱히 반박하지 않았다.
‘뭐. 어차피 메이저리그 올라가면 계약금은 의미가 없게 되지.’
물론 그 메이저리거가 되는 게 상당히 어렵지만, 상우는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었다.
* * *
핸드폰을 개통한 상우는 호들갑을 떨었다.
“까톡 깔면 되냐?”
“응. 미국인들은 까톡 안 쓰긴 하는데. 한국인들은 까톡 쓰지.”
“여기서도 까톡 통화는 무료야?”
“그렇지?”
“역시. 이렇게 보면 한국은 참 대단하다니까.”
“어. 그런데 미국 어플들도 다 무료 통화 지원함.”
“그러냐. 미국도 많이 발전했네?”
도진은 혀를 날름거렸다.
무료 통화가 지원되는 애플리케이션은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도 존재했다.
“뭐 먹을래.”
“뭐가 맛있지?”
“미국이야 뭐. 피자, 햄버거, 스테이크 맛있지. 근데 스테이크는 좀 비싸. 내가 아는 곳이 비싼 곳밖에 없거든. 인당 20만 원은 내야 할 수도?”
상우는 미간을 와락 구긴 채 머뭇거렸다.
하지만 그는 답답함을 참지 못했다.
“이런 말 해서 좀 그런데. 집안 사정 안 좋지 않아?”
“그렇지?”
“그런데 인당 20만 원짜리 스테이크를 처먹는다고? 너 불효자식이야?”
“그런 건 아니고. 학교에서 사줬어.”
“학교가 그런 비싼 음식을 사준다고?”
“우리 학교가 좀 부자야. 물론 야구부가 그만한 결과를 내서 그런 것도 있지만.”
상우의 입술이 툭 튀어나왔다.
“나 청룡기 우승했을 때도 고작 삼겹살이었는데?”
“이게 천조국 클래스다.”
상우는 입가의 침을 닦아냈다.
“비싼 거 먹자. 마이너리그 참여하는 순간 끼니도 힘들게 때운다고 들었어.”
“그럼 더 아껴야 하는 거 아닌가?”
“에이. 나 계약금 받자마자 미국에 날아왔다. 단 한 푼도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는 거지. 그리고 비단 야구 선수라면 잘 먹어야 하잖아?”
도진은 동의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선수가 다른 이유도 아닌 몸을 위해 사치를 부린다는데 충분히 눈감아 줄 수 있었다.
더욱이 아직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않은 선수의 통장에 15억이나 들어 있다.
그리고 마이너리그에서 야구만 하다 보면 돈 쓸 일도 극히 적겠지.
“버스 타자.”
“택시 타. 나 부자야.”
“거기까지 얼마 안 걸리는데 5만 원 나올 수도 있음. 괜찮냐?”
“버스 타자.”
도진은 상우를 알렉산더즈 스테이크 하우스로 안내했다.
이곳 말고는 아는 스테이크 집이 없었다.
검색해보면 나오겠지만, 이왕이면 아는 곳에서 능숙하게 리드해주고 싶었다.
그곳에 도착한 상우는 간판을 한번 휙 쳐다봤다.
“알렉산더…… 네 친구 스테이크 집도 하네.”
도진은 못 들은 척했다.
하지만 괜스레 달아오르는 부끄러운 감정을 억제할 수는 없었다.
일전에 자신이 했던 농담이랑 똑같았기 때문이다.
“드, 들어가자.”
안으로 이동한 도진은 상우를 대신해서 여유롭게 스테이크 주문을 끝냈다.
상우는 도진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너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알파벳도 간신히 외우지 않았었냐?
“그랬지. 너도 다른 건 몰라도 영어는 꼭 배워야 한다.”
“하. 나도 그게 걱정이다. 통역도 안 붙여주고.”
“그러니까 남은 돈으로는 좋은 과외 선생을 구해라. 넌 거침이 없어서 금방 배울 거다.”
“알았다.”
“미국 애들 덩치만 컸지 보기보다 훨씬 더 착해. 영어 좀 못해도 괜찮아. 대신 자신감을 잃는 순간 버려진다.”
“자신감이라. 개떡같이 영어로 말해도 괜찮냐?”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 섞인 미소도 동반되었다.
“내가 경험해봐서 알아. 물론 나는 적극적이지는 못했지만.”
“그런데 잘 적응하고 있네?”
“적어도 공부는 열심히 했으니까. 넌 공부를 열심히 할 시간이 부족하잖아. 그러니 적극적으로만 해.”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널 만나서 다행이다. 솔직히 에인절스와 계약 후 많이 후회했거든.”
“왜?”
“그야 영어도 못 하는 놈이 미국에 날아갈 생각 하니까 막막하더라고. 물론 너도 알다시피 30억이 적냐?”
“많지.”
그 돈이면 집안이 무너져내릴 걱정 따위는 없었을 테니까.
“나도 결국 돈 때문에 미국행을 선택했지만, 대부분 실패하잖아. 이유를 알겠더라고. 막상 날짜가 다가오니 겁나더라.”
“미지의 땅에서 적응하는 게 어렵긴 하지.”
“어. 그러니 궁금한 것들은 자주 물어볼게.”
“그래. 나도 수고비라 생각하고 얻어먹는 거야.”
“더 시킬래? 모자라지 않아?”
“음식 나오지도 않음.”
때마침 음식이 나왔다.
상우는 스테이크를 한입 크기로 썰었다.
“와. 미쳤다. 싹둑 잘리는데?”
그 정도는 아닌데.
도진은 대꾸하지 않았다.
상우는 한입 베어 물더니 황홀하다는 표정이었다.
“와. 이게 스테이크냐? 개 맛있네?”
“처음 먹지? 난 두 번째.”
“응. 너 고등학교 급식이나 처먹을 때 난 따로 스테이크 먹을 거야.”
“응. 우리 급식 뷔페.”
상우의 동공이 흔들렸다.
“진짜 뷔페야?”
“가끔.”
물론 급식이 아닌 운동부 특식이지만.
상우는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주제를 돌렸다.
“제수씨랑은 사귄 지 얼마나 됐냐?”
“아직 안 사귀는데?”
“도대체 왜? 누가 봐도 핑크빛 기류가 넘쳐흐르던데?”
“좋은 감정이긴 한데. 아직 이르지.”
“고3이라서?”
“뭐 그것도 있는데, 아무래도 서로의 꿈이 다르니까. 너도 알잖냐. 나는 야구 선수야. 그리고 미국 땅이 좀 크냐?”
“하긴. 여기저기 원정 다녀야지.”
“그리고 하리도 목표가 또렷해.”
“제수씨 목표는 뭔데.”
“최종 목표는 에이전트 설립.”
“에이전트? 우리, 그…… 스포츠 에이전트?”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와. 여성분이 대단하네? 도대체 왜 이 힘든 길을? 남자들만 있는 곳이라 텃세도 꽤 있을 텐데. 무시당할 수도 있고. 너도 알잖냐. 운동선수들 기 센 거.”
“그렇지. 근데 오빠가 차성현이래.”
“동대 중학교 선배 차성현? 전 메이저. 아니 마이너리거?”
도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도 부당 계약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묻지 않았다.
“그래서 완벽한 에이전트를 차리겠다고 법부터 전공할 거란다.”
“법? 판사, 변호사 그 법? 이건 아닌가? 어쨌거나 둘 다 바쁘겠네.”
“그래서 보류하는 거지.”
“잘 생각했네. 나중에 둘 다 꿈을 이룬 후에 정식으로 만나는 게 좋겠어.”
“그럴 생각이야. 하리도 같은 생각이고.”
“우와. 썸을 최소 몇 년을 타는 거야? 참고로 썸이 더 나을 때도 있는 거 알지?”
“아는 척 얘기하지 마라. 이 모쏠아.”
“닥쳐. 너도 썸이니까 따지고 보면 모쏠이잖아!”
도진은 팩트에 입을 꾹 다물었다.
상우는 그래도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청 이쁜 썸녀도 있고. 미국 생활도 즐거워 보이고. 적응도 잘하고 있고.”
“너도 적응하면 되지.”
“그러면 되겠지? 그때 되면 나도 널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겠지?”
상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을 덧붙였다.
“아니지. 이미 난 30억의 사나인데. 내가 김도진을 부러워할 이유가 뭐가 있지? 고작 코흘리개 고딩 따위를?”
상우의 의기양양한 표정에도 도진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핸드폰 진동이 연달아 울렸기 때문이다.
“잠깐만.”
“왜. 제수씨냐? 갑자기 또 부럽네.”
“아니야. 나 잠깐만.”
연락해 온 주인공은 다름 아닌 조엘 오스틴이었다.
[조엘: 우승 축하한다.] [나: 감사합니다.] [조엘: 우리 미국을 이기다니. 속이 좀 쓰리긴 한데 후배라서 봐준다.] [나: 애들 노는 U-18이잖아요. 미국은 작년 WBC 폭격했더만요. 한국 상대로 등판해서 6이닝 퍼펙트는 심했어요. 저도 조엘 미워합니다?] [조엘: LOL. 특급 후배에게 미움받을 수는 없지. 여튼 시즌 잘 치러라. 올해가 마지막이잖아?] [나: 그렇죠. 조엘도 마무리 잘하세요.] [조엘: 그래. 우승 반지 획득하면 자랑하러 가마.]도진이 핸드폰을 다시 내려놓자 상우는 서둘러 물었다.
“남자냐?”
“나 아는 여자 하리 밖에 없어. 아, 제니퍼도 알긴 아네. 친구 동생이지만.”
“얼~ 일! 편! 단! 심! 근데 왜 남자랑 연락함? 취향이 바뀜?”
“우상이라서.”
“우상? 우산 아니고?”
“조엘 오스틴이라고. 우리 학교 선배 있어.”
“이 새끼 말하는 거 봐라. 누가 들으면 다저스 1선발 말하는 줄…….”
상우는 도진의 무덤덤한 표정에 눈에 광기가 서렸다.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상기된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니잖아? 어? 진짜 아니잖아!”
“맞아.”
“지랄하지 마! 진짜 지랄하지 말라고! 왜 너만 영어 잘하고 미인 썸녀랑 꽁냥대면서 할리우드 미녀 배우와도 노닥거리더니 어째서 메이저리거까지 알고 있는데!”
도진의 턱이 벌어졌다.
‘래퍼인 줄.’
하지만 그는 진심으로 억울해 보였다.
그러니 더욱 억울하게 만들어줘야겠지.
“코치도 받음.”
“기만자! 개자식! 혼자만 행복하고! 나도 미국 올걸! 왜 연락 안 했냐고!”
물론 상우의 울부짖음은 그대로 끝이 났다.
식당 내 웨이터가 그를 자제시켰기 때문이다.
* * *
상우는 도진의 기숙사에서 하루 자고 애리조나로 향하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간다. 고딩. 고생해라.”
도진은 학교 수업 때문에 상우를 배웅하지 않았다.
수업이 끝이 난 후에는 실내 연습장으로 이동했다.
근 3주를 비워서 그런가?
그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조차 조금은 어색했다.
“오! 우승자다!”
실내 연습장을 진입하는 순간 들려오는 목소리였다.
“이야! 우승자! 리그 우승에 U-18 우승까지! 벌써 타이틀이 2개나 얻었네?”
“경기 잘 봤다. 진짜 자비 없더라.”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미국에 가차 없는 그 주인공은 다름 아닌 킴!”
선수들의 환대에 도진은 뒤통수를 벅벅 긁었다.
그러자 이번에 합류한 메이저리거의 아들 페르난도는 어깨에 배트를 얹은 채 어슬렁어슬렁 다가왔다.
“헤이 올드 맨!”
늙은이라니.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피식 웃었다.
신입생이 저렇게 자신감이 넘쳐서니 팀에 도움이 될 것이 확실했다.
“운 좋은 줄 알아요. 제가 미국 대표팀에 발탁됐으면 한국 우승 못 했어요.”
“그러게. 아쉽겠어.”
페르난도는 혀를 찼다.
“뭐야. 하나도 안 아쉬워하잖아. 설마 무시? 한판 붙을래요?”
“연습이나 해. 우리에겐 중요한 목표가 있잖아.”
“오늘만 봐줍니다.”
도진은 손을 휘휘 저었다.
그러자 마이크와 알렉산더가 도진의 뒤에서 나타났다.
“기분 좋아 보이는군.”
마이크는 알렉산더의 말에 힘을 실었다.
“기만이네. 오자마자 연습하는 놈이 입구에 멀뚱히 서 있는 거 봐라.”
도진도 유유히 받아쳤다.
“페르난도 때문이야.”
“핑계 보소. 후배에게 책임을 전가하겠다?”
“우리 이제 아군이다. 아군의 사기를 깎아도 되는 거냐?”
마이크는 도진의 등을 툭 치더니 주제를 돌렸다.
“소식. 아직 못 들었지?”
“무슨?”
“있어. 궁금해할 법한 소식. 동기부여도 될 거고.”
때마침 감독 사무실에서 제니퍼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도진을 발견하더니 총총걸음으로 거리를 좁혔다.
“킴! 우승 축하해요!”
“고마워.”
“이거 보셔야죠?”
그녀는 잡지 하나를 내밀었다.
그 잡지는 다름 아닌 캘리포니아 베이스볼 매거진이었다.
“제가 접어 넣은 곳 펼쳐서 보시면 돼요.”
도진은 잡지를 펼쳤다.
그 순간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왔구나.’
다름 아닌 이번 시즌 드래프트 예상 순위 겸 선수에 대한 평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