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87)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87화(87/400)
도진은 잡지를 들고 입구 근처에 앉아 벽에 등을 기댔다.
알렉산더와 마이크도 도진의 양옆에 앉았다.
도진은 곧장 제니퍼가 접어둔 페이지를 열었다.
[메이저리그 드래프트 예상 랭킹] [타자 부분]1. 놀란 카브레라. 뷰포드 고등학교.
2. 존 앤더슨. 루이지애나 주립대학교.
3. 제임스 스미스. 사우든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4. 마이클 존슨. 반더빌트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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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위. 타카시 사토. NY 고등학교.
20위. 알렉산더 로데온. FS 고등학교.
29위. 도진 킴. FS 고등학교.
56위. 마이크 화이트. FS 고등학교.
[투수 부분]1. 토마스 핸더슨.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2. 로버트 프랭클린. 텍사스 공과대학교.
3. 데이비드 설리반. 마이애미 주립대학교.
4. 윌리엄 미첼. 애리조나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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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위. 도진 킴. FS 고등학교.
11위. 다카시 사토. NY 고등학교.
순위를 확인한 마이크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젠장. 나만 30위 안에 못 들어갔네.”
도진은 마이크의 어깨를 도닥였다.
“에이. 너무 상심하지 마. 너 야구 복귀한 지 이제 1년 됐잖아.”
“닥쳐. 넌 그럼 2년 됐냐?”
도진은 마이크의 역정을 여유롭게 무시하고 순위 평가가 매겨진 정보를 읽었다.
[놀란 카브레라- 완성형 선수. 5툴 플레이어. 당장 빅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없음.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뽑힐 가능성이 매우 큼.] [존 앤더슨- 3년 전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였던 선수. 신체가 더 완성됨. 당장 빅리그에서 뛰어도 손색없음.]‘놀란 카브레라가 대단하긴 하구나.’
대부분 대학생이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그 가운데 고등학생인 놀란 카브레라의 1순위는 고정이었다.
마이크는 도진의 눈빛을 눈치챘다.
“캘리포니아 잡지라 조금 우리 쪽으로 우수한 평가가 나온 것도 있을 거야. 물론 전문가들과 스카우트들이 종합해서 내린 평가긴 하지만, 주마다 순위는 조금씩 달라.”
“맹신할 필요는 없는 거네?”
“그렇지? 이건 개인적인 평가가 종합된 것뿐이야.”
알렉산더도 덧붙였다.
“드래프트는 선수의 통계치 잠재력, 팀의 필요성 등을 고려한다. 거기에 부상 여부와 포텐셜 등등. 변수가 많지. 최종적으로는 막상 구단이 어떤 선수를 원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놀란은 대단하네.”
고등학생 1라운드 1순위는 선수가 가진 포텐 때문에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이런 압도적인 평가는 드물었다.
알렉산더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같이 연습해보면서 느꼈다. 레벨이 다르다. 물론 노력 여하에 따라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격차다.”
“타자 부분 20위 알렉산더. 지금 순위는 만족해?”
알렉산더는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도진은 그가 만족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평가는 읽어봐야겠지.’
[알렉산더 로데온- 5툴 플레이어. 장타력을 갖췄고 수비력도 뛰어남.단점. 미식축구와 병행하고 있어 그의 행보는 알 수 없음.]
“알렉산더. 너 미식축구 때문에 점수가 좀 깎인 것 같다?”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도진은 자신의 평가를 읽기 전 다다음 장을 넘겨 마이크의 평가부터 확인했다.
[마이크 화이트- 수비와 리드가 뛰어남. 블로킹 실수가 매우 적음.단점. 갖다 맞추는 능력은 타고나지만, 파워 면에서 보완이 필요해 보임.]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이거 그냥 예측성 발언이 아니라 널 완벽히 꿰고 있네?”
“닥쳐! 나 U-18에서 3할 6푼에 장타도 꽤 쳤어!”
“놀란이 6할이었지 장타가 절반이었고? 알렉산더가 5할에 장타가 절반이었지?”
물론 현대 야구에서 타율은 타자의 지표 중 극히 일부분이다.
아예 신경 쓰지 않는 전문가들도 상당수 존재했다.
그래도 U-18은 단기 토너먼트.
타율로 따지는 편이 제일 편했다.
마이크의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자 도진은 황급히 시선을 돌려 잡지에 고정했다.
[타카시 사토- 놀란 카브레라 다음으로 고등학생 중 타격이 제일 우수함. 컨택과 파워를 겸비했고 주루 속도도 갖춤.단점. 지명타자.]
‘지명타자면서 높은 순위를 기록한 건 타카시 사토의 타격 능력을 높이 샀다는 거네. 알렉산더보다도 높아.’
이번에도 마이크의 부연 설명이 들려왔다.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영향이 크지. NY는 결승전에 올랐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 우린 8강에서 떨어졌으니.”
FS는 NY에게 졌다.
충분히 이해되는 순위였다.
도진은 자신의 평가를 앞두고 심호흡을 푹 내쉬었다.
[도진 킴- 유틸리티 플레이어. 빅 리그급 수비력 보유. 어떤 포지션에도 훌륭하게 소화할 수 있음. 장타력과 주루 능력까지 겸비. 하지만 아직은 1년 차. 조금 더 지켜봐야 함.]‘아직 내 정보가 부족하긴 해.’
더욱이 2년 차부터 선수의 약점을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그건 내가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고.’
다음은 투수 부문이었다.
[도진 킴- 고등학생 투수 랭킹 1위. 최고 구속 99마일을 갖춘 파이어볼러. 제구력 구위 우수. 부상 없음. 삼진율 70%라는 고등학교 역사상 둘도 없는 경이로운 기록. 매우 유망.단점 더 높은 순위가 부여될 수 있는 포텐션을 갖췄지만, 아직 1년 차. 강타자들 상대로 제대로 증명한 바가 없음. 오프 스피드 볼의 부재.
PS. U-18 대회에서 한국을 우승으로 이끈 선수지만 기록이 부족함.]
‘박하다 박해.’
좋은 평가였다.
그래도 아쉬웠다.
고작 1년으로서는 완벽히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진율 70%가 훌륭한 기록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가 메이저리그 레벨도 아니라서 가능한 거지.’
아마추어 특성상 약한 타자들이 즐비했고, 그들이 90마일 후반대의 공을 쉽사리 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래도 괜찮아. 이번에 증명하면 되니까.’
잡지를 덮자 마이크가 물었다.
“그래도 고등학교 투수 부분 1위네. 타카시 사토를 제쳤어. 이제 1년 남았는데 투수에 전념하는 건 어때?”
알렉산더는 반대의 의견을 내비쳤다.
“굳이 포기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확실히 고등학교 레벨에서는 둘 다 잘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1주에 2경기밖에 안 뛰잖아? 근데 당장 루키리그만 가도 60경기, 싱글 A만 가도 132경기를 뛰는데?”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으니 선택과 집중을 하면 더욱 높은 가치가 부여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록에서도 나오듯 도진은 투수 지표가 더 좋았다.
하나만 갈고 닦으면 훨씬 뛰어난 선수가 되지 않을까?
이것이 마이크의 생각이었다.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야.’
하지만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도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감독님과 상의해보고 올게.”
* * *
도진은 노크 후 감독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래. 와서 앉지.”
도진은 도널드 감독이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고민이 있나 보군.”
“네. 오늘 드래프트 예상 랭킹 보고 나서 생각이 좀 많네요.”
“알 것 같군. 하나의 포지션만 집중할지. 아니면 지금처럼 쭉 갈지. 이것에 대한 고민인가?”
도진은 이곳을 찾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도널드 감독은 자신의 고민을 완벽히 파악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습니다.”
“그리 어려운 고민은 아니다.”
도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도널드 감독은 여유롭게 덧붙였다.
“네가 원하는 걸 해라.”
어떻게 보면 굉장히 무책임한 답변.
하지만 도진은 말뜻을 이해했다.
“정말 그래도 됩니까?”
“그래.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니다. 예상 랭킹일 뿐이지만 타자와 투수 부분에서 전부 1라운더 급 순위를 유지하지 않았던가?”
“그랬죠.”
“물론 도진 네가 투수 부분에서 훨씬 뛰어난 순위를 기록한 것은 맞지만, 타자 부분이 뒤처진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도진이 타자로서 훌륭한 것은 타격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수비 덕분이었다.
포수를 제외. 전 포지션이 가능한 선수는 구단의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도진은 수비로서도 만능이었으니 투수가 아닌 타자로서도 도진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당장 타자를 포기할 필요가 없다고 에둘러 말하는 도널드 감독이었다.
“예전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뛰었던 하성 킴을 알고 있겠지?”
“네.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김하성 선수. 같은 한국인으로서 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아시아인이면서도 내야수 수비 부분에서 메이저리그 탑급.
‘아니 탑이었지.’
내야 수비가 뛰어나다는 일본인들도 애를 먹는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은 힘 자체가 달라 타구의 질 자체가 달랐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한국인이 내야 수비에서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남긴 것이었다.
그 때문에 타격이 조금 부족하더라도 그는 언제나 주전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타격 지표도 좋아졌다.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투수를 하다가 타자로 전향하는 선수들도 많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네. 부상 때문에도 있지만, 뒤늦게 다른 재능을 찾아서 전향하는 때도 있죠.”
“그러니 답은 나왔구나. 어차피 넌 아직 고등학생이다. 하고 싶은 걸 다 해라. 그리고 나중에는 한 가지를 선택하든, 지금처럼 투타 겸업을 하든. 그것도 온전히 너의 몫이 될 것이다.”
“아직은 설레발이지만 구단에서 이해해 줄까요?”
“이해 못 할 건 또 뭐지? 우린 그런 케이스를 이미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랬죠.”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꾼 일본인 선수가 있지 않은가?
오타니 쇼헤이.
전문가들 역시 그 선수에게 하나만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비웃기라도 하듯 두 부분에서 모두 훌륭한 기록을 세웠다.
그로부터 투타 겸업에 대한 인식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나는 자네 역시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네. 물론 미래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무기가 많다는 건 전부 자네에게 득이 되지.”
그래도 본인이 원해서 하나의 포지션만 갈고 닦고 싶다면 그 또한 말리지 않는다고.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제 가치를 알아주는 구단이 나타나겠죠.”
“나도 그러리라 믿는다.”
“그럼 나가보겠습니다.”
“함께 나가지.”
* * *
도진과 함께 사무실을 벗어난 도널드 감독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모두 주목.”
선수들이 입하나 뻥긋하지 않자 도널드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일단 U-18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복귀했다. 그 선수들에게 지금까지의 진행 상황을 알려주겠다.”
FS는 U-18 대회 동안 리그에서 2경기를 진행했다.
성적은 2승 0패를 기록 중이었다.
그것도 개막전 상대가 다름 아닌 산타모니카였다.
데이브와 마무리 투수 제임스가 빠진 산타모니카지만 FS는 주축 멤버 셋이나 빠졌음에도 그들을 이겼다.
페르난도가 어깨를 으쓱했다.
“F***ing Easy. 산타모니카.”
페르난도 반즈는 FS가 치른 2경기에서 무려 8타수 8안타 3홈런 6타점을 올렸다.
이제 입학한 신입생이 말도 안 되는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디에고 반즈 역시 도진의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웠다.
산타모니카 전에 등판해 5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선보였다.
이 소식을 처음 접한 도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게 메이저리거의 피가 흐르는 유망주인가?’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미국엔 괴물이 참 많다.
정말 파도 파도 끝없이 나오는 게 정상급 유망주들이었다.
그런 유망주가 지금 FS에 둘씩이나 포함되었다.
‘배울 것도 많겠어.’
머리가 맑아진 도진은 잡지에 적힌 글귀가 떠올랐다.
-오프 스피드볼의 부재.
패스트볼을 뒷받침해줄 변화구가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물론 지금 당장 변화구를 하나 더 추가할 생각은 없어.’
투심을 더욱 완벽하게 갈고 닦는다.
조엘은 완벽해질 때까지 투심을 익히라고 했으니까.
U-18 대회에서 처음 투심을 던졌고 결과는 좋았지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손끝에 채는 느낌이 제각각 달랐고, 무브먼트도 일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저번 시즌과 U-18 대회에서도 불펜으로 뛰었다.
선발 투수로서 경험이 현저히 부족했다.
‘그래도 새로운 얼굴들 덕분에 경험을 좀 더 편하게 쌓을 수 있겠는데?’
FS의 다음 상대는 리버사이드(RS).
하지만 FS는 이제 완전체로 경기에 임한다.
팀이 강해졌기 때문에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필요는 없었으니 말이다.
‘리그에서 선발 실전 경험을 쌓으면서 투심을 완벽하게 가다듬는다.’
다음 목표인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
더 나아가 고등학교 최고의 위치에서 드래프트에 참여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여유와 완벽을 갖춰 걸음을 내디딜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