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90)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90화(90/400)
1회 말.
스코어는 3:0.
페르난도의 홈런을 시작으로 도진의 안타, 알렉산더의 볼넷 그리고 마이크의 2타점 2루타로 스코어는 벌어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도진이 마운드에 올랐다.
“우우우우우.”
도진은 거센 야유가 귓등을 후려쳤지만, 싱긋 웃었다.
‘귀엽네. 귀여워.’
확실히 작년과는 달랐다.
FS는 그만큼 강해졌고 자신 역시 성장했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위해서는 안주할 수 없었지만, 여유가 나쁜 건 아니었다.
투수의 필수 덕목이 다름 아닌 여유였으니까.
‘물론. 그렇게 여유 있다고 볼 수는 없나?’
페르난도 때문이었다.
그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악동이었다.
주장인 자신이 그를 케어해야만 했다.
‘그래도 실력만큼은 확실하지.’
무엇보다 그는 이제 갓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내기답지 않았다.
새내기가 새내기다워야 귀여운 면이 존재하지만, 도진은 그에게서 다양한 장점을 봤다.
‘이게 1위의 마음가짐인가?’
자신 역시 한국 최고의 유망주.
국적과 무대는 달랐지만, 페르난도와 같은 위치였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자신이 1위라는 자신감을 뿜어내는 스타일이었다.
그렇기에 도진은 새내기를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가 최고다. 그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
최고가 되려면 마음가짐 또한 비례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지만 놀란과 타카시 사토를 누르고 최고가 될 수 있어.’
물론 성격마저 페르난도처럼 바꿀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무언가가 바뀌긴 해야지. 저번 시즌에는 결국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잖아?’
마지막 시즌에 임하는 도진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신감 있는 피칭을 선보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잌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킴의 선발 데뷔전! 1회부터 3개의 삼진을 솎아내며 완벽한 피칭을 선보입니다!]* * *
1회를 끝낸 도진은 생각했다.
‘이제는 리그에서 날 막을 선수는 극히 드물어.’
이런 여유 덕분에 2회부터는 더욱 경기장을 넓게 봤다.
선수들의 실수나 긴장하는 모습에 괜찮다며 일일이 다독였다.
그리고 점수가 서서히 벌어져 긴장감이 느슨해질 때는 목소리를 높여 집중을 요구했다.
저번 시즌에는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했다면 이번 시즌에는 복합적인 부분까지 건드리기 시작했다.
물론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편이 개인 성적을 올리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
‘하지만 팀에서 슈퍼스타만큼이나 주장의 역할은 중요하거든.’
에티튜드. 자세.
메이저리거가 되어서도 필수 덕목이었다.
도진은 주장으로서의 롤 모델을 한때 한국 국가대표의 주장을 맡은 박지성 선수를 떠올렸다.
그를 이렇게 부르지 않았던가?
대한민국의 영원한 캡틴.
도진은 훌륭한 리더였던 그를 닮고 싶었다.
물론 동시대 사람도 아니었으며 종목도 다르다.
하지만 그는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에이스이자 주장이란 말에 누구도 반기를 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처럼 훌륭한 에이스이자 주장이 되려면 팀 내에서 모범이 되어야만 했다.
‘스포츠에서 모범이 되려면 인성도 중요하겠지만 결국 실력이 제일 중요하지.’
하지만 도진은 1회와 다르게 2회부터는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다.
실력이 제일이라는 마음가짐과는 별개 되는 성적이었지만 그만한 이유는 존재했다.
자신만의 무기를 갖추겠다며 그립에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연습과는 다르게 실전에서 무언가를 깨닫는 바가 많았으니까.’
그 결과 안타를 여럿 맡긴 했다.
원하는 성과를 즉각 얻지도 못했다.
우여곡절 속에서도 4회 역시 무실점으로 막고 내려왔지만.
그런 도진에게 오늘 등판이 없는 디에고가 다가왔다.
“Hey cap.”
그는 페르난도의 쌍둥이 동생이지만, 포지션부터 시작해서 성격조차 달랐다.
페르난도가 악동이라면 디에고는 굉장히 차분했다.
‘페르난도가 너무 망나니라서 디에고는 어른스러워진 건가?’
도진은 비어있는 옆자리를 손바닥으로 톡톡 쳤다.
“앉아.”
디에고는 도진의 옆에 앉더니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경기력이 들쭉날쭉한데요. 선배답지 않네요.”
“티 나?”
“네. 캡이 고작 RS에게 위기를 맞이할 선수는 아니니까요. 점수도 리드하고 있어 심적으로 불편하지도 않을 테고요. 부상은 아닌 것 같은데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진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 메이저리거의 아들은 눈부터가 다르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솔직히 우리 리그에서는 샌프란시스코나 산타모니카 완전체를 원정에서 만났을 때를 제외하면 긴장할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그래서 실전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었어.”
“다양한 시도라면 새로운 변화구인가요? 공이 손에서 빠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새로운 변화구는 아니지만, 그립에 미세한 변화를 줘서 공이 어떻게 나가는지. 손끝 감각은 또 어떤지. 이 부분을 확인하고 있었어.”
“하긴. 연습보다는 실전에서 테스트하는 부분이 제일 좋죠. 연습에서 잘 되던 구종이 실전 때 안 먹힐 때가 많으니까요.”
아무리 상대가 약팀이라도 실전과 연습은 다르다.
연습은 정말 편한 상태로 임할 수 있지만, 실전은 그럴 수 없었으니 말이다.
홈이면 그나마 낫겠지만, 결국 중요한 건 원정.
모든 것이 낯선 원정은 실전 감각과 새로운 것을 익히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디에고는 말을 이었다.
“그럼 캡은 혹시 하드 싱커의 무브먼트에 변화를 줄 생각이었나요?”
도진은 정답이 들려오자 놀랍다며 눈을 번뜩였다.
하드 싱커는 곧 투심이다.
누구는 싱커는 종으로 떨어지는 무브먼트, 투심은 횡적인 무브먼트가 강조되는 구종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두 구종 결국 싱커에 포함되어 있어 같은 의미였다.
물론 앞에 하드가 붙었다는 건 빠른 구속을 의미했지만, 그뿐이었다.
“맞아. 아직 완벽하지 않거든. 그래서 오히려 완벽하지 않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있었지.”
투심은 뱀처럼 역으로 휘어져 나가는 구질이다.
하지만 그건 긁혔을 때의 이야기.
투심을 던졌음에도 포심 패스트볼처럼 무브먼트 없이 공이 일직선으로만 향할 때도 다수 있었다.
“무브먼트가 전부 제각각이면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 없잖아? 그리고 이 부분은 결국 실투와 연관되며, 실투는 곧 실점으로 연결될 수 있지.”
그렇기에 도진은 같은 방법으로 다양한 구질을 생성해보려고 마운드에서 다양한 실험을 했다.
투수는 같은 그립으로 공을 던져도 다른 구질을 생성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횡이나 종적인 무브먼트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하나의 구종으로 두 가지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진은 디에고가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을 이었다.
“한때 하드 싱커의 대명사라 불렸던 탬파베이 레이스의 호세 알바라도 알지?”
“모를 수가 없죠. 그의 하드 싱커는 마구였잖아요.”
“마구라. 틀린 말은 아니지.”
그의 하드 싱커가 완벽히 긁혔을 때는 포심 패스트볼처럼 일직선으로 향했다.
그런데 한복판으로 향하던 공이 홈플레이트 부근에서 크게 휘어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무브먼트를 선보였다.
“하지만 그 선수도 100이면 100 전부 그 마구를 던졌던 건 아니잖아?”
그 역시도 무브먼트가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완벽히 긁힌 그의 하드 싱커는 상대의 헛스윙을 유발했지.”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습니다. 야구는 결국 확률 게임이니까요. 매번 좋은 공을 던질 수 없지만, 투수는 매번 좋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노력해야 하죠. 실전 훈련을 통해 감각을 끌어 올리려고 하신 거군요.”
도진은 실전 훈련이란 말에 피식 웃고 고개를 끄덕였다.
실전 뒤에 붙는 훈련이라는 어감이 매우 어울리지 않았으니까.
“맞아. 결국 그 확률에서 조금이라도 우위에 서려면 더욱 완벽한 공을 던져야 하는 게 투수의 사명이니까.”
무엇보다 메이저리거들은 마구를 쳐낸다.
뷰포드의 놀란은 자신의 투심을 우습게 쳐내지 않았던가?
‘심지어 실투도 아니었지.’
그렇기에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전까지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 놀란은 커녕 다른 타자들에게도 당할 수 있었다.
도진은 디에고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을 덧붙였다.
“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최대한으로 해보려고 해. 물론 구속이나 제구는 결국 재능이며 무브먼트 역시 마찬가지지만, 노력이 뒷받침되면 언젠간 원하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되겠지.”
“감사합니다. 덕분에 도움이 됐어요. 저도 캡처럼 여러 방면으로 더 노력해봐야겠습니다.”
“아냐. 나도 고민을 함께할 상대가 있어서 편했어. 혹시 좋은 의견 있으면 언제든지 알려줘.”
디에고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진은 저 행동의 의미를 알았다.
개인 성향이 강한 미국이다.
부모님을 제외한 다른 누군가에게 속 시원하게 약점을 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도 있었으니까.
더욱이 디에고는 훌륭한 유망주지만, 실력 면에선 아직 도진보다 아래였다.
‘그런데 내가 귀를 기울이겠다고 했으니 애매한 반응을 보였던 거겠지.’
배움에 끝이 있던가?
도진은 없다고 봤다.
자신보다 잘하든 못하든 그 누구에게도 조언받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반대로 누군가 벽에 가로막혔을 때 자신도 언제든지 성심성의껏 조언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것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향일 테니까.
도진의 미소에는 후련함이 묻어있었다.
‘내 의지로 주장이 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론 잘된 것 같네.’
* * *
FS는 RS전을 10:0 콜드 게임으로 승리했다.
도진은 경기가 끝난 직후 페르난도와 함께 다이닝에서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었다.
도진은 5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다.
페르난도 역시 오늘도 어김없이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3타수 3안타 1홈런 2타점.
3개의 안타가 전부 장타였다.
“킴. 우리 스테이크 먹죠. 제일 비싼 걸로.”
도진은 캐서린의 눈치를 힐끗 살폈다.
사주는 사람을 앞에 두고 비싼 걸 먹자니.
정말 철판도 이런 철판이 없었다.
무엇보다 캐서린도 아직 사회 초년생이나 다름없었다.
“킴. 괜찮아요. 먹고 싶은 거 먹어요.”
“음…… 그럼 저는…….”
“여기 립아이 스테이크 2개요! 아니. 기자님 거까지 3개요!”
캐서린은 자신은 안 먹어도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페르난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에이 어떻게 다 같이 먹는 자리에서 혼자만 안 먹어요. 그래도 정 배부르면 제가 대신 먹어드리죠.”
‘너 그냥 하나 더 먹고 싶어서 시킨 거구나?’
도진은 한숨을 내쉬며 페르난도를 힐끗 쳐다보고는 서둘러 캐서린에게 미안하다는 눈빛을 띠었다.
캐서린은 괜찮다며 미소로 답했다.
그 후 인터뷰는 곧바로 진행됐다.
캐서린은 팀장의 말마따나 도진도 함께 인터뷰에 참여했기에 더는 아쉽지 않았다.
“일단 인터뷰에 앞서 이번에 주장이 됐다면서요? 축하드려요.”
“네. 열심히 해봐야죠.”
“주장으로서 FS의 현주소를 간략하게 말해줄 수 있을까요?”
“음. 확실한 건 작년보다 강해진 것 같아요.”
“주위의 평가도 전부 좋아졌더라고요. 물론 새로운 강력한 얼굴들이 존재하지만, 기존 선수들 덕분에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은데요?”
페르난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물론 늙은이는 훌륭한 선수지만, 결국 새로운 얼굴이 합류해서 FS가 강해진 건 사실이죠.”
캐서린은 당황하며 물었다.
“페르난도 선수? 늙은이가 누구예요?”
“제 옆에 있잖아요.”
“킴이 늙은이라고요?”
“이제 마지막 시즌이니 늙은이죠. 은퇴할 때 됐으니까요.”
캐서린 도진과 페르난도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둘을 보자니 도진이 훨씬 더 어려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녀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
“고등학교 시즌을 말씀하시는 거죠?”
“일단은 그렇다고 해둘게요.”
캐서린은 도진을 힐끗 쳐다봤다.
도진 역시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그녀는 해탈하게 웃었다.
“하하. 그렇군요. 그럼 페르난도 선수에게 질문할게요. 왜 FS로 오셨어요?”
“재밌을 것 같아서? 약팀을 우승시켜야 제 가치가 올라가니까요. 차후에 드래프트 랭킹 1위가 되려면 지금부터 커리어를 쌓아야죠.”
“음. 충분히 잘 해내리라 믿어요. 저도 캘리포니아 출신으로서 반즈 형제가 합류해줘서 정말 고맙다고 생각해요.”
“그런가요? 그래도 전 임자 있어요.”
“네?”
캐서린이 당황하자 도진은 이마에 손을 얹고 문질렀다.
하아. 페르난도는 정말 어디로 튈지 몰랐다.
‘그건 그렇고. 제니퍼는 동의하지 않을 텐데…….’
캐서린은 페르난도의 성격을 파악한 것인지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준비된 질문을 이었다.
“오늘 상대 선수와 말다툼이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멘탈이 단단한 것 같아요. 결국 성적으로 보여줬잖아요? 평소에 멘탈을 어떻게 관리하세요?”
캐서린은 그가 훌륭한 활약을 펼쳤다고 칭찬한 것이었다.
도진은 이를 알았지만, 페르난도는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그 개 같은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다니까요? F***ing Ni****! 다음에 만나면 다리 몽둥이를! 읍! 읍!”
페르난도의 입을 성급히 막은 도진의 눈동자는 회의로 가득 차 있었다.
‘아. 진짜 주장 반납할까?’
도진이 이런 생각까지 할 만큼 페르난도는 통통 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