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91)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91화(91/400)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어느덧 전반기의 끝을 맞이하고 있었다.
FS는 총 17경기를 치러 17승 0패. 순항 중이었다.
더욱이 주장이 바뀐 FS는 팀 분위기 자체가 바뀌었다.
자유로운 미국에서 FS만큼은 해가 질 때까지 연습을 이어 나갔으니 말이다.
도진은 스윙 연습을 멈춘 후 소매로 이마를 닦아냈다.
‘이게 한국 스타일이긴 하지.’
밥만 먹고 하나만 주야장천 판다.
여기가 한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물론 강요는 없었다.
도진은 누구에게도 연습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처럼 제일 늦게까지 연습했을 뿐.
그로 인해 실력을 부쩍 향상한 선수들이 여럿 있었다.
‘의도하긴 했지만, 예상대로 돼서 다행이네.’
이뿐만이 아니었다.
도진은 벽에 가로막힌 후배들에게 언제나 조언을 해줬다.
그리고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도 깨닫는 바가 생겼다.
알렉산더와 마이크도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 빠르게 퍼져 다른 선후배들 사이도 돈독하게 만들었다.
“하아. 이러다가 선수 때려치우고 코치로 전향해야 하는 거 아닌지 몰라.”
마이크는 투덜거리며 도진의 옆에 섰다.
그는 시간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지금까지 남아서 연습하게 될 줄이야.”
도진은 피식 웃었다.
“그래서. 싫어? 네 약점인 타격이 보완되고 있잖아? 기록이 증명하고.”
마이크는 작년 시즌보다 타격 지표가 훨씬 좋아졌다.
“이게 과연 연습 때문일까? 그냥 내게도 여유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니고?”
도진은 마이크가 재능충이란 말을 듣고 싶다는 의미인 걸 알았다.
하지만 그가 듣고 싶은 말을 해주지는 않았다.
“연습 때문일걸? 우리 2년 차야.”
“하. 이 자식. 끝까지 인정 안 해주네.”
“솔직히 맞잖아? 너 작년까지만 해도 낮은 공 장타로 쳐내겠다고 자주 헛스윙했잖아. 그래서 투수들이 네 콜드존만 파고들었고.”
핫존과 콜드존.
총 9분할로 나누는 이것은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을 얘기한다.
몸쪽, 한복판, 바깥쪽을 기준으로 높은 공, 낮은 공, 그리고 중앙까지 전부 타율이 기록되어 있었다.
이 9칸 빙고는 타자가 어떤 코스에 강하고 약한지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였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네 단점이 연습 덕분에 보완됐고.”
마이크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닥쳐! 내가 콜드존을 노린 건 장타 때문이 아니야!”
“그럼?”
“그냥. 그냥…… 내가 키가 커서 그래.”
그게 키랑 무슨 상관이냐?
핑계도 참 가지가지다.
도진은 눈초리를 가늘게 찢고 마이크를 음흉하게 쳐다봤다.
결국 그는 마지못하다는 표정으로 인정했다.
“하. 그래. 연습 덕분에 타격 좋아졌다. 물론 내 재능도 들어간 거 알지?”
“그건 인정. 드래프트 2라운더의 재능을 깎아내릴 수는 없지.”
“놀리냐?”
“왜. 2라운더가 부끄러워?”
1라운더는 전미 30명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2라운더는 31위부터 60위까지였다.
매년 대학생을 포함 수천 명이 드래프트에 지원한다.
그리고 600명 정도만 뽑힌다.
그 해 60위 안에 든다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유망주란 의미.
그런데도 마이크는 내심 아쉬운 표정이었다.
“2라운더. 훌륭하지. 근데 안주할 생각은 없어.”
“그래.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하고 1라운더까지 올라가야지?”
도진이 덕담을 건네자 마이크는 모호한 표정을 지었다.
1라운더.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도진은 그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가능할 거다. 대신 내일모레 경기부터 이겨야지.”
“그래. 그리고 올해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나가야지만 네 말대로 나 역시도 1라운더까지 올라갈 수 있겠지.”
다음 경기이자 전반기 마지막 경기는 까다롭다고 소문난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였다.
“그리고 후반기에 산타모니카 원정까지 잡아서 우리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진출해야지.”
이제는 FS도 캘리포니아에서 강팀이 되었다.
그들이 신경 쓸 경기는 단둘.
바로 샌프란시스코와 산타모니카 원정경기였다.
그리고 당장 내일모레 샌프란시스코 원정이 예정되어 있었다.
* * *
도널드 감독은 샌프란시스코 원정을 하루 앞두고 선수들을 전부 집합시켰다.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일 경기의 중요성은 다들 알고 있겠지?”
“네!”
선수들이 일제히 대답하자 도널드 감독은 말을 덧붙였다.
“그래. 샌프란시스코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을 노리는 강팀으로서 쉽지 않은 상대다. 이번 시즌 성적이 알려주듯이 그들 역시 리그 무패. 결코 쉬운 경기가 되지는 않을 거다.”
샌프란시스코도 유망주들이 다수 몰려 신구의 조화를 완벽히 이루고 있었다.
작년 시즌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FS는 지금까지 연전연승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지만,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급 팀과는 올해 처음 맞붙는 경기.
산타모니카를 홈으로 불러들여 승리를 거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주축 선수가 빠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부분 비장한 표정을 내비치는 가운데 유독 자신감을 보이는 선수가 존재했다.
“산타모니카 따위. 제가 침몰시키죠!”
페르난도였다.
그가 내비친 자신감에 그 누구도 입 하나 뻥긋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리그를 폭격 중이었으니까.
타격 지표에서만큼은 도진과 알렉산더를 능가하고 있었다.
물론 맞붙었던 상대들이 도진과 알렉산더를 워낙 경계했던 바람에 상대적으로 페르난도와 마이크에게 찬스가 많이 난 것도 사실.
그렇다고 해도 웬만해선 찬스를 놓치지 않는 그의 실력은 진짜였다.
도널드 감독 역시 이미 페르난도의 성격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저런 자신감 넘치는 선수가 팀에 가져다주는 이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렇기에 굳이 제어하려고 들지 않았다.
“킴. 나와서 한마디 하지.”
도진은 감독이 자신을 호명하자 능숙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옆에 섰다.
“샌프란시스코 원정. 페르난도의 자신감은 좋지만, 이번만큼은 확실히 쉽지 않을 거야.”
“왜요?”
페르난도는 눈을 똘망똘망하게 뜨며 질문했다.
도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일단 평소보다 먼 길을 떠나야 하니까.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원정경기 분위기는 살벌해. 선수들 기량 역시 뛰어나고.”
1라운더급 선수인 카일리를 필두로 2라운더 급 선수도 3명이나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는 U-18 미국 대표팀의 1선발을 맡은 스테픈도 존재했다.
페르난도는 도진의 설명에도 여전히 여유가 넘쳤다.
“그럼 우리는 1라운더급 4명에 2라운더급 한 명이니까 우리가 우위에 있네요.”
“응?”
도진이 고개를 갸웃하자 페르난도는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일단 1라운더급에 캡틴과 알렉산더 선배. 그리고 저와 디에고가 있잖아요? 2라운더 급에는…….”
페르난도는 마이크를 힐끗 쳐다봤다.
마이크는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르더니 반박했다.
“야 이 개자식아! 넌 지금 랭킹에도 없잖아!”
페르난도는 귀를 후비는 시늉을 했다.
“전 3년 뒤에 1라운더 확정인데요? 아마 1라운드 1픽이 되지 않을까요?”
“그건 3년 뒤잖아!”
“뉘에뉘에! 2라운더의 외침 잘 들립니다.”
둘의 투덕거림에도 도진을 포함 그 누구도 페르난도를 제지하지 않았다.
이곳은 미국.
실력만 있으면 모든 게 용서되는 나라였다.
오죽했으면 범죄를 저질러 감옥에 갔던 선수마저도 실력만 있다면 메이저리그에 다시 발을 디딜 수 있었으니까.
마이크는 씩씩대더니 이내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넌 절대 제니퍼랑 결혼 못 해. 내가 반대할 거거든.”
“아니 매형! 이건 아니죠! 야구는 야구고 사생활은 사생활이죠!”
“누가 네 매형이야?”
선수들은 한 편의 코미디에 웃음을 참지 못했지만, 도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주장을 맡은 지 두 달 조금 더 지났는데, 난 얘네들을 도대체 어떻게 통제했냐.’
한숨이 절로 나오는 광경. 이게 야구부가 맞나 싶었다.
‘그보다 당사자의 의견은 어디 가고 왜 둘이 그래?’
도진의 생각이 들렸던 것인지 제니퍼는 혀를 찼다.
“쯧쯧. 둘 다 나잇값 좀 해라.”
그 즉시 둘은 입을 꾹 다물었다.
도진은 이마에 손을 얹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마이크는 동생의 혼삿길을 막질 않겠다고 난리를 치지 않나. 페르난도는 제니퍼에게 매번 까이면서 끝까지 저러질 않나.’
정말 피곤한 조합이었다.
그 때문에 도진은 해야 할 말을 전부 까먹었다.
‘샌프란시스코 원정인데. 이래도 되는 건가?’
도진은 도널드 감독을 힐끗 쳐다봤다.
그냥 내버려 두라는 표정이었다.
‘그래. 이게 FS니까.’
경기 당일에는 지금과는 다른 모습이겠지.
* * *
경기 당일.
FS는 이른 아침부터 원정길에 올랐다.
거리가 멀지 않더라도 비행기를 타고 가는 원정길은 피로를 불렀다.
도진은 버스에서 내려 선수들의 컨디션을 일일이 살폈다.
‘음. 확실히 신입생들이 꽤 고생하고 있네.’
타선의 7번부터 9번까지는 신입생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캘리포니아 MVP 크리스나 자말 역시도 얼굴이 동그랗게 떠 있었다.
‘저게 정상이긴 하지.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작년에 샌프란시스코 원정길에 올랐을 때 컨디션으로 고생 꽤나 했다.
그래서 홈에서 그들을 손쉽게 이겼을 때와는 다르게 원정은 굉장히 애를 먹었다.
‘다행이라면 페르난도와 디에고는 괜찮아 보이네.’
오늘은 디에고 역시 불펜 대기.
전반기 마지막 경기였기에 총력전이 예고되어 있었다.
FS는 가벼운 식사를 끝마치고 곧바로 그라운드로 이동했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2시간이나 남았음에도 경기장은 관중들로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기선제압. 시작됐구나.’
도진은 곧바로 몸을 푸는 대신 오늘 선발로 출전하는 새내기들에게 다가갔다.
“다들 긴장할 필요 없어. 지금까지 꾸준히 연습했잖아?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감사합니다. 캡틴.”
들려오는 새내기들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젖어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지.’
FS는 이번 시즌부터 훌륭한 신입생들을 받아 강해졌다.
하지만 신입생들은 결국 신입생들이었다.
FS 야구부는 재작년까지만 해도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 당시 FS 야구부에 입단해 2학년과 3학년이 된 선수들은 엄연히 신입생들보다 실력이 부족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는 그간 야구 명문으로서 2학년 3학년 라인도 탄탄했다.
무엇보다 1학년과 2, 3학년은 힘과 기술적인 면에서 전부 우위에 있었다.
경험 또한 그랬다.
적어도 샌프란시스코 2, 3학년은 이런 큰 경기의 분위기를 몸소 체험해봤다.
‘오늘 경기. 쉽지 않겠어.’
도진은 오히려 신입생들이 모인 자리를 벗어났다.
긴장을 풀어주겠다고 심각하게 다독였다가는 역효과가 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어차피 더 높은 곳을 바라보려면 선수들 스스로 이 중압감을 이겨내야만 해.’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 어느덧 경기는 10분을 앞두고 있었다.
양 팀 정렬을 끝내자 심판이 우렁찬 목소리를 내었다.
“악수!”
도진은 카일리에게 저벅저벅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카일리. 잘 부탁한다.”
“캘리포니아의 왕. 예전 같지 않던데. 소포모어 징크스인가?”
도진은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에 피식 웃고는 등을 돌렸다.
그간 마구를 장착하겠다고 실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맞지 않아도 될 안타를 상당수 맞았었다.
결과적으로는 원하던 마구를 장착하진 못했다.
정확히는 감도 잡지 못했다.
하지만 결과와는 별개로 자신감에 찌든 표정이었다.
‘미안한데.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는 실험할 생각이 없어.’
그러니 긴장해야 할 거다.
오늘 경기 부숴버리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향해 한 발자국 더 내디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