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92)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92화(92/400)
[경기를 찾아주신 시청자분들 안녕하십니까. 오늘 FS와 샌프란시스코의 전반기 마지막 경기입니다.] [양 팀 모두 페이스가 좋습니다. 무패를 달리고 있죠. 물론 FS는 17승 0패. 샌프란시스코는 16승 1무에요.] [샌프란시스코는 산타모니카와 홈에서 무승부를 기록했죠. 하지만 전체적인 지표로 보면 작년보다 더 강해졌어요.] [FS도 전체적인 타격 지표는 상승했지만, 주축 멤버인 킴과 알렉산더의 지표는 다소 하락하지 않았습니까?]그럴 수밖에 없었다.
저번 시즌 도진은 정말 많은 찬스를 받았고, 그 찬스를 대부분 살려 지표가 하늘을 뚫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들이 도진과의 승부를 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페르난도와 크리스, 마이크가 도맡아 잘해주고 있었지만, 도진의 타격 지표가 떨어진 건 사실이었다.
-솔직히 킴이 걱정되긴 해.
-인정. 타격 말고 투수 쪽에서도 그렇지 않나? 혹시 선발이랑 잘 안 맞나?
-요즘 안타를 좀 자주 맞더라. 실투도 많이 나오는 것 같고.
-의심하지 좀 마라. 방어율 0이다.
-맞음. 솔직히 작년 시즌과는 다르게 피안타율이 많이 올라가긴 했는데, 이닝도 훨씬 많이 소화하고 결국 여전히 방어율은 0임.
-90마일 중 후반대의 공을 쉽게 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상대가 메이저리거도 아니고.
-완급조절 때문에 피안타율이 많은 건 아닐까? 계투랑 선발은 엄연히 다르잖아.
-그런 것도 있을 듯? 근데 불안한 면도 있긴 해. 상대 역시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급 강팀이니까.
FS의 경기 시청자 수는 연일 최대치를 갱신하고 있었다.
20만 명은 기본이었으며, 오늘은 35만 명을 찍었다.
해설은 정신 사나운 채팅에도 진행을 이어 나갔다.
[FS는 오늘 경기 승리를 거머쥐며 다시 한번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진출에 힘을 실을 것입니다. 그럼 자랑스러운 FS의 라인업입니다.]1. 도미닉. 2B. L.
2. 마이크. C. R.
3. 도진 P. R.
4. 알렉산더. 3B. S.
5. 페르난도. SS. S.
6. 크리스. CF. L.
7. 린더. 1B. R.
8. 퍼시벌. LF. R
9. 다테우스. RF. R.
[마이크 선수가 2번 페르난도 선수가 5번인 타순입니다.] [이 라인업이 꽤 잘 먹혔죠? 킴과 알렉산더를 거르는 순간 페르난도가 전부 쓸어 담았어요.]-오늘도 부탁한다. 페르난도.
-강팀과의 상대는 처음인데. 잘하려나?
-믿어라. 메이저리거 아들이다.
샌프란시스코 해설은 FS의 라인업이 뜨자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확실히 강해진 FS입니다.] [그렇습니다. 이제는 선수들의 위상이 높아져서 더욱 그렇게 보이는 것도 있겠네요.]-미친.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거 맞음?
-네임밸류는 확실히 밀리긴 해. 아무래도 작년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에 참가한 3인방은 여전히 건재하니까. 그래도 타격 지표는 우리가 앞섬.
-인정. 야구는 결국 지표다.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입니다.]1. 라이언. CF. R.
2. 존. 1B. L.
3. 딕. C. R.
4. 카일리. LF. R.
5. 코디. 2B. L.
6. 로버트. SS. R.
7. 윌리엄. DH. R.
8. 부커. RF. R.
9. 매그너스. 3B. L.
P. 스테픈. R.
-이렇게 보면 또 안 밀리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상대는 6번부터 9번까지 전부 1학년임.
-그리고 킴도 요즘 예전 같지 않던데? 스테픈보다도 피안타율이 높아.
-물론 여전히 방어율이 0이지만, 확실히 예전 그 모습은 아니더라.
-우리 FS 이기고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갈 수 있는 거냐고!
[이제 경기가 시작됩니다!]이런 저런 갑론을박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마침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1회 초.
스테픈은 환상적인 투구로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1번 타자에게 5구 삼진을.
마이크와 도진은 각각 중견수와 좌익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샌프란시스코를 응원하는 시청자들은 이번만큼은 정말 이길 수 있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진의 투구를 두 눈으로 접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도진이 마운드에 서자 마이크가 다가왔다.
“야. 오늘은 개 짓거리하지 마.”
개 짓거리는 실전 연습을 뜻했다.
도진 역시 그럴 생각은 일절 없었다.
“그럴 일 없어. 마구는 이번 경기 끝나고 방학 때 장착할 생각이거든.”
“풋. 지금까지 감도 잡지 못한 놈이 자신감 봐라.”
“장착하면 어쩔래. 내기?”
비웃던 마이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내기라니. 절대 사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도진이라면 왠지 겨울방학 기간에 정말로 마구를 하나 장착할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집중이나 해. 샌프란시스코 앞에 두고 여유를 부릴 때냐?”
“알았어. 오늘 스테픈 공 좋던데 질 수 없지.”
마이크는 입꼬리를 올린 채 도진의 어깨를 미트로 툭 치더니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홀로 남게 된 도진은 로진백을 들어 올렸다.
‘오랜만에 진중하게 경기에 임하겠네.’
그간 상대가 쉬워도 너무 쉬웠다.
긴장되는 상황을 맞이한 기억이 없다.
‘좋아 가볼까?’
도진은 타석에 타자가 들어서자 마이크의 사인에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초구부터 인정사정없었다.
와인드업 후 손을 떠난 공은 굉음을 내지르며 한복판으로 향했다.
타자가 배트를 완전히 휘두르기도 전에 투구는 이미 미트에 꽂혀버렸다.
퍼억.
전광판엔 초구부터 98마일이 찍혀 있었다.
그 때문에 사방에서는 한숨 섞인 탄성이 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번 시즌 선발로 나선 도진의 포심 패스트볼은 대개 96마일 언저리.
하지만 지금은 초구부터 98마일을 뿌려댔기 때문이다.
도진은 무뚝뚝한 표정으로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마이크의 일그러진 표정 역시 볼만했다.
그리고 그가 저런 표정을 보인 이유는 알고 있었다.
‘어때. 공 만족스럽지?’
공을 받은 손바닥이 저릿저릿하겠지.
오늘은 이 느낌 그대로 나아갈 생각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랔 아웃!”
3타자 연속 삼진.
이번 시즌만큼은 타격 지표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샌프란시스코의 타선은 도진에게는 그저 추풍낙엽이었다.
* * *
“젠장!”
스테픈은 타자들이 연달아 삼진을 당하자 욕설이 절로 튀어나왔다.
물론 타자들을 직접적으로 욕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발톱을 감춰둔 도진의 모습 때문이었다.
“하긴. 뭔가 이상했어.”
도진은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 더 나아가 U-18에서 미국을 이긴 장본인이었다.
그런 그의 실력이 갑자기 하락했을 리가 없었다.
“조금만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 거였는데.”
솔직한 말로 그저 바람이었다.
도진이 자체적으로 무너졌으면 했으니까.
하지만 무너지기는커녕 초구부터 강속구를 펑펑 뿌려대고 있었다.
공이 미트에 꽂힐 때마다 펑펑 터지는 요란한 소리를 내었다.
구위 역시 최상이란 뜻.
타자들은 당연히 상식 밖의 소리가 들려오면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타석에 들어서지 못한 카일리는 스테픈의 어깨를 툭 쳤다.
“캘리포니아의 왕이 왜 여태껏 좋지 못한 모습을 보인지 알 것 같군.”
“어. 리그는 더는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깨달은 거겠지. 대충 던진 거였어. 하긴. 공이 손에서 자주 빠지는 장면이 나왔는데 실전에서 연습이나 하고 있었다니.”
질투가 두 선수의 심장을 쿡쿡 찔렀다.
솔직한 말로 도진은 이제 정말 다른 세계의 사람이 된 것만 같았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더 높은 곳에 있어야 할 선수였다.
“카일리. 넌 이길 수 있냐?”
카일리는 질문의 의도를 알아챘다.
스테픈은 오늘 경기 승산 있냐고 묻는 것이었다.
“글쎄. 정말 운이 좋게 홈런을 치지 않는 이상 웬만해선 점수를 내기 힘들겠지.”
“솔직한 말 고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거든.”
스테픈은 글러브를 손에 쥐고 더그아웃을 벗어났다.
어쩌면 다시는 없을 캘리포니아 최고의 투수와 마지막 맞대결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 마음가짐은 그의 심장을 뛰게 했다.
[숨 막히는 투수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킴이야 본래의 모습을 찾은 듯 보이며 스테픈 역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울부짖는 것 같습니다.]5회 말이 끝난 지금. 여전히 스코어는 0대0.
도진은 지금까지 주자 한 명만 출루시켰다.
스테픈은 3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내주었지만, 여전히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6회 초. 3번부터 시작하는 FS입니다.] [이번 이닝을 살려야겠죠. 자칫 잘못했다간 무승부가 될 수도 있습니다.]오늘 FS의 하위타선은 허수아비나 다름없었다.
샌프란시스코 원정길에 큰 부담을 안고 스윙조차 힘이 없었다.
이번 이닝에서 점수를 내지 못한다면 결국 하위타선까지 이어진다.
그 가운데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스테픈은 공을 만지작거렸다.
그의 눈동자에는 비장함이 묻어 있었다.
‘왔구나.’
오늘 경기의 승부처가 될 6회 초.
상대는 하필 도진이었다.
그 즉시 그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어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테픈은 입꼬리를 더욱 치켜세웠다.
오늘 앞서 두 번째 타석에서 그에게 볼넷 하나를 내주었지만, 첫 타석에서는 잡지 않았던가?
‘충분히 잡을 수 있어.’
타석에 들어선 도진 역시 스테픈에게서 자신감이 전달되자 입꼬리를 올렸다.
‘너도 성장했구나.’
도진은 벌써 스테픈을 네 번째 만났다.
그렇기에 그 역시도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밟고 올라가야 할 상대지.’
도진은 타격 자세를 잡았다.
스테픈 역시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장 와인드업했다.
투구는 바깥쪽 패스트볼.
심판의 선언은.
“스트라이크!”
도진은 입술을 동그랗게 말며 휘파람을 불었다.
‘이야. 아직도 공이 상당히 좋네.’
스테픈의 투구 수는 어느덧 80구를 향했다.
충분히 지칠 만큼 던졌음에도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도진은 다시 타격 자세를 잡았다.
2구는 몸쪽을 날카롭게 찌르고 들어왔다.
퍼억.
“스트라이크.”
0-2 카운트.
도진은 타석에서 한 발짝 벗어나 배트로 스파이클 톡톡 건드려 흙을 털어냈다.
그러고는 다시 타석에 들어섰다.
0-2 카운트.
도진은 스테픈에게 시선을 고정했지만, 포수의 눈알 굴리는 소리까지 들리는 듯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당한 수 싸움이 펼쳐지고 있었다.
3구.
스테픈은 와인드업했다.
포수는 굽혔던 무릎을 살짝 폈다.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하겠다는 뜻.
도진은 이를 눈치챘다.
손을 떠난 공이 눈높이로 향해 날아들자 몸이 먼저 반응했다.
따-악!
공이 배트와 만났다.
타구는 2루수 키를 우습게 넘기더니 우중간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도진은 배트를 내동댕이치며 곧장 베이스를 돌았다.
1루를 순식간에 주파한 그는 2루로.
이에 만족하지 못해 3루까지 내달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그의 속도 때문에 야수들은 마음이 급해졌다.
우익수에게서 공을 건네받은 2루수는 곧장 3루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급한 마음은 결국 실수를 유발하는 법.
도진은 3루수가 공을 잡지 못하고 뒤로 빠진 모습을 캐치하는 순간 그대로 홈으로 내달렸다.
“세이프! 세이프!”
스코어는 1:0.
그 한점으로 스테픈의 멘탈은 바사삭 무너져내렸다.
하지만 아직 경기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7회 말. 스코어는 3:0.
도진은 경기를 직접 마무리 짓겠다며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해보지 못한 최초의 완봉승을 달성하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