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94)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94화(94/400)
“조조조…… 조엘 오스틴?”
상우는 말을 심하게 더듬었다.
조엘은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오. 나를 아는 친구군. 누군지도 알겠고. 네 공을 받던 친구 아니던가?”
도진은 질문이 자신에게로 향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에인절스 유망주죠. 훈련할 곳이 없어서 불렀어요.”
“잘했네. 물론 나로서는 달갑지는 않지만.”
도진은 말뜻을 이해했다.
에인절스는 엄연히 다저스의 적이 아니던가?
물론 그의 표정은 적을 경계하는 모습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야 훌륭한 선수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메이저리그가 발전하는 법이니까.’
리그는 발전을 거듭할수록 선수들의 가치는 함께 올라가는 법.
그렇기에 적을 앞두고도 저렇게 생글생글 웃을 수 있겠지.
도진은 상우의 눈빛을 읽었다.
조엘과 대화를 나눠서 부럽다는 눈치였다.
“악수라도 해.”
“그그그…… 그래도 돼?”
“30억 유망주 자신감 어디 갔냐?”
“야! 난 30억이지만 이분은 조만간 수천억이잖아! 레벨이 다르다고!”
“하기 싫으면 말고.”
“헤헤. 누가 싫대?”
상우는 손바닥을 옷에 문지르더니 고스란히 조엘에게 내밀었다.
조엘은 상우가 내민 손을 맞잡았다.
“잘 부탁한다.”
“어…… 땡큐 베리 머치!”
도진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직 영어가 약해요.”
“영어야 배우면 되는 거지. 실력만 출중하면 되는 세계가 바로 메이저리그잖아?”
“아무래도 그렇죠?”
“그럼 난 먼저 들어가서 감독님과 인사 좀 나누겠다.”
“넵.”
조엘이 실내 연습장 안으로 들어갔다.
덩그러니 둘만 남게 되자 도진은 상우를 힐끗 쳐다봤다.
자신의 손바닥을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좋냐?”
“그럼 안 좋냐? 그냥 메이저리거도 아닌 다저스 1선발과 악수했는데?”
“짧지만 같이 훈련도 할 거야.”
“뭐? 진짜? 왜? 메이저리건데? 굳이?”
“그래서 아마 너처럼 3주 내내 있지는 못하겠지. 길어야 3일? 그러니 잘 보고 배워.”
상우는 비장한 표정으로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아, 알았어!”
“그렇다고 너무 귀찮게는 하지 말고.”
“안 그래!”
도진은 상우의 반응이 신기하지는 않았다.
자신 역시 그를 실제로 처음 봤을 때 똑같았으니까.
‘나 역시도 어쩔 줄 몰랐던 건 매한가지였지.’
도진은 완성된 그림이 시야에 들어오자 양쪽 입꼬리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았다.
‘이로써 풍족한 겨울 방학이 되겠지.’
* * *
메이저리거가 모교를 방문했다.
선수들은 당연히 가만히 있지 않았다.
사인을 해달라, 악수해달라.
조엘은 선수들과도 일일이 인사를 나눈 후 감독 사무실의 소파에 몸을 맡겼다.
“선수들이 활기차네요.”
“커피?”
“물이요.”
도널드 감독은 컵에다 물 한잔을 담아 건넨 후 맞은편에 앉았다.
“와줘서 고맙다.”
“이 정도야 뭐. 물론 3주 내내는 못 있어요. 저도 슬슬 개인 훈련을 해야 하니까요.”
“그럼. 잘 알지.”
“3일 정도 있을 생각이에요. 물론 전 출퇴근 합니다? 푹신한 집 침대 놔두고 기숙사 침대를 사용하고 싶지는 않아요.”
“바라던 바네.”
잠깐 말이 끊기려는 찰나 도널드가 말을 덧붙였다.
“플레이오프 아쉬웠어.”
“아! 감독님! 다 잊었는데 아픈 부분을 다시 찌르시네요? 저 킴한테 우승하고 자랑하러 온다고 했거든요? 근데 결국 반지 없이 방문하게 됐어요.”
“허허. 표정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메이저리그가 다 그렇죠. 우승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곳이 아니잖아요. 근데 아쉽긴 해요.”
“어떤 부분이?”
“우승 못 할 거면 차라리 리그 성적이라도 좋지 말든가. 드래프트 순위도 밀렸잖아요.”
도널드 감독은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저스도 도진을 노리고 있나? 꼴찌를 하지 않는다면 힘들겠군.”
“그렇죠. 너무 컸어요. 저는 잠재력을 바로 알아봤지만요. 사실 이렇게 될 줄도 알았죠.”
조엘은 내뱉은 말과는 다르게 후련한 표정을 지었다.
“슬프지만 이 기분을 풀어낼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FS가 우승하면 그걸로 괜찮을 거 같아요. 그러니 부탁드려요.”
“그래서 자네도 이곳에 직접 방문한 거 아니던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도와야죠. 아! 그건 그렇고. 감독님 복귀 안 하세요?”
조엘에게 복귀란 프로를 뜻했고.
즉, 메이저리그였다.
“다수 구단들이 감독 제의했다고 알고 있거든요? 하긴. 10년 암흑기의 캘리포니아를 깨부쉈고 상대적 약체 FS를 8강까지 올린 감독이니 몸값이 높아지는 건 당연하지만요.”
“자네는 내 목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나.”
“알죠. 맡은 팀은 무조건 우승시킬 때까지 나가지 않는다. 그리고 FS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고 떠난다고 하셨죠. 제가 보기엔 금방이겠네요.”
“다저스도 우승 못 했는데, FS는 그보다 확률이 희박해.”
“그래도 첫 번째 목표는 달성하셨잖아요?”
FS를 강팀 반열에 올려놓는 것.
조엘이 FS에 존재했던 7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때는 혼자서 북 치고 장구 치고 했다면 지금은 쟁쟁한 선수들이 꽤 많았다.
킴을 필두로 졸업반 라인이 건재했고 1학년 대형 유망주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렇게까지 팀 수준을 올리는 게 어려울 뿐.
한번 올려놨으니 앞으로 FS가 다시 떨어지는 일은 먼 훗날의 얘기일 것이다.
“내 능력은 아니지. 다 선수들이 잘 해줘서 그런 거고.”
“핵심 선수 킴을 발굴한 건 결국 감독님이잖아요?”
도널드는 FS 야구부 감독이다.
하지만 그는 직접 발로 뛰며 선수 풀을 늘리겠다는 노력을 쉬지 않았다.
그러니 원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대체 어떤 감독이 아마추어 야구부에서도 취미격인 방과 후 야구부까지 일일이 돌아보겠는가?
“그래도 요즘엔 안 그러시죠?”
“이제는 알아서 찾아오지. 이 또한 내 능력은 아니라네. 전부 선수들이 훌륭하게 성장해서 그런 거니까.”
“감독님은 어떨 때 보면 아시아인 같아요.”
물론 미국에서도 겸손한 부류는 어디에든 있다.
그런데 더 겸손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인을 알 것 같지만.’
그리고 자신이 이곳에 방문한 이유가 바로 그 원인 제공자의 요청 때문이었다.
“그럼 전 나가볼게요? 노닥거릴 시간은 아닌 것 같아요.”
* * *
조엘은 사무실을 벗어나 곧장 도진을 찾았다.
“일단 연대기를 좀 들어볼까?”
“이번 시즌을 얘기하시는 거죠?”
“그래. 폼 바꾼 것부터 U-18 우승은 당연히 알고 있지.”
이미 메시지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조엘은 이마에 손을 얹었다.
“아. 기분이 언짢네.”
도진은 저 말의 의미를 단번에 캐치했다.
“다저스. 아쉬웠습니다.”
“그래. 넌 우승했는데 난 못했다.”
“제가 먼저 얘기 꺼낸 건 아닙니다?”
“예전처럼 쩔쩔매지도 않고. 이제 미국 생활도 완전히 적응됐나 보네.”
“그것도 있지만, 연락도 가끔 주고받았으니까요. 그리고 한두 번 본 사이도 아니잖아요?”
조엘이 혀를 날름거리자 도진은 말을 덧붙였다.
“아시겠지만 투심은 장착했어요. 선발로서의 감도 찾았고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투심에 변화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무브먼트겠군. 결과는?”
도진은 한숨을 푹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소득은 없었습니다.”
“소득이 없다? 일단 한번 봐야겠다.”
도진은 주위를 살폈다.
선수들은 이미 훈련에 돌입했다.
그렇기에 홀로 덩그러니 어쩔 줄 몰라 하는 상우를 불렀다.
“와서 공 좀 받아줘. 괜찮지?”
“물론이지!”
상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포수 장비를 착용했다.
도진은 지체없이 와인드업했다.
공 10개 전부 투심을 던졌다.
“거기까지.”
조엘은 상우에게도 다가오라며 손짓했다.
상우 역시 쫄레쫄레 거리를 좁히자 곧장 입을 열었다.
“이 친구 투심 어때?”
도진은 둘의 대화에 통역을 도맡았다.
“솔직히 제 친구라서가 아니라 괜찮은 것 같아요.”
“정말 그저 괜찮은 수준이야? 아니면 좋은 거야.”
“한국에서는 이런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습니다. 적어도 제가 받아본 공에서는요. 손바닥이 저릿저릿해서 제 기준으로는 구위까지 좋아요.”
조엘은 이제 도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들었지?”
“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칭찬에도 도진의 표정은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그래도 저는 만족하지 못합니다.”
“왜지?”
“안타를 자주 맞았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무브먼트에 변화를 주려고 했던 거고?”
“맞아요.”
“자. 너는 하나만 알고 있어. 일단 네 친구 말처럼 투심은 나쁘지 않아. 고등학생이 던지는 투심에서는 최상이야. 내가 장담해.”
도진은 즉각 반박했다.
“그런데 놀란은 제 공을 처음 접했음에도 우습게 쳐냈고, 지금은 샌프란시스코의 카일리도 대응했습니다.”
조엘은 도진의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이다.”
“뭐가요?”
“네가 진짜 고등학생이란 게 실감이 나. 솔직히 환생이나 회귀라도 한 줄 알았거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다행이란 거지.”
도진이 머리를 긁적이자 조엘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놀란 카브레라의 드래프트 예상 랭킹 순위가 몇 위였지?”
메이저리거들도 새로운 얼굴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
더욱이 1위를 모르는 선수는 없었다.
“1위죠.”
“1위한테 맞아서 억울해?”
도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못 했다.
듣고 보니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으니까.
본인이 그보다 위에 섰다면 또 모를까.
지금은 자신도 인정할 만큼 자신은 그보다 아래였다.
“그리고 카일리. 캘리포니아 소속이라 나도 잘 알지. 그 친구가 어디 10라운드급 즘 되나 봐?”
“아닙니다.”
“내가 알기론 훨씬 윈데. 네가 더 잘 알 테니 직접 한번 얘기해볼래?”
“1라운더급 선수입니다.”
“잘 아네. 다시 물어볼게. 억울해?”
도진은 눈을 질끈 감고 속으로 반성했다.
투수가 타자의 우위에 선다고 안타를 일절 허용하지 않을 수가 있는가?
그런 일은 존재하지 않았다.
매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 자리에 올라 수상하는 사이영상.
그 선수들도 방어율이란 것이 존재했다.
실점을 한다는 의미였다.
“투심의 대가라고 불렸던 그렉 매덕스. 그 레전드 선수의 통산 평균 자책점 역시 3.16이었어. 그 시절 생소했던 투심이지만, 지금에서도 마구라고 불릴 만큼 훌륭한 공을 던져댔음에도 말이야.”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조엘은 도진의 어깨를 툭 쳤다.
“아냐. 그럴 수 있어. 솔직히 아직 아마추어잖아? 특히나 리그 2시즌 연속 방어율 0을 기록하는 너는 더욱 그런 생각이 들만해. 하지만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마인드 셋을 바꾸긴 해야 하지.”
“네. 그래도 저는 우승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투심으로는 우승하지 못할 겁니다.”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 괴물이 판치는 미국에서. 특히나 최고의 대회라고 불리는 하이스쿨 인비테이셔널은 나 역시도 우승하지 못했으니까. 쉽지 않지. 그리고 포심과 투심 위주로 경기 운용을 하니까 더 어렵겠지.”
도진의 주무기는 포심과 투심 패스트볼.
하지만 이 두 가지의 구종이 주 무기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패스트볼밖에 던질 줄 몰랐으니까.
커브라는 변화구를 장착했지만, 결국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 있게 던질 수 있는 공은 패스트볼 단 하나였다.
조엘은 말을 덧붙였다.
“물론 그게 나쁜 건 아니지. 네 의도도 알겠어. 슬라이더 같은 변화구를 장착했으면 넌 지금보다 훨씬 훌륭한 선수였겠지만 부상 때문에 자제하고 있잖아?”
도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어떻게 자신을 이렇게 꿰뚫어 볼 수 있는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상담조차 한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네가 슬라이더를 아직 장착하는 것을 원치 않아. 네 가치를 떨어뜨리고 싶지 않거든.”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리포트에는 선수에 대한 모든 것이 들어간다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 선수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부상 여부는 존재하는지.
이것이 선수의 가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도진이 이 상태 그대로 졸업한다?
그래도 그의 가치는 높을 것이다.
마이너스가 될만한 요소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는 아마추어 최고의 대회의 우승을 갈망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패스트볼만으로는 우승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미국은 빠른 공을 제일 잘 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었으니까.
“마구 급의 하드 싱커를 보유하겠다는 네 계획. 지금은 잘못됐어. 그건 신체도 더 자라나야 하고 경험도 필요하며 투구에 완전히 힘을 실을 때나 가능한 얘기거든.”
고등학생이 그걸 완벽히 해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
도진의 눈동자는 아쉬움을 담았다.
하지만 조엘은 역으로 입꼬리를 더욱 올렸다.
“그런데 말이야. 훈련 방법이 아주 잘못된 건 아니야.”
지금까지 전부 틀렸다고 했으면서 잘못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왜요?”
“그야. 넌 새로운 구종을 장착할 때가 됐거든. 넌 지금까지 그 훈련을 누구보다 잘 소화해냈고. 그리고 이 구종은 슬라이더만큼 부상 빈도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며, 투심과도 굉장히 잘 어울린다.”
무엇보다 도진이 투심을 완벽히 장착하기 전까지 기다렸다.
투심과 던지는 원리와 손끝 감각마저 거의 일치한다고 알려졌으니 말이다.
“서클 체인지업. 킴. 한 단계 더 올라설 때가 됐다.”
그 한 단계가 결국 정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