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eball genius who chews up America RAW novel - Chapter (95)
미국 씹어먹는 야구 천재-95화(95/400)
서클 체인지업.
이 구종을 알기 전에 싱커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싱킹 패스트볼, 투심, 서클 체인지업, 스크류볼은 큰 범위 안에서는 모두 싱커라고 분류된다.
물론 서클 체인지업은 체인지업으로 분류되고 있었지만, 역회전 움직임을 보이는 무브먼트는 싱커와 똑같았다.
풀어서 얘기하자면 역회전 무브먼트를 갖춘 패스트볼이 투심, 체인지업이 서클 체인지업이었다.
조엘은 도진에게 물었다.
“일단 체인지업 그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하나는 서클 체인지업이고 하나가 스플릿 핑거 체인지업이야. 지금 네가 배울 건 서클 체인지업이지.”
도진이 서클 체인지업을 배운다면 두 가지의 역회전 공을 던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두 가지의 공은 시너지가 상당했다.
“투심은 90마일 중반대, 서클 체인지업은 80마일 중반대를 형성하겠지.”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체인지업은 기본적으로 패스트볼과 투구폼이 똑같다. 팔 각도와 스윙까지 전부 일치하지. 즉, 패스트볼의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체인지업의 위력도 올라가. 이유는 알고 있겠지?”
“네. 아무래도 타자가 빠른 공에 대응하려면 노림수를 가져가야 하니까요. 패스트볼을 노린 스윙이 체인지업을 맞출 수는 없죠.”
한마디로 똑같은 폼과 각도로 던지는 공이지만, 어떤 속도로 날아올지 타자로서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만약 도진이 서클 체인지업을 익히게 된다면 타자의 스윙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단점도 있어. 네 기준에서 좌타자 상대로는 헛스윙을 유발할 수 있지만, 우타자 상대로 헛스윙을 유발하기는 힘들어.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의 구종으로 승부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조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었다.
“그래. 그거면 됐다. 사실 우투수가 우타자 상대하려면 슬라이더나 스위퍼를 갖추는 게 최고지만 아직 그럴 생각은 없잖아?”
“조금 더 신체가 자라난 후에 장착할 생각이에요.”
“넌 슬라이더 없이도 훌륭한 기록을 세우고 있어. 서클 체인지업이라는 신무기를 습득하면 구종 장착에 문제가 없다는 것도 증명하는 셈이거든.”
그렇다면 도진의 평가는 올라갈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서클 체인지업을 완벽히 장착했을 때의 이야기.
결국 그의 재능과 노력 여하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립은 이거다.”
조엘은 도진에게 그립을 쥐어 보였다.
도진도 즉각 따라 했다.
“응. 그거 맞아. 물론 너에게 맞는 미세한 그립 차이는 분명 존재할 거야. 대신 그건 알아서 찾아내야겠지. 직접 던져보고 깨닫는 수밖에 없어.”
“넵. 알겠습니다.”
“그럼. 난 다른 투수들도 봐주러 간다.”
“네?”
도진은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그저 그립만 알려주고 가다니.
솔직히 그립은 인터넷만 찾아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조엘은 도진의 눈빛을 읽었다.
“지금까지 설명 뭐 들었냐? 너무 날로 먹으려는 거 아냐?”
도진은 금세 수긍했다.
야구를 누가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의 조언을 곱씹자 금세 해답에 도달했다.
‘투심과 전부 일치한다고 했지.’
그러니 던져보면 알겠지.
* * *
도진은 새로운 구종을 시험해보기 전에 상우와 스트레칭부터 시작했다.
자신은 이미 몸이 풀렸지만, 상우는 도착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우는 혼자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지만, 어느덧 2시간이나 지나 몸이 굳어 있을 시기였다.
“이야. 그런데 조엘 오스틴 대단하긴 하다.”
상우가 감탄하자 도진은 의심의 눈초리로 그를 쳐다봤다.
“너. 우리가 무슨 대화했는지 모르잖아.”
상우는 두 눈을 끔뻑이며 당황했다.
도진의 말마따나 무슨 말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체인지업과 투심.
앞뒤 다 떼고 이런 기본적인 야구 용어만 들렸으니까.
하지만 자신이 누구던가?
이래 보여도 대한민국 아마추어 No.1 포수이자 한국 역대 최고의 계약금 달성자이며 에인절스의 유망주였다.
“서클 체인지업 배운 거 아니었어?”
더욱이 도진은 무언가 큰 깨달음을 얻은 눈빛이었기 때문에 유추해볼 수 있었다.
“오?”
도진이 감탄하자 상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야. 나 미국 생활 거의 4개월째야.”
도진은 가소롭다는 미소를 띠었다.
“응. 정확히는 U-18까지 한국인들이랑만 생활했지. 여기서 좀 더 자세하게 들어가면 미국인들과 몸 부딪힌 게 세 달이네? 아니지. 결국 애리조나 가을리그도 한 달 반이었잖아? 한 달 반 동안 영어가 트였다?”
“닥쳐!”
“체인지업 얘기 듣고 알았던 거겠지. 그리고 내가 투심을 던지니까 서클 체인지업이 제격이었던 걸 네가 모를 리는 없을 테고.”
상우는 부들부들 떨었다.
도진은 얼굴이 시뻘게진 상우에게 덕담을 건넸다.
“그래도 눈치라도 빨라서 다행이지. 난 솔직히 눈치가 좀 없잖아? 미국 처음 왔을 때 진짜 고생했어.”
“그러냐?”
“눈치 빠른 건 좋은 거야. 이제 문화까지 이해하면 금상첨화겠다. 그때부터 알아서 영어가 트일걸?”
상우는 안도의 한숨을 뿜어냈다.
생각해보니, 전부 맞는 말 같았다.
“포수여서 다행이다.”
“스트레칭 다 했지?”
“공 받아주마. 솔직히 공 받으려고 온 건 아니지만.”
“이것만 도와주고 너도 훈련 해.”
“어떻게?”
“저기 타자들 모여 있는 거 안 보여?”
“아니. 그러니까 어떻게?”
“뭘 어떻게야! 네가 애냐? 떠 먹여줘야 해?”
상우는 동공마저 세차게 떨렸다.
미국인 노이로제라니까?
나한테 왜 그러는 건데!
미국인들과 동화되어 훈련할 자신감이 없었다.
‘아! 그냥 이번 겨울에는 도진이 공만 받을까?’
그래. 그게 좋겠다.
물론 그렇게 되는 일은 없었다.
* * *
도진은 마운드에 오르기 전 마지막으로 인터넷으로 서클 체인지업 던지는 방법을 검색 후 머릿속을 정돈했다.
‘참 좋은 시대다.’
물론 새로운 변화구를 익히고자 인터넷만 주야장천 판다고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투심부터 서클 체인지업까지.
‘조엘이 없었다면 깨닫지 못했겠지.’
행복하다.
이 말로는 뭔가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았다.
자신이 이런 호사를 누려도 되는지 얼떨떨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더욱이 자신을 도와주는 은인들은 당장의 결과만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미래까지 신경 써주고 있었다.
‘보답은 결과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승이었다.
‘그리고 더 좋은 선수가 돼서 나도 언젠가는 다른 유망주들에게 꼭 모범이 돼야지.’
“던질게.”
“준비된 거 안 보이냐?”
“오. 빨리 미국인들과 부대끼며 연습하고 싶나 봐?”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도진 역시 즉각 와인드업했다.
초구.
손끝 감각에 온 신경을 쏟았다.
투심은 누가 뭐래도 손끝 감각이 제일 중요한 법.
중지보다 검지에 힘을 실어야만 한다.
하지만 서클 체인지업은 중지와 약지로 공을 잡는다.
중지에 힘을 실어야 원하는 공과 무브먼트를 선보일 수 있었다.
도진의 손에서 공이 떠났다.
미트에 꽂히는 순간 상우의 비웃음이 고막을 간지럽혔다.
“풋. 개똥 볼. 나한테 걸렸으면 타구가 한국까지 날아갔다.”
도진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간 검지에 힘을 주며 공을 던져왔기에 중지에 힘을 가한다는 것이 좀처럼 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다 놀렸으면 공이나 내놔.”
상우는 미트에서 공을 빼내더니 공을 던졌다.
도진은 묵묵히 공을 받고 곧장 와인드업했다.
2구라고 결과가 달라졌을까?
“푸웁. 7살짜리도 칠 듯? 정확히 야구 처음 했을 때의 우리도 쳤을 듯?”
“공이나 내놓으라고.”
“여기 공 대령이오!”
도진은 다시 공을 건네받고 즉각 와인드업했다.
3구째도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상우는 도진을 계속해서 비웃었다.
일단 그를 놀릴 절호의 기회였으며.
‘쟤는 저렇게 자극해야 해.’
야구에서만큼은 완벽해지고 싶어 하는 도진이었다.
일부러 비웃는 것을 알면서도 부들부들 떠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았다.
‘물론 머지않아 이 시련을 이겨내겠지만.’
어느덧 20구쯤 되자 상우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자식. 똥 볼 받으라고 나 부른 거냐?”
도진 역시 상우의 근처로 다가가 털썩 주저앉았다.
“하. 이게 왜 안 되지?”
상우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고작 20구 던져놓고. 하! 이게 안 되지? 이 지랄. 너 어디 가서 귀싸대기 맞아.”
도진은 상우의 말을 무시했다.
정확히는 고민에 휩싸여 어떠한 말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러자 구세주가 조엘이 등판했다.
“킴. 손 좀 줘봐. 손가락 좀 보자.”
도진은 손을 펴서 그에게 내밀었다.
“음. 확실히 검지 쪽이 조금 더 발달하긴 했네.”
“상관이 있나요?”
“당연히 있지. 검지 쪽이 발달하면 투심에 강점이 생겨. 나중에 네가 원하는 마구도 던질 수 있겠네.”
“그럼 서클 체인지업은요?”
“감각만 익히면 던질 수 있지. 어쨌거나 투심은 곧잘 해냈지?”
“솔직히 기억은 잘 안 나는데 그랬던 것 같아요. 일단 그때는 감도 잡히지 않아 답답함을 느끼지는 않았어요.”
“그게 손가락 때문이야. 대신 중지에 힘을 주는 방법을 감만 잡으면 서클 체인지업도 쉽게 던질 수 있게 될 거야.”
“그게 생각보다 어려워요. 물론 제가 해내야 하는 과제지만요.”
“의욕 좀 불타오르게 해줄까?”
“그런 게 있으면 제발요.”
조엘은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투심을 던질 때 검지에 힘을 주잖아?”
“그렇죠?”
“그럼, 중지에 힘을 주면 어떻게 될까?”
투심은 역으로 회전하는 구종이다.
정답은 매우 단순했다.
“커터.”
“정답. 서클 체인지업을 익히면 커터도 자연스레 익힐 수 있게 될 거야. 물론 그립은 조금 다르지만.”
투수라면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지식.
하지만 메이저리거의 조언이었다.
들려오는 뉘앙스 자체가 달랐다.
조엘은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다시 떴다.
도진은 그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야. 공 받을 준비 해.”
“아니. 슈슈슈발러마! 너만 야구 선수야? 같이 좀 이해하자! 나도 메이저리거 조언 듣고 싶어!”
“넌 그냥 공을 받고 나서 이해하면 돼.”
“아니 커터는 또 왜 나오는데?”
“진짜 귀가 텄냐? 어쨌거나 그런 게 있어.”
도진은 눈빛부터가 달라졌다.
물론 서클 체인지업을 던지겠다고 했을 때도 의욕이 넘친 것은 사실이지만.
하나가 아닌 두 가지의 구종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의욕은 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상우 역시 직감했다.
더는 도진을 놀릴 수 없다는 것을.
그렇기에 그 역시도 제대로 포구하겠다며 표정부터 달라졌다.
투구는 도진의 손을 떠났다.
앞선 투구와는 달리 역회전을 잔뜩 품고 있었다.
스트라이크 존 부근에서는 속도를 잃고 우측 아래로 급작스레 휘어졌다.
퍼억.
결과적으로 상우는 바닥에 닿기 직전의 공을 포구했다.
“나이스 볼. 그래도 완벽한 건 아니다?”
이번만큼은 도진도 웃을 수 있었다.
“어. 여전히 허접하긴 했다.”
그래도 이번에 던진 공은 서클 체인지업이 확실했다.
도진은 글러브를 들어 올렸다.
“공 내놔. 이 감을 유지해야 해.”
상우는 투덜거렸다.
“지가 혼자 감격해서 얼타 놓고 또 나한테 지랄이네.”
도진은 계속해서 던졌고, 상우는 받았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던 조엘은 턱을 손으로 매만지더니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했다.
‘허. 참나. 알려준 지 얼마나 됐다고.’
저걸 벌써 해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