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10)
용봉지회 4강이 열리는 날.
라엘은 관객석에 앉아 루카스와 칼슨의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답답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었다.
“라엘 씨. 괜찮으세요?”
유리는 라엘을 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 …. 예. 괜찮습니다.”
“신기하군. 라엘. 웬일로 똥 씹은 개마냥 인상을 찌푸리고 있나.”
“시끄러워. 겐트.”
“너무 긴장 되서 그런 거 아닐까? 흐흠. 엘프족의 숲의 축복이라도 걸어줘? 네가 부탁한다면 특별히 해줄 수 있는데.”
“…”
라엘은 양 옆에서 떠드는 이종족들의 말을 무시하며 눈을 감았다.
어제, 황제를 만난 뒤로 아직까지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시발. 대체 왜 황제한테서 그런 마기가 느껴지는 거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걸 보니, 라엘의 감각에만 걸릴 정도로 몸 안에 깊숙히 잠들어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병의 증세와 비슷하지만 달랐다.
아마 자기 자신이 마기를 직접 받아들인 모양이다.
‘이걸 말해도 되는 건가? 그냥 가만히 기다려야 되나?’
원작에서 황제는 향락을 즐기다 자연사로 퇴장한다.
괜히 그의 몸에 있는 마기를 확인하려다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리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다.
“숲의 축복 필요하지? 대답 없으면 건다? 하나, 둘, 셋.”
“레이나, 잠깐 조용히 해봐 ”
“응”
레이나는 아쉬운 듯 끌어올렸던 자연의 힘을 다시 몸속으로 집어넣었다.
그녀의 시무룩한 모습을 본 겐트가 라엘의 어깨를 두드렸다.
“라엘. 레이나도 네가 걱정 되서 그러는 건데, 너무 막 대하지 마라.”
“…쫏. 그래. 미안하다. 레이나. 긴장한 건 아니고, 머리가 심란해서 그래.”
라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과를 건넸다.
레이나 같은 부족한 엘프는 자신 같은 지식인이 보듬어줘야 하는 법인데,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
“괜찮아. 한 번은 봐줄 테니까, 4강 끝나고 밥 먹으러 가자. 나랑 같이 밥 먹기로 약속했잖아.”
“내가 그랬나? 뭐, 밥 먹는 게 어려운 건 아니니까.”
밥 한번 먹자는 말을 한두 번 한 게 아니라서 기억은 안 나지만, 그 정도는 어려운 부탁이 아니다.
“후후. 으헤헤.”
라엘은 레이나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생각을 마무리했다.
‘일단… 용봉지회가 끝나고 생각해 보자. 지금은 경기에 집중해야지.’
황제에 대한 것은 당장 고민한다고 해결될 일은 아니었다.
라엘은 머리를 덮은 복잡한 생각을 지워내고,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경기장에서는 어느새 루카스와 칼슨의 경기가 시작한 상태였다.
까앙 -!
두터운 신성력과 루카스의 검강이 부딪히며 굉음을 터트렸다.
루카스와 칼슨은 서로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고 검을 부딪쳤다.
‘루카스가 훨씬 강할 줄 알았는데… 칼슨 저놈도 괜찮은데?’
검룡의 훈련이 도움이 되었던 걸까?
칼슨의 실력이 생각보다 뛰어났다.
“응? 저놈들 뭐 하는 거야?”
한창 흥미롭게 결투를 바라보고 있는데, 루카스와 칼슨이 동시에 뒤로 물러났다.
라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루카스. 우리가 어느새 여기까지 올라왔네.”
“그러게 말입니다. 칼슨 경.”
루카스는 칼슨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처음 용봉지회에 출전할 때만 해도 4강에 삼걸이 전부 올라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너나 라엘 형님이나 참 대단하단 말이야. 자고 일어나면 매일 같이 강해지니 나 같은 사람은 적응하기가 힘들어.”
“…칼슨 경이 그런 말을 할 정도로 약하진 않습니다.”
루카스는 오늘 칼슨과 검을 맞대며 느꼈다.
그는 단순히 도박을 좋아하는 웃긴 성기사가 아니었다.
그의 신성력은 누구보다 진하고 두터웠고, 검술에 대한 재능도 굉장히 뛰어났다.
“칭찬은 고맙다, 루카스. 근데 있잖아. 난 우승자가 우리 셋 중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예. 당연하지요.”
셋이 누군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4강에 오른 제국의 삼걸.
루카스는 칼슨과 마찬가지로 셋 중에 우승자가 나왔으면 했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전력으로 싸우면 분명 팔 하나는 나갈 거란 말이지.”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칼슨이나 루카스나, 서로의 수준을 너무나 잘 알았다.
끝까지 싸우면 루카스가 이길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아무런 상처 없이 칼슨을 제압할 순 없었다.
“치료한다 해도 당장 내일이 결승이잖아. 약간이라도 후유증이 있다면… 우리가 그 괴물 같은 라엘 형님을 이길 수 있겠냐?”
” … ”
칼슨의 말에 루카스도 고민에 빠졌다.
삼걸 중에서도 라엘 경은 규격 외의 존재였다.
루카스가 전력을 다한다고 해도 이길 가능성은 1할 미만.
그런데 4강에서 조금이라도 컨디션에 문제가 생긴다면, 절대 이길 수 없을 것이다.
‘라엘 경 …. ‘
루카스는 라엘을 이기고 싶었다.
천재였던 그에게 처음으로 생긴 벽을 꼭 뚫어보고 싶었다.
“라엘 형님을 인간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솔직히 한 번은 이겨보고 싶거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다음 한 번으로 결정하자고, 어때?”
칼슨의 검에 두터운 신성력 검강이 솟아올랐다.
“한 번으로 결정짓는 건 칼슨 경에게 유리할 텐데요. 신성력 검강의 단기 출력은 제 검강보다 강하지 않습니까.”
칼슨의 신성력 검강은 교단의 검술 체계를 바꿀 정도로 뛰어난 기술이다.
루카스가 칼슨에 비해 뛰어난 것은 검술뿐이고, 단순히 서로 힘을 충돌하는 건 칼슨이 유리했다.
“인마. 그냥 좀 해줘라. 응?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야.”
“핫,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미소를 지으며 검강을 뽑아냈다.
자신에게 불리한 대결이지만, 저런 말을 들어도 전혀 기분 나쁘지 않다.
라엘 경과 칼슨 경은 아카데미의 여자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자신은, 이래서 이 사람들이 좋았다.
“주신 가이아 님의 이름으로!”
“태극검 제 2장. 음양환검(陰陽環劍).”
루카스의 마력이 원을 그리며 순환했다.
라엘의 검을 보고 루카스가 만들어낸 새로운 검이 칼슨의 신성력과 부딪혔다.
콰아아아아앙 -!
엄청난 폭음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고, 바닥에서 피어오른 먼지가 하늘로 치솟았다.
잠시 후, 모래가 가라앉은 경기장에 서있는 자는 단 한 명이었다.
“고생하셨습니다. 칼슨 경.”
“하아, 십, 이래도 안 되네.”
칼슨은 바닥에 누운 채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후회 없는 미소가 피어 있었다.
“이 새끼들은 신성한 용봉지회에서 협잡질을 하고 있냐. 응? 누구 마음대로 한 방에 정해. 칼슨. 그리고 괴물 같은 형님은 뭐야? 돌았어?”
경기가 끝난 뒤.
라엘은 루카스와 칼슨을 보며 뒷목을 잡았다.
이놈들은 다 큰 것들이 유치할 때가 있다.
“협잡질이요 …? 형님. 그런 말은 어디서 배우는 겁니까? 그리고 관객석에서 저희가 하는 말이 다 들려요? 그게 말이 됩니까?”
“내가 귀가 좀 밝아.”
관객석과 경기장의 거리가 꽤 되긴 하지만, 라엘이 집중하면 말소리를 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특히 검을 제대로 수련하기 시작하며 감각이 더욱 날카로워진 것 같았다.
아마 몸에 깃드는 마력이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겠지.
“저희가 그만큼 라엘 경을 강한 적으로 보고있기 때문입니다.”
“맞습니다. 형님. 이렇게까지 했는데 4강에서 벨렌한테 떨어지는 개망신은 없겠죠?”
“…루카스도 칼슨하고 똑같아졌네.”
“전 형님한테 배운 거니까, 따지고 보면 루카스도 라엘 형님하고 비슷해진 거죠.”
“이 새끼는 형님한테 한 마디를 안 져. 한 마디를.”
“아악! 때리지 마십시오!”
라엘은 주먹을 들어 올렸다가, 헛웃음을 지으며 팔을 내렸다.
그리고 그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마음 편하게 구경이나 하고 있어라.”
라엘은 미소를 지으며 몸을 돌렸다.
그의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에 왠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거 참 …. 기분이 묘하네.’
길바닥 출신 경비대가 어느새 제국의 중심에 서있다.
자신의 생각은 아직도 그 때와 똑같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180도 달라진 현실에 가끔 이질감이 들기도 한다.
루카스나 칼슨 뿐만이 아니다.
유리, 겐트, 레이나, 레인, 에릭 아저씨.
라엘이 힘을 드러낸 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점점 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야.’
마족하고 싸우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 일에 부담을 느낄 거였다면 진작 전부 포기했을 거다.
자신의 둥지를 지키기 위해 날개를 펼친 이상, 밀려날 생각은 없었다.
저벅. 저벅.
경기장에 선 라엘이 정면을 바라보았다.
맞은 편에서 벨렌이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내가 오늘 제대로 교육해 줄게.”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콧대 높은 카멘 기사단에게 한 방 먹여줄 시간이었다.
*
‘귀족들이 엄청나게 들어오는군.’
레인은 주변을 채우는 귀족들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루카스와 칼슨의 경기가 시작할 즈음부터 귀족들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곧 라엘과 벨렌의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가 사실상 결승이나 마찬가지군요.”
“예. 제국의 삼걸 중에서는 라엘 경이 으뜸이고… 만약 벨렌 경이 라엘 경을 이긴다면 결승은 볼 필요도 없는 것이죠.”
“라엘 경이 강한 건 알고 있지만… 벨렌 경도 카멘 기사단의 검술을 사용하기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입니다. 게다가 라엘 경의 검술은 마수를 상대하는 데 특화된 검술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귀족들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내심 라엘의 승리를 바랬다.
카멘 기사단은 귀족들에게 그렇게 편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들이 황실과 제국을 위해서 귀족들을 압박하는 배경에는 압도적인 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용봉지회에서 카멘 기사단의 대표인 벨렌이 평민에게 짓밟힌다면… 그것 또한 꽤 재미있는 그림이 될 것이다.
“누가 이기든 좋은 경기를 펼쳤으면 좋겠군요.”
“용봉지회의 4강에 카멘 제국 출신이 넷이라는 것으로도 이미 천년 제국 카멘의 힘을 증명한 것 아니겠습니까.”
주변에서 들리는 대화에 레인이 코웃음 쳤다.
카멘 제국의 귀족들은 전부 자기 잇속을 채우기에 바쁜 놈들이다.
이번 경기에서 벨렌이 이긴다면 아무렇지 않게 카멘 기사단과 황실을 찬양할 것이고, 라엘이 이긴다면 2황녀 쪽 세력에 붙는 귀족들이 꽤 많아질 것이다.
누구보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행차하신 거겠지.
“검룡 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레인은 자신의 옆에 있는 검룡에게 말을 건넸다.
“흐음… 아마 라엘이 이길 거다.”
“하지만 8강에서 벨렌이 보여준 실력도 꽤나 대단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소드마스터의 벽에 걸쳐있는 듯한 모양새였는데요.”
“그건 라엘 저놈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들 말처럼 길고 짧은 건 대봐야 하는 법이지만… 이상하게 라엘이 질 것 같지는 않군.”
검룡은 라엘을 바라보았다.
그와 검을 맞댄 건 단 한번이지만, 소드마스터의 감이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하긴, 저도 저 자식이 지는 건 상상도 안되네요.”
레인은 라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괴물같은 놈은 상식을 부수며 강해지고 있었다.
아마, 이번 경기에서도 엄청난 것을 보여주겠지.
‘기디온… 꽤나 가슴이 쓰리겠군.’
레인은 카멘 기사단 쪽을 바라보았다.
선두에 서있는 남자는 무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용봉지회를 위해 준비한 게 많을텐데.’
용사에 대한 건도 그렇고, 대륙 전체에서 구경꾼이 온 것도 그랬다.
카멘 기사단은 제국 최강의 기사단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그 힘을 더욱 과시하고 싶었을 거다.
하지만, 제국에는 진짜 괴물 같은 놈이 있었다.
카멘 기사단의 1번대 대장이 그 괴물에게 깨지는 모습을, 레인은 꼭 보고 싶었다.
‘그렇다면 레인 기사단의 위치도 조금이나마 올라가겠지. 난 용봉지회 우승 경력도 있으니…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닐 수 있겠어.’
레인은 그런 생각을 하며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
조용한 경기장에서 두 기사가 마주보았다.
수 많은 사람들의 시선 가운데에, 라엘이 먼저 입을 열었다.
“뒤질 준비는 됐냐?”
벨렌은 무언가 고민하고 있는 듯 했다.
여기까지 올라와서도 저러는 걸 보니 기사라는 족속들은 참 힘든 모양이다.
“…라엘 경. 여전히 무례한 말투군요.”
“너도 바뀔 마음은 없는 것 같네.”
라엘은 벨렌을 빤히 바라보았다.
놈의 성격은 대충 이해했다.
“라엘 경은 카멘 기사단을 모욕했습니다. 무례한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제가 오늘 확실히 알려드리겠습니다.”
벨렌은 ‘카멘 기사단에 미친 놈’이다.
기사 중에는 가끔 머리까지 근육으로 가득 찬 놈들이 있다.
아마 벨렌도 비슷한 부류겠지.
머리가 전부 카멘 기사단으로 가득 차서, 기사단의 규율에 맞지 않는 놈들은 전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카멘 기사단의 1번대 대장이면 기사단장에 대한 존경심도 대단하겟지.
그런데 기디온을 모욕했으니 제대로 열 받았을 거다.
‘애초에 열 받으라고 한 말이긴 하지만.’
라엘은 피식 웃으며 검을 뽑았다.
이미 경기장에 오른 이상 대화는 필요 없었다.
누가 맞는 지는 검으로 증명하면 된다.
“…라엘 경.”
그때, 벨렌이 고민에 가득 찬 얼굴로 입을 열었다.
“왜 이렇게 입이 길어?”
“지금이라도 기권하고 경기장을 내려가십시오.”
검을 잡은 벨렌의 손이 떨렸다.
황명이라고는 하지만, 그는 기사로서 독을 쓴다는 사실에 창피함을 느끼고 있었다.
막상 경기장에서 검을 꺼내려니 망설임이 느껴졌다.
스릉.
벨렌의 검집에서 검이 빠져나왔다.
라엘은, 그의 검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뭐지?’
분명 평범한 검이지만, 굉장히 기분 나쁜 게 느껴졌다.
벨렌의 손이 파르르 떨리는 걸 본 라엘은 그 검에 무언가 있다는 걸 짐작했다.
“벨렌. 네가 하는 행동이 카멘 기사단을 대표하는 행동인 거냐?”
” … ”
대답 없는 벨렌을 보며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나한테 조언이라도 해주고 싶은 거 같은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귀족 새끼들이 나한테 인생 훈수하는 거야.”
라엘은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누릴 거 다 누리고 사는 새끼들이 세상 통달한 척하는 게 얼마나 꼴 보기 싫은지.
“천살검 제 1형, 입천.”
우우웅 -!
라엘의 검에 검강이 치솟았다.
라엘을 싸늘한 눈으로 벨렌을 바라보며 온 몸에 마력을 순환시켰다.
“라엘 경. 저는 분명 경고했습니다.”
“경고는 지랄. 무슨 일을 꾸몄는지 샅샅이 보고라도 하시던가. 애매하게 착한 척하지 말고, 새끼야.”
“라엘 경. 더 이상의 경고는 없습니다. 저도 …. ”
벨렌이 눈을 찌푸린 그 순간.
눈앞에 있던 라엘의 모습이 사라졌다.
” …! ”
눈을 부릅뜬 벨렌은 곧바로 기척이 느껴지는 곳으로 검을 들이밀었다.
수십 년간 검을 다룬 기사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늦었 …! ‘
하지만, 라엘의 검은 그보다 빨랐다.
간신히 검을 갖다대긴 했지만, 제대로 막지 못한 힘에 벨렌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쿠우웅 -!
“크읏 …! ”
몇 번이나 구른 벨렌이 입술을 씹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면을 노려보며 침을 삼켰다.
‘내 생각보다 훨씬 빠르다.’
벨렌은 독을 사용하는 걸 망설였을 뿐, 라엘을 두고 방심따윈 하지 않았다.
경기장에 오른 뒤부터 그는 언제라도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엘의 모습을 놓쳤다.
이것은 순수한 실력의 차이였다.
‘어째서 이런 중압감이 …. ‘
눈앞의 남자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몸이 부르르 떨리는 기분이다.
카멘 기사단의 고문들에게서도 느껴본 적 없는 압박감이었다.
벨렌은 그 사실에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라엘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벨렌의 뒤로 관객석에 있는 카멘 기사단이 보였다.
그중 선두에 있는 기디온 가르시아 또한, 라엘과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
“내가 짐승새끼 사람으로 갱생시키는 전문이거든.”
쓸데없이 고고한 자존심을 짓밟을 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