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16)
“와, 이 새끼 갑자기 조용해지는 거 봐라? 야, 방금처럼 말해보라고.”
라엘은 버메일 3세를 붙잡고 이리저리 흔들었다.
분명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는데, 정작 당사자는 모르쇠를 유지하고 있었다.
“라엘? 갑자기 왜 그래! 버메일 3세를 괴롭히지 마!”
“아니, 레이나. 이 여우가 방금 말을 했다니까.”
“난 못들었는데, 뭐라고 말했길래 그래?”
” … ”
라엘은 입을 다물었다.
차마 버메일 3세가 한 말을 레이나에게 해줄 순 없었다.
다시 버메일 3세를 노려봤지만, 여우 놈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순수한 눈을 깜박거리기만 했다.
“내가 말을 알아듣는 걸 눈치채자마자 말을 안 하고 있어. 영악한 놈.”
“역시 영물답군.”
겐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홀짝였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라엘이 화를 내는 걸 보니 버메일 3세가 잘못한 건 아닌 것 같았다.
“뭐가 영물이야. 말하라고 말. 와, 진짜 어이없는 놈이네 이거.”
라엘은 끝까지 모른 척하는 버메일 3세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그는 레이나에게 버메일 3세를 다시 넘겼다.
그때, 다시 한 번 버메일 3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지만 레이나에게 넘겨준 버메일 3세는 어느새 숲으로 뛰어가고 있었다.
“이 여우 새끼가 지금 뭐라고… 야! 어디가!”
“참아라. 라엘. 영물에게 화내서 좋을 게 없다.”
“맞아. 그보다, 버메일 3세가 뭐라고 했냐니까? 응? 정말 내 칭찬 했어?”
“…살다 살다 여우 새끼한테도 농락을 당하는구나.”
라엘은 어이가 없어서 버메일 3세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았다.
드래곤 레어가 있는 호수 방향이었다.
‘저 영물 놈의 말이 들린다니… 진짜 무언가 바뀌긴 한 모양이네.’
라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의 몸에 들어오고 있는 마기를 느꼈다.
주변의 힘을 빨아들이는 정체 모를 힘.
포식자의 감각을 익히며, 귀왕의 봉인을 약하게 한 이 능력을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몰랐다.
“흐아아. 여기 정말 적응 안 되네. 아, 라엘!”
그때, 특별 경비대의 입구 쪽에서 한 여성이 걸어왔다.
수인족의 우두머리 베스티아였다.
“베스티아 님?”
“내 예상대로 여기 있었네. 수도에서 네 냄새를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가 없더라고.”
베스티아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제국의 수도에서 그녀의 후각이 미치지 않는 곳은 이곳뿐이었으니,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라, 라엘. 이분은 누구셔?”
그때, 레이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베스티아와 라엘을 번갈아 가며 쳐다봤다.
“베스티아 님이라고, 수인족의 우두머리야. 넌 처음 보나?”
“반가워. 엘프. 난 베스티아라고 해.”
“처음 뵙겠습니다. 저, 저는 레이나예요 …. ”
“그래? 레이나. 나도 많은 엘프를 봤지만, 넌 그중에서도 꽤나 귀엽게 생겼네.”
“아, 아앗… 감사합니다.”
레이나의 어깨가 부들부들 떨렸다.
엘프족인 그녀는 미의 기준이 꽤 높지만, 그런 레이나도 살면서 이 정도의 미인을 본 적이 없었다.
“레이나. 너까지 놀란다고? 진짜 이종족들은 보는 눈이 비슷하구나.”
“엘프와 거인족은 분명 미의 기준이 다르다. 하지만 세상에는 종을 뛰어넘는 미도 존재하는 법이다. 라엘.”
” … ”
그런 건가?
라엘은 베스티아를 다시 바라보았다.
머리 위에 솟아있는 호랑이 귀와 갈기는 아무리 봐도 무서워 보였지만, 미인이라는 말을 계속 듣다 보니 살랑거리는 꼬리가 약간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
“하아 …. ”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이런 쓸데없는 생각이 머리에 차는 걸 보니 그도 중세 판타지에 물들기 시작한 모양이다.
“라엘, 슬슬 가자. 티아를 만나야지.”
베스티아가 라엘의 어깨를 붙잡았다.
“티아 님은 왜요?”
“왜긴. 애초에 여기까지 온 이유가 너에게 포식자의 감각을 알려주기 위해서였잖아. 기본은 익혔으니 티아한테 보고해야지.”
“아… 그렇네요. 저도 물어볼 게 있었으니 같이 가죠.”
티아가 연구를 끝낸 뒤, 제대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에겐 귀왕에 대해서 물어볼 게 있었다.
라엘과 베스티아가 호수 방향으로 걸어간 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나가 겐트에게 다가갔다.
“게, 게게게게, 겐트 …. ”
레이나의 몸이 갈대처럼 휘청거렸다.
“무슨 일이냐. 레이나.”
“큰일. 큰일이야. 방금 라엘 눈 봤어? 저 여자에게 홀딱 빠졌잖아!”
“확실히… 베스티아 님의 외모는 대단하더군, 나도 놀랄 정도였으니.”
겐트는 웬만한 일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녀의 외모에는 그도 놀랐다.
“어떡하지? 응? 겐트. 어떡하냐고!”
레이나는 겐트의 몸을 붙잡았다.
라엘에게 하는 것처럼 앞뒤로 흔들려고 했지만, 워낙 몸이 무거워서 움직이지가 않았다.
“…상대는 엄청난 강적이다. 레이나. 마음의 준비를 하거라.”
“아아악! 안돼!”
레이나는 울상을 지으며 해먹에 몸을 던졌다.
*
티아를 만나러 가는 길.
라엘은 베스티아에게 주변의 힘을 흡수하는 자신의 몸을 포식자의 감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아하, 너한테 그런 힘이 있었어? 그렇다면 포식자의 감각이 딱이긴 하네. 티아가 나한테 찾아온 것도 이해가 가.”
라엘의 말을 들은 베스티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모르고 가르쳐준 거예요?”
“알려줘야 알지. 너도 말 안 해줬잖아.”
“아니, 당연히 티아 님한테 들은 줄 알았죠.”
라엘은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흘렸다.
대체 왜 이종족들은 제대로 된 설명을 안 하는 걸까.
” ….. 어?”
호수를 따라 드래곤 레어로 걸어가는 와중.
드래곤 레어 앞에 있는 호수 위에 무언가 둥둥 떠 있는 게 보였다.
둥둥 -.
티아가 마치 수달처럼, 굉장히 편한 얼굴로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배 위에는 버메일 3세가 똑같은 자세로 배를 까고 누워있었다.
돈 주고도 못 볼 굉장히 신기한 광경이었다.
“아, 티아. 저기 있네. 저 영물은 뭐지? 굉장히 격이 높아 보이는데?”
“격이 높다고요?”
“응. 수인족의 숲에는 영물이 정말 많지만, 나도 저 정도 영물은 본 적이 없어. 하긴, 그 정도 영물은 되니까 이런 환경에서 지낼 수 있는 거겠지.”
“…정말 알기 싫은 정보네요.”
저 음흉한 녀석이 그렇게 대단한 영물이었다니.
라엘은 이 세상에게 속고 있는 것 같았다.
“티아! 나 왔으니까 일어나!”
“으응? 아아. 둘이 같이 왔구나.”
베스티아의 말에 티아가 몸을 일으켰다.
버메일 3세도 눈을 뜨며 하품을 하는데, 라엘을 보며 깜짝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티아의 어깨에 올라가며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었다.
티아가 있으니 혼날 걱정은 안 하는 모양이다.
티아는 버메일 3세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건 정말 오랜만이었다.
“…티아 님. 버메일 3세랑 대화가 가능해요?”
“버메일3세 말이야? 당연히 알아듣고 있지. 난 드래곤인걸?”
“근데 왜 지금까지 말 안 해주셨어요?”
“물어본 적이 없으니까 안 말해준 거 아닐까?”
“…”
라엘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티아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굳이 따져봤자 자신에게 이득될 건 없어 보였다.
“버메일 3세가 대단한 영물이라고 들었어요. 영물들은 말투가 다 저런 겁니까?”
그 대신 다른 걸 물었다.
저 여우 놈에 대한 질문이었다.
“아아, 이건 말이지. 중200병이라고 하는 거야.”
“뭐요?”
“중200병 말이야. 풀어서 설명해 주자면 중간계 200년이라는 뜻인데 …. 아, 중간계라는 건 정령계가 아닌 인간들이 사는 대륙을 말해. 대륙에서 200년 정도 살다 보면 자기자신이 남들과 다르고 특별한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
“…사춘기 망상이라는 거네요.”
“맞아. 너 보기보다 머리가 좋네?”
칭찬이 딱히 기분 좋지가 않았다.
라엘은 한숨을 쉬며 티아를 따라 드래곤 레어로 들어왔다.
그리고 베스티아와 함께 수련의 결과를 보고했다.
“포식자의 감각을 얼추 익혔다고? 대단한데? 베스티아가 널 가르친 지 하루밖에 안 된 거 아니야?”
“응. 정말 엄청난 재능이었어. 티아 네가 눈독 들이는 것도 이해가 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긴 하지만… 버메일 3세와 대화를 나눌 정도라면 의심할 수가 없네. 라엘. 손을 내밀어 볼래?”
라엘은 티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마력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게 느껴졌다.
이런 강대한 마력이 들어오는 걸 왜 지금까지 몰랐는지 신기할 지경이었다.
“지금 그 힘을, 네가 컨트롤한다고 생각해봐. 아주 천천히, 마력의 흐름을 인지해야 해. 그리고 그 흐름을 끊어내는 거야. 어느 정도 마력 패턴이 꼬여도 내가 치료해 줄 수 있으니까 겁내지 말고 진 행해도 좋아.”
라엘은 티아의 말을 들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자신의 감각에 완전히 집중했다.
귀왕의 봉인을 약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주변의 힘을 흡수한다는 자신의 몸을 컨트롤해야 했다.
애초에 이런 정체불명의 힘이 몸에 있는 것부터 이상했다.
라엘은 자신이 모르는 힘이 몸에 있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국 내 힘이야.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컨트롤할 수 있어.’
이 세상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다.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없다.
라엘이 무의식적으로 주변의 힘을 흡수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 마력에 의한 일이다.
우웅-
라엘은 자신의 모든 의식을 육체의 컨트롤에 쏟아부었다.
그가 인지하지 않았는데도, 푸른 마력이 전신을 휘감았다.
마력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너무 과해서도 안 되고 덜해서도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주변의 힘을 흡수하는 정체불명의 짓거리를 멈추는 것이다.
“…볼 때마다 대단한 집중력이야.”
베스티아는 라엘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마력이 이리저리 튀어나왔다.
갑작스럽게 육체를 다스리려는 의식에 저항하는 것이다.
하지만, 라엘의 의식은 마력을 완벽하게 조율하며 억눌렀다.
그의 몸에는 강대한 마력이 잠들어 있다.
강대한 마력일수록 지배력은 떨어지는 법.
포식자의 감각이 있다고 해도 저것은 타고난 재능이었다.
“베스티아, 내 말이 맞지? 라엘은 가능할 거라고 했잖아.”
“그럼 좀 자세히 설명해 주지 그랬어. 난 라엘이 가진 힘도 제대로 몰랐잖아.”
“…내가 말 안 했었나?”
티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본래 드래곤은 사소한 일은 신경 쓰지 않는 법이다.
“으음?”
그 순간, 티아의 마력의 흐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라엘에게로 빨려 들어가던 마력이 점점 약해지다가, 이내 그 흐름이 완전히 끊어졌다.
“된 거 맞습니까?”
라엘은 천천히 눈을 떴다.
지금 그가 느끼는 감각은 굉장히 이질적이고 어색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숨을 쉴 때 공기 중에 이산화탄소를 억지로 받아들이지 않는 느낌이라고 할까?
정확히 말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상한 기분은 확실했다.
“응.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라엘. 어때, 몸에 이상한 부분은 없어?”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라엘은 몸을 이리저리 움직였다.
살짝 어색한 호흡이 있긴 하지만, 나머지는 괜찮았다.
이 정도면 천살검을 꺼내 싸우는 데에도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
“좋아. 이 정도면 목표는 해결됐네. 귀왕을 보러 가도 되겠어.”
“티아 님. 정말 괜찮을까요? 이제 첫 시도라 약간 불안한데요.”
“걱정하지 마. 버메일 3세의 말이 들릴 정도라면, 넌 이미 포식자의 감각을 거의 마스터했다고 봐도 돼.”
“…그 영물이 그렇게 대단한 겁니까?”
라엘은 티아의 어깨에 있는 버메일 3세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신을 쫓지 않는다는 걸 인지한 버메일 3세는 편안한 표정으로 티아의 어깨에 앉아있었다.
“당연하지. 버메일 3세는 영혼의 본질을 읽을 수 있는 영물이거든.”
[라엘의 영혼은 신기하게 편안한 부분이 있어요!]
“…칭찬은 고맙긴 한데. 뭐가 그렇게 신기하냐. 내가 다른 애들하고 많이 달라?”
라엘은 버메일 3세와 대화를 시도했다.
[레이나는 자연의 기운이 충만해서 좋고, 겐트는 거인족의 무식함이 느껴져서 싫은 거에요!]
겐트 그놈이 무식하다니.
라엘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열심히 숨기고 있지만 버메일 3세에게는 종족의 본능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그럼 귀왕은?”
“…”
라엘은, 버메일 3세를 빤히 바라보았다.
오늘은 오랜만에 귀왕을 감시할 생각이었다.
‘이 여우 놈을 귀왕에게 데려가면, 무언가 알 수 있지 않을까?’
영혼을 읽는 영물이라면 귀왕에게서도 무언가 읽을 수 있겠지.
그리고, 라엘의 직감은 보통 틀린 적이 없었다.
버메일 3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