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2)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12화(12/105)
나비효과
꼴깍- 꼴깍-
특별 경비대 내부의 공터에는 두 명의 인영이 앉아있었다.
“흐아. 후우. 겐트. 넌 술이 쓰니? 난 인생이 써서 그런지 술이 음료수보다 달아.”
레이나는 겉옷을 벗어던진 채 술병을 들었다.
그녀의 멍한 표정은 누가봐도 술에 취한 것 같았다.
“레이나. 라엘은 경비대 바깥으로 나갔으니 이제 취한 척은 그만해도 된다.”
그녀의 앞에 앉아있던 겐트는 헛소리를 일축하며 포도주를 들이켰다.
레이나는 머쓱한 미소를 지으며 병나발을 불던 포도주를 내려놓았다.
“··· 알고 있었어?”
“장생종인 엘프가 이 정도로 취할 리가 없지.”
장생종은 술에 강하다.
레이나는 가끔 그런 상식을 잘 모르곤 했다.
겐트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말했다.
“라엘과 어색해질 거라더니 라엘은 신경도 안 쓰는 모양이군. 레이나.”
“··· 또 나만 이상한 엘프 됐네. 하아아아.”
분명 어색해져야 했는데··· 저 인간은 레이나의 생각과 너무 달랐다.
어제 자신의 목숨을 지켜주며 엘프 일곱을 박살 냈는데 자신을 똑같이 대하다니 그게 이상한 놈 아닌가?
조금은 어색한 분위기가 있어야 하는 게 정상이잖아.
레이나는 입맛을 다시며 겐트에게 물었다.
“··· 겐트. 넌 내가 엘프족을 배신한 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누구나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지. 넌 나의 동료고 유리의 동료다. 그 정도면 충분해.”
겐트는 자신이 만든 포도주에 감탄하며 술을 들이켰다.
자연의 맛이 담긴 술은 역시 최고였다.
‘저 자연밖에 모르는 바보가···.’
레이나는 한숨을 쉬며 포도주를 옆으로 밀어냈다.
술이 맛있긴 하지만, 겐트랑 술을 먹으면 흥이 나질 않는다.
저 멍청한 거인족은 포도를 개량해서 포도주를 맛있게 하는 데만 관심이 있으니까.
‘겐트도 착하긴 하지만···.’
겐트는 자신을 동료로 대우해 준다.
유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레이나가 엘프족의 배신자라 해도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라엘은 달랐다.
그는 레이나의 배신 자체를 믿지 않았다.
‘너 같은 엘프가 배신할 리가 없다니. 자기가 뭐라도 된 것처럼 말하고 있어.’
레이나는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고개를 숙였다.
네가 그럴 리가 없다는 시선이 굉장히 어색하면서도··· 기뻤다.
누군가는 자신을 그렇게 봐주고 있다는 뜻이니까.
“이 포도주는 숙성이 잘됐어. 라엘에게도 한 병 줘야겠군. 괜찮겠지. 레이나?”
“응? 어. 그래. 한 병 주자!”
“··· 신기하군.”
겐트는 레이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뭐가? 포도주 한 병 정도는 줄 수 있잖아.”
“저번에 6개월이나 있던 젤린에게는 끝까지 한 병도 주지 않았었지. 이 구역에서 열매가 잘 자라는 건 엘프의 능력이라고 하면서 말이야.”
“그랬나···? 크흠. 아니, 뭐. 라엘은 귀왕의 업무도 잘하고. 성실하고. 그렇잖아. 아닌가?”
레이나는 겐트의 시선을 피하며 멀리 밀어놓았던 포도주를 다시 들었다.
왠지는 몰라도 한 잔 들이켜야 할 것 같았다.
그 꼴을 보던 겐트는 신기한 듯 물었다.
“··· 레이나. 설마 라엘에게 이성적인 흥분을 느끼는 건 아니겠지?”
“멍청한 소리를 하면 죽여버릴 거야. 겐트.”
“아니라면 다행이군. 너와 라엘이 다투고 다음 날에 어색하게 마주치는 건 보기 싫거든.”
“헛소리할 거면 빨리 업무나 들어가. 나도 슬슬 가야 해.”
“오늘은 쉬는 날 아니었나?”
“밤에 할 일이 있다고 했잖아.”
레이나는 돈이 필요했다.
그녀는 어딘가에 소속되지 않으면서도 힘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바로··· 현상금 사냥꾼이다.
*
특별 경비대에서도 꽤 거리가 있는 5구역의 구석진 곳.
나는 점점 많아지는 거지들을 보며 거지굴에 발을 들였다.
웬만하면 다시 안 오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금방 오게 되었다.
“라, 라엘 님!”
“일어나지 말고 그대로 누워있어라.”
자신과 눈이 마주치는 거지들마다 벌떡 일어나니 영 귀찮았다.
나는 대충 손을 휘저어주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배거스의 대장실까지 안내받았다.
“베네트라는 놈은 정보를 구하는 대로 조직원을 보낸다고 분명 말했을 텐데··· 왜 직접 온거냐?”
나는 떨떠름한 표정의 제니스를 보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은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예요. 그나저나 정보를 구할 방법은 있어요? 거지새끼들을 못 믿겠어서 내 발로 뛰려고 했는데.”
“네 말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거지들을 부려서 정보를 얻는다라··· 생각해 보면 꽤 좋은 아이디어더군.”
“오, 설마 정보 길드 사업을 시작하려고요?”
이 시대는 거지 취급이 좋다.
약자를 도우라는 신의 교리가 대륙 전체에 퍼져있으니, 파티가 있는 날에는 남는 음식을 거지에게 주고, 경사가 있을 때도 거지를 불러 돈을 나눠준다.
현대인의 관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지만, 신성력이라는 게 실제로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실제로 신의 힘을 볼 수 있으니 그만큼 믿음도 강해지는 거다.
평범한 사람들이 약자를 도울 기회라고 해봤자 거지들밖에 없는 것도 한몫한다.
“그래. 이미 실력에 자신있는 놈들부터 정보 길드 주변에 자리 잡게 했다.”
“드디어 거지새끼들이 제대로 돌아가는구나. 이왕 이렇게 된 거 조직 이름도 개방으로 바꾸죠?”
“배거스다.”
“개방. 당신은 개방주. 아니면 왕초.”
“배거스! 배거스는 내 청춘을 바친 내 조직이야!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이것만큼은 양보 못 한다!”
“쯧.”
아쉽지만 개방의 낭만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제니스의 눈에 흙을 넣는 건 어렵지 않지만, 중년 남자가 눈에 들어간 흙 때문에 엉엉 우는 걸 보기는 싫었다.
“그래서 할 말은 뭐냐? 조사는 순탄히 진행 중이야. 금방 좋은 결과가 나올거다.”
“슬슬 다시 현상금 사냥꾼 일을 해보려고요.”
“라엘! 그게 정말이냐?!”
“네. 사실 돈도 좀 필요하거든요.”
경비대장에서 잘렸으니 보육원을 먹여 살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래서 말인데, 제 가면은 어디 있어요? 아직 안 버렸죠?”
“당연하지. 창고에 있을 거다.”
나는 제니스의 안내를 받아 창고로 향했다.
먼지가 풀풀 일어나는 창고의 구석에는, 두 동강 난 각시탈 가면이 있었다.
“이, 이게 왜 부서져있지?”
“누가 부순 건 아니네요. 그냥 낡아서 금이 간 것 같아요.”
나는 가면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나 누가 부수기라도 했으면 오랜만에 거지새끼들의 기강을 잡으려 했는데, 다행히 하늘이 범인이었다.
“배거스에 네 물건을 건드릴 정도로 또라이는 없다. 라엘.”
“그런데요. 아저씨. 창고를 관리하는 놈은 있을 거 아니에요. 그 새끼 불러와 봐요.”
내 말에 제니스의 표정이 굳었다.
“··· 죽이지는 마라.”
“에이. 죽이긴 뭘 죽어요. 누가 보면 싸이코패스인 줄 알겠네.”
“아니었나?”
“?”
“여기 있네.”
제니스가 몸을 돌려 문 앞에 있는 거지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창고 앞에서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벌벌 떨고 있던 거지가 내 눈앞에 떨어졌다.
거지는 날 보자마자 양손을 모아 빌기 시작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관리를 잘못해서···.”
아니, 누가 보면 진짜 사람 죽이는 줄 알겠어.
나는 벌벌 떠는 거지에게 다가가서 어깨를 툭툭 쳤다.
“괜찮아. 인마. 없는 자리에서는 나라님도 욕한다는데, 이제 쓰지도 않는 물건은 제대로 안 볼 수도 있지. 안 그래?”
“정말 죄송합니다···.”
“하하. 그럴 수도 있지. 표정 풀어.”
“하하···.”
거지는 주변을 살피며 머쓱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하! 그래그래. 웃으니까 보기 좋네.”
“하하하하하!”
“웃기냐?”
커흑-!
나는 기분 나쁘게 웃는 거지의 뒤통수를 때렸다.
“거지굴 참 잘 돌아간다. 어? 이렇게 눈치가 없는데 동냥질은 어떻게 했냐? 응? 내가 이 가면 만드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이걸 부숴 먹어?!”
현상금 사냥꾼 시절, 쌈짓돈을 모아서 마법사에게 의뢰한 가면이다.
나는 축복을 받지 못하는 몸이다 보니 가면에 마법을 걸었다.
생긴 건 이상해도 기척과 소리를 줄여주는 고급 마도구란 말이다.
나는 거지 놈의 멱살을 잡고 끌어올렸다.
“죄송, 죄송합니다···.”
“이게 얼마짜리인 줄 알아? 이 거지새끼들을 오늘 그냥···.”
“그만! 그만해라! 라엘! 가면은 최대한 빨리 하나 만들어줄 테니까 그만해!”
털썩-
나는 제니스의 말을 듣자마자 거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분명 만들어준다고 했어요. 내일까지 못 만들면 당신 배거스의 대장이 아니라 개방주되는거야.”
“최대한 빨리 만들어준다니까! 당장 내 보금자리에서 꺼져! 이 미친놈아!”
나는 그제야 표정을 풀었다.
역시 거지새끼들은 위협을 해야 정신을 차린다.
하지만 제니스가 나를 보는 눈이 너무 불쌍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농담이니까 가면은 천천히 만드세요. 현상금 사냥은 다음에 해도 되잖아요.”
“··· 농담이라고 말해놓고 내일 거지굴에 쳐들어와서 가면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제니스의 애처로운 시선을 넘기며 눈을 피했다.
*
라엘이 돌아간 뒤.
거지굴은 사자 없는 초원처럼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아렌. 괜찮나?”
제니스는 쓰러져있는 창고 관리인, 아렌에게 다가가 그를 일으켰다.
“대장님. 크윽··· 뼈가, 뼈가··· 응? 이상하다. 분명히 아팠는데···.”
“그 순간만 아프게 때리는 게 예전부터 저놈의 특기였어. 상처는 없을 테니 일어나라.”
아렌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피며 헛웃음을 지었다.
제국 경비대장이라는 놈의 특기가 상처가 남지 않게 때리기라니, 그게 말이 되는 건가?
그래도 아프지 않다는 사실에는 감사했다.
“어으. 제니스 님. 저 미친놈은 너무 무섭습니다.”
“··· 네가 참아라. 원래 저런 놈이니까. 태풍이 분다고 하늘을 욕해서는 되겠냐?”
거지굴에서 라엘은 자연재해 취급이었다.
불만을 가지고 덤벼봤자 손해만 본다는 것도 자연재해와 비슷한 점이었다.
“사실 이해가 안 됩니다. 그까짓 얼굴 그냥 까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닙니까? 어차피 저 자식을 건드릴 만한 강자는 현상금 사냥을 안 할 텐데···.”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각시탈이라는 이름은 굉장히 위험해.”
“그 정도입니까? 어차피 현상금 사냥꾼이잖아요.”
“놈은 달라.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도 적을 많이 만들었거든.”
정확히 말하면 4구역의 보육원 주변에서 활동하는 범죄자들의 뿌리를 뽑았다고 표현해야겠지.
저놈의 집념은 무서울 지경이라, 보육원에 피해가 갈만한 곳은 전부 제거해 버렸다.
덕분에 아직까지도 각시탈의 뒤를 쫓는 조직이 한둘이 아니다.
“각시탈이 은퇴한 지도 몇 년이나 지났는데··· 역으로 지금부터 얼굴을 까고 다니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마력 패턴이라는 것도 모르나? 라엘 정도로 강한 사람은 이미 자신의 패턴이 확실하게 정립되어 있어. 괜히 저 놈이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게 아니야. ··· 그리고 그게 라엘의 무서운 점이지. 마력을 숨긴 채로 제국 경비대에 들어가다니, 저런 미친 놈은 또 없을거다.”
라엘이 고아 출신이고 평소에 마력을 숨기고 다니기에 망정이지, 가족이나 가문이 있었다면 금방 꼬리가 잡히고 전부 찢겨나갔을 거다.
그가 보육원 주변에 거지들을 배치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이야기를 들은 아렌의 표정이 굳었다.
“그, 그럼 지금이라도 발을 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라엘 놈과 엮이다가 저희도 위험해질 것 같은데요.”
“··· 나도 할 수 있으면 그러고 싶다. 저놈이 우리를 놔주지 않는 거야.”
“아······.”
아렌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놀랍게도 라엘은 배거스를 자기 친구 비슷한 것으로 생각한다.
보통 사람은 가면 하나 부쉈다고 친구를 패버리지는 않을 테니··· 저 망나니의 움직임을 예상하는 건 포기해야 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사고 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원해 주는 것뿐이야. 그래도 돈을 뺏어가는 놈은 아니니까.”
“생각해 보면 맞은 적은 있어도 상납급을 낸 적은 없습니다.”
“그래. 그냥 원하는 거나 들어주고 우리는 콩고물이나 받아먹으면 돼. 그러니까 절대 놈한테 까불지 마라. 눈 밖에 나는 행동도 하지 말고. 응? 제발 부탁이다. 창고 관리가 어려운 일은 아니잖아!”
“노, 노력하겠습니다.”
“이런 젠장. 저 가면에 돈이 꽤 들어간 거로 아는데···.”
제니스는 가면의 부스러기를 주섬주섬 주워 담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베네트 라고 했었지···.’
지금까지 용의 역린을 건드린 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자신의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이번에도 결과가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것을··· 제니스는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