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24)
라엘은 며칠 내내 레인 기사단의 훈련장에 방문했다.
세 끼니를 전부 레인 기사단에서 해결했고, 잘 시간이 없으면 숙소의 방 하나를 빌렸다.
“라엘, 드디어 레인 기사단에 입단한 게냐?”
“아닙니다. 그냥 훈련장만 쓰고 있어요.”
“…그래. 편하게 쓰거라.”
레인 기사단의 주인인 에릭이 떨떠름한 얼굴로 라엘을 바라보긴 했지만, 라엘은 그런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다.
“영역에 대해 구상은 되어가고 있는 거냐?”
최근 레인은 레인 기사단보다 라엘에게 더 시간을 쏟고 있었다.
어차피 기사단은 가만히 내버려 둬도 잘 굴러가니, 행정업무도 부관 키르에에게 떠넘겼다.
“솔직히 뭣도 없습니다. 애초에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이해한다. 특히 너같이 재능 있는 놈들은 더욱 심할 거야.”
“그래요?”
“차라리 한 가지만 뛰어난 놈들. 예를 들어 강검에 뛰어난 놈은 힘을 더 키우거나 강검의 약점을 보완하면 되지만, 너같이 전부 잘하는 놈들은 오히려 갈피를 잡기 힘든 법이거든. 참고로 나도 영역 의 구상만 1년 이상 걸렸다.”
“단장님이 1년 이상 걸렸다면 전 10년 넘게 걸리는 거 아닙니까?”
“…라엘, 그게 무슨 의미냐?”
“농담입니다.”
라엘은 아쉬운 듯 레인의 환영 검무를 바라보았다.
레인 단장은 저래 보여도 몇십 년간 기사도를 걸은 엘리트 기사였다.
그런 사람이 자신의 영역을 만드는 데 1년이 걸렸다면, 라엘은 대체 얼마나 걸리는 걸까.
“애초에 25살의 나이에 영역을 구상하려고 하는 게 이상한 일이야. 난 그 나이 때 검강을 뽑는 게 꿈이었단 말이다. 너는 빨라도 너무 빨라.”
“그렇다고 포기할 순 없잖아요. 저는 더 강해져야 해요.”
“그 태도를 보고 나도 도와주고 있는 거다. 뭐, 내가 말한 건 어디까지나 상식에 불과해. 애초에 25살에 소드마스터에 도전한다는 것부터 상식에 어긋난 일이니 …. 혹시 아냐? 너라면 또 상식을 부수고 영역을 만들어 낼지도 모르지.”
레인은 내심 그런 일이 벌어지길 바랬다.
그렇다면 그는 최연소 소드마스터의 스승이 되는 거니까.
‘이미 천살검주님이 있긴 하지만 그분은 얼굴을 자주 보이지 않으시니 …. ‘
제국의 사교계에서는 자신이 더 잘 먹힐 것이다.
레인은 미래를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단장님. 다시 가겠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하지. 라엘. 나도 환영 검무를 몇 시간이나 지속할 순 없다.”
레인은 라엘의 체력에 고개를 저었다.
이 괴물 같은 놈은 정기 훈련도 하지 않으면서 왜 이렇게 몸이 튼튼한 걸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아하하핫! 라엘! 오랜만이군!”
다행히 레인의 지원군은 금방 도착했다.
빌어먹을 소드마스터 협회에서 라엘을 찾아온 것이다.
먼저 찾아온 것은 검룡이었다.
바네사 왕국의 일검이자 제국에서도 통할만한 압도적인 강함을 가진 소드마스터.
그는 라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으니, 레인의 말에 흔쾌히 제국까지 달려왔다.
“안녕하십니까. 검룡 님. 바네사 왕국에 돌아간 지 얼마 안 된 거 같은데, 생각보다 빨리 보게 됐네요.”
“오늘은 바네사 왕국의 일검으로서 온 것이 아니다. 소드마스터 협회의 간부로서 찾아온 것이지.”
“…안 와도 됐을 텐데.”
“뭐라고?”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했습니다. 카일 그놈은 안 온 겁니까?”
“하핫! 내 손주는 네가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동자공이 극의에 오를 때까지 나오지 않겠다고 하더군!”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검룡님. 검룡님 정도의 강자도 협회장이 아니라 간부인 겁니까?”
소드마스터 협회.
사실 라엘의 상상보다 훨씬 대단한 곳일 지도 모른다.
“협회장 말이냐? 그 자리는 올라가고 싶다고 해서 올라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전문용어로 알면 다친다고 하지!”
“…그럼, 수련이나 하시죠.”
라엘은 한숨을 쉬며 검을 들었다.
아무리 봐도 소드마스터들은 정상이 아니었다.
“넌 뛰어난 검사지만, 완성된 검사는 아니다. 차근차근 단계를 높인 게 아니라, 타고난 재능으로 시작점이 달랐지. 검기나 검강을 만들 때 쉽게 넘어온 만큼, 영역에서는 좀 더 어려울 거다.”
검룡도 라엘을 위해 자신의 깨달음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다.
“레인 단장님에게도 비슷한 말을 들었습니다.”
“그놈은 보기보다 노력파니까. 특히 레인의 영역은 그놈이 쌓아 올린 검의 정수를 잘 보여주지. 자, 내 정력궁을 다시 보여줄 테니 그 안에서 무언가 깨달음을 얻도록 해라!”
” … ”
당신이 쌓아온 검의 정수는 왜 그 모양인 겁니까.
라엘은 죽은 눈으로 검룡의 정력궁에 들어갔다.
*
훈련이 끝난 뒤, 라엘은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검룡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고 보니 정천맹주님은요? 같이 찾아온다고 들었는데.”
“아… 그 사람은 일이 바빠서 말이다. 아마 일주일은 있어야 볼 수 있을 게다.”
“다른 일정이 있나 봐요?”
“으음, 뭐. 그렇지. 정천맹주로서 마교의 흔적을 찾느니 마느니 하던데… 네가 신경 쓸 건 아니다.”
” …? ”
라엘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니, 도움을 받지 못한다고 원망할 수도 없다.
그 외에도 라엘을 도와주려는 사람은 많았다.
“라엘. 이건 은십자 기사단에 전해지는 교본이다. 참고하도록 해라.”
“…고맙습니다. 마르코 단장님.”
은십자 기사단의 마르코 단장도 라엘에게 찾아왔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한 기운은 여전했지만, 마르코라는 사람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는 은십자 기사단원들이 익히는 비급을 몇 권 가져왔다.
“라엘 경. 이것은 푸른 마탑의 비전 마도서입니다.”
“마도서는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존댓말 하지 마십시오.”
푸른 마탑주 페르마도 찾아왔다.
그는 라엘이 마도서를 거절하자, 자신이 검술에 조예가 깊지 않다며 연신 사과를 하다가 돌아갔다.
그럴 거면 왜 찾아왔는지 모르겠다.
그 외에도 에릭 아저씨가 몇 번이나 찾아왔고, 투신 클라라나 엘프족의 우두머리인 에렌고르와도 대화를 나누었다.
드래곤인 티아나 수인족 베스티아도 나름 충고를 던졌다.
라엘은 그들의 말을 생각하며 영역을 구상했다.
“자, 들어봐. 네가 흡수한 힘을 한 번에 모았다가, 에너지파처럼 쏘는 거야. 콰과과광. 어때?”
레이나는 해먹에 누운 채 하늘을 향해 주먹질했다.
그녀 나름대로 라엘을 위해 밤새워 고민한 결과였다.
“레이나. 그게 쉬우면 나도 했겠지.”
“레이네 언니랑 말할 때는 분명 될 거 같았는데… 엘프가 아니라 인간은 힘든가 봐.”
“엘프도 그건 못할걸? 그보다 겐트는 어디 간 거냐? 물어볼 게 있었는데.”
“모르겠어. 며칠간 텃밭에도 잘 안 보이던데?”
“…납치라도 당한 건가?”
특별 경비대 생활을 하며 겐트가 텃밭 가꾸기를 거른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다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내버려 둬. 거인족은 원래 그게 정상이야. 이제야 본능을 되찾은 거지.”
레이나는 내심 자신보다 자연을 좋아하는 겐트를 견제하고 있었다.
“쯧. 겐트하고 대련이라도 하려 했는데, 레이나. 너라도 싸울래?”
“난 싫어. 버메일 3세랑 싸워.”
레이나는 자신의 배에 올라가 있던 버메일 3세를 라엘에게 던졌다.
[싫은 거예요! 당장 절 놓으세요! 꺄아악!]버메일 3세는 라엘의 품에 안긴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을 보니 기운이 쭉 빠져서 싸우고 싶지도 않아 졌다.
“안 싸울 거니까 조용히 해.”
[감사한 거예요.]라엘은 다시 레이나의 몸으로 올라가는 버메일 3세를 보며 텃밭의 토마토 하나를 따서 입에 넣었다.
입안에서 달콤한 토마토의 과즙이 터지는 게 꽤 기분 좋았다.
영역에 대한 고민은 사실 뻔했다.
몸 주변의 힘을 흡수하는 이 정체불명의 능력.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 내야 했다.
“역시 검사를 보는 내 눈은 틀리지 않았으니. 라엘. 소드마스터의 영역에 발을 걸쳤구나.”
다음 날.
라엘은 특별경비대에 나타난 천살검주를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뭐야. 다음에 오려면 한 달은 걸릴 줄 알았는데, 벌써 오셨어요?”
천살검주는 워낙 신출귀몰한 사람이고, 스승 주제에 한 번 방문하면 몇 달은 잠적을 하는 위인이시다.
용봉지회 이후에도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니 적어도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나타나셨다.
“간부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 찾아왔지. 역시 라엘 너였구나.”
“간부요?”
“내가 협회장이다.”
“예?”
“소마협의 협회장이란 말이다.”
“하 …. 시발.”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욕을 뱉어버렸다.
왜 이런 사람이 대륙제일검이라고 불리는 걸까.
그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사랑스러운 제자는 무시하면서 소마협하고는 연락하고 있던 거예요? 스승님. 그러시면 안 되는 거죠.”
“나도 협회장 자리만 차지하고 있을 뿐, 그들과 소통은 하지 않는다. 마족들을 사냥하는 와중에 제국에 들렸는데, 네가 영역에 도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때마침 답천을 가르친 지도 꽤 시간이 지
났으니, 제자의 상태를 보러 온 것이다.”
“오, 혹시 천살검 제4형이 영역과 관련된 검입니까?”
라엘은 내심 기대를 하고 물었다.
그는 지금 처음으로 벽이라는 걸 느끼고 있었다.
“천살검 제4형 쇄천. 그것은 하늘을 부수는 검이지. 영역이 아니다.”
“그럼 천살검주 님의 영역은 천살검과 관련이 없는 건가요?”
“천살검은 내 일생의 깨달음이 담긴 검이다. 천살검에서 비롯되는 영역 또한 존재하지만, 그것은 네 것이 아니라 나의 것에 가깝다. 네가 가고 싶은 길이 있다면 그 길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럼 천살검주 님의 영역이라도 한 번 보여주시면 안 됩니까?”
레인의 환영 검무나 검룡의 정력궁은 분명 대단한 영역이지만, 다른 사람의 영역도 구경해보고 싶었다.
특히 대륙제일검의 영역이라면 분명 무언가 영감을 주겠지.
“내 영역을 본 자는 단 한 명도 살아남지 못했다. 거기에 예외는 없는 법.”
“…예예. 그럼 가르침이나 주십시오.”
라엘은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소마협의 협회장이라면서 참 쓸데없는 게 많았다.
“먼저 네가 무슨 짓을 해도 할 수 없는 일을 떠올려라. 그 뒤에 …. ”
그래도 천살검주의 설명은 라엘에게 꽤나 도움이 됐다.
라엘은 그와 검을 맞대며 한 단계 높은 검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그렇게 일주일 뒤, 라엘은 영역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냈다.
*
용사 임명식이 코 앞까지 다가온 지금.
라엘은 영역에 대한 구상을 마쳤다.
의외로 가장 도움이 된 것은 레이나였다.
해먹에 누운 레이나가 해준 말이 영역을 구상할 때 힌트가 되었다.
“라엘 형님.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는 게 사실입니까?”
“칼슨. 맞긴한데, 넌 어떻게 알았냐? 마르코 단장님이 얘기해줬어?”
라엘은 칼슨을 보며 물었다.
이놈한테는 도움을 받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아니요. 요즘 소문이 아주 파다해요. 용봉지회의 우승자, 제국의 삼걸 라엘이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도전하고 있다고요.”
“소문 참 더럽게 빠르네.”
스마트폰도 없는 세상에서 소문이 뭐 이렇게 빠른 건지.
재밌는 일이 생기면 곧바로 주변에 알리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다.
“호외요! 호외! 제국에 새로운 소드마스터에 도전하는 기사가 있습니다!”
“저게 무슨 …. ”
라엘은 자신의 옆에서 신문을 뿌려대는 소년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 새끼들은 프라이버시라는 개념이 없는 건가?
아니, 그런 개념이 있을 리가 없지.
그저 어떻게 알아낸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확률적으로 레인이 자랑하고 다녔을 가능성이 높았다.
“아, 형님! 저기! 저기 루카스가 옵니다!”
“어디?”
라엘은 칼슨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지금 그들은 루카스의 복귀를 마중나와 있었다.
“…형님. 저 옆에 여자들은 뭘까요?”
“뭐긴 뭐야. 여자 친구들이겠지.”
졸업시험이 열린 무인도에서 사고가 터진 바람에 일정보다 훨씬 늦게 복귀한 루카스는, 양옆 앞뒤로 여자를 4명이나 끼고 있었다.
대체 무인도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여자가 더 늘어 있었다.
“얘들아, 난 라엘 경과 칼슨 경에게 인사를 드려야 해. 모두 아카데미에서 보자.”
“흐, 흥, 꼭 보고 싶다는 건 아니야!”
“루카스 님! 아카데미에서 기다릴게요!”
루카스 주변의 여자들이 아쉬운 듯 루카스를 빤히 바라보며 몸을 돌렸다.
티는 안 냈지만, 라엘도 내심 부러움을 느꼈다.
저것도 나비효과인 걸까? 루카스는 원작보다 히로인들과 훨씬 친밀해 보였다.
“라엘 형님. 저 새끼는 삼걸에서 빼버리죠?”
“겸사겸사 나도 나갈 테니까 삼걸은 너 혼자 해라.”
“칼슨 경! 라엘 경! 저 왔습니다!”
루카스는 해맑게 웃으며 이쪽으로 다가왔다.
무인도에서 지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지만, 그는 역시 이 둘과 있을 때가 가장 즐거웠다.
여자 친구들과 다른 뜨거운 감정이 가슴 속에서 샘솟았다.
“루카스. 넌 우리 삼걸에서 추방이다.”
“예 ?! 갑자기 무슨 소리십니까?”
“아니지. 널 추방하면 안 되는 건가? 원래 이런 파티에서 추방당하면 여자에게 인기가 많아지던데… 라엘 형님! 저를 추방해 주십시오!”
“제발 닥쳐. 칼슨.”
라엘은 어떻게 성기사가 되었는지 궁금한 칼슨의 뒤통수를 후렸다.
그리고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루카스. 고생했다. 다친 곳은 없냐?”
“예. 괜찮습니다. 아, 라엘 경. 소문 들었습니다. 소드마스터에 도전하고 계시다고요.”
“…너 무인도에서 방금 온 거 아니야?”
“방금 이걸 샀습니다.”
라엘은 루카스의 손에 들린 신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루카스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라엘 경이 강해질 것은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저도 이번에 좋은 기연을 만나서 더 강해졌습니다. 각오하십시오. 라엘 경.”
“뭐, 죽은 드래곤하고 만나서 마법이라도 쓸 수 있게 됐냐?”
루카스는 무인도에서 죽은 드래곤의 영혼과 만나 마법을 깨우친다.
아마 라엘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강해졌겠지.
“어, 어떻게 아셨습니까? 용사 임명식에서 공개할 생각이었는데!”
라엘은 루카스를 보며 피식 웃었다.
용사 임명식이 가까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