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4)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14화(14/105)
나비효과
딸랑- 딸랑-
라엘은 4구역의 한적한 술집 문을 밀고 들어갔다.
이곳은 사라 선생님의 여관보다도 장사가 더 안되는 곳이다.
“음? 라엘이냐?”
술집에 들어오자, 천으로 유리잔을 뽀득뽀득 닦고 있는 인자한 인상의 남자가 라엘을 반겼다.
“오랜만이에요. 에릭 아저씨.”
에릭.
이 개같은 중세 판타지의 몇 안 되는 정상인 중 하나다.
더럽게 장사가 안되는 술집을 운영하면서도 가끔씩 보육원을 지원해 주고, 지나가는 아이들을 붙잡아 밥이나 음료수를 주는 착한 아저씨다.
“이야. 오랜만이구나. 그 사고뭉치가 경비대장까지 달더니 날 잊은 줄 알았어.”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저씨. 보육원에 들르시면 언제든지 절 볼 수 있는데.”
“요즘 들어 일이 많아졌어. 술집보다 부업이 더 바쁘거든.”
라엘은 피식 웃으며 바에 앉았다.
에릭 아저씨의 술집은 단순히 술만 먹으러 오는 곳이 아니다.
‘뭐라고 표현해야 하지? 인력사무소?’
원래 판타지의 술집은 술만 팔지 않는 법이다.
4구역에서 오래 지내며 터줏대감이 되어버린 에릭 아저씨는 그의 인맥으로 좋은 현상범들을 물어다 주곤 했다.
그 인맥으로 각시탈에 들어가는 재료를 찾아주기도 했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른 거다.
라엘은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에릭 아저씨. 혹시 세계수의 가지도 구할 수 있어요?”
“너는 오랜만에 와서 한다는 말이 거래금지품을 구해달라는 거냐?”
“에이. 우리 사이에 인사가 필요해요?”
“흥. 세계수의 가지는 왜 필요한 거냐? 요즘 찾는 사람이 많던데.”
“급하게 쓸 곳이 있거든요. 구할 수 있어요? 안되면 빨리 다른 곳을 찾아야 해요.”
라엘의 말에 고민하는 듯 침음을 삼키던 에릭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의 부탁은 몇 번이나 거절했지만··· 네가 필요하다면 하나 정도는 구할 수 있지. 며칠만 기다려라.”
“오, 정말요? 솔직히 힘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라엘은 기대하지 않았던 대답에 눈을 크게 떴다.
세계수의 가지는 웬만한 암시장에서도 다루지 않는 귀중품인데, 설마 구할 수 있을 줄이야.
“마탑에는 없는 게 없거든. 마탑에 있는 친구 놈에게 부탁하면 하나쯤은 빼줄 거야.”
“아저씨가 마탑에 친구도 있어요? 아무튼 고맙습니다. 제가 가격은 치를게요.”
“그래. 그러고 보니 너도 그 호구한테 파는거냐?”
“호구요?”
“배신자 엘프 말이야.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면 부르는 대로 값을 쳐준다고 유명하던데?”
“···.”
라엘은 레이나의 얼굴을 떠올리며 씁쓸한 맛을 삼켰다.
걔는 왜 여기서도 호구 취급을 받고 있는 걸까.
“불쌍한 애니까 잘 좀 대해줘요. 아저씨. 보기보다 착한 애예요.”
“나도 소문만 들었지. 본 적도 없다. 너랑 친한 놈이면 이쪽으로 보내라. 세계수의 가지는 못 구해줘도 다른 건 잘해줄 테니까.”
“고마워요.”
자신이 만든 나비효과 때문에 레이나의 삶이 힘든 줄 알았는데, 그냥 만인의 호구였던 모양이다.
라엘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싹둑- 싹둑-
겐트의 가지치기 소리는 마음에 평안을 가져다준다.
키가 너무 커서 의도치 않게 햇빛을 가려주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라엘은 해먹에 누워 멍하니 겐트의 가지치기를 바라봤다.
“라엘. 오늘은 나가지 않는 건가? 최근에 꽤 바빠 보이던데.”
“응. 할 일을 다 끝냈거든. 오늘은 좀 쉬려고.”
에릭 아저씨가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는 동안 며칠의 시간이 붕 떴다.
할 일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게 라엘의 특기긴하지만, 곧 소설에 등장하는 악역과 마주친다는 생각에 괜히 여러 잡생각이 들었다.
‘요즘 따라 신기한 일이 많아지니까 옛날 생각이 나네.’
처음 이 소설에 빙의하고, 어떻게든 아카데미에 들어가 주연들과 인연을 만들려던 시절.
그때는 참 아등바등 열심히 살았었다.
“차별주의자 새끼들만 아니었어도 내 인생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텐데. 안 그러냐? 겐트.”
“그렇군. 난 가지들을 버리고 올 테니 인생에 대해 고찰하고 있도록 해라. 라엘.”
“진짜 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놈이네.”
거인족들은 다들 저런 걸까.
아니면 저 새끼가 특이한 걸까.
‘쯧. 사려깊은 내가 이해해야지.’
라엘은 눈을 감고 해먹에 몸을 맡겼다.
지금 누워있는 해먹은 레이나가 직접 만든 숲의 축복을 가득 머금은 해먹이다.
자연의 마력으로 몸에 좋은 기운을 내뿜는다고 한다.
레이나가 숲에 있는 지금, 이 좋은 해먹을 독차지해야 한다.
‘이렇게 평화로운 게 신기하긴 하네.’
귀족을 팼다가 특별 경비대에 끌려오고, 귀왕이라는 괴물을 만났다.
어쩌면 라엘은 제국의 멸망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혼자만이 아는 미래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이상한 감각이 라엘의 마음을 뒤덮었다.
싹둑- 싹둑-
몇 분이나 눈을 감고 있었을까.
다시 가지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겐트. 그러고 보니 궁금한 게 있는데. 천살검주랑 드래곤은 대체 언제쯤 볼 수 있···. 응?”
고개를 돌린 라엘은 생각지도 못한 광경에 눈을 깜박거렸다.
나무 앞에는 가지치기 가위를 들고 있는 처음 보는 노인이 서있었다.
싹둑- 싹둑-
노인의 손에 들린 가위가 움직일 때마다 싱싱한 가지들이 잘려 나갔다.
아무리 봐도 가지치기를 당할만한 잔가지가 아니었다.
‘저 할아버지 가지치기를 너무 못하는데?’
자연을 사랑하는 겐트가 보면 화내지않을까 두려울 정도로 나무를 씹창내고 있었다.
아니, 그 전에 저 노인은 대체 누구길래 여기 있는 거지?
“할아버지. 누구신데 여기···.”
“이런!”
라엘이 노인에게 말을 걸던 그때, 모종삽과 씨앗을 들고 걸어오던 겐트가 눈을 크게 뜨더니 손에 든 걸 내던지고 노인을 향해 달려갔다.
겐트가 얼마나 자연을 사랑하는지 알고 있는 라엘이기에, 설마 사람을 패는 건 아닌가 걱정되었다.
“야. 겐트. 노인 학대는 하지 마라.”
“어찌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천살검주님!”
“어?”
겐트의 말을 들은 라엘이 해먹에서 일어나려던 엉거주춤한 자세로 멈췄다.
라엘은 가지치기 가위를 들고 있는 노인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 이 사람이 천살검주?’
라엘은 눈을 크게 뜨고 노인의 형색을 살폈다.
사실 특별 경비대에 처음 보는 노인이 있다면 드래곤이나 천살검주의 존재를 떠올리는 게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겐트. 이쪽이 자네가 말한 라엘인가?”
그러나 라엘이 천살검주를 보고도 그의 존재를 떠올리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아.’
눈앞의 노인에게서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라엘의 날카로운 감각은 천살검주에게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곧 어떤 빈틈도 없다는 뜻이다.
라엘은 긴장하며 천살검주를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제가 말했던 신입 경비대원입니다.”
“흐음··· 정말 신기하군. 이런 녀석은 처음이야.”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시선이 라엘을 훑었다.
그것은 귀왕의 살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천살검···.”
해먹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던 라엘은, 자신의 주변을 뒤덮은 마력을 느끼고 눈을 크게 떴다.
‘이 노인네는 언제 이런 걸···.’
특별 경비대에 가득 찬 귀기와 마기 때문일까.
라엘은 뒤늦게 자신이 천살검주의 ‘영역’에 들어왔다는 걸 알아챘다.
“···.”
천살검주의 눈에 흥미가 차올랐다.
눈앞의 검사는 소드마스터의 압박감을 온 몸으로 받아내면서도 쓰러지거나 무릎 꿇지 않았다.
제국 기사단의 그 누구를 데려와도 해내지 못할만한 위업이었다.
‘움직일 수가 없어.’
라엘은 자신을 바라보는 천살검주를 보며 긴장을 놓지 않았다.
지금 라엘은 사선에 서있었다.
그가 베고자하면, 죽는다.
그것이 소드마스터의 영역이었다.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엿보고 있으면서 검술에 본질이 없고, 정순한 마력을 보면 마족과 계약을 한 것도 아닐 텐데 나이에 비해 말도 안 되게 강하군.”
천살검주의 말에 라엘은 입술을 깨물었다.
눈앞의 노인네는 한순간 만에 라엘의 모든 것을 파악했다.
“너는 참으로 불가사의한 존재구나.”
“···.”
뜬금없는 그의 말에 라엘은 침을 삼켰다.
자신의 검술이 근본 없는 건 맞지만, 대화의 흐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가르침을 주고 싶지만, 검 끝에 망설임이 남아있어.”
“··· 배운다고 한 적도 없고, 아직 검은 뽑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구나. 강해져야 할 이유를 못 찾고 있어. 시대의 흐름이 겁나는 것인가? 허나 천살검은 준비되지 않은 자는 사사할 수 없는 검인 것을···.”
“···.”
라엘은 조용히 천살검주를 바라보았다.
그의 깊은 눈은 라엘을 바라볼 뿐이지만, 마치 자신의 모든 생각이 들킨 것 같은 느낌이었다.
“걱정하지 마라. 검사를 보는 내 눈은 틀리지 않으니. 라엘. 너와는 금방 다시 볼 수 있겠구나.”
천살검주는 라엘의 검집을 슬쩍 바라본 뒤, 몸을 돌렸다.
“겐트. 오늘은 가보마. 즐거운 경험이었다.”
“아, 예. 천살검주님.”
겐트는 고개를 숙이며 그를 배웅했다.
나이는 겐트가 많지만, 거인족의 전사다운 강자에 대한 존중이었다.
“···.”
천살검주가 사라진 뒤, 라엘은 천천히 심호흡 하며 주먹을 쥐었다 폈다.
다행히 감각은 멀쩡했다.
“겐트. 저 노인네는 원래 성격이 저러냐?”
해먹에 걸터앉은 라엘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갑자기 찾아와서 기세로 압박을 하더니 비난만 하고 사라졌다.
강하지만 않았어도 라엘의 노인 공격 펀치를 받았을 거다.
“수준 높은 검사들의 대화를 직접 보다니 굉장히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라엘. 천살검주님과 무슨 대화를 나눈거지?”
“··· 그건 또 무슨 개소리야. 겐트.”
방금 수준 높은 검사 간의 대화를 했었나?
노인네의 잡담을 받아준 기분인데.
“천살 검주님의 검술을 사사하지 않은 이유는 뭐지? 망설임이라는 건 검의 깨달음에 대한 이야기인가?”
“그냥 안 배운 거다.”
“뭐?!”
겐트가 화들짝 놀라며 라엘을 바라봤다.
“내가 세상을 구할 용사도 아니고, 제국 기사단장도 아니고, 더 강해질 필요가 뭐가 있어. 노인네도 가르쳐주기 싫다고 하니까 맞춰드린 거지.”
“라엘, 그게 무슨 소리냐! 천살검주님은 위대한 전사다! 그런 분에게 배우는 기회는 다시 오지않을 수도 있어!”
겐트가 눈을 부릅뜨고 라엘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라엘이 자신의 친구라지만 방금은 거인족의 전사로서 도저히 넘길 수 없는 말이었다.
“진정 좀 해라.”
처음 보는 겐트의 흥분한 모습이 꽤나 신기했다.
자연을 사랑한다 해도 거인족은 거인족인 모양이다.
강해질 기회를 놓친 라엘이 이해가 안 되겠지.
“라엘! 이건 진정할 일이···!”
“겐트. 힘이 생긴다는 건 원하지 않는 책임도 생기는 거야.”
라엘은 10살에 처음 검기를 만들었을 때를 떠올렸다.
솔직히 말하면 그때는 아직 희망으로 가득 차 있을 때였다.
원작 소설의 스토리는 완벽히 꿰고 있었고, 이대로 성인이 되면 아카데미에 들어가서 승승장구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현실은 차가웠지.’
제국의 하급 귀족이었던 주인공이 세계를 구하는 건, 소설이기에 가능한 거다.
길바닥 출신 고아 라엘이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져봤자 기사단의 뛰어난 병사가 한계였다.
천문학적인 확률로 소드마스터의 재능을 타고났다고 해도, 천한 소드마스터가 될 뿐이다.
‘그때까지 살려두지도 않을 테고.’
가지지 못하면 부숴버리겠다는 악의.
라엘은, 중세 판타지 세계의 더러운 면을 너무나 많이 보았다.
그가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 각시탈을 쓰게 된 이유였다.
“지금 가지고 있는 걸 지키기도 힘든데 더 강해지면 어떻게 되겠어.”
“···.”
라엘의 표정을 읽은 겐트는 흥분을 잠재웠다.
그는 겁쟁이가 아니라 전사의 얼굴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납득은 어려웠다.
“납득하기 힘들군. 네가 천살검주 님에게 검을 배워서 강해진다 해도, 남들에게 밝히지 않으면 그만 아닌가?”
“겐트. 너, 나에 대한 정보를 노인네한테 말한 적 있냐? ‘뛰어난 검사에게 가르침을 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 말이야.”
“전사로서 그런 무례를 저지르진 않았다. 네 이름이 라엘이라는 것과 새로 들어온 경비대원이라고만 말했을 뿐이다.”
“그런데 저 노인네가 날 보자마자 처음 한 말이 뭐였지?”
“···!”
라엘은 마력을 보여주지도 않았고, 검을 꺼내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천살검주는 순식간에 그의 검술을 읽어내고 강함을 파악했다.
“그건··· 천살검주님이 압도적인 강자이기 때문이 아니냐? 그분의 시선에서는 우리가 지나가는 개미와 비슷할 수도 있겠지.”
“하아. 너도 레이나도 왜 이렇게 설명해야 할 게 많은 거냐.”
해먹에서 내려온 라엘이 텃밭 앞에 쪼그려 앉았다.
주변 풀숲을 바라보니 개미 한 무리가 지나가고 있었다.
라엘은 손가락으로 개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말대로, 눈앞에서 지나가는 개미를 굳이 밟아 죽이는 싸이코패스는 많지 않아. 하지만 개미가 아니라 모기라면? 말벌이라면? 네게 조금이라도 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존재라면?”
“···.”
겐트는 그제서야 라엘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엘은 굉장히 뛰어난 전사다.
하지만, 그 재능이 하늘에 닿았냐. 라고 물어본다면···.
‘확실하지 않다.’
힘을 숨기는 것도 진짜 강자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라엘이 마지막 순간에 얼마나 강해질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딱 이 정도면 충분해. 내 한 몸 지킬 수 있고, 내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정도.”
라엘은 자신의 재능을 잘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라엘의 몸은 꽤 쓸만하다.
운이 따른다면, 사람들이 말하는 소드마스터라는 경지에 오를 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해피엔딩이 예정된 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까?
라엘은 알 수 없었다.
“라엘. ··· 너는 대체 무엇을 보고 있는 거냐?”
“···.”
라엘은 알고 있다.
언젠가 대전쟁이 일어나는 것도 알고, 수 많은 마족이 대륙을 침공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들을 막아야 하는 건 라엘이 아니라 용사와 성녀, 그리고 소설의 등장인물들이다.
‘··· 노인네가 보는 눈은 좋아.’
천살검주의 말대로, 라엘은 이 세계의 흐름에 끼어들기 싫었다.
자신의 존재로 인한 나비효과를 일으키기 싫었다.
그가 원하는 건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키는 것 뿐이었다.
“만약 강해져야한다면··· 하늘을 뛰어넘어야 해. 그게 아니라면 의미가 없어.”
운 좋게 경비대에 들어오긴 했지만, 라엘은 이 세상의 괴물들을 알고 있다.
라엘은 자신이 그들에게 닿을 수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
냉동고에 있는 고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레이나는 슬슬 일을 찾아야 할 때가 왔다고 느꼈다.
“이번에도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는 거냐?”
“··· 아니. 수배범들의 정보가 필요해.”
레이나는 4구역의 용병단에 찾아갔다.
얼굴을 가린 가면에는 인식 저해 마법이 걸려있어 그녀가 엘프인 걸 숨겨주었다.
물론, 정보를 제공하는 눈앞의 용병은 레이나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렇군. 아, 다음 세계수의 가지는 가격이 더 오를 거야. 이제 정말 구하기 힘들어.”
“이 날강도 같은 새끼···. 진짜 경비대에 신고해 버린다?”
하아.
레이나는 한숨을 쉬며 수배범들의 정보를 확인했다.
어차피 자신이 무슨 말을 하든 이놈들은 세계수의 가격을 올린다.
이 넓은 수도에서 레이나를 받아준 곳은 이곳뿐이었으니, 다른 곳에 갈 수도 없었다.
몇 번이나 반복된 대화가 이제는 익숙했다.
“이번엔 정말 어쩔 수 없어. 너 말고도 수요가 생겼거든.”
“거짓말하지 마!. 어떤 멍청이가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려고 하겠어?”
세계수의 가지는 엘프족에게 굉장히 중요한 물건이다.
숲에서 멀리 떨어져 사는 엘프들에게도 축복이 이어지도록 하는 엘프족의 정신.
그것을 건드리는 사람은 엘프족에게 절대 용서받지 못한다.
“진짜다. 최근 암시장에 나온 세계수의 가지를 전부 사 간 놈이 있더군.”
“뭐? 설마 다른 엘프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만약 엘프였다면 세계수의 가지를 돈 주고 사는 게 아니라 암시장을 뒤엎었을 거다.
“엘프가 아니야. 뭐라더라. 주술사라고 하던데.”
“주술사···? 그 자식 이름이 뭔데?”
“베네트다. 마침 여기에도 적혀있군. 아카데미의 자금을 횡령하고 도망쳤다고 하는데, 아카데미에서 조용히 처리하라고 당부한 놈이라 일반인들은 모를 거야.”
주술사 베네트.
레이나는 수배범들의 정보를 빤히 쳐다보며 그의 이름을 머릿속에 박아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