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44)
거인족은 무슨 개짓거리를 하고 있는 거냐.
그다지 어려운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듣자마자, 겐트의 눈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응? 응? 뭐야? 너희 둘 갑자기 왜 이래?”
조용히 서로를 마주보는 둘 가운데에서 레이나만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녀는 겐트와 라엘 사이의 미묘한 분위기를 읽어냈다.
“라엘. 다른 거인족을 만난 건가?”
“그래. 얼마 전 제국에 나타났던 마교. 그 사이에 거인족이 있었다.”
라엘은 그 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목숨을 노려오던 거인족은 마기를 터트리며 자결했다.
돌아버린 그놈의 눈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런가.”
겐트는 입술을 씹었다.
결국 그들이 움직이고 말았나.
아무리 시간을 끌어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었다.
“라엘, 그 거인족은 죽었나?”
“얼굴이 드러나자마자 자폭했다. 몸 안에 마기가 가득하더라.”
“마기 …. ”
겐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내 거인족은 마족과 손을 잡고 말았다.
거인족의 대전사인 자신이 없더라도 운명이 바뀌지는 않았다.
“겐트. 너, 다 알고 있지? 말 돌리지 말고 솔직히 대답해. 거인족이 뭘 꾸미고 있는 거냐?”
마교가 나타난 뒤로 이상하게 겐트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리고 마교도 중에는 거인족이 있었다.
바보가 아니라면 이 두 사실의 연관점을 찾지 못할 리가 없다.
“…꾸미고 있다고 해야 할까. 라엘. 그것이 거인족의 운명이다.”
“운명?”
“싸워야 하는 종족. 날 때부터 운명이 정해진 거인족의 문제지.”
겐트는 조용히 거인족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거인족은 태어날 때부터 전투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를 지니고 있다.
걸음마를 배우자마자 싸움을 익히기 시작하고, 대부분의 의식과 축제가 싸움과 관련되어 있다.
심지어 거인족은 그런 전투 본능을 숨기지 않고,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다른 이종족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한다.
거인족의 타고난 힘과 덩치는 신의 선택이기에 다른 종족을 지배해도 된다고 느낀다.
그것이 거인족이었다.
“그리고 난 그런 거인족의 대전사로 태어났다.”
“거인족의 대전사? 그게 뭔뎅?”
겐트의 말을 듣던 레이나가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라엘 쪽에서 들려왔다.
“족장의 아들. 맞지?”
“…그래. 내가 족장의 아들인 거인족의 대전사다.”
“조, 족장의 아들? 겐트 너 대단한 녀석이었구나!”
레이나가 화들짝 놀랐다.
텃밭이나 가꾸던 겐트가 설마 족장의 아들일 줄이야.
“거인족은 대륙의 모든 종족을 발아래에 놓기 위한 전쟁, 라그나로크를 준비해 왔다. 나는 어릴 적부터 라그나로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지만, 다른 거인족과 다르게 라그나로크를 이해하지 못했지.”
겐트는 다른 거인족과 달랐다.
다른 종족을 왜 지배해야 하는지 몰랐고, 굳이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겐트는 전투보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졌다.
그리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인간 또한 아름답다고 느꼈다.
그는 거인족의 피를 짙게 타고났으나, 거인족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평화로운 마음을 지녔다.
“그래서… 거인족은 전쟁을 위해 마족과 손을 잡았다는 거냐? 마기에 중독되면 거인족이라고 해도 멀쩡하지 않을 텐데?”
“거인족은 다른 이종족과 다르게 마기에 쉽게 중독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특별경비대에 있다는 것으로 설명이 되겠지.”
“자, 잠시만. 겐트. 그러면 너… 마족의 편인 거야?”
레이나가 당황하며 물었다.
마족은 엘프의 원수이자 대륙의 적이었다.
그런 놈들과 겐트가 손을 잡는다니, 상상할 수도 없었다.
“겐트. 솔직히 말해서 네가 뭘 하든지 내 알 바는 아니야. 하지만, 마교와 손을 잡을 생각이라면 너라도 발을 빼는 게 좋을 거다.”
라엘은 겐트를 보며 말했다.
겐트에게서는 아직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갱생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고맙군, 라엘. 날 생각해 주는 건가.”
“지랄 말고 대답이나 해. 겐트.”
라엘의 말에 겐트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
” ….. 라엘. 나는 이미 도망쳤다.”
“도망쳤다고?”
“그래. 거인족의 대전사로서 해야할 일을 내팽개치고 도망쳤지. 그렇기에, 나는 거인족의 수치라 불리는 거다.”
겐트는 거인족을 막고 싶었다.
하지만 그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거인족을 바꿀 수 없었다.
그렇기에 도망쳤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나는 일족을 버린 것이다. 아니, 어쩌면 일족이 나를 버린 것일 수도 있지.”
겐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텃밭에 주저앉았다.
그에게 거인족이 직접 찾아온 이후, 겐트는 어떻게든 그들을 추적하려 했다.
하지만 이미 마교와 손을 잡고 은거한 거인족을 추적할 수는 없었다.
“겐트, 가족과 사이가 틀어졌을 때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줄까?”
그때, 라엘이 뜬금없는 말을 꺼냈다.
“…갑자기 무슨 말이냐. 라엘.”
“일단 존나 싸우는 거야. 마음에 안드는 걸 주먹에 담아서 서로 푸는 거라고, 원래 인간도 짐승이나 다름 없어서, 맞아야 말을 듣거든. 그러니까 너도 일단 패고 생각해봐.”
“…일족 전체와 싸우라고?”
“그깟 거인족이 뭔 대수라고, 꼬우면 세상하고도 싸워야지. 안 그래?”
겐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라엘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근데 라엘, 넌 고아가 아니었나?”
“그러니까 하는 말이지. 내가 부모가 있으면 이런 말을 하겠냐?”
“…허.”
겐트는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지었다.
일단 가족을 패고 생각하라니, 그야말로 무식한 생각이었다.
‘오히려 거인족에게 맞는 말일 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거인족은 어떤 일이든 강한 자가 옳다는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으니까.
자신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힘을 증명해야 했다.
“역시 가이아 교단의 용사다운 해결법이다. 라엘. 가끔은 폭력을 사용해야 할 때도 있는 법이지.”
겐트는 그제서야 눈앞이 밝아짐을 느꼈다.
그렇다. 라엘이 직접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면 부숴버리면 그만이다.
거인족의 라그나로크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동족을 막으면 그만이었다
“겐트. 일주일 뒤에 신성한 심판이 있는 거 알고 있지?”
“당연히 알고 있다.”
라엘이 피식 미소를 지었다.
“신성한 심판이 끝나면 마교의 잔당을 사냥하러 갈 거다. 그때까지 마음의 준비나 하고 있어.”
“…라엘. 그럴 필요 없다. 내 일은 내가 처리할 수 있다.”
겐트는 고개를 저었다.
이종족의 일을 다른 종족에게 맡기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이 새끼. 동료니 뭐니 하더니 이제와서 혼자 할 생각이냐?”
“그건…”
겐트는 입술을 오물거렸다.
그는 실제로 라엘을 동료라고 생각했으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어, 어… 나도 도와줄게! 넌 라엘과 달라서 엘프족의 도움을 받을 순 없지만… 유리한테 말하면 분명 도와줄거야!”
레이나도 타이밍 맞게 손을 번쩍 들었다.
“…그런가.”
항상 동료를 말하던 겐트지만, 어쩌면 동료에 대해 가장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자기 자신일 지도 몰랐다.
거인족의 수치 겐트,
그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
일주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신성한 심판 당일 아침, 교단의 대광장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귀족들은 좋은 자리에 앉아 대광장 중심을 바라보고 있었고, 남은 자리에는 시민들로 빼곡했다.
“으아, 사람 진짜 많네.”
“그러게 말입니다. 칼슨 경.”
루카스는 자리에 앉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미 꽉 차있는 대광장에는 아직도 사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라엘 형님이 긴장하는 성격은 아니라 다행이야. 나였으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했겠어.”
“…예. 하지만 걱정이 되긴 하는군요. 라엘 경이 이길 수 있겠지요?”
루카스는 무대에 서있는 기디온을 바라보았다.
그는 팔에 구속구를 찬 채 무대에 서있었다.
라엘을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루카스는 기디온의 강함을 잘 알고 있다.
카멘 기사단장은 절대 가벼운 자리가 아니었다.
“너무 걱정하지마. 라엘 형님이 누구냐. 제국 7강이자 파마의 용사님인데, 가이아 님의 계시를 받는다면 이기지 못할 리가 없지!”
칼슨은 자신있게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긴 하지요. 아, 곧 시작하겠습니다.”
“파마의 용사 라엘 형님! 힘을 보여주십시오!”
루카스는 칼슨의 응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만 라엘이 다치지 않기만을 기원했다.
“라엘 씨. 정말 괜찮을까요?”
신성한 심판이 시작하기 직전.
세실리아는 라엘의 곁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걱정하지마세요. 가이아 님은 믿는 자에게 힘을 내려주십니다.”
“하지만 계시는 …. ”
라엘은 세실리아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스읍. 계시가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저희가 당당하다면 가이아 님도 믿음에 걸맞는 힘을 내려주실 터.”
물론 라엘은 가이아의 도움 따위 기대하지 않았다.
그가 믿는 건 자신과 검 뿐이었다.
웅웅-
[이, 이 미친 용사. 가이아 님의 이름 좀 그만 팔아요!]성검 세인트가 불평을 해왔지만, 라엘은 피식 웃을 뿐이었다.
“너도 내 검술 훈련 보고 좋아했잖아.”
[그것은 검으로서 검술에 반응했을 뿐이고 …!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인데 …! ]성검 세인트는 훈련 내내 불평해왔지만, 신성력을 거두지는 않았다.
결국 용사로서 라엘을 인정했다는 뜻이겠지.
라엘은 그 정도로도 만족하고 있었다.
“용사님. 입장하실 시간입니다.”
“그래. 내려갈게.”
라엘은 자신을 데려온 성기사를 보며 성검을 챙겼다.
“라엘 씨. 힘내세요 …! 제가 기도드리고 있을게요.”
“고맙습니다. 세실리아 님.”
라엘은 세실리아에게 가벼운 인사를 한 뒤 대광장의 결투장으로 올라갔다.
말이 결투장이지, 무대 위에 성기사들이 원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이것이 범죄자를 심판하는 신성한 심판의 무대였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 라엘이다. 범죄자 기디온 가르시아는 심판을 받아라.”
결투장에 올라서자 모두의 시선이 이 쪽으로 모였다.
라엘은 그 시선을 느끼며 기디온을 바라 보았다.
“라엘 경. 미안하지만 아직 나는 범죄자가 아니라네.”
기디온은 팔을 구속하는 구속구를 성기사에게 넘기며 어깨를 풀었다.
“무언가 잘못 아는 모양인데, 당신 범죄자 맞습니다. 신성한 심판에서 이겨야 당신의 죄가 사라지는 거지, 당신은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자에요.”
“…그렇다면 증명하면 되겠지.”
기디온의 표정이 굳었다.
실제로, 그는 일주일간 교단의 심문실에서 지냈다.
그동안 범죄자 취급을 받은 건 사실이다.
컨디션도 최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평범한 기사면 모를까, 소드마스터인 기디온에게 이 정도 제약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 였다.
게다가 기디온과 라엘의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그의 재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수십년의 격차를 몇달만에 따라잡을 순 없다.
“그래도 명색이 결투인데, 몇 수 양보해 드립니까?”
라엘은 성검에 손을 올린 뒤 입꼬리를 올렸다.
귀족들이 참 좋아하는 가벼운 도발이었다.
“…”
그러나 기디온은 그에 반응하지 않고 천천히 검을 뽑았다.
“뭐, 싫다면야.”
타악-
라엘은 곧바로 땅을 박찼다.
선공을 양보하니 마니 했지만 이것은 결투가 아니었다.
신성한 심판.
가이아 교단의 성기사로서 범죄자를 심판하는 자리다.
‘기디온의 검술은 덩치와 맞지 않게 빠르고 날카롭다.’
라엘은 기디온과 대련을 떠올렸다.
그의 영역인 크로노 브레이크,
시간을 조작하는 것처럼 신경을 교란하는 그의 영역은 그의 검술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기디온의 검술 또한 정정당당한 강검과는 거리가 멀었다.
“천살검 제 1형. 입천.”
라엘은 검을 내려찍으며 마력을 터트렸다.
타아앙 -!
입천의 검강을 가볍게 튕겨낸 기디온이 자세를 낮췄다.
순식간에 주변을 장악한 마력이 라엘의 앞을 가로막았다.
‘속도는 내가 밀려. 하지만, 힘은 내가 더 강하다.’
마족의 목숨마저 한 번에 끊을 수 있는 천살검.
기디온의 검은 천살검에 비해 파괴력이 약했다.
꽈아아앙 -!
기디온의 주변에서 터져나온 마력이 라엘에게 쇄도했다.
라엘은 뒤로 물러나며 성검의 신성력을 터트렸다.
“…쯧.”
라엘은 눈가를 찌푸렸다.
천살검주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게 과장은 아닌 듯, 겨우 마력 폭발 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웠다.
“가이아 님은 정의로운 자에게 힘을 내려주신다고 했지. 용사 라엘. 거짓 계시로 제국을 어지럽힌 죄를 내 손으로 심판하겠다.”
기디온이 검을 들었다.
그의 눈이 열정으로 불타올랐다.
라엘을 이긴 뒤.
그는 다시 한 번 제국의 중심에 설 것이다.
“지랄하고 있네.”
라엘은 기디온의 광기어린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겐트에게 말했듯, 저런 미친 놈에게는 매가 약이었다.
“회천(回天).”
라엘은 성검을 든 채 감각을 일깨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