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53)
라엘이 화합의 탑에 침입한 지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성지가 습격당한 일은 교단 내부에서 여전히 시끄러웠다.
은십자 기사단이 나섰는데도 범인을 잡지 못하기도 했고, 성지의 위치를 들켰다는 것이 꽤나 충격이었던 모양이다.
‘성지에 대한 건 잠시 미뤄야겠네.’
분위기를 읽은 라엘은 한 발 빼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라엘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먼저 움직이는 건 좋지 않다.
괜히 들쑤셨다가 대주교 알데브가 성지에 대한 비밀을 아예 파묻어버릴 수도 있으니까.
차라리 저쪽의 행동에 맞춰서 대처하는 편이 나을 거다.
‘알데브 쪽에서 먼저 움직이기를 기다리는 걸로 하고… 일단 아르코니아 쪽을 살펴볼까.’
라엘은 그런 생각을 하며 배거스가 지내는 건물로 향했다.
배거스는 아르코니아의 뒷골목에 숨어있었는데, 이전에 지내던 거지굴에 비하면 호화로운 삶이라고 볼 수 있었다.
끼익-
배거스의 거처로 들어온 라엘은 바쁘게 움직이는 거지들을 보며 제니스의 방으로 향했다.
거지들은 라엘과 눈이 마주쳐도 가볍게 고개를 숙일 뿐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일할 때는 제발 인사 좀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제야 배거스에 방문하기가 편해졌다.
“개방주. 일은 잘 되고 있어요?”
제니스의 방에 들어온 라엘은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네가 부탁한 알약의 흐름을 조사중이다. 하지만 아르코니아의 암시장에서 몇 번이나 꼬여있으니 조사가 쉽지 않아.”
“쫏. 이런 좋은 숙소에서 지내니까 간절함이 없어서 정보를 못 구해오는 거 아니에요?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지.”
개방이 왜 무협에서 가장 큰 정보조직인가. 헝그리 정신이 있기 때문이다!
라엘은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아 찻잔을 들었다.
그 모습을 보던 제니스는 어이가 없어서 입을 열었다.
“…라엘. 그 말이 틀린 건 아니다만, 헝그리 정신을 말하고 싶다면 당장 너부터 밥을 굶지 그래. 배고픈 시절의 각시탈은 누구보다 간절했는데 말이야.”
라엘의 과거를 떠올린 제니스가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지름의 라엘은 저렇게 여유로워졌지만, 4구역을 청소하던 시절의 라엘은 그야말로 짐승 같았다.
만약 라엘이 그때처럼 독기를 품는다면 일이 두 배는 쉬워질 거다.
“됐습니다. 아무튼, 당분간 교단은 조용할 테니 아르코니아 쪽을 뒤져볼 생각이에요. 저는 배거스와 별개로 성지나 마교를 조사할 겁니다.”
“단독 행동을 한다는 건가? 말리지는 않겠다만, 아르코니아의 범죄조직은 전부 조사하지 않았나. 너도 알다시피 결과가 거의 없었다.”
지난 며칠간 라엘과 클라라는 아르코니아의 모든 범죄조직을 들쑤셨다.
얼마나 열심히 일했는지, 범죄 조직 사이에서 각시탈이 유명해질 정도였다.
라엘도 그걸 알기에 이제 각시탈 활동은 자제할 생각이었다.
“아직 제대로 조사 안 한 곳이 있어요.”
“어디를 말하는 거지?”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겨라. 그러니까 인간을 숨기려면, 인간들 사이에 숨겨야죠. 클라라에게 맡기는 것도 좋지만, 제가 하는 게 더 빠를 것 같아서요.”
“…?”
제니스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자, 라엘이 곧바로 말을 이었다.
“내일, 가이아 교단의 용사로서 아르코니아의 의회에 방문할 겁니다.”
*
아르코니아에 온지 거진 일주일이 지났지만, 사실 라엘은 양지에서 제대로 된 활동을 한 적이 없었다.
그는 정치나 세력에 큰 관심이 없기도 하고, 애초에 목적 자체가 성지와 마교였기 때문에 조사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교라고 해서 당연히 범죄 조직들 사이에 있을 줄 알았지만… 안 되는 걸 잡고 있는 것 만큼 멍청한 짓은 없지.’
클라라가 말하길 아르코니아의 의회도 충분히 썩어있다고 했다.
애초에 7명의 의원 중 4명에게 알약의 신성력이 느껴졌다고 하니, 절반 이상은 나쁜 새끼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뭐, 애초에 중세 판타지에서 쓰레기가 아닌 귀족을 찾는 게 더 힘든 일이겠지.’
만약 라엘이 중세에서 태어나고 자란 귀족이었다면, 분명 자신도 쓰레기가 되었을 것이다.
애초에 자라며 배운 게 그딴 것밖에 없을 테니까.
그것이 라엘이 유리와 에릭 같은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하다.
“어서 오십시오. 파마의 용사. 라엘 님.”
“가이아-멘.”
라엘은 아르코니아의 의회가 준비한 만찬회장에 도착했다.
굳이 라엘을 위해 준비한 것은 아니었고, 정기적인 만찬회라고 한다.
라엘이 참가 의사를 밝히자 곧바로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역시 권력이 좋긴 좋아.’
라엘은 미소를 지으며 만찬회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가 만찬회장에 들어가자, 곧바로 수 많은 시선이 모였다.
“저 자가 파마의 용사 라엘이군요…”
“느껴지는 신성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게다가 가진 힘도 대단하다고 하니 연을 만들면 좋겠군요.”
만찬회장의 곳곳에서 쑥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엘은 그들의 목소리를 전부 들을 수 있었지만, 굳이 아는 척을 하진 않았다.
‘저게 7명의 의원인가.’
라엘은 만찬회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을 바라보았다.
인간과 이종족이 화합하는 도시답게 아르코니아의 의원은 인간과 이종족이 섞여 있었다.
‘인간이 넷. 그리고 이종족이 셋.’
라엘은 그 사이에서 느껴지는 신성력에 집중했다.
클라라의 말대로, 의원 중 인간 4명에게서 역겨운 신성력이 느껴졌다.
‘분명 미약해. 그리고… 제대로 활용할 줄도 모르는 것 같네.’
라엘은 그런 생각을 하며 다가오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중년의 남성은 청색 로브를 입고 있었고, 그의 가슴에는 도시의 문장이 새겨진 금색 브로치가 달려있었다.
그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라엘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르코니아에 방문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 라엘 님. 아르코니아 의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엘리안이라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라엘입니다.”
라엘은 성호를 그으며 그의 몸을 살폈다.
단련되지 않은 몸을 보니 전사는 아닌 것 같았고, 단순한 정치인인 모양이다.
게다가 그에게는 알약에서의 신성력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르코니아에 용사 님과 성녀 님이 방문하셨다는 말에 굉장히 기뻤습니다만, 이렇게 직접 찾아와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환대에 감사드립니다.”
엘리안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는 가이아 교단에서 굉장히 높은 직위를 가진 중요 인물이다.
물론 아르코니아에는 이종족들이 많은 만큼 가이아 교단이 유일한 종교가 아니지만, 그 위세를 무시할 순 없었다.
게다가 파마의 용사 자체도 대륙 4강의 강자였기에 자신이 직접 맞이해야 했다.
“허허. 용사님. 혹여나 아르코니아에서 지내는 동안 불편하신 점이 있으셨다면 무엇이든 말씀해주시지요.”
엘리안은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졌다.
가만히 있던 라엘이 만찬회에 참여한 것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아르코니아를 위해 도울 일은 없을까 찾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족을 사냥하는 일 뿐이지만요.”
라엘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마교에 대해 언급할 수는 없었고, 성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가장 만만한 건 무엇이냐.
바로 마족이었다.
파마의 용사라는 이명에도 알맞는 행동이었다.
“아아… 그렇군요. 역시 용사님이십니다.”
엘리안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교단의 용사는 소문으로만 들었고 처음 만나는 자리었으니 무리한 요구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지만, 그는 소문대로 선한 용사였다.
“예. 아르코니아는 북부에 알헤임이 있고, 제국과 왕국 사이에 있는 요충지다 보니 마족의 습격이 잦다고 들었습니다.”
아르코니아는 지리적으로 좋은 위치가 아니다.
제국과 바네사 왕국의 사이에 껴있고, 알헤임과 멀지 않은 이곳은 예전부터 마족이나 마수의 습격이 많았다.
“맞습니다. 하지만 용사님께서 걱정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요즘 들어 마족이나 마수의 위협에서 많이 안전해졌으니까요.”
“…어째서요?”
“얼마 전부터 마족과 마수의 습격이 급격하게 줄어들었습니다. 조사 결과, 아르코니아의 북부 평원에서 마수들의 시체가 발견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마족과 마수끼리 싸움이 난 겁니까?”
거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마족과 마수는 호전적인 성격이니 충분히 가능성은 있었다.
“아닙니다. 죽은 마수와 마족의 시체에 생긴 검상을 분석해본 결과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정순하고 강대한 마력이 느껴졌지요.”
“…정순하고 강대한 마력이요?”
라엘은 눈가를 좁혔다.
그 말은 즉, 인간이나 이종족들이 마족을 사냥했다는 뜻이다.
“예. 마력이 굉장히 정순하고, 검상 또한 깔끔합니다. 어쩌면 단 일검에 몸을 벤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하핫. 상위 마족을 일검으로 베다니, 그것은 파마의 용사님이 아닌 이상 말이 안 되는 일이지요.”
엘리안은 너스레를 떨며 농담을 던졌다.
“…”
그러나, 그의 말을 들은 라엘은 눈가를 좁혔다.
마족을 단 칼에 베어내는 검.
라엘은, 자신을 제외하고 그런 검을 구사하는 사람을 단 한 명 알고 있다.
*
자유도시 아르코니아 북쪽의 평원.
그 곳엔 언뜻 보면 알헤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많은 마족과 마수들의 시체가 쌓여있었다.
겨우 한 명의 검사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저벅. 저벅.
“제, 젠장. 정체를 밝혀라. 네놈 같은 인간이 존재하다니 …! 잠깐. 서, 설마!”
고위 마족 베리스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어깨를 부르르 떨었다.
아르코니아로 향하던 지원군이 전멸했다는 소식에 더 많은 마족과 마수를 데려왔다.
고위 마족 열 명과 상위 마수 수십마리. 그리고 중위마족 수백.
자유도시 아르코니아의 정규군과 정면 승부를 해도 쉽게 밀리지 않을만한 병력이었지만, 단 한 명의 검사가 알헤임의 정예병을 몰살시켰다.
그가 아는 한.
인간중에 그런 괴물은 단 하나 였다.
단신으로 전쟁을 막은 대륙제일검. 천살검주.
“다가오지 마라! 그, 그만!”
베리스는 어떻게든 도망치기 위해 몸부림쳤지만 이미 그의 하반신은 허리춤 아래로 사라져 있었고, 양손만으로 도망치기에는 저 괴물이 너무 빨랐다.
“네가 마지막인가. 다음에는 더 많아지겠군.”
검사는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들어올렸다.
그의 검에 불타오르는 것 같은 검강이 솟아올라 세상을 물들였다.
“카, 칼리 님께서 네 놈을 가만두지 않을 …! ”
우드득-
마족의 말이 끝나기도 전, 검사의 검이 마족의 목을 꿰뚫었다.
아무리 천살검이라지만 마족의 목은 확실하게 베어내는 편이 좋았다.
“점점 마족의 습격이 많아지고 있군.”
천살검주는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주변을 살폈다.
자유도시 아르코니아.
본래 마족의 습격이 잦은 도시긴 하지만, 이상하게도 최근 점점 그 빈도가 늘어나고 있었다.
‘무언가 있는 게 분명하다.’
알헤임에서 끝없이 찾아오는 마족들은 아르코니아를 습격한다기 보단, 누군가를 지원하기 위해 찾아오는 것 같았다.
그 말은 즉, 아르코니아에 대단한 마족이 숨어들었다는 뜻과 같았다.
‘직접 찾아봐야하는 건가.’
천살검주는 고민을 이어가며 베리스의 목에서 검을 뽑아냈다.
정보 수집은 그의 특기가 아니지만, 어느정도 짐작가는 부분은 있었다.
“쿠오오오오 -!
그 순간, 천살검에 두 동강 나 죽은 줄 알았던 상위 마수가 어느새 재생한 다리로 천살검주에게 뛰어들었다.
천살검주는 시야를 가득 채우는 거대한 마수를 보며 귀찮은 듯 다시 검을 들었다.
“아직 살아있었나.”
틈을 노린 기습이었지만, 그에게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공격이다.
하지만 그때.
“천살검 제 3형. 답천.”
화악-
아직 천살검주가 검을 뽑기도 전, 거대한 마수의 몸이 두동강났다.
천살검주는 익숙한 마력을 느끼고 눈가를 좁혔다.
저벅. 저벅.
두동강난 마수 뒤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천살검주는 그의 얼굴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스승호소인님. 여기 계셨군요.”
“라엘?”
라엘은 오랜만에 보는 스승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