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178)
건국제가 시작된 지도 벌써 며칠이 지났다.
추운 날씨 덕에 슬슬 거리의 축제도 조금은 시들시들해지는 시기.
라엘은 오랜만에 가이아 교단의 용사로서 옷을 차려입었다.
오늘은 황제의 만찬이 있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흐흐. 라엘 형님. 제국의 3걸이 오랜만에 뭉쳤군요.”
화려하게 장식된 황궁의 대연회장.
모든 귀족들이 모여있는 만찬에서 은십자 기사단의 정복을 입은 칼슨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평소에는 성기사로서 조심해야 하지만, 만찬이 있는 날에는 그도 거리낌 없이 술을 들이킬 수 있었다.
“칼슨. 용봉지회가 끝난 지가 언젠데, 그놈의 제국 3걸은 언제까지 할 생각이냐.”
라엘은 귀족들이 모이는 만찬의 한 가운데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로서 제국 3걸은 슬슬 졸업해야 하지 않을까?
차라리 기디온에게 줬던 것처럼 제국제일검 같은 칭호라도 주면 좋겠다.
제국 3걸은 어감부터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형님! 제국 3걸은 같은 날에 태어나 같은 날에 죽는 겁니다! 그것이 3걸의 결의입니다!”
칼슨이 주먹을 꽉 쥐었다.
오랜만에 라엘과 루카스를 만난 덕에 그도 기분이 좋았다.
“내가 너 보육원에 들어오는 날도 다 기억하는데 무슨 소리냐.”
“에이, 그때면 형님도 기어다닐 때인데 어떻게 기억합니까.”
“ .. 召”
라엘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기어다닐 때부터 마력을 수련했다.
당연히 칼슨이 엉엉 울면서 보육원에 들어온 날도 다 기억하고 있다.
“아무튼, 칼슨은 됐고, 루카스. 너도 오랜만이네.”
“예. 라엘 경. 저도 두 분을 보니 기분이 좋습니다.”
라엘은 루카스를 보며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데미에서 폐관수련을 했다고 하더니, 분위기가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워 졌다.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거 같은데? 아카데미에서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카데미에 숨겨져 있던 미궁을 탐험했습니다. 그 안에 초대 학장님이 남긴 마검이 있더군요.”
“…마검? 아카데미에 그런 게 있었어?”
“예. 운이 좋았습니다. 마검을 다루는 과정에서 마기를 상대하는 법을 깨닫고 검술 또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이제 마족을 상대하더라도 물러나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루카스는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원작에 마검 같은 게 있었나?’
라엘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원작을 떠올렸다.
잠시 고민해봤지만 딱히 떠오르진 않았다.
‘뭐, 나한테는 좋은 일이지.’
내심 천살검주의 검술을 빼앗은 걸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결국 주인공은 뭘 해도 강해지는 모양이다.
더 강해져서 연합군에 큰 도움이 되거라. 루카스
라엘은 흐뭇한 얼굴로 루카스의 어깨를 두드렸다.
“라엘 형님. 그래서 왜 부르신 겁니까? 저도 교단에 가봐야 하는데 시간을 빼서 온 겁니다.”
“보채지 말고 기다려봐. 곧 황족 입장이다.”
쿵- 쿵-
라엘의 말과 동시에.
만찬이 열리는 대연회장의 문이 열렸다.
카멘 기사단의 삼엄한 경계와 함께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제 1황자 데미안이었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연회장에 들어왔다.
그 뒤를 따라들어온 것은 2황녀 유리엘.
그녀 또한 옅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제 2황녀님이 두 번째로 입장하는 게 꽤나 자연스럽군.”
“…사실 1황자님이 두 번째여야지.”
“어허. 그런 말은 시기상조라네.”
“시기상조는 무슨. 정통성만 빼면 이미 유리엘 황녀님이 압도적아닌가?”
황족들의 입장과 동시에 귀족들도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라엘은 그 뒤로 들어오는 2황자 사이먼과 1황녀를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루카스. 칼슨. 이리 와봐.”
“예. 라엘 경.”
“무슨 일이십니까?”
“지금부터 너희들에게 부탁할 게 있다.”
라엘이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자, 칼슨이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싫은데요.”
칼슨은 벌써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에게도 학습능력이 있었다.
라엘이 무언가를 부탁할 때마다 엄청난 일이 생겼는데, 또 부탁을 들어줄 순 없었다.
“어허. 이리 안 와? 칼슨. 제국의 3걸은 죽을 때도 같이 가는 거야.”
“…루카스. 무슨 말이라도 해봐. 난 죽기 싫어.”
“저도 라엘 경의 부탁은 무섭지만 …. 저는 라엘 경을 믿습니다. 분명 제국의 평화에 일조하는 중요한 일이겠지요.”
루카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인 라엘이 이상한 일을 시킬 리가 없었다.
“그래. 루카스. 너는 칼슨과 다르게 말이 통하는 구나.”
“…하아. 예. 라엘 형님. 말씀해보십시오.”
칼슨은 결국 한숨을 쉬며 라엘에게 다가갔다.
*
대연회장에 입장한 뒤.
유리는 천천히 자신의 손을 주물렀다.
오늘따라 차가운 손이 더욱 그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긴장 푸시지요. 유리엘 전하.”
“…응. 오랜만에 아버지와 독대한다고 생각하니까 긴장이 되네.”
이번 만찬이 끝난 뒤, 황제와 독대하는 시간이 있었다.
분명 차기 황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테니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유리엘 전하.”
그때, 이자벨의 말에 유리가 고개를 들었다.
정면에서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유리엘. 컨디션이 안 좋은 거야? 표정이 안 좋네.”
” … 데미안 오라버니.”
1황자, 데미안 폰 그란디아.
유리엘은 가볍게 고개를 까딱이며 혈육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지도 않는구나. 그 귀엽던 여동생이 이제는 경쟁자라니, 시간이 정말 빠르네. 유리엘.”
“데미안 오라버니, 경쟁자라니요. 저는 오라버니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글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다. 너나 세레나와 다르게 나랑 사이먼은 목숨이 달린 일이거든.”
데미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1황녀 세레나와 2황녀 유리엘.
황녀는 설령 황제가 되지 못하더라도 죽지 않는다.
애초에 남초사회인 카멘 제국에서 황녀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적고, 황녀는 다른 나라에 시집을 보내며 화친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황자는 다르다.
황제가 되지 못한 황자에게는 죽음 뿐이다.
그것이 카멘 제국이었다.
“…아니요. 저는 오라버니들을 죽이지 않을 거예요.”
“글쎄. 그게 네 마음대로 되는 걸까? 귀족들이 가만히 있지도 않겠지만 …. ”
데미안은 미소를 지으면서 유리엘의 앞에 다가왔다.
그는 술잔 하나를 집어들며 말을 이었다.
“네가 황제가 된다면… 그 본능을 숨기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데미안 오라버니. 그 다음 말을 하시면 그때는 저도 참지 않겠습니다.”
유리엘이 눈가를 좁히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녀의 시선에 데미안이 어깨를 으쏙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장난으로 한 말인데 너무 과민반응하지 마. 유리엘.”
데미안은 미소를 지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둘의 대화를 훔쳐보던 주변의 귀족들이 흠칫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데미안 오라버니께서는 여전히 치졸한 행동을 하시는 군요.’
데미안은 정통성을 가진 1황자이자 가장 연장자라는 이유로 다른 황자와 황녀를 어린 아이 취급하곤 했다.
그는 항상 순수한 듯 행동하지만, 자연스럽게 유리의 권위를 깎아먹고 있었다.
“그나저나 성격도 많이 달라진 것 같구나. 유리엘. 혹시 남자라도 생긴 건가?”
“갑자기 남자라니요… 하아… 음?”
데미안의 말에 한숨을 쉬던 유리엘은, 문득 머릿속에 한 남자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자신의 입으로 말한 적이 없는 비밀을 말한 남자.
유리는 순간 깜짝 놀라며 술잔을 내려놓았다.
‘왜, 왜 갑자기 라엘 씨가 …. ‘
유리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곧 황제를 대면해야 하는데 이런 쓸데없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안 됐다.
“…유리엘? 너 반응이… 설마 진짜냐?”
“이상한 소리는 그만해주세요. 데미안 오라버니.”
유리는 곧바로 몸을 일으켰다.
데미안과 더 대화를 나누다가는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유리엘. 여기 있었구나.”
하지만, 자리를 뜨자마자 마주친 것은 다른 귀찮은 혈육이었다.
2황자 사이먼 폰 그란디아.
그는 평소와 다른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유리엘에게 다가왔다.
신경질적인 성격의 사이먼이 저렇게 웃고 있다는 건 분명 자신에게 시비를 걸러 온 것이 분명했다.
“…오랜만이네요. 사이먼 오라버니.”
“응. 유리엘. 잘 지냈니?”
그러나 유리의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그의 말투는 평소같은 틱틱거리는 말투가 아니었다.
” …. 예. 잘 지냈답니다.”
“하핫. 유리엘. 너무 화내지 마. 데미안 형님이 저러는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 ……? ”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깜박거렸다.
이 사람이 자신이 아는 사이먼이 맞나?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야. 유리엘.”
“그, 그야 …. ”
유리엘은 뒷 말을 삼켰다.
오라버니의 개같은 성격이 교정된 게 신기하다는 말을 할 순 없었다.
“유리엘. 만찬이 끝나고 전하를 만난 뒤… 형제들끼리 술이라도 한 잔 하자. 시간을 비워놓거라.”
“네, 네. 알겠습니다.”
유리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먼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를 떴다.
“저게 무슨… 이자벨.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술에 취하신 게 아닐까합니다.”
이자벨 또한 신기한 것을 본 얼굴이었다.
그녀는 오랜 기간 유리엘의 시녀를 했지만, 방금은 귀신이라도 본 기분이었다.
“다들 정말… 오늘따라 이상하네. 이제 정말로 황위 경쟁이 끝나서 그러는 걸까.”
유리엘은 왠지 모를 이상한 기분을 한 채 주변의 의자에 앉았다.
잠깐 돌아다녔는 데도 몸이 힘들다.
이런 만찬 자리는 이래서 좋아하지 않았다.
“하아 …. ”
지친다.
유리는 한숨을 쉬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두근- 두근-
사람이 많은 만큼 더욱 심장이 두근거렸다.
오늘을 위해 더욱 많은 축복을 몸에 두르고 왔지만, 오늘따라 살기를 참기가 더욱 힘들었다.
“…”
유리는 자신의 손을 꽉 잡고 눈을 감았다.
*
만찬이 한참 진행되는 와중.
루카스와 칼슨에게 중요한 일을 부탁한 라엘은 천천히 연회장을 돌아다녔다.
‘둘이라면 잘 해주겠지.’
칼슨이 조금 걱정되긴 하지만, 루카스가 강해진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가이아-멘! 용사님,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용사님! 부디 가이아 님의 은혜를 제국에 퍼트려 주십시오!”
“예. 예. 감사합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는 확실히 대단한 자리였다.
그냥 돌아다니기만 해도 사람들이 다가왔다.
라엘은 다가오는 사람들을 적당히 밀어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분명 이번 만찬에서 무슨 일이 터질 가능성이 높은데… 아니, 분명 터질 거야.’
원작의 흐름상 황제의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온 지금.
곧 유리가 각성하는 계기가 생길 것이다.
라엘은 회천을 전개한 채 연회장 내부를 제 집 누비듯 돌아다녔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보내자, 결국 무언가 잡히기 시작했다.
” ….. 어디지?”
라엘은 아주 미약한 마기의 끈을 추적하며 연회장을 걸어다녔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인사까지 건네며 마기를 쫓은 라엘은 이내 마기의 끝에 도달했다.
“하핫… 저는 많이 부족하지요. 하지만 차기 황제 자리는 전하의 마음에 달려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라엘은 마기의 끝에 서있는 남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2황자 사이먼이었다.
“흐음 …. 저새낀가?”
라엘은 그를 보며 눈가를 좁혔다.
‘너무 미약한 마기라 연회장에 입장할 때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분명 저번에는 이런 마기가 느껴지지 않았어.’
황제에게서 마기가 사라지고 사이먼에게서 마기가 느껴진다니.
그 사이에 사이먼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라엘은 천천히 그의 뒤에 따라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