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11)
마왕성은 황궁과는 달랐다.
겉으로 보기에도 화려하게 장식되어 있는 황궁과 달리 마왕성은 꽤나 실용적인 모습이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금의 대륙보다 이전 시대의 성이 떠올랐다.
썩은 물이 고여있는 해자를 넘어 성문 안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홀이 나타났다.
그리고 높은 천장 아래로 늘어선 불길한 형상들도 보였다.
산양의 뿔이 솟아있는 악마의 조각상과 검은 타일들. 그리고 시커먼 마기 덩어리들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그리고 저 멀리에, 꺼림칙하게 생긴 문이 있었다.
아마도 저게 마왕성의 상층으로 통하는 문 같았다.
“이런 젠장…”
마왕성의 진짜 입구에 선 칼슨이 검을 쥐며 눈을 찌푸렸다.
이곳에 올 때까지는 싸움에 집중하느라 실감하지 못했지만, 적진 한가운데에 동료들을 버리고 왔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솟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강했다면, 희생한 기사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칼슨. 미안하지만 그럴 시간 없다. 그 사람들을 살리려면 일 초라도 빨리 올라가야 해.”
라엘은 칼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걸음을 옮겼다.
넓은 홀을 지나며 레이나와 겐트도 조심스럽게 그 뒤를 따랐다.
“겐트 …. 이 공간 너무 불길해. 뭔가 튀어나올 것만 같아.”
“조금만 참아라. 레이나. 마왕성으로 통하는 길은 이곳밖에 없다.”
마왕성의 입구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어쩌면 너무 강한 마기 때문에 마족들조차 제대로 활동하기 힘들지도 모른다.
“개 같은 새끼들 …. ”
칼슨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으니, 라엘의 뒤를 따랐다.
“칼슨 경. 레인 단장님의 말을 잊지 마십시오. 저희는 가야 합니다.”
“나도 알아. 쫏. 미안하다. 형님.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루카스의 말이 맞다.
레인은 지금도 마족들과 싸우고 있다.
그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더 빨리 움직여야 했다.
칼슨은 분노하며 걸음을 옮겼다.
라엘의 옆을 스쳐 지나간 칼슨은 대문을 향해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빠악!
그 순간.
라엘이 칼슨의 등을 강하게 걷어찼다.
전의를 다지던 칼슨이 고통스러워하며 앞으로 넘어졌다.
“커헉, 이런 씹, 형님, 지금 …! ”
콰아아아아아아아앙 -!
화가 난 채 몸을 돌린 칼슨이 이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까지 칼슨이 서있던 자리가 산산조각나 있었다.
“역시 가이아 교단의 용사인가? 재미있네. 설마 이 공격을 눈치챌 줄이야.”
마왕성으로 통하는 대문 앞에, 한 마족이 나타났다.
온몸이 어두운 마기로 둘러싸여 있는 미스트라는 신기한 듯 인간과 이종족들을 바라보았다.
억지로 포위망을 뚫고 마왕성에 진입한 것도 놀라운데, 방금 공격을 눈치챈 것은 더욱 더 놀라웠다.
그녀가 마왕성의 마기와 동조하여 몇 시간이나 준비한 공격이다.
일개 인간 따위가 눈치챌 수 있을리가 없었다.
“뭐, 상관없어. 너희들은 이곳에서 움직일 수 없을테니까.”
미스트라는 몸 주변으로 마기를 펼쳤다.
홀 전체가 그녀의 마기로 가득 차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 마기는 …. ”
루카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검을 들었다.
눈앞의 마족은 루시퍼나 칼리오페보다 훨씬 더 강했다.
즉, 마족의 지배자인 마왕이라는 뜻이다.
“…미스트라.”
라엘은 넘어진 칼슨을 부축하며 미스트라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굉장히 강한 마족이자 암살자다.
루시퍼나 칼리오페와 비교하는 게 미안할 정도로 강한 마왕이다.
“라엘 경. 누군지 아십니까?”
“미스트라, 마왕이다.”
라엘은 조심스럽게 검을 들었다.
눈앞의 마왕은 여전히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 그래. 그랬구나.”
미스트라는 라엘의 기운을 느끼며 소름 끼치는 미소를 지었다.
미약한 충돌이었지만 알 수 있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 그는 강하다.
그의 기운은 굉장히 이질적이었다.
말레드락스에게서 느껴진 정체불명의 힘.
절대 범접할 수 없을 것 같은 압도적인 강함.
그것이 용사에게도 똑같이 느껴졌다.
말레드락스가 용사를 견제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았다.
‘하지만… 말레드락스보다 약해.’
말레드락스의 힘은 미스트라에게 대항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끼게 했다.
하지만 용사의 힘은 그에 비해 부족했다.
‘저 괴물을… 이길 수 있나?’
루카스는 검을 든 채 미스트라의 마기를 느꼈다.
미스트라의 강대한 마기는 싸우기 전부터 전의를 잃게 만들었다.
하지만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해선 안 된다.
기회는 단 한 번. 죽이지 못 하면 죽는 것이 전쟁이다.
게다가 우리의 곁에는 라엘이 있었다.
절대 패배하지 않는 용사.
누구에게도 지지 않고 정의를 이행하는, 루카스가 꿈꾸던 영웅.
그것이 라엘이었다.
마왕 따위에게 질 리가 없었다.
콰아아앙 -!
바깥에서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연합군이 벌이는 전투는 루카스에게 중요한 것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눈앞의 미스트라를 이긴다고 해서 전쟁이 끝나는 게 아니다.
목표는 마왕성에 있는 말레드락스였다.
연합군은 지금도 죽어나가고 있다.
라엘은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다.
“라엘 경. 이 곳은 저희가 막겠습니다. 라엘 경은 먼저 올라가십시오.”
“으, 으음… 그게 좋을 것 같긴 한데 …. ”
레이나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생각해도 라엘이 가는 게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루카스, 레이나. 나도 그러고 싶어.”
라엘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왕성 상층으로 통하는 길은 단 하나.
저 거대한 대문이다.
하지만 대문의 앞에는 미스트라가 서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죽기 전까지 절대 비키지않겠다는 태도였다.
‘다른 길은 없어.’
마왕성의 중심은 높은 곳에 있다.
아무리 소드마스터라도 하늘을 날 순 없고, 벽을 타고 올라가자니 그동안 너무나 무방비했다.
바깥의 짙은 마기도 문제지만, 그 사이에 다른 마족들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으니까.
“속닥거리지 말고 움직이지 그래. 너희들에겐 시간이 많지 않을텐데?”
미스트라의 몸에서 마기가 새어나왔다.
루시퍼나 칼리오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마기였다.
‘천살신검을 펼치면… 죽일 수 있다.’
라엘은 자신의 힘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미스트라의 힘이 꽤나 강한 탓에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천살신검은 미스트라도 죽일 수 있다.
“그냥 합공해서 처리하고 가는 게 빠를 거야. 정공법으로 가자.”
“아니, 한시가 급하다. 그리고 방법은 있으니 걱정하지마라.”
라엘이 검을 든 그때.
겐트가 라엘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겐트?”
라엘은 정체모를 불안함을 느끼며 겐트를 바라보았다.
“힘 빼고, 내게 몸을 맡겨라.”
겐트는 라엘의 어깨를 꽉 잡았다.
그는 라엘의 몸이 다른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니 라엘이라면… 거인족인 겐트의 ‘전력’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겐트는 그런 믿음과 함께 라엘을 한 손으로 번쩍 들어 올렸다.
“야, 야, 잠깐. 이 개새끼야. 그냥 같이 싸우자고!”
“나만 믿어라! 라엘!”
라엘을 붙잡은 겐트의 팔이 붕붕 돌아가기 시작했다.
거인족은 대륙의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한 힘을 타고난 종족이다.
그들은 손가락으로 바위를 부수고, 맨주먹으로 괴수의 목을 꺾는 괴물들이다.
그중에서도 대전사의 아들인 겐트는 거인족 최강의 전사다.
그에게 라엘 정도는 적당히 가벼운 도끼 정도와 같다.
오히려 적당한 무게감이 있으니 더 강하게, 멀리 던질 수 있었다.
겐트의 근육이 부풀며 힘줄이 드러났다.
목표는 저 높은 곳에 있는 마왕성 상층의 중심.
그가 전력을 다하는 이상, 인간 하나를 몇 십미터 위로 던지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 씨브 …! ”
계획부터 실행은 눈 깜짝할 사이였다.
라엘의 어깨를 잡았던 겐트가 그대로 팔을 휘둘렀고, 마왕성의 중심을 향해 라엘을 집어던졌다.
파아아아아앙 -!
그 다음 순간.
마치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나며 마왕성 입구의 천장이 부셔졌다.
라엘은 마치 야구공처럼 마왕성의 꼭대기를 향해 날아갔다.
“…아?”
미스트라는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설마 인간족의 유일한 희망인 용사를 저런 방식으로 던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슨 저런 무식한 놈들이 …. ”
미스트라는 어이가 없는 눈으로 인간과 이종족들을 바라보았다.
설마 저 마기의 안개가 가득한 곳으로 용사를 집어던지다니.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알 수가 없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용사가 그들의 계획대로 마왕성의 중심에 가까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대체 저 거인족은 얼마나 힘이 강하다는 거지?
‘말레드락스가 위험하진 않겠지만… 막아야 해.’
말레드락스가 말하길, 대륙에서 주의할 것은 단 하나.
가이아 교단의 용사라고 하였다.
그 괴물을 말레드락스에게 접근하게 만들다니.
엄청난 실책이었다.
미스트라는 곧바로 몸을 돌렸다.
그때.
촤아아악-
그녀의 시야에 빛이 맴돌았다.
빛에서는 숲의 향기가 풍겨왔다.
“읏!”
까아아앙 -!
미스트라는 몸을 돌리며 자신을 노리는 검을 막아냈다.
어느새 그녀의 손에는 얇은 세검 한 자루가 들려있었다.
“이 개자식이… 나 칼슨을 두고 어디 갈 생각이냐!”
칼슨의 눈이 사납게 빛났다.
라엘이 갑자기 하늘로 날아간 것은 그도 놀랐지만, 의외로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었다.
칼슨은 성기사로서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았다.
마족 놈들이 더 이상 라엘 형님을 방해하게 둘 순 없었다.
칼슨의 검에 신성력이 피어올랐다.
단순한 신성력 검강이 아니었다.
신성력 검강을 가다듬고 중첩시켜 만들어낸 검, 성화검(聖火劍)이었다.
“이건 …? ”
미스트라는 점점 자신의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몸은 겨우 이런 신성력에 고통스러워할 수준이 아닌데도, 육체가 반응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새로 익힌 기술을 사용해보고 싶었어. 라엘 형님하고 지독하게 훈련했거든.”
“완전히 미쳤구나. 용사가 없는 벌레들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미스트라는 자신의 마기를 펼쳤다.
인간과 이종족들은 순식간에 미스트라의 마기에 감싸졌다.
애초에 미스트라는 용사만을 신경썼지, 이들을 신경쓴 적이 없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있으나 마나인 벌레들이 진심으로 덤비는 어이없는 상황인 것이다.
“…글쎄.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알겠지.”
스릉-
루카스의 성검이 미스트라를 향했다.
[요, 용사가 없이 마왕과 대치라니. 라엘! 날 데려가요!]웅- 웅-
세인트가 울부짖었지만 그 누구도 세인트의 말을 듣지 못했다.
천극무계.
루카스의 영역이 펼쳐지며 마기를 조금이나마 밀어냈다.
그의 뒤로 레이나와 겐트가 섰다.
“가자. 루카스,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끝내고 형님을 도와주러 가자고.”
“예. 마지막 부탁이니까요.”
루카스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미스트라를 노려보았다.
상대는 그가 지금까지 만났던 적 중 가장 강한 적이다.
이기겠다는 마음으로 싸움에 임하겠지만, 설령 지더라도 상관없다.
그들의 역할은 시간을 끄는 것이다.
우리의 운명은 용사, 라엘 경이 정할테니까.
*
콰아아앙 -!
마왕성의 벽이 부숴지며 먼지가 일어났다.
의도치않은 방법으로 마왕성 상층에 진입한 라엘은 두통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아, 아… 씨. 머리야.”
마치 대포의 포탄이 된 기분이었다.
저 미친 거인족 놈이 제대로 된 대화도 안 하고 냅다 사람을 집어뎐졌다.
“다 끝나고 보자. 겐트. 하아 …. ”
라엘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분명 거인족도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해결해 왔을 거다.
그러니까 족장이 그 모양이었겠지.
“힘은 더럽게 세 가지고. 쫏.”
그 와중에 짜증나는 것은, 일이 의외로 잘 풀렸다는 것이다.
라엘은 빙빙 도는 머리의 감각을 되돌리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칠흑 같은 거대한 문이 보였다.
굳이 문에 닿지 않아도 느껴진다.
내부에 있는 거대한 힘과 마기.
그것은 귀왕의 봉인 이상으로 강대했다.
마왕성의 중심에 도달한 것이다.
” … 하아.”
라엘은 조심스럽게 대문에 손을 얹었다.
문의 생김새는 황궁에 있는 알현실의 문과 비슷해보였다.
마치 신하를 기다리는 황제처럼, 말레드락스가 이 안에 있을 것이다.
어느새 여기까지 왔다.
라엘은 긴장으로 떨리는 손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
라엘은 자신의 손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손이 떨리는 것을 눈으로 보기전까지 알지 못했다.
그의 몸은 무의식적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마왕 말레드락스의 힘은 그 정도로 강했다.
문 밖에서도 느껴지는 강대한 기운이 라엘의 감각을 잠식해갔다.
“씨발.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네.”
이런 자신없는 모습을 보였다가는 신력이 훅훅 깎여나갈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확신은 없다.
지금의 라엘이라면, 마왕 루시퍼나 칼리오페도 손쉽게 이길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전에 보았던 미스트라도, 고생을 하긴 하겠지만 분명 이길 수 있다.
하지만 말레드락스는 어떤가.
그가 펼치는 힘은 라엘의 상상 이상이었다.
말레드락스의 마기는 단신으로 전쟁의 판도를 뒤집었다. 연합군의 전략을 전부 부숴버리고, 결국 라엘이 마왕성에 진입해야 했다.
심지어 라엘에게는 다음 기회가 없다.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다.
자신이 저 괴물새끼에게 진다면, 대륙은 그대로 멸망하고 말 거다.
“…쓸데없는 생각만 드네.”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이딴 고민해봤자 바뀌는 건 없다.
바깥에선 지금도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이미 여기까지 온 이상 멈출 수 없다.
라엘은 고민을 멈추고 문을 밀었다.
끼이익-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라엘은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
알현실의 내부는 안개같은 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마기는 라엘의 시야를 가리고 감각에 파고들어 감각을 뒤틀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라엘의 시야는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했다.
알현실의 끝에 있는 칠흑 같은 흑요석 왕좌.
그 위에 거대한 몸집의 마족이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