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12)
알현실 내부는 마기로 가득 차 있었다.
라엘은 왕좌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 마족을 보며 조심스럽게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갔다.
“가이아 교단의 용사. 인간족의 영웅이여. 결국 이곳까지 왔구나.”
화아아악-
알현실 내부에 마기가 진동했다.
왕좌에 앉아 있던 마족의 등이 펴지며 거대한 날개가 드러났다.
마족은 어둠 사이에서 라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겐트보다 큰 덩치의 마족에게선 어떤 적의도 느껴지지 않았다.
“…말레드락스.”
마왕 말레드락스.
정체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 없었다.
놈에게 느껴지는 마기는 다른 마족과 규격이 달랐다.
알헤임의 진짜 괴물이 라엘의 눈앞에 있었다.
라엘은 검집에 손을 올리며 마력과 신력을 끌어올렸다.
그 모습을 보던 말레드락스의 눈동자들이 눈을 떴다.
말레드락스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입을 열었다.
“용사, 너라면 충분히 알고 있겠지. 네가 다루는 그 힘은 이질적이다. 대륙에 있어서는 안 되는 힘이야.”
“난 널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친한 척은 하지 말지.”
라엘은 코웃음 치며 말레드락스를 노려보았다.
하다 하다 마족 새끼까지 친한 척을 하는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네가 무슨 말을 하든 달라지는 것은 없다. 하지만, 끝까지 절망하지 말고 발악해 줬으면 좋겠군.”
말레드락스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왕좌에 앉아 있었다.
마왕성 밖에서는 아직도 마족과 연합군의 싸움이 계속되고 있었고, 그 소리마저 들려오고 있었다.
마치 이 공간만 주변에서 분리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
라엘은 마왕성 중심의 마기를 바라보며 눈가를 좁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귀왕 이상으로 짙은 마기가 라엘을 감싸고 있다.
회천을 익힌 라엘은 마왕성의 마기를 받아들이며 이상함을 느꼈다.
마기 안에 라엘에게 익숙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신력? 어떻게 네가 신력을 다루는 거지?”
라엘은, 마기 안에서 신력을 느꼈다.
“인간들은 이 힘을 신력이라고 부르는가. 이것은 내가 이뤄낸 신위다.”
말레드락스는 자신의 마기와 신위를 펼쳤다.
일개 인간 따위는 닿기만 해도 이지를 상실할 정도로 응축된 마기다.
“신위든 지랄이든. 언제까지 개소리만 할 생각이야?”
라엘은 섬광을 뽑아 들었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빛나는 검신이 마기를 베어내며 모습을 드러냈다.
두근- 두근-
빠르게 뛰는 심장이 온몸에 긴장감을 선사한다.
눈앞의 말레드락스는 전의가 없어 보였지만, 그가 가진 힘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리고 있었다.
“용사여, 정말 날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콰아아아앙 -!
말레드락스의 말과 동시에 엄청난 양의 마기가 라엘에게 쇄도했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마기에 라엘도 뒷걸음질 치며 섬광에 신력과 마력을 불어넣었다.
곧 입천의 검강이 만들어지며 회천으로 주변의 마기를 잠재웠다.
라엘은 이를 악물고 가슴 속에 피어나는 두려움을 억눌렀다.
우드드득-
알헤임을 덮은 마기가 마왕성의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주인에게 돌아온 마기는 흉포한 기운을 뿜어냈고, 주변의 공간을 요동치게 했다.
말레드락스는 왕좌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의 거대한 날개가 펼쳐지고, 수많은 눈동자가 주변을 살폈다.
엄청난 존재감이 라엘의 어깨를 짓눌렀다.
말레드락스는 자신에게 모이는 힘에 전능감을 느꼈다.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신위만 있다면, 그 누구에게도 질 것 같지 않았다.
“그때 그 인간을 보는 것 같군.”
말레드락스는 라엘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특이했다.
그들은 강한 상대를 보고도 포기하지 않을 때가 있다.
인간은 지성이 높으니, 미물처럼 멍청하거나 겁이 없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이 질 것을 알면서도 검을 드는 자들이 있다.
인간은 그런 것을 신념이라고 불렀다.
“신념만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이미 인간족은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다.”
“…”
“천살검주. 그 인간은 특별했다. 아직 신위를 얻지 못했던 내게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게 만든 존재였어. 만약 그놈이 다른 인간들을 버리고 마왕을 죽였다면… 이 대륙은 천살검주가 지배하고있었을 거다.”
만약 말레드락스가 천살검주였다면, 그런 멍청한 선택 따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위를 얻은 말레드락스가 신이라는 격에 집착하는 것도 그런 이유였다.
겨우 벌레 따위에게 목숨을 구걸했다.
그는 격을 뛰어넘고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존재가 될 것이다.
“…지랄하고 있네.”
라엘은 떨리는 팔을 붙잡으며 입술을 씹었다.
피가 날 정도로 강하게 입술을 짓이기자, 조금이나마 정신이 들었다.
“불만이라도 있는 건가?”
“당연히 있지. 이 개새끼야. 인간이 다 뒤지는데 대륙을 지배해서 뭐 할 건데?”
말레드락스에게 가족이나 집 같은 것을 설명해줄 생각은 없다.
어차피 이야기해봤자 입만 아플 거고,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는다.
‘저 새끼는 아무리 봐도 마음에 안 들어.’
처음 말레드락스를 만났을 때부터 느꼈다.
말레드락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가 라엘의 신경을 건드렸다.
저 마족 새끼는, 싸가지가 없었다.
라엘은 섬광에 력을 불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그거 알아? 내가 짐승 새끼 사람 만드는 전문이거든.”
“흐음?”
스릉-
섬광에 강한 빛이 맴돌았다.
그 무엇도 파괴할 수 있는 흉포하고 밝은 힘이다.
“과연 그 재능이 마왕한테도 통하나 보자고.”
“오만한 인간이군.”
라엘은 대답 대신 씨익 웃으며 마력과 신력을 펼쳤다.
회천.
라엘의 영역이 말레드락스의 마기를 집어삼키며 분석했다.
‘신력이 합쳐진 마기는 다른 마기와 전혀 달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할 시간은 없다.
부딪히면서 알아가야 했다.
천살검 제 3형, 답천.
라엘은 망설임 없이 말레드락스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아아아앙 -!
신력과 마력이 합쳐진 검강이 공간을 뛰어넘고 말레드락스에게 쇄도했다.
극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벼려진 감각이 말레드락스의 약점을 찾았다.
라엘은 끝까지 검로를 계산하며 말레드락스의 몸에 박혀있는 눈들을 노렸다.
‘일단 저 새끼가 어떤 방식으로 싸우는지를 알아야겠어.’
원작에서 말레드락스는 검을 사용하기도 하고, 마기를 사용해 마법 같은 것을 구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세상은 라엘의 존재로 많이 달라졌다.
나비효과란 놈이다.
원작에는 알헤임이 날아다니는 일도 없고, 마기를 받은 수천의 마족들이 부활하지도 않는다.
말레드락스가 저렇게 강한 것도 이해가 안 된다.
그는 원작의 루카스와 접전을 벌이다 패배하는 상대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의 라엘은 원작의 루카스보다 강했다.
촤아아악-
그 사이, 답천의 검강이 말레드락스의 몸 앞에 나타났다.
신력을 담은 검강은 고위 마족도 가루로 만들어 버릴 만큼 파괴적이었다.
하지만, 답천의 검강은 말레드락스의 마기와 부딪히며 연기처럼 증발했다.
엄청난 힘이 담긴 검강이 순식간에 부숴지는 것을 보며, 라엘은 뒤로 한 발짝 더 물러났다.
‘이런 시발.’
언뜻 보면 검강이 그냥 사라진 것 같이 보이지만, 라엘의 날카로운 감각은 저 괴물의 팔이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말레드락스는 주먹으로 답천의 검강을 지워낸 것이다.
“마족은 선택받은 종족이다. 용사, 네 오만함에 대가를 치르게 해주마.”
우드드득-
말레드락스가 무릎을 굽힌 것만으로 마왕성의 바닥이 일그러졌다.
그 순간, 라엘의 감각이 위험을 울부짖었다.
라엘은 본능에 몸을 맡기며 사선으로 몸을 던졌다.
콰아아아아앙 -!
그 순간.
어느새 눈앞까지 다가온 말레드락스의 주먹이 라엘의 복부에 틀어박혔다.
몸을 급하게 틀었는데도 말레드락스가 다가오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라엘의 몸은 거대한 굉음을 터트리며 마왕성의 벽에 처박혔다.
“크흡…”
강한 충격에 시야가 흔들리고, 입안에 피 맛이 퍼져나갔다.
단순히 내장이 다친 게 아니었다.
가슴이 쿡쿡 찔리는 것처럼 아픈 걸 보니, 갈비뼈가 부러졌을지도 모른다.
겨우 한 대를 허용한 결과였다.
“씨발. 괴물 새끼 아니야 …. ”
라엘은 겐트보다 큰 말레드락스를 보며 중얼거렸다.
저런 덩치를 가진 놈이 이렇게 빠른 건 반칙 아닌가?
라엘은 눈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라엘의 몸은 이 정도 상처도 버틸 수 있었다.
“재미있군. 너희 인간들은 정말 재미있다. 벌레 사이에서도 너 같은 보석이 나오니까 말이다.”
게다가 용사에게는 신념도 있었다.
죽기 전까지 포기하지 않는, 그를 한 단계 높은 곳으로 이끌어 줄 인간이다.
따악-
말레드락스는 마치 티아가 마법을 사용하는 것처럼 손을 튕겼다.
마왕성을 덮었던 거대한 마기가 빠져나가며 평야로 향했다.
“…저건 뭐야?”
라엘은 마왕성 바깥, 평야에 보이는 거대한 화면을 바라보았다.
신력을 모으기 위해 설치한 대륙 중계 마법.
대륙 전역에 전쟁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법이다.
그러나 지금 마법이 보이는 화면은 이상했다.
평야의 전쟁을 보여주던 마법이 마왕성 내부, 라엘과 말레드락스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래에 있는 연합군들도 놀란 듯 화면을 보고 있었다.
“인간족의 마지막 희망인 용사가 처참하게 죽는 건 좋은 구경거리가 될 거다. 그들의 두려움은 내게 힘이 되겠지.”
“…지랄하네.”
마족의 우두머리인 말레드락스와 인간의 희망인 라엘.
대륙의 모두가 용사를 응원하고 있을 때, 그를 완벽하게 짓밟는다.
대륙 전역이 말레드락스를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이다.
두려움.
그것은 마왕에게 힘이 된다.
신이 되기 위해서 말레드락스는 대륙 전부의 두려움을 받아야 했다.
“확실히, 너는 강하다. 하지만 마왕에게 대적할 순 없다. 그 사실을 대륙 전역에 알리겠다.”
“…하, 개새끼야. 그거 사망 플러그야.”
“그게 무슨 뜻이지?”
“그 말 한 새끼들은 다 나한테 뒤졌다는 뜻이다.”
4구역을 정리하던 각시탈 시절부터, 가이아 교단의 용사가 된 지금까지.
라엘을 무시하던 놈들은 전부 라엘의 검에 머리가 깨졌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강적? 미안하지만 처음이 아니다.
이번이 마지막인데, 미련하게 여기서 뒤질 순 없다.
“천살신검(天殺神劍).”
라엘의 섬광에서 강한 빛이 터져 나왔다.
새하얗게 타오르는 불꽃이 섬광을 따라 흐르며 마기를 불태웠다.
천살검 제 5형이자 마왕을 죽이기 위한 라엘의 검이었다.
라엘은 주변을 덮은 마기를 밀어내며 신력을 펼쳤다.
회천의 힘이 마기를 조금씩 빨아들였고, 신력 또한 많이 남아 있었다.
아직, 싸움은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았다.
*
터벅. 터벅.
시끄러운 평야의 한가운데에서, 남자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욱씬거리는 가슴의 고통이 이제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그는 이종족도 아니고, 용사처럼 특이한 체질도 아니었다.
그저 검을 쌓아 올려 마족까지 벨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인간.
인간족에서 태어난 진정한 의미의 보석이었다.
“…”
천살검주는 눈가를 찌푸린 채 나아갔다.
그의 주변에는 마족들의 시체가 쌓여 있었다.
전장의 마기는 그에게 독이나 마찬가지였다.
가슴에 새겨진 마족의 문양이 마기와 반응하며 천살검주의 몸을 잠식해 갔다.
대전쟁이 끝난 뒤에도 제약을 무시하고 마족들을 막기 위해 검을 휘두른 반동이 이제야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 반동은 노화한 소드마스터의 육신으로 막을 수 없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군 …. ”
하지만, 천살검주는 무거운 몸을 억지로 움직였다.
그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천살검을 만들어냈을 때부터 그에게 목표는 단 하나였다.
마왕을 죽이는 것이다.
회광반조(回光返照).
역천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