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15)
저벅. 저벅.
산책이라도 나온 듯 가벼운 발걸음.
라엘은 전장에 나타난 천살검주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래에는 미스트라와 싸우는 사람들이 있을텐데 천살검주는 어떻게 이 곳에 온 거지?
천살검주가 자신의 코 앞으로 걸어올 때까지 회천은 왜 반응하지 않았지?
자신도 베어내지 못한 말레드락스의 신위를 어떻게 벤 거지?
여러 의문이 들었지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라엘은 천살검주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검을 든 채 걸어오는 천살검주에게는 설명할 수 없는 분위기가 있었다.
그가 검을 뽑는 것은 몇 번이나 봤었다.
하지만, 오늘의 천살검주는 무언가 이질적이었다.
‘저 노인네가 …. ‘
천살검주의 겉모습은 분명 평소와 똑같았다.
세월이 느껴지는 주름진 피부와 흰머리. 그리고 허름한 옷까지.
그러나 지금의 천살검주는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대륙제일검 천살검주. 살아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설마 여기까지 올 줄이야.”
말레드락스는 천살검주를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혈혈단신으로 전쟁을 막은 괴물.
대륙에서 가장 강한 검사.
대륙제일검(大陸第一劍) 천살검주(天殺劍主).
마족들의, 자신의 공포였던 인간이다.
인간을 뛰어넘은 그의 검술은 그 정도로 대단했다.
“천살검이 무서워 휴전을 약속하고도 대륙 전체를 감시하는 마족아. 나를 찾지 못할 것이라면 쓸모없는 짓을 했구나.”
천살검주는 주변의 마기를 느끼며 말레드락스를 바라보았다.
마왕성 내부는 바깥보다 훨씬 더 진한 마기가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의 몸은 마기에 갉아먹히고 있었다.
” … 입은 아직도 살아있군. 하지만 네 놈은 큰 착각을 하고 있다.”
말레드락스는 마기와 신위를 끌어올렸다.
분명 말레드락스가 천살검주의 검을 두려워했던 것은 맞다.
목숨을 보전하기 위해 그에게 제약을 걸고 휴전을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신위를 얻기 전의 일이다.
신위를 얻은 말레드락스는 이전의 말레드락스와 전혀 달랐다.
더 이상 대륙의 생명체들은 그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다.
유일한 예외는 신력을 얻은 가이아 교단의 용사 뿐이다.
“신위를 얻은 난 일개 인간에게 죽지 않는다.”
천살검주 따위.
이제는 말레드락스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말레드락스의 눈동자들에서 마기가 쏟아져나왔다.
“그런가.”
천살검주는 개의치 않았다.
신위? 그게 무엇인지 관심도 없었다.
그의 목표는 단 하나.
마왕을 죽이는 것이었다.
천살검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검이다.
스릉-
천살검주는 그저 검을 들었다.
그의 검에 무형의 기운이 일어났다.
대륙 최고의 검사의 인생이 담긴 검에 하늘의 기운이 모였다.
천살검주와 말레드락스.
각자의 마력과 마기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콰아아아앙 -!
거대한 힘의 충돌에 마왕성이 진동했다.
이미 폐허에 가까운 마왕성의 벽이 떨어져나가고, 그 중격에 간신히 서있던 라엘도 바닥에 주저않았다.
‘이런 미친 …. ‘
라엘은 둘의 충돌을 보며 침을 삼켰다.
신위를 개방한 말레드락스의 힘은 그야말로 엄청났다.
저 괴물은 라엘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두려움을 모아왔다.
당연히 라엘보다 강한 게 이치에 맞는 일이겠지.
‘근데 저 노인네는 뭐야?’
신력과 신위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수 많은 사람들의 의지가 모인 힘.
단 한 사람의 힘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힘이다.
그러나 천살검주는 뭐란 말인가.
역천(逆天)의 검은 말레드락스의 신위와 맞서고 있었다.
천살검주에게선 신력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한 검사가 평생 쌓아온 검술만이 있었다.
촤악-
천살검주의 검이 마기를 베어냈다.
그의 검은 뱀처럼 유연하고 빨랐다.
짧은 시간에 무궁무진한 검로를 펼치며 마기를 뚫고 말레드락스의 눈동자들을 노렸다.
‘천살검의 극의.’
라엘은 천살검주의 움직임을 바라보았다.
천살검을 익혔던 라엘이기에 알 수 있다.
천살검주는 라엘에게 천살검의 모든 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입천의 검강을 씌운 검을 승천으로 휘두르며 말레드락스의 마기를 지워냈다.
그 직후, 말레드락스의 눈동자들에게 공간을 뛰어넘은 답천이 쇄도했다.
말레드락스는 곧바로 마기를 터트리며 답천을 막아냈지만, 어느새 다가온 천살검주의 검이 쇄천을 펼치며 눈동자를 터트렸다.
“…”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집중하며 천살검주의 검로를 읽었다.
신위를 개방한 말레드락스를 마력만으로 압박하는 것은 천살검주의 압도적인 검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륙에서 가장 재능 있는 검사가 마족만을 죽이기 위해 만든 검.
그 검에 담겨있는 묘리는 라엘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들었다.
“말도 안 되는 …! 대체 이 힘은 뭐란 말이냐!”
말레드락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주먹을 휘둘렀다.
마기에 뒤덮인 주먹은 천살검과 만날 때마다 피를 흘리며 튕겨났다.
그의 몸에 있던 수많은 눈동자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말레드락스는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신위는 마력이나 마기와 격이 다른 힘이다.
수 많은 마족 중에서 선택받은 말레드락스만이 다룰 수 있는 힘.
대륙의 그 어떤 존재도 버틸 수 없는 힘이란 말이다.
그러나 천살검주는 상식을 무시하고 있었다.
콰아앙 -!
말레드락스의 눈 앞에서 마력이 터져나갔다.
잠시 움찔거린 말레드락스에게 천살검주가 쇄도했다.
“ …! ”
신위를 개방한 말레드락스마저 반응하기 힘든 속도.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노검사가 검을 들었다.
“잘 보거라. 제자야.”
천살검주가 라엘에게 말을 건넸다.
이것은 대륙제일검의 인생을 담은 일검.
인간의 몸으로 마왕에게 닿은 자가 보여주는 검무였다.
“천살검 제 5형.”
천살검주의 입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이미 그의 몸은 한계였다.
“역천(逆天).”
그러니, 이 한 번의 검에 모든 것을 담아야 했다.
천살검의 마지막 형, 역천(逆天).
천살검주의 목숨을 건 검이 펼쳐졌다.
마족의 우두머리인 마왕을 죽이기 위한 검이 세상을 절단한 기세로 만들어졌다.
쿠어어어어어어 -!
천살검주가 말레드락스에게 검을 겨누었다.
마지막 힘을 담은 그의 눈동자가 살기로 물들었다.
역천의 검이, 말레드락스를 단죄하듯 그의 머리를 갈랐다.
“크으으윽!”
말레드락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접힌 날개를 펴고 남아있는 눈동자를 전부 떴다.
그가 모을 수 있는 마기를 전부 모아 역천과 충돌시켰다.
스윽-
거대한 힘과 힘의 충돌이었지만 라엘은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다.
천살검주의 검은 마치 단풍이 떨어지듯, 미약하게 떨어졌다.
그러나 그 힘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쩌저저적-
한 번의 검격에 마왕성이 둘로 나뉘었다.
이미 폐허가 였던 마왕성은 조금만 건드려도 부서질 정도로 약해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부서진 마왕성 뒤로 보이는 풍경이 갈라졌다.
땅과 산, 하늘에 선이 그어졌다.
마치 아름다운 그림에 검은 붓칠을 한 것처럼 이질적인 광경.
고작 한 번의 검격에, 하늘의 뜻을 어기는 검이 세상을 양단했다.
“아 …. ”
두근- 두근-
라엘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이전에도 천살검주는 역천을 보여준 적이 있었지만, 그때와 달랐다.
이것이 진정한 역천(逆天)의 검.
천살검주라는 검사의 일생이 담긴, 마왕을 베어내고 세상마저 거스르는 검이다.
“처, 천살검주님!”
라엘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천살검주가 말레드락스와 싸우는 동안, 몸이 어느정도 회복했다.
그는 바닥에 쓰러져있는 천살검주에게 다가갔다.
“천살검주님! 아니, 스승님! 일어나세요!”
라엘은 천살검주를 끌어안은 채 소리쳤다.
천살검주의 몸은 차가웠고, 얼굴은 자글자글한 주름으로 가득했다.
전신의 생명력을 끌어다 쓴 탓에 육체가 그 부담을 끌어안은 것이다.
“라엘…”
“스승님! 이런 씨발…”
라엘은 입술을 씹으며 천살검주를 바라보았다.
회천을 익힌 라엘이기에 알 수 있다.
이미 그의 몸에서는 생기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제자야. 잘 보았느냐. 이것이 알헤임 너머의 마족을 죽이는 천살검의 극의. 마왕을 상대하기 위한 검, 역천이다.”
“예. 다 보았습니다. 전부요. 말레드락스 저 새끼가 죽는 것까지, 완벽하게 봤습니다.”
라엘은 주먹을 꽉 쥐고 천살검주를 바라보았다.
말레드락스가 역천의 검에 소멸하는 순간을 전부 눈에 담았다.
그 깨달음은 라엘을 한 단계 더 높은 검사로 만들었다.
“…아니. 놈은 죽지 않았어.”
스르륵-
그 순간.
라엘의 뒷편에서 마기가 피어나기 시작했다.
“젠장, 저 괴물같은 새끼가 …. ”
라엘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섬광을 들었다.
그의 눈 앞에는 어느새 몸을 재생한 말레드락스가 보였다.
하지만, 그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전부… 전부 죽여주겠다. 너희 인간들을 하나도 남김없이 !! ”
말레드락스가 분노하며 마기를 일으켰다.
그의 몸에는 가슴부터 다리까지, 거대한 흉터가 새겨졌다.
역천의 검에 당한 여파였다.
신위를 얻은 말레드락스는 역천에게 소멸한 뒤에도 몸을 재생했다.
하지만, 천살검주의 의지가 남긴 상처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의 몸 곳곳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마기를 아무리 많이 들이부어도, 이미 소멸해버린 육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마치 저주처럼. 역천의 검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말레드락스를 베고 있었다.
“역겨운 괴물 새끼.”
라엘은 말레드락스를 바라보았다.
역천의 검에 당한 말레드락스는 형태가 붕괴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신위와 마기로 몸을 억지로 유지시키고 있었다.
그야말로 죽지 않는 괴물같은 모양새였다.
라엘은 섬광에 신력을 불어넣었다.
라엘도 육체의 회복이 끝난 건 아니지만, 정상이 아닌 것은 말레드락스도 마찬가지였다.
“라엘 …! ”
그때, 천살검주가 힘겹게 말을 이었다.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전부 보여주었다. 나는 비록 실패했지만… 너라면 할 수 있다.”
“천살검주님 …. ”
“내 검사를 보는 눈은 틀리지 않아. 그것을 네가 증명하거라.”
“…”
“라엘. 널 믿고 있다.”
천살검주의 눈에 힘이 담겼다.
분명 모든 생명력을 태웠을 텐데도, 그의 눈에는 열정이 남아있었다.
” …. 예. 쉬고 계십시오. 그리고 끝까지 지켜보십시오.”
라엘은 천살검주에게 가볍게 목례한 뒤 몸을 틀었다.
그의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당장 비켜라! 그 인간을 잘근잘근 씹어먹겠다! 용사! 이제와서 날 막을 생각이냐!”
말레드락스는 마기를 폭주시키며 라엘에게 손을 뻗었다.
용사와 자신의 차이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상처가 있다고 해서 지지 않는다.
“크윽!”
그러나.
라엘의 섬광은 말레드락스의 주먹을 가볍게 튕겨냈다.
화아악 -!
라엘의 섬광에 천살신검이 깃들었다.
푸른 마력과 새하얀 신력이 합쳐지며 거대한 불꽃을 만들었다.
“어, 어떻게 이런 힘이 …! ”
말레드락스는 깜짝 놀라며 라엘을 노려보았다.
그의 신력이, 이전보다 훨씬 더 크게 불타고 있었다.
“네 덕분이지. 이 개새끼야.”
라엘은 섬광을 든 채 옅은 미소를 지었다.
마왕성을 비추는 화면은 지금 이 순간에도 대륙 전역에 송출되고 있다.
그 마법은 말레드락스의 두려움을 키워주기도 했지만, 그 반대도 가능했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희망이 남아있다는 믿음을 주었다.
대륙의 마지막 희망.
라엘에게 사람들의 목소리가 닿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