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20)
“말레드락스는 강했지만, 결국 내 천살신검으로 가슴을 베어낸 거야! 내 검이 천살검주 님이 남긴 상처에 파고들었지!”
라엘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날을 생각하니 가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천살검주의 역천은 말레드락스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인간의 몸으로 신의 힘을 쓰는 대마왕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긴 것이다!
“…으음. 예. 그렇군요. 역시 대단하십니다. 형님.”
“나만 대단한 게 아니야. 천살검주 님의 역천이 정말 대단했지. 오로지 본신의 힘만으로 마왕에게 닿은 거라고.”
“예. 알고 있습니다. 천살검주 님도 엄청난 영웅입니다.”
칼슨은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라엘과 천살검주가 대단한 건 당연히 알고 있다.
그 사실은 전쟁에 참여한, 아니 그 싸움을 지켜본 대륙의 모든 인간이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이건 너무한 거 아닌가?
장난 반 진담 반으로 시작한 무용담이 벌써 3시간째였다.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야 …! 말레드락스는 다시 몸을 일으켰지! 그때 내 귀에 사람들의 기도가 들렸어. 내 천살신검이 더욱 더 강해지는 기도가!”
“오오. 그렇게 말레드락스를 죽인 겁니까 ?! ”
“평민들의 목소리가, 사제들의 기도가, 기사들의 염원이 …! 가슴에 차오르기 시작했다!”
화아악-
라엘의 검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천살신검의 불꽃이었다.
“난 허공을 향해 오른손을 들었어. 그리고 성검 세인트가 내 부름에 답했지! 이것은 확신이나 계산으로 한 행동이 아니야. 천살검주 님처럼, 나도 소드마스터에서 한 단계를 뛰어넘은 거다.”
웅웅-
라엘의 허리춤에 달려있던 성검 세인트가 진동했다.
[용사! 대체 언제까지 이 이야기를 할 건가요 ?! ]하지만 무용담에 심취한 라엘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
칼슨은 이제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라엘의 무용담이 끝나려면 좀 더 걸릴 것 같았다.
“…그렇게 해서 말레드락스를 죽이게 된 거지. 후우.”
그렇게 약 한 시간이 더 지난 뒤.
라엘은 결국 치켜들었던 섬광을 내렸다.
“우와아. 우와 …. ”
“역시 용사님이십니다 …. ”
짝짝짝-
길고 긴 라엘의 무용담이 끝나자, 성기사들이 지친 듯 박수치기 시작했다.
어느새 그들의 눈에 피로함이 깃들어있었다.
칼슨의 이야기는 길어진다 싶을 때 눈치껏 빠지곤 했지만, 차마 용사가 하는 무용담에서 도망칠 순 없었다.
“수고했다. 라엘. 정말 감동적인 무용담이군.”
“감사합니다. 단장님.”
“역시 이제 라엘이 아니라 용사님이라고 부르는 게 좋겠는데.”
“그럴 필요 없다니까요.”
“고맙네. 라엘.”
마르코 단장만이 진심어린 감탄을 하며 라엘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는 평생 교단을 위해 싸웠지만, 아마 라엘이 세운 공의 발끝도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짝짝짝-
그때, 훈련장의 입구에서 누군가가 박수를 치며 걸어들어왔다.
“직접 보았지만 믿기지 않는 무용담이네요. 용사님.”
“성녀님?”
세실리아는 훈련장 안으로 들어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일주일 만이네요. 라엘 씨. 오늘 방문하신다는 말을 들었는데 연락이 없으셔서 직접 찾아왔답니다.”
“안 그래도 찾아가려고 했는데, 죄송하네요. 성기사들이 계속 이야기 해달라고 사정하는 바람에 …. ”
“후후. 그런 것 같네요. 다들 감동한 표정이에요.”
“그러게요.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습니다. 가끔 와서 제 무용담을 들려줘야겠습니다.”
라엘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무용담을 펼치는 건 꽤나 귀찮고 힘든 일이지만, 교단의 미래가 될 성기사들에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나도 저랬나? 이제 그만해야겠는데 …. ”
라엘의 말에 성기사들의 표정이 굳어지기 시작했고, 칼슨도 고개를 저었다.
무용담이라는 게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무튼 단장님, 저는 성녀님하고 이야기하러 가보겠습니다. 칼슨, 너도 잘 있어라. 다른 성기사들도 전부 수고하고.”
“예. 형님!”
칼슨과 성기사들이 꾸벅 허리를 숙이는 걸 보며 라엘은 세실리아와 함께 훈련장 바깥으로 나왔다.
훈련장 바깥에 있는 사제들에게 인사하며, 라엘은 세실리아의 뒤를 따라갔다.
“라엘 씨. 전쟁 때 상처는 괜찮으세요? 응급처지밖에 못 해드려서 계속 마음에 걸렸어요. 저도 치료할 사람들이 많아서 보육원에 찾아가지 못했으니까요.”
“괜찮아요. 그때 배거스를 통해 전하지 않았습니까? 치료가 급한 상처는 없다고요.”
끼익-
세실리아는 대화를 이어가며 교단의 실내정원에 들어갔다.
아직 겨울의 싸늘함이 남아있는 바깥과 다르게, 정원은 따뜻한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긴 해도, 마기라는 건 언제 인간의 몸에 파고들지 모르니까요. 신경 쓰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답니다.”
앞장서서 걸어가던 세실리아는 정원에 들어오자마자 몸을 돌려 라엘의 손을 붙잡았다.
라엘은 몸 안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신성력을 느꼈다.
“라엘 씨. 어떤가요? 괜찮으신가요?”
세실리아는 라엘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따뜻한 공기와 함께 세실리아의 얼굴이 다가왔다.
“…어, 예. 괜찮습니다.”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숨을 참았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세실리아의 얼굴이 멀어질 때까지, 왠지 모를 감정이 피어올랐다.
“라엘 씨는 모르시겠죠.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 업적을 세우셨는 지.”
“…갑자기 말입니까?”
세실리아는 정원을 걸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는 아직도 그 날이 떠올라요. 마왕이 소멸하며 일대를 채우던 마기가 서서히 옅어지던 때. 저를 포함한 모두가 신화를 보고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연합군들이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신 세실리아 씨 덕분이죠.”
실제로 세실리아의 성법이 아니었다면 모두가 죽었을 것이다.
소마협 간부들도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전 조금 더 라엘 씨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답니다.”
세실리아는 성법을 펼치며 전장 전체를 지휘했다.
그 일은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고, 분명 중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감정이 들기도 했다.
자신도 칼슨 경처럼, 라엘의 옆에서 직접 돕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니까.
“교단에 자주 들리셨지만, 정원에는 처음 오셨죠? 교단의 정원에는 사계절에 피는 모든 꽃을 볼 수 있어요. 항상 성법을 펼치고 있거든요. 분위기가 좋아서 저도 자주 들린답니다.”
세실리아는 미소를 지으며 주제를 바꾸었다.
라엘은 신기한 듯 정원을 바라보았다.
“어쩐지 따뜻하더라고요. 그보다 꽃이나 정원을 이렇게 좋아하실 줄은 몰랐네요.”
“꽃은 아름답잖아요. 보육원에 들리거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정원에 자주 들린답니다. 저라고 항상 기도만 할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세실리아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엘은 그 모습을 보며, 오늘따라 그녀의 감정이 풍부하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요. 정원에 있는 모습도 잘 어울려요.”
“겨울의 끝자락이 지나니 꽃들이 얼굴을 보이고 있어요. 마치 전쟁으로 황폐해진 대륙에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요.”
“꽃이 피면 봄이 시작되는 기분이니까요.”
꽃이란 본래 시작이다.
긴 겨울을 버틴 씨앗이 피어나듯이, 알헤임이 사라진 대륙도 다시 태어나야 할 것이다.
“제국에도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어요. 기사단들이 평민들에게 눈을 돌리고 있거든요. 재능은 출신을 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거죠, 보육원이나 평민들이 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될 거예요.”
“그 당연한 사실을 이제야 알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네요.”
귀족이나 평민이나 같은 인간이다.
뛰어난 검사의 아들이 무조건 뛰어난 검사일 거라는 멍청한 편견이 라엘의 존재로 인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인간은 생각보다 바보 같은 존재니까요. 라엘 씨가 모두를 개화시켜준 거예요. 평민들은 제 2의 라엘이 되고 싶어 할 테니까요.”
“그건 좀 부담스러운 이야기군요.”
물론,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모든 편견이 사라지려면 몇백 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예 사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
거기까지 라엘이 책임질 영역은 아니겠지.
“교단이 정상적으로 남아있는 것도 라엘 씨 덕분이에요. 교황과 추기경. 그 외에 많은 변화가 있음에도 라엘 씨가 중심에 있었으니까요.”
사제들의 교육과정에도 라엘에 대한 교육이 많아지고 있었다.
라엘이 이룬 것은 말 그대로 신화라고 해도 무방한 업적이었다.
“곧 교황이 되실 베르난도 님도 라엘 님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마 교단의 변화는 이게 끝이 아닐 거예요.”
“뭐, 그런 편이죠.”
라엘은 자신이 베르난도와 굉장히 친하다고 생각했다.
아마 베르난도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네 …! 그런 의미에서 다음 회의 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주신 가이아 님과 라엘 씨를 같은 격으로 두는 것에 대해서요!”
“그게 정확히 무슨 의미일까요?”
“라엘 씨에게 기도하는 거예요. 라엘 씨가 가진 신력을 신의 증표라고 생각하는 사제들도 많으니까요. 모두가 라엘 씨에게 기도하는 것은 아니지만, 원한다면 라엘 씨에게 기도할 수도 있는 거죠. 으음, 예를 들어 가이아-멘 대신 라-멘은 어떨까요?”
“…라-멘은 어감이 좀 그렇네요.”
라엘은 오랜만에 두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가이아-멘도 어감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라-멘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런가요 …? ”
세실리아는 시무룩한 듯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 모습을 보니 괜히 죄책감이 느껴졌다.
“크흠. 뭐, 꼭 나쁜 건 아니고요. 원한다면 이야기는 해보십시오.’
“후후. 다행이에요!”
세실리아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어머, 용사님과 성녀님이시군요. 정원에서 보게 되다니 기쁩니다.”
그때, 정원 뒷편에서 여사제 한 명이 다가왔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나이가 지긋해보이는 여사제였다.
“아, 리안 사제님.”
세실리아는 여사제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친한 분입니까?”
“네. 교단에서 몇 십년이나 정원을 가꾸신 분이에요. 정원에 올 때마다 뵙는답니다.”
“그렇군요. 안녕하십니까. 리안 사제님.”
“어머나. 저는 용사님께서 존대할 정도로 대단한 사제가 아니랍니다.”
리안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몇십 년간 교단에서 일한 사제답게 예의가 몸에 배어있는 듯 했다.
“성녀님. 다른 분과 함께 정원에 들리는 것은 처음 보는군요.”
“네. 라엘 씨, 용사님은 제게 특별한 분이니까요.”
“어머. 교단의 정원은 젊은 두 남녀가 데이트 하기에 나쁘지 않은 장소지요. 사계절의 꽃을 모두 볼 수 있는 로맨틱한 장소니까요. 예전부터 성직자들의 밀회 장소였답니다. 저도 몇 번이나 눈감아주곤 했어요.”
“리안 사제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라엘은 리안과 세실리아가 장난치는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정원에 자주 들린다고 하더니, 둘이 생각보다 친한 모양이다.
“저같은 노인네가 두 분 사이에 끼어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요. 슬슬 빠져야겠습니다.”
“다음에 뵙겠습니다. 리안 사제님.”
세실리아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리안은 호호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
리안이 완전히 사라진 뒤, 세실리아는 라엘에게도 사과했다.
“리안 사제님이 원래 저런 분이 아닌데…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라엘 씨.”
‘괜찮습니다. 보기보다 장난기 있으신 분이네요.”
“아무래도 성직자들은 순결한 삶을 살다보니… 사랑 이야기로 장난치시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아하… 그렇겠네요.”
생각해보면 칼슨도 항상 여자를 찾곤 했다.
리안 사제가 장난치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겠지.
“네. 가이아경 5장에는 성직자라면 순결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거든요.”
“가이아경에는 안 적혀 있는 게 없네요.”
순결을 말하는 종교는 꽤나 있지만, 대놓고 적혀있는 것은 신기했다.
아마 시대가 시대인만큼 꽉꽉 막혀있기 때문일 거다.
“라엘 씨는 성녀라면 순결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시는 겁니까?”
“지금의 저에겐 그게 중요하거든요.”
“그게 무슨 …? ”
댕- 댕-
그 순간, 멀리서 저녁 기도를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라엘은 종소리와 함께 고개를 돌려 세실리아를 바라보았다.
“라엘 씨. 백합이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에요.”
세실리아는 여전히 순수한 웃음을 지으며 꽃을 내밀었다.
단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는 저녁 기도였지만, 세실리아는 굳이 손을 모으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성녀의 마음은 가이아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