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8)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28화(28/105)
칼슨
쿠헬른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눈앞의 검사를 바라보았다.
제대로 된 마력이 느껴지지도 않고, 신성력이 느껴지지도 않는다.
검기를 뽑아내기에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평범한 소드 엑스퍼트 검사였다.
‘다행히 쉬운 상대겠어. 게다가 멍청하군.’
마족과 인간은 같은 지성체지만 굉장히 다르다.
실제로 쿠헬른은 자신과 함께 온 마족들을 버리는 데에 망설임이 없었다.
그딴 쓰레기들이 아무리 많이 살아있어봤자 자신보다 못할 게 분명하니까.
“곱게 죽이지 않겠다니. 크흐. 네 친구 칼슨이 생각나는 모양이지?”
하지만 인간족에는 저런 멍청이들이 꽤 많이 존재했다.
“너 같은 인간은 굉장히 많이 만나봤다. 상대와 자신의 강함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분노에 휩싸여 가능성 없는 싸움을 하는 멍청이들···!”
우정. 사랑. 애정. 정의···.
사는 데에 아무런 쓸모없는 감정에 매달린다.
멍청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다.
“하지만, 나 쿠헬른은 그런 놈들을 좋아하지. 최후의 순간에 그놈들의 비명을 들으며 마력을 빨아먹는 것만큼 별미가 없거든.”
쿠헬른은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머리에 솟은 뿔이 진한 마기를 흩뿌렸다.
“··· 좆까는 소리하네. 지가 무슨 마왕인 줄 아나.”
중위 마족 새끼가 자존감이 참 높았다.
라엘은 바닥에 퉤 하고 침을 뱉었다.
그리고 천천히 마족의 생김새를 살폈다.
‘뿔의 크기는 평범한 중형. 무기가 없는 걸 보면 마법사인가? ··· 아니, 아까 칼슨의 몸으로 검을 휘둘렀지. 그리고 지금도 손이 숨겨져 있어.’
마법사라면 편해진다.
놈들의 방어 수단은 가까이 올수록 강해지는 마기가 대부분인데, 라엘은 마기를 무시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무기를 사용한다면 귀찮아질 수도 있다.
“후우.”
라엘은 감각을 곤두세웠다.
실전에서 비롯된 전투 감각이 온몸을 가득 채웠다.
평소에는 이 느낌을 꽤 좋아했지만, 지금은 웃을 기분이 아니었다.
“걱정하지 마라! 너도 금방 네 친구 옆으로 보내줄 테니!”
“···.”
라엘은 대답 대신 검을 꽉 잡았다.
마족의 힘은 마기에서부터 비롯된다.
닿기만 해도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고, 마력을 약화하는 마기는 인간이 마족을 이기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그런 점에서, 라엘은 마족을 죽이는 데 특화된 인간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는 인간 중 유일하게 마족과 대등한 싸움을 할 수 있었다.
‘마기로 만들어진 물리적인 현상만 신경 쓰면 돼.’
베네트를 상대할 때도 그랬다.
자신을 대상으로 하는 저주는 무시할 수 있었지만, 저주에서 비롯된 물리적인 현상은 무시할 수 없었다.
타앗-
라엘은 땅을 박차고 쿠헬른을 향해 섬전처럼 달려들었다.
일렁거리는 검기는 오늘따라 조금 더 날카로웠다.
“죽어라! 인간!”
쿠헬른의 품에서 마기가 뿜어져 나왔다.
마족이 인간을 상대할 때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이다.
마기가 진할수록 인간은 제대로 된 싸움을 할 수 없으니까.
‘그럴 줄 알았어.’
라엘에겐 지금이 기회였다.
속도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마기로 뛰어들었다.
“멍청한 놈! 마기에 직접 접촉하다니!”
쿠헬른은 라엘을 응시하며 마기를 일으켰다.
역시 만용이었다. 놈은 마족과 싸운 경험이 부족했다.
그저 친구의 죽음을 보고 분노하는 멍청한 인간에 불과했다.
“너같은 인간은 수 없이 죽여봤다!”
화아아악-!
쿠헬른의 중심으로 마기의 벽이 세워졌다.
눈앞의 인간은 잘 쳐줘봤자 소드 엑스퍼트 중급이었다.
검기로 부술 수 없는 마기의 벽에 천천히 잠식되어갈 게 뻔했다.
‘끝이다!’
쿠헬른은 자신의 생각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 생각은 거의 들어맞았다.
라엘은 마기에 완전히 둘러싸였다.
평범한 인간이라면 이미 마기에 중독되어야 할 정도였다.
우드득-
그러나 라엘은 한 발자국 더 앞으로 나섰다.
검기를 마기의 벽에 쑤셔 넣고, 그대로 비틀었다.
“크, 크으으읍···!”
마기의 벽이 강제로 붕괴하며, 그 여파가 쿠헬른에게도 미쳤다.
라엘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쿠헬른의 가슴을 향해 검을 뻗었다.
검의 묘리 따위 전혀 담기지 않은 단순한 찌르기였지만, 검은 마기를 짓누르며 정확히 쿠헬른에게 파고들었다.
“크헉-. 크아아악!”
쿠헬른은 다급하게 몸을 피했지만, 마기 사이로 파고든 검은 그의 움직임보다 훨씬 빨랐다.
촤악-
그는 급소를 지키는 대신 왼팔을 희생해야 했다.
어깻죽지에 불로 지지는 것 같은 뜨거운 고통이 느껴졌다.
“네 놈! 감히 내 팔을···!”
쿠헬른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 말도 안되는 속도도 이상했지만, 그는 저 인간이 마기를 꿰뚫은 현상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어떻게 인간족이 마기에 닿고도 멀쩡한 거냐!”
쿠헬른이 찢어진 어깻죽지 부근을 붙잡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의 충혈된 눈과 고통스러워하는 얼굴을 보면, 당장이라도 공격을 이어 나가야 할 것 같았다.
멍청하고 뻔한 노림수였다.
“그렇게 빽빽 소리 질러봤자···.”
라엘은 검에 묻은 보라색 피를 털어내고 눈을 찌푸렸다.
날카로운 감각은 여전히 그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지금.’
아까부터 라엘의 시선 바깥에서 마기와 살기가 느껴졌다.
라엘은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어깨 너머로 검을 뻗었다.
까아앙-!
손끝에 뜨거운 불씨가 떨어졌다.
마기를 불태우며 만들어진 파이어볼이었다.
“이딴 수준 낮은 공격에는 안 맞아.”
“마, 말도 안 되는···.”
쿠헬른은 오른팔로 어깨를 감싼 채 돌처럼 굳었다.
놈이 자신의 생각보다 훨씬 강했지만, 손해를 입더라도 놈을 확실히 끝장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미리 숨겨놓은 마기에서 만들어낸, 아무런 징조 없이 나타난 마력구는 쿠헬른의 숨겨진 한수였다.
이걸 막는다는 건··· 놈의 강함이 자신의 예상 이상이라는 거다.
“사실 꽤 걱정이었거든.”
저벅- 저벅-
라엘의 발소리가 쿠헬른의 귀에 파고들었다.
쿠헬른에게 그의 발걸음 소리는 자신의 목을 베러 오는 사형집행인 같았다.
“중위 마족은 그래듀에이트 급이래잖아. 그래듀에이트가 누구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응?”
“이, 이럴 수는 없다. 이럴 수는!”
화아아아악!
두꺼운 마기가 세워졌다.
쿠헬른이 펼칠 수 있는 마기 중 가장 짙은 마기의 벽이었다.
그는 아직, 인간이 마기에 아무 영향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근데··· 너, 좆도 없었구나?”
라엘의 검이 다시 한번 내려 찍혔다.
모래알처럼 부서진 마기와 함께, 쿠헬른의 가슴에 라엘의 검이 틀어박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악!”
타악-!
쿠헬른이 몸을 구르며 뒤로 몸을 뺐다.
그는 여전히 눈앞의 현상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죽을 수도 없었다.
‘젠장, 사실 인간이 아닌 건가? 아니, 이종족이라고 해도 마기를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데···!’
쿠헬른은 빠르게 다른 수단을 강구했다.
조심스럽게 등 뒤로 마기를 흘려보냈다.
팔 하나가 뜯어져 나가고 가슴에 깊은 자상이 생겼지만 아직 괜찮았다.
마족의 생명력은 질기다. 고통스럽긴 해도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쿠헬른은 라엘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 이놈··· 설마 마족은 아니겠지?!”
“글쎄. 엘프일 수도 있고, 마족일 수도 있지. 만나는 놈들마다 의심하더라고.”
“이, 이 개자식이···.”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을 가지고 놀다니!
쿠헬른은 자신의 마기를 전부 움직였다.
도망치기 위한 힘을 아껴놓을 생각이었지만, 여기서 죽으면 다음도 없다.
우우웅-!
짙은 마기가 쿠헬른의 등 뒤에 솟아올랐다.
마기로 그려지는 마법진들에는 수많은 마법이 담겨있었다.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래. 궁지에 몰린 생명체는 비정상적인 힘을 발휘하는 법이니까!’
뼈가 드러난 팔과 가슴에서 끔찍한 고통이 느껴지고, 왠지 모를 불안감이 몸을 덮쳤다.
하지만 쿠헬른은 억지로 모든 신경을 마법에 집중했다.
마족의 마법은 파괴와 살상에 집중하기에, 그만큼 위력이 강하다.
저런 인간 따위는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다.
“역시 마법사였구나?”
라엘은 쿠헬른의 마법을 보며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두근- 두근-
뜨거워진 머리에 대응하듯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진다.
실전에서 더욱 날카롭게 벼려진 감각이 눈앞의 쿠헬른을 분석했다.
‘거슬려.’
하지만, 이 주변에는 거슬리는 게 너무 많았다.
얼굴을 비추는 햇빛도. 볼에 스치는 바람도. 바닥에서 올라오는 먼지구름도.
전부 무시했다.
자신의 강점은 뛰어난 육체와 날카로운 감각이다.
육체는 이미 쓸 만큼 쓰고 있으니, 감각에 집중해야 했다.
라엘은 쿠헬른을 바라보며 모든 신경을 그에게 집중했다.
모든 것을 차단한 라엘이 보는 건 단 하나.
눈앞의 마족이었다.
타아앗-
화아악-
라엘이 땅을 박참과 동시에 쿠헬른의 뒤에서 마기가 터져 나왔다.
라엘은 쿠헬른에게서 새어나오는 마기들을 살폈다.
피해야 하는 것과 무시해야 하는 것. 그리고 부숴야 하는 것을 구분했다.
마치 세상이 느려진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마기로 이루어진 마법들이 라엘의 시야에 전부 잡혔다.
‘베어야하는 건 3개도 안돼.’
단순한 마기 덩어리나 마기로 이루어진 마법은 무시했다.
라엘이 신경 써야 하는 건 마기로 만들어낸 물리적인 현상뿐이었다.
서걱-.
순식간에 내질러진 라엘의 검이 쿠헬른의 마기를 단숨에 꿰뚫었다.
검에 실린 위력을 버티지 못한 마기는 저항없이 일그러지며 사라졌다.
“금방 끝내줄게.”
라엘은 오로지 한 곳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끝까지 라엘의 목표는, 쿠헬른의 목이었다.
“아, 안돼. 죽어! 죽으란 말이다!”
라엘에게 쇄도하는 마법을 베어가며 쿠헬른에게 도착했다.
오른발을 앞으로 내딛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화아아악-
순식간에 다가온 라엘을 보며 쿠헬른은 다급하게 마기를 내뿜었다.
하지만, 그의 움직임이 너무 빨라 제대로 반응할 수가 없었다.
콰아아아앙-!
검과 맞부딪힌 쿠헬른의 몸이 뒤로 튕겨 나갔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억울한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어째서! 어째서 너 같은 놈이 내 앞에 나타난 거냐! 성기사도 아니고, 마력이 강하지도 않은 놈이···! 젠장! 황실 기사단의 기사냐! 기사단은 마족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쿠헬른은 억울함에 몸서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속도와 힘은 둘째치고, 놈은 인간 주제에 마기를 무시했다.
마기가 통하지않는 인간이라니. 그딴 건 들어본 적 없었다.
놈은 괴물이었다.
하필이면 왜 자신의 앞에 저런 괴물이 나타났단 말인가!
“개소리하지 말고···.”
라엘은 쿠헬른의 앞에서 무표정하게 검기를 뽑아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떵떵거리던 놈이 바닥에서 뒹구는 건 참 통쾌한 모습이지만, 그다지 기쁘지도 않았다.
“조용히 뒤져.”
푸욱!
거센 검기가 쿠헬른의 가슴을 꿰뚫었다.
라엘은 검에 마력을 쏟아부으며 쿠헬른의 몸을 찢어발겼다.
촤악-
가슴으로 파고 들어간 검이 옆구리에서 튀어나왔다.
흉부의 일부가 검기에 찢겨나가 버린 쿠헬른에게서 보라색 피가 터져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영혼 깊숙한 곳까지 상처 입은 것 같은 극심한 고통이 쿠헬른의 몸을 짓눌렀다.
갈비뼈가 박살나며 심장을 짓눌렀고, 엄청난 양의 보라색 피가 공터의 흙을 덮었다.
“커, 커흑··· 어째서···. 왜···.”
털썩-
쿠헬른은 라엘을 빤히 바라보다가, 이내 바닥에 쓰러지며 호흡을 멈췄다.
“··· 하아. 씨발놈이 목숨줄은 존나 기네.”
라엘은 천천히 쿠헬른의 곁으로 걸어갔다.
드디어 싸움이 끝났다.
몸의 긴장을 풀고, 검을 축 늘어뜨렸다.
마치 정말 죽은 것인지 확인하려는 것 같은 자연스러운 몸짓으로··· 쿠헬른의 목에 검을 깊숙이 꽂았다.
동시에 쿠헬른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그거 알아? 숨만 참는다고 되는 게 아니야. 심장까지 멈췄어야지.”
라엘은 입꼬리를 올리며 검을 지그시 눌렀다.
“아아아아아악! 어, 어떻게···!”
죽은 척하던 쿠헬른이 그제서야 눈을 부릅뜨고 소리치기 시작했다.
마족은 이종족보다 더욱 생명력이 강하다.
설령 심장이 부서진다해도 목을 베어내기 전까지는 죽지 않는다.
라엘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심장의 움직임도 거의 멈추도록 했는데, 인간이 눈치챌 수 있을 리가···.”
“말했잖아.”
우드득-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엘이 쥔 검 끝에서 근육이 찢어지고, 뼈가 부서졌다.
생명체의 목숨을 앗아갈 때의 기분 나쁜 감각이 손끝에 머물렀다.
“내가 감이 좀 좋거든.”
“자, 잠깐. 큽··· 라엘, 라엘 형님···.”
마족의 얼굴이 마기에 의해 일그러지며 익숙한 얼굴로 변했다.
칼슨이었다.
“저, 저입니다. 형님. 마족이 제 몸을 빼앗았어요···! 라엘 형님! 잠시만···!”
“그리고 이것도 말했지.”
푸욱.
라엘의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고 마족의 얼굴을 직시했다.
날카로운 검이 느릿하게 목을 짓눌렀다.
“커흑···.”
“곱게 죽이지 않겠다고.”
“라, 라엘 형님··· 아, 아아악. 이, 이 개 같은 자식이! 죽여버리겠다! 죽여버리겠어···!”
칼슨의 얼굴을 한 마족이 라엘에게 저주를 쏟아냈다.
하지만 라엘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움직였다.
뜨득- 뜨드득-
목뼈가 부러져도 죽지 않는 마족의 목을 아주 천천히 끊어냈다.
살결과 근육 하나하나가 찢기는 고통을 전부 느끼게 해줘야 했다.
칼슨이 느낀 것과 똑같이.
아니, 더욱더 처참하게.
“커, 아, 아윽··· 으, 윽··· 캬악··· 네 친구 칼슨은 내 마기에 잠식되어 죽었다. 크, 크큭··· 끄윽···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촤악-
이윽고, 쿠헬른의 목이 몸에서 완전히 떨어졌다.
데굴데굴 굴러간 쿠헬른의 목은 모래 사이에 멈춰 섰다.
“···.”
라엘은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칼슨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력을 갈무리했다.
“뒤질 때까지 성질을 긁네. 미친 마족 새끼가.”
죽을 때는 좀 곱게 죽으면 안 되는 걸까.
라엘은 마족의 목을 짓이기며 땅에 박힌 검에 양 손을 올렸다.
끝까지 가오를 잡긴 했지만, 너무 흥분해서 그런 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티아의 말대로 지구력이 부족했다.
내일부터 체력 단련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맞아. 칼슨은 어딨지? 잡아먹을 시간은 없었을 텐데.’
뒤늦게 칼슨에 대한 것이 생각났다.
보육원에 무덤이라도 만들려면 유품 하나는 필요했다.
라엘은 마족의 몸을 발로 툭툭 찼다.
마기로 둘러싸인 곳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시체가 보이질 않았다.
심지어 칼슨의 갑옷 조각 하나도 없었다.
“생각해 보면 성기사들도 진작 왔어야 하는 시간이···.”
전투의 긴장이 풀리고, 쿠헬른에게 집중하던 라엘의 감각이 되돌아왔다.
그제서야 뒤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라엘은 깜짝 놀라 몸을 휙 돌렸다.
“아, 아···. 라엘 님. 이, 일부러 본 게 아니라···.”
차기 성녀.
세실리아 사제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