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29)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29화(29/105)
칼슨
세실리아는 라엘의 말을 충실히 따랐다.
그녀는 마족을 추적하기 위해, 성기사들이 모여있을 제논 길드까지 한달음에 달려온 것이다.
“어··· 다들 어디 가셨지?”
그러나 세실리아가 제논 길드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성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세실리아는 주변을 둘러보다 가까이 있는 주민에게 성기사들에 관해 물었다.
“안녕하세요. 신도님. 혹시 이 근처에 있던 성기사님들이 어디 갔는지 보셨나요···?”
“아, 사제님. 성기사님들은 몇 분 전에 어딘가로 몰려가셨는데요.”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세실리아는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안 그래도 라엘 님에게 교단의 부끄러운 모습만 보여줬는데, 성기사 분들도 데려가지 못하면 얼굴을 볼 면목이 없어진다.
일단 그녀 나름대로 주변을 둘러봤지만, 역시 성기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앗···!”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그때, 갑자기 역겨운 마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방금 세실리아가 달려온 곳이었다.
‘마족이 다시 나타났구나!’
마기는 아까처럼 도망치는 게 아니라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
싸움이 시작된 게 분명했다.
‘라엘 님과 칼슨 님이 함께 싸우고 계신 거야.’
세실리아는 곧바로 자신이 있던 공터로 향했다.
라엘 님이 얼마나 강한지는 잘 모르지만, 칼슨은 은십자 기사단이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자신의 축복이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거다.
화아아악-!
역겨운 마기의 냄새가 점점 짙어졌다.
세실리아는 숨을 헐떡이며 공터에 달려왔다.
그녀가 공터에서 가장 먼저 본 것은, 수많은 마기와 마법진 사이를 파고드는 라엘이었다.
“라, 라엘 님!”
칼슨은 보이지 않았고, 라엘이 마족과 혼자 싸우고 있었다.
세실리아는 다급하게 라엘을 향해 축복을 사용했다.
그러나 라엘에게는 축복이 걸리지 않았다.
“어···?”
그는 축복의 도움도 없이 마기를 뚫고 들어가 마족의 가슴을 베어냈다.
세실리아는 멍하니 라엘의 전투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중위 마족을 혼자 쓰러뜨린다니···?’
마족은 마기를 펼치며 끝까지 반항했지만, 라엘은 결국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마족을 쓰러뜨렸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싸움이었다.
세실리아는 고개를 돌려 마족의 뿔을 확인했다.
교단의 가르침을 성실하게 이행하는 세실리아는 저게 중위 마족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전투 능력이 없는 세실리아라지만 중위 마족을 혼자 죽이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는 알았다.
‘라엘 님은 경비대장인데··· 어째서 저렇게 강하신거지?’
중위 마족은 일개 경비대가 혼자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적어도 카멘 기사단이나 은십자 기사단, 그중에서도 상위급 기사가 필요했다.
아니, 그들도 저렇게 압도적인 전투를 펼치지는 못할 것이다.
촤악-
세실리아는 마족의 목을 베는 라엘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때, 라엘이 고개를 휙 돌렸다.
세실리아는 라엘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조심스럽게 변명했다.
“아, 아···. 라엘 님. 이, 일부러 본 게 아니라···.”
깜박. 깜박.
세실리아는 당황을 감추지 못하고 눈을 깜박거리거나 손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엘이 입을 열었다.
“세실리아 사제님. 어디부터 보셨습니까?”
라엘은 아직 머리가 아픈 탓에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세실리아는 그런 라엘을 보며 벌벌 떨기 시작했다.
“주, 중간부터요. 라엘 님이 마족의 마법을 전부 부수고···.”
“쯧, 그 정도면 전부 봤네요.”
라엘은 아쉬움에 혀를 찼다.
자신의 힘을 아는 사람은 적을수록 좋은데··· 또 하나 늘어버렸다.
‘그래도 뭐, 세실리아는 차기 성녀니까. 착한 건 보증되어 있지.’
나중에 성녀가 된 후에 교단에 한 자리 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게다가 지금까지 본 그녀는 입이 무거운 편이었다.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거다.
촤악.
라엘은 마족의 목에 틀어박혀 있는 검을 뽑았다.
기분 나쁜 보라색 피를 털어내자, 세실리아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저 검이 어디를 향할 지 예상해버렸다···.
“주,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인가요. 예. 알겠습니다.”
“···?”
라엘은 뜬금없는 말을 하는 세실리아를 바라봤다.
“라엘 님의 힘은 알려지면 안 되는 거니까요. 들어본 적이 있어요. 황실의 카멘 기사단에서 민간 순찰을 위해 기사들을 몰래 뿌린다는 말···. 들켰으니 저는 죽는 거겠죠.”
“··· 뭐라고요?”
“그, 그래도 다행이에요. 라엘 씨는 착한 분이니까··· 고통 없이 끝내주실 거라고 믿어요···.”
세실리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것도 가이아 신의 인도일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최대한 고통 없이 죽여주길 바랬다.
‘뭔 개소리야?’
한편 라엘은 피를 털어낸 검을 검집에 넣었다.
그리고 세실리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혼자 이상한 상상을 하더니 눈을 감고 기다리고 있었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혹시 내 인상이 무서운 편인가?’
아닌데.
분명 사라 선생님하고 레이젤 수녀님이 ‘라엘 네가 제일 잘 생겼다’고 했는데···.
레이나는 지랄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건 엘프니까 논외고. 겐트도 잘생겼다고 했는데···.
다들 날 속인 걸까?
라엘이 고민하는 동안.
세실리아는 다가오지 않는 검에 조심스럽게 눈을 떴다.
곧바로 죽을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아프지 않았다.
그리고 실눈을 뜨는 세실리아를 보며, 라엘은 양 손을 번쩍 들었다.
“워억.”
“꺄아아아아아아악!”
세실리아는 곧바로 양팔로 머리를 감싸고 쪼그려 앉았다.
파들파들 떠는 모습이 땅에 머리를 박은 채 숨었다고 착각하는 타조 같았다.
그 모습을 보다보니 웃음이 흘러나왔다.
개같았던 기분이 금방 나아지는 걸 보니 저것도 재능이었다.
“세실리아 님. 그럴 생각 없으니까 눈 뜨십시오.”
“··· 정말인가요?”
세실리아는 양팔사이로 슬쩍 얼굴을 내밀었다.
그녀는 라엘의 눈을 보고 천천히 경계를 풀었다.
“예. 저를 대체 어떤 놈으로 보고 계시는 겁니까. 교단의 가르침 10장 2절. ‘신도는 도움이 필요한 양을 외면하지 말라.’ 몰라요?”
“하, 하지만 라엘 님은 황실 기사단의···.”
세실리아는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황실 기사단이 아니라면 더욱 이상했다.
대체 어떤 경비대가 마족을 혼자서 사냥한다는 말인가.
세실리아는 그걸 더 이해할 수 없었다.
“기사단 아니에요. 음, 이해하지 못할 것 같긴 한데, 은거기인 같은 거죠.”
“은거기인···?”
세실리아는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뭔 말인지는 몰라도 참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 울다가 웃으면 안되는데.”
라엘은 멍한 표정의 세실리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세실리아의 기행 덕분에 뜨거웠던 머리가 금방 식었다.
“라엘 님. 우셨어요···? 아, 그러고보니 칼슨 님은···?!”
“안 울었습니다. 그래도 사제님 덕분에 기분이 괜찮아졌어요. 슬슬 가죠. ··· 해야할 일도 있거든요.”
칼슨을 이렇게 만든 데에는, 그 새끼의 책임도 있었다.
라엘은 쪼그려 앉아 있는 세실리아를 일으켜 걸음을 재촉했다.
*
은십자 기사단장 마르코는 마족들의 시체를 보며 눈을 찌푸렸다.
하위 마족 40명.
여기 있는 전력은 은십자 기사단의 일부였지만, 하위 마족 40마리 정도를 죽이는 건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40이라는 숫자가 우연히 수도에 침입했다기엔 너무 많은 수치라는 거다.
‘이건···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다.’
교단의 성기사인 그는 정치나 사사로운 권력 싸움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신도들에게 피해가 간다면, 그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은십자 기사단장으로서 강한 항의를 해야 했다.
“마르코 님. 주변의 마기는 전부 정리했습니다.”
“아직 머리가 남아있다. 부상자는 빼고, 흩어져 있는 기사단원을 모아 주변의 수색을 계속한다.”
마르코는 고개를 저었다.
하위 마족만 있는 건 마족의 방식이 아니다.
분명 이들을 통솔하는 중위 마족이 있을 거다.
마르코는 기사단을 이끌고 중위 마족을 쫓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시간이 지체되었다.
단독 행동을 하던 성기사 한 명이 마기에 붙잡혀 녹고 있었기 때문이다.
중상이었기에 당장 사제가 필요했지만, 이곳은 4구역이라 당장 상급 사제를 불러올 수 없었다.
결국 이 자리에서 가장 강한 마르코가 신성력을 뽑아 성기사에게 주입했다.
“단장님! 치료는 저희가 할 테니 마족을 쫓으셔야 합니다!”
은십자 기사단의 부관인 레온이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은십자 기사단원은 중위 마족을 추적할 만한 능력이 없었다.
“···아니, 잠시 대기하도록.”
부관의 말에 마르코는 고개를 저었다.
마족을 쫓을 수 있는 게 마르코뿐인 건 맞지만, 몸 대부분이 마기에 잠식당한 성기사를 구할 수 있는 사람도 마르코밖에 없었다.
마족을 죽이는 것만큼, 기사단장으로서 은십자 기사단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
‘대장을 먼저 노렸어야 했는데···. 또 실수해버렸군.’
마르코.
마족을 보기만 하면 눈이 돌아가는 게 그의 단점이다.
눈에 보이는 마족을 전부 쳐 죽이고 나니 이제야 머리가 차가워졌다.
“우선은 장비를 정비하고 있도록. 마족은 무슨 일이 있어도 내 손으로 죽일 테니 걱정하지 마라.”
마르코는 명령을 내리고 성기사의 치료에 집중했다.
일단 눈앞에 보이는 사람을 먼저 살려야 했다.
“단장님. 저쪽에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그때, 저편에서 두 남녀가 터덜터덜 걸어왔다.
여자는 사제였고, 남자는 아까 교단에서 봤던 검사, 라엘이었다.
‘···마족?’
마르코는 남자가 질질 끌고 오는 마족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크헉. 하으아···. 헉. 제가 왜 쓰러져있었죠?!”
중상을 입었던 성기사도 생명의 고비는 넘겼다.
다른 성기사들에게 치료를 넘긴 마르코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남녀에게 다가갔다.
“설마 중위 마족을 직접 죽인 건가?”
마르코는 라엘이 질질 끌고 온 마족의 시체를 훑어봤다.
도망쳤다고 판단한 중위 마족이었다.
“예. 마족 하나가 도망치길래 따라가서 처리했습니다.”
“겨우 둘이서 중위 마족을 처리했다고?”
“그렇습니다. 성기사들은 어디 있는지 보이질 않더군요.”
라엘은 질질 끌고 온 마족을 마르코의 앞에 내려놨다.
죽은 지 얼마 안 된 마족은 아직도 마기를 흘리고 있었다.
‘··· 이 남자가 중위 마족을 잡았다는 건가?’
마르코는 라엘을 바라봤다.
느껴지는 마력은 분명 평범했지만, 그에게서는 약자 특유의 눈빛이 보이지 않았다.
강자를 보며 감탄하거나, 움츠러들거나, 강한 척을 하지 않는다.
그저 눈을 마주치고 상대방의 의중을 파악하려 한다.
이건 강자의 특징이었다.
“마족을 처리해 줘서 고맙다. 교단에서 보상이 내려갈 거다. 내 이름을 걸지.”
마르코는 성호를 그으며 은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은십자 기사단의 기사단장으로서 감사였다.
“기사단의 피해···.”
“··· 음?”
“기사단의 피해는 어떻습니까.”
라엘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기대하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금은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쿠헬른의 품에는 칼슨의 시체가 없었으니까.
“사망자 1명. 중상자 2명이다. 마족 40명을 처리한 것 치고는 좋은 성과지.”
“··· 하. 씨발. 좋은 성과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그러나 결과는 똑같았다.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세실리아로 인해 잠시 이어졌던 이성의 끈이 다시 끊어질 것만 같았다.
“네 이놈! 감히 은십자 기사단장님의 앞에서 수준 낮은 욕설을···!”
“따까리는 닥치고 있어!”
라엘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몸 안에서부터 끓어올랐다.
“읏···.”
라엘에게 다가온 부관, 레온은 흠칫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
그는 본능적으로 검집에 손을 올렸다.
‘무, 무슨 살기가···.’
하지만, 라엘의 차가운 눈을 바라본 레온은 차마 검을 뽑을 수 없었다.
오랜 실전에서 단련된 그의 감각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죽는다.
검을 뽑는 순간, 그는 죽는다.
레온은 오금이 떨리는 걸 느끼며 그대로 멈춰 섰다.
“당신, 기사단장이라며.”
라엘은 마르코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씹어뱉듯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길바닥 현상금 사냥꾼 시절이 떠올랐다.
기사단장이고 뭐고, 한 마디 하지 않으면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누구보다 앞장서서 기사단을 지켜야 할 사람이···. 눈앞의 마족에 눈이 돌아가 중위 마족을 놓쳐서 성기사를 죽게 만들어 놓고 좋은 성과? 그게 할 말이야?”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죽어도 예의를 표하는 게 사람이다.
같은 기사단의 단원이, 자신의 잘못 때문에 죽었다.
그런데 좋은 성과라는 말이 나온다고?
“당신이 진짜 기사단장이라면···! 적어도, 적어도··· 당신 아래에 있는 기사 하나 정도는 책임져야 할 거 아니야···!”
라엘은 이를 악물었다.
칼슨의 얼굴을 쓴 마족이 고통에 몸부림치며 저주를 내뱉던 게 떠오른다.
분명 칼슨도 그렇게 죽어갔겠지.
사랑하는 고향에 돌아온 성기사는, 자신이 자란 보육원을 밟지도 못하고 마기에 파묻혀서 죽어갔을 거다.
“······ 미안하다.”
라엘의 얼굴을 본 마르코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기사단장인 마르코가 고개를 숙인다는 건 은십자 기사단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고, 그건 곧 교단이 고개를 숙이는 것이다.
뒤에 있던 기사단들이 놀라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의 말대로 마르코는 죄책감을 느꼈다.
“하, 하아아··· 이런 씨발···.”
사과를 받은 라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난동을 부리고 싶었지만, 그런다고 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었다.
칼슨은 이제 돌아오지 않으니까.
“놈은 하위 마족 15명의 급습에 즉사했다. 비록 소리가 들리자마자 달려갔지만···. 그래. 이것 또한 핑계겠지. 정말 미안하다.”
마르코는 기사단장이었다.
단장이란 앞장서서 마족을 베는 역할이 아니다.
기사단을 하나로 결속하고 이끄는 존재다.
은십자 기사단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 정작 마족을 죽이는 걸 우선하고 있었다.
마족을 죽이느라 자신의 역할을 망각한 것이다.
마르코는 라엘 덕분에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다.
“··· 하위 마족 15명?”
그리고 라엘은, 무언가 이상한 걸 느꼈다.
분명 쿠헬른은 칼슨을 마기에 파묻어 죽였다고 했다.
하위 마족 15명의 급습이라는 건···?
“쿨럭, 케흑. 어? 라엘 형님. 여기서 뭐 하십니까?”
그때, 눈치 없는 목소리가 마르코의 뒤에서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