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32)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32화(32/105)
천상제
5구역 구석에 있는 거지굴.
며칠 만에 와도 퀴퀴한 냄새는 여전했다.
라엘은 거지굴을 걸으며 배거스의 본거지로 향했다.
“라, 라엘 님이다···!”
“쉿. 가만히 있으라고! 라엘 님이 반응하지 말라고 했잖아!”
“아, 알겠어···.”
라엘은 자신을 보고 긴장하는 거지들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될 걸 왜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걸까.
“이야, 거지들이 이제 날 봐도 인사도 안 하네?”
라엘은 별생각 없이 장난을 던졌다.
“히익! 히이익! 죄송합니다!”
“이, 이 새끼가 가만히 있으라고 했습니다! 라엘 님!”
그와 동시에 거지 둘이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아니, 난 농담도 못하냐. 됐으니까 누워있어.”
어제 칼슨과 술자리 덕분에 기분이 좋아서 농담이나 하나 던져봤는데, 아무래도 잘못한 것 같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죽는다는 게 이런 뜻일까.
앞으로 거지새끼들하고는 눈도 안 마주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라엘은 배거스의 본거지, 폐건물로 들어갔다.
거지들에게 손을 휘휘 저어주며 들어가는데,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어, 카론?”
“흐억!”
카론. 배거스의 2인자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라 인사라도 하려고 다가갔는데, 그가 히이익 하고 놀라며 얼굴을 양 팔로 가렸다.
“누가 보면 때리는 줄 알겠네. 왜 그래요?
라엘은 그 꼴을 보고 어이가 없어서 물었다.
거지들은 못배워서 그런가 사람을 싸이코패스로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미, 미안하다.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긴요. 각시탈 완성되었다면서요.”
라엘이 여기까지 온 이유는 드디어 완성된 각시탈 때문이었다.
“아, 그렇지. 대장님에게 가봐라. 난 일이 있어서. 그럼 이만···.”
카론은 라엘을 경계하다가 후다닥 뒤로 달려갔다.
언제 또 맞을지 몰랐으니 라엘과는 안 마주치는 게 상책이다.
“쯧쯧. 저 아저씨도 노망이 났나.”
분명 동냥질을 하다 머리를 맞은 게 분명하다.
라엘은 혀를 차며 대장실의 문을 열었다.
“개방주. 저 왔습니다.”
“헛소리하지 말고 와서 앉아라.”
제니스는 찻잔에 차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이제 개방주라는 호칭에 익숙해진 것 같았다.
‘막상 익숙해지니까 재미가 없네. 이제 그만할까.’
쫄쫄쫄-
라엘은 제니스가 따라주는 차를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달지도 않고 떨떠름한 게 이딴 걸 왜 먹나 싶었지만, 티아가 주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아저씨. 각시탈은 어디있어요?”
“테이블 아래에 있다.”
라엘은 곧장 테이블 아래로 손을 넣었다.
그의 말대로 익숙한 형태의 가면이 손에 잡혔다.
“후, 드디어 내 품에 돌아왔구나.”
라엘은 각시탈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붉은 연지곤지가 찍혀있는 흰 가면을 보니 과거의 추억이 떠올랐다.
‘이걸 쓰고 4구역을 청소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앞으로도 귀찮은 일이 있으면 이걸 써야겠다.
라엘은 그렇게 생각하며 각시탈을 품에 넣었다.
“라엘. 어제 푸른 마탑에게 네 정보를 전달했다.”
“어쩔 수 없는 건 알지만 타이밍이 영 별로네요. 마족을 잡았다는 이상한 소문이 퍼져서···.”
하필 4구역의 마족을 잡은 직후라 라엘의 이름값이 올라가는 시점이었다.
“그래도 반응이 좋았다. 페르마가 만족한 것 같더군.”
“그건 다행이네요.”
“게다가 너 말고도 새로운 정보도 요청했다. 우리를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뜻이야.”
제니스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라엘의 정보를 팔아먹고 배거스가 성장하고 있었다.
약간 미안하긴 하지만, 조직의 수장 입장에서는 기꺼운 일이었다.
제니스는 미소를 유지한 채 말을 이었다.
“푸른 마탑과 제대로 된 파트너 관계가 되었으니, 이제 다른 곳에서 우리를 인정하는 것도 시간 문제야. 다만 황실과 연결된 곳은 조금 힘들겠지.”
“황실은 괜찮다니까요.”
어차피 황제가 바뀌면 그쪽에 붙은 정보 길드는 다 좆되는 거다.
우리는 차기 황제한테 붙으면 그만이다.
“그것보다 페르마가 더 요구한 건 없어요? 직접 만나고 싶다거나.”
슬슬 빨아먹을 만큼 빨아먹었으니 차라리 직접 만나는 게 좋을 수도 있다.
어떻게든 만나서 내기를 유도하면 라엘이 질 수가 없었다.
“그쪽에서 너에게 접근할 수는 없는 것 같았다.”
“···왜요?”
“듣기로는, 4구역으로 직접 내려오진 못하는 것 같던데.”
“푸른 마탑주를 막는 사람이 있다고요?”
제국 최강의 마법사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게 말이 되나?
라엘은 이해가 안돼서 눈을 깜박거렸다.
“글쎄. 나도 자세한 건 모른다. 다만 그 쪽에서 못 움직이는 건 확실해.”
“흐음···.”
라엘은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페르마가 직접 오지 않는다면, 자신이 가야 하나?
하지만 라엘이 1구역까지 가는 건 리스크가 컸다.
그때, 라엘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제가 천상제에 간다는 말을 전해보죠.”
“천상제?”
“예. 이번에 놀러 갈 거거든요. 천상제는 2구역과 3구역에서 열리니까 괜찮은 거 아니에요? 아는 사람들 동원해서 좋은 자리 하나 마련해봐요.“
천상제에는 마탑이 행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도박과 내기를 좋아하는 페르마를 닮은 것일까.
푸른 마탑의 마법사들은 가벼운 마법으로 평민이나 귀족과 내기를 하기도 하는데, 라엘이 온다는 확실한 정보가 있다면 마탑주가 직접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주인공한테 하던 것처럼 마탑의 난제를 내면 좋겠지만… 뭐든 마법에 관련된 거면 괜찮아.’
티아가 있다면 무슨 내기든 이길 수 있다.
라엘의 피만 조금 희생하면 된다.
“천상제라··· 일단 전해보지. 원래 푸른 마탑은 작은 규모로 행사를 하지만, 우리가 좋은 자리를 제공한다면 그 쪽에서도 만족할 것 같군.”
“오케이. 그렇게 진행합시다.”
“고맙다. 라엘.”
제니스는 라엘의 덤덤한 얼굴을 보며 내심 놀랐다.
푸른 마탑주 페르마의 관심을 받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이고, 동시에 굉장히 부담되는 일이다.
‘만약 내가 제국 최강의 마법사에게 관심을 받는다면··· 떨려서 제대로 잠도 못 자겠지.’
상상만 해도 두려워서 제니스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이놈은 그 관심을 자연스럽게 받으며 자신의 이익으로 만든다.
그 배짱과 담력이 라엘의 진짜 힘이었다.
“그리고 신경 쓰이는 게 하나 있긴 한데···.”
라엘은 며칠 전 쿠헬른을 죽일 때를 떠올렸다.
그 새끼가 죽기 전에 하던 말은 아직도 라엘의 가슴에 남아있다.
‘마족이 황실 기사단하고 약속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잘못 들은 건가?’
라엘은 자신의 감각을 신뢰하고 있다.
분명 잘못 들었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
‘근데 그게 말이 되는 거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개소리라는 생각밖에 생각이 안들었다.
원작의 카멘 기사단은 마족을 막는 든든한 방패 그 자체였으니까.
아무리 나비효과가 심해도 황실 기사단까지 나비 효과가 일어나지는 않았을 거다.
“혹시 모르니까··· 황실의 카멘 기사단이 이상한 움직임을 하지 않나 살펴봐 줘요.”
“··· 라엘. 배거스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니냐? 우리 정보원은 거지들이야.”
“큰 기대는 안 할 테니까, 그냥 될 수 있으면 하라는 거예요.”
라엘은 눈앞에 놓인 차를 입에 들이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문득 칼슨이 해준 말이 떠올랐다.
“맞아, 최근에 1구역에서 카멘 기사단이 극비 훈련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극비 훈련? 그게 중요한 건가?”
“모르는 거보단 나을 테니 알고만 있어요.”
라엘은 별 생각없이 말했다.
“알겠다.”
제니스도, 이 정보가 대단하다고는 생각하지않았다.
*
뚝- 뚝-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는 음침한 감옥의 안.
라엘은 거지굴에서 나오자마자 특별 경비대의 업무를 위해 감옥에 들어왔다.
‘여긴 올 때마다 추운 것 같네.’
귀왕의 감옥은 분위기부터 별로였다.
라엘은 준비해온 초콜릿을 품에서 꺼내 귀왕의 감옥에 하나 씩 던졌다.
“이번에도 종류별로 사 왔어.”
귀왕은 라엘이 던진 초콜릿을 하나 씩 받아먹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역시 이게 제일 맛있구나. 민트초코라는 것.”
“······.”
아무래도 감옥에 갇혀있다 보니 더 강한 자극에 끌리는 걸까.
앞으로 그냥 저것만 사 와야겠다.
챱- 챱챱-
귀왕은 라엘이 던져준 초콜릿을 먹고 있었고, 라엘은 그 앞에 앉아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이 상황이 왠지 모르게 신기했다.
‘귀왕···. 마족의 목적이 내 눈앞에 있네.’
라엘은 귀왕의 귀기와 마기를 느끼며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참 신기한 기분이다.
이미 이 세계의 흐름에 올라탔다는 걸 전신으로 느끼는 감각이라고 할까.
라엘은 평생 평화롭게 살고 싶었으니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오늘도 귀신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냐?”
초콜릿을 거의 다 먹은 귀왕이 라엘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이 반짝거리는 게 귀신 이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이따가 해줄게. 대신 내 고민 상담이나 해줘.”
“고민 상담?”
“저번에 들어준다고 했잖아.”
“아아, 그렇지. 고민이 있으면 상담을 해주마. 나는 인간을 잘 알고 있다.”
“···.”
라엘은 귀왕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걸 물어봐도 되는 건지 아직도 걱정되지만, 언제까지 모를 순 없었다.
“인간은 원래 서로를 알아가면서 친해지는 거잖아.”
“으음. 그런 법이지.”
“··· 그래서 말인데, 네 과거에 대해 알고 싶어. 과거에 뭘 했는지. 왜 여기에 갇혀 있는 지도.”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다.
마족이 쫒는 귀왕에 대해 잘 알아야 그다음 대처도 생각할 수 있는 법이다.
그리고 귀왕을 잘 아는 방법은 직접 물어보는 게 최고였다.
네 정체가 무엇인지. 그렇게 강하면서 여기 봉인 당한 이유는 무엇인지. 전부 직접 물어보면 될 일이다.
‘평소라면 절대 안 할 짓이긴 하지만···.’
사실 평소의 라엘이었다면 절대 물어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라엘은 다르다.
자신이 좆된 걸 인지한 라엘은 뭐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귀왕의 대답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도 모른다.”
“··· 왜 몰라?”
“내 기억은 인간의 악의에서부터 시작됐다. 그 전의 일은 물어봐도 대답해 줄 수 없구나.”
귀왕이 화를 내거나 대답을 안 해주는 건 생각했지만, 설마 기억이 안 난다고 할 줄은 몰랐다.
‘진짜인가?’
라엘의 날카로운 감각은 귀왕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지금까지 라엘이 본 귀왕이 거짓말을 하는 성격은 아닌 것 같긴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신뢰할 수도 없다.
상대는 인간의 악의가 모인 귀왕이니까.
“그럼, 이건 어때? 넌 인간을 적대하는 마족의 편인 거야?”
“그렇진 않다.”
귀왕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본 라엘은 이상함을 느꼈다.
“미안한데, 방금 다른 일은 기억 안 난다고 하지 않았어?”
아까는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가 이제는 바로 답이 나오는 게 너무 이상했다.
문제는, 라엘의 감각은 귀왕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거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은 사실이다. 하지만··· 마족의 편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구나.”
“···.”
인간의 악의가 뭉쳐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마족의 편은 아닌 존재.
대체 귀왕의 정체는 뭘까.
라엘은 귀왕을 바라보며 고민에 빠졌다.
*
귀왕의 감시 업무가 끝난 뒤.
라엘은 드래곤 레어에 들렀다.
푸른 마탑주와 내기를 할 때 도와달라고 부탁해야 했기 때문이다.
“피만 뽑게 해주면 얼마든지.”
허락은 쉬웠고, 라엘은 곧바로 치과의자 같은 곳에 묶이기 시작했다.
“···티아 님. 혹시 천살검주 그 노인네가 어디 있는지 알아요?”
라엘은 자신을 묶는 티아의 마력을 보며 물었다.
이미 좆되버린 인생.
뒤늦게 칼질이라도 배워보려고 했는데 정작 그 노인네가 보이질 않았다.
겐트한테 물어봐도 모른다고 하니 티아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 꼬맹이는 원래 그래. 자기가 필요할 때는 나타나니까 걱정 안 해도 돼. 자, 피 뽑는다.”
“으아악···.”
라엘은 또 치과 의자 같은 곳에 묶인 채 피를 뽑히기 시작했다.
전생에도 헌혈은 몇 번 해봤지만, 티아가 피를 뽑는 건 완전히 느낌이 다르다.
마법으로 피를 뽑아갈 때마다 몸 안에 있는 피가 사라지는 게 생생히 느껴졌다.
“도와달라는 일은 도와줄 테니까 엄살 좀 그만 부려.”
“느낌이 너무 이상하다니까요. 아무튼, 피 줬으니까 저 도와주기로 한 거에요. 제가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셔야 해요.”
“알겠어.”
따악-
티아가 손가락을 튕기자, 라엘의 몸에 뽑혀있던 마법 바늘이 사라졌다.
라엘은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연구 자료는 잘 받을게. 근데, 그 쓰레기는 왜 들고다니는 거야?”
“쓰레기요?”
“네 가슴 안 쪽에 있는 쓰레기 말이야.”
“··· 설마 이거?”
라엘은 조심스럽게 각시탈을 꺼냈다.
티아는 각시탈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런 허접한 마법을 내게 가져오다니··· 배짱이 좋네. 당장 내놔.”
“설마 부수려는 건 아니죠? 이거 나름 비싼거에요.”
라엘은 티아를 바라보며 각시탈을 품에 안았다.
기껏 만들어진 각시탈이 박살나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아니. 그딴 쓰레기 마법은 지우고 새로운 마법을 걸어줄게. 기척제거, 은신, 소음제거···. 이런 기본적인 마법은 쉬우니까.”
“감사합니다. 티아 님.”
라엘은 곧바로 각시탈을 넘겼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하지만 거지새끼들이 구한 마법사보다 티아가 대단하다는 건 당연한 사실이었다.
후우-
티아는 각시탈을 더러운 것 보듯이 보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라엘은 티아에게 말을 건넸다.
“티아 님. 궁금한 것 좀 물어봐도 됩니까?”
“응?“
“귀왕의 과거는 모르세요?”
수천 년이나 살았던 드래곤이라면 귀왕에 대해서도 잘 알지 않을까.
라엘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거? 글쎄. 나도 제국이 저 괴물을 잡았다는 걸 듣고 온 거거든. 드래곤이라고 해도 모든 걸 아는 건 아니야. 그 당시 난 대전쟁이 끝나고 다른 드래곤들을 수습하고 있었으니까.”
티아는 각시탈에 마력을 불어넣으며 말했다.
드래곤을 수습하는 건 그녀에게도 중요한 일이었기에 그 당시 인간 세상의 일은 잘 몰랐다.
“흐음···.”
티아도 귀왕의 과거는 몰랐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던 시절이라 해도 이상했다.
만약 귀왕이 인간을 학살하다가 제국에게 잡힌 거라면··· 뒤늦게라도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 왠지 안 좋은 느낌이 드네.’
귀왕의 비밀을 알아갈 수록,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느낌이었다.
*
특별 경비대의 오늘 업무가 끝나자, 어느새 밤이 깊었다.
라엘은 밤거리를 걸으며 곧 있을 천상제에 대해 생각했다.
제국 초대 황제를 기리는 천상제.
원래는 3~4일인데, 이번 축제는 일주일간 열린다고 한다.
‘진짜 존나게 위험하겠네.’
일주일이나 축제라니. 무슨 일이 안 터지고는 못 배길 지경이다.
“보육원 애들은 절대 못가게 해야겠다.”
라엘은 한숨을 쉬며 밤에도 빛나는 중앙 경비대로 걸어갔다.
건물을 지키는 놈은 아는 얼굴이었다.
“어이, 제임스.”
“앗, 라엘 대장님!”
“오늘 쿠란 대장 맞지?”
라엘은 제임스의 경례를 받으며 물었다.
“옙. 맞습니다.”
역시, 미리 조사한 대로였다.
“그래. 안에 잠깐 들어갔다 올 테니까 출입 명부 기록하지 마라.”
“알겠습니다! 라엘 대장님.”
라엘은 익숙한 듯 비리를 저지르며 경비대로 들어갔다.
끼익-
당직실의 문을 열자, 정자세로 서류작업을 하는 제1경비대장 쿠란이 보였다.
“쿠란.”
“음? 라엘. 또 근무 중에 오다니, 무슨 일이지?”
“천상제 계획안 좀 보여줘요. 천상제에 놀러 갈 건데 참고 좀 하려고요.”
“천상제의 계획안이라면 저쪽에 붙어있다.”
라엘은 고개를 돌렸다.
쿠란의 말대로, 천상제의 계획안이 벽에 대놓고 붙어있었다.
‘군대는 역시 개판이네.’
이런 기밀자료를 벽에 붙여놓다니.
이 새끼들은 무슨 생각인가 싶다.
라엘은 계획안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거렸다.
“쿠란. 좀 더 자세한 건 없어요? 황족이나 고위 귀족들의 움직임도 나와 있는 거요.”
“없다.”
“예? 왜요?”
“당연한 걸 묻는군. 높으신 분들은 황실의 카멘 기사단이 책임지니까, 계획안도 그쪽에 있겠지.”
“··· 생각해보니 그렇네.”
탈출 경로 같은 건 미리 생각해 놓으려고 했는데, 높으신 분들은 알아서 잘 탈출할 모양이다.
라엘은 아쉬운 대로 경비대의 계획안이라도 확인했다.
“··· 쿠란. 만약에요. 진짜 만약에, 천상제에 습격이 일어난다면 어디일 거 같아요?”
“그럴 일은 없지만··· 굳이 파고든다면 이쪽이겠지.”
쿠란은 2구역의 서쪽을 가리켰다.
수도 외곽과 가장 가까운 곳이다.
누군가 침입한다면 이쪽일 가능성이 높긴 했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그렇겠지.’
라엘은 원작의 흐름을 떠올렸다.
적도, 기사단도, 경비대도 모두가 서쪽이 요충지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적들은 아예 다른 곳으로 침입한다.
‘남쪽.’
라엘은 아카데미가 있는 2구역의 남쪽을 확인했다.
아카데미물에서 아카데미는 무조건 뚫리는 법이다.
그 법칙은 이번 축제에서도 여전했다.
‘남쪽에 든든한 세력이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황실의 카멘 기사단은 서부를 지킬 것이고, 교단은 축제 현장을 지킬 거다.
그렇다면 남은 곳은···.
‘··· 푸른 마탑한테 좋은 자리를 제공해주면 되겠네.’
라엘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