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33)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33화(33/105)
천상제
푸른 마탑의 최상층.
평범한 세계와 동떨어진 신비롭고 매혹적인 공간.
띵-
수많은 마도구들 사이에 앉아있는 한 남자가 동전을 튕기고 있었다.
그는 앞면이 나온 동전을 보며 서류에 서명했다.
“북부 원정은 푸른 마탑의 정예 마법사가 참여한다.”
띵-
푸른 마탑주, 페르마는 다시 한번 동전을 던졌다.
이번에는 뒷면이었다.
“사무엘 백작가에게는 마법사를 파견하지 않는다.”
이것이 페르마의 업무처리 방식이다.
규모가 큰 푸른 마탑이라고 해서 모든 일에 지원을 나갈 순 없다.
페르마는 마탑주로서 마법사들이 가야 할 곳과 가지 말아야 할 곳을 나눠야했다.
“··· 페르마 님. 그런 중대사를 동전 던지기로 정해도 괜찮은 겁니까?”
그의 비서 카이론은 언제나 궁금했다.
과연 저 방식은 신뢰할 수 있는 것인가···?
“괜찮아. 괜찮아. 죽지 않을 정도로 안전한 일만 이렇게 정하고 있으니까.”
“···.”
카이론은 페르마의 자신만만한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저 방식으로 정한 일의 성과가 꽤 잘 나오고 있었으니 할 말도 없었다.
원래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는데, 페르마는 타고난 도박과 내기의 귀재였다.
“그나저나 카이론. 배거스에서 정보가 또 왔다면서?”
“예. 라엘에 대한 정보는 물론이고 저희가 추가로 요청한 정보도 왔습니다.”
“일 처리가 이렇게 빠르다니 정보 길드답지 않은 신속함이야.”
페르마는 미소를 지으며 카이론이 건넨 서류를 받았다.
사실 마음만 같아선 라엘을 직접 만나러 4구역으로 달려가고 싶지만, 에릭이 절대 오지 말라고 해서 직접 가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만큼 더 흥미가 생겨.’
에릭이 그 정도로 말한다는 건 즉 라엘에게 무언가 있다는 뜻이다.
페르마는 배거스가 준 정보를 보며 말을 이었다.
“천상제에 참여하라니··· 꽤 흥미롭군. 일리가 있어.”
배거스는 라엘이 천상제에서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만약 그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페르마에게도 굉장히 좋은 조건이 된다.
‘4구역에 찾아오지 말라고 했지만··· 2구역에서 만나는 건 괜찮잖아.’
이런 방식이라면 에릭도 불만을 말할 수 없을 거다.
페르마는 배거스가 더욱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배거스에서 2구역 남쪽에 푸른 마탑의 자리를 만들어 놓았다고 합니다.”
“준비성이 좋군. 남쪽이라···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목적은 라엘 한 명이니까.”
2구역의 남쪽은 제국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이다.
귀족들의 자제가 있으니 방비도 가장 튼튼하다.
“이번에 푸른 마탑에서는 무슨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지?”
“이번 축제는 기간이 일주일이나 되다 보니 신청자가 많습니다. 하급 마법사들이 평민들을 상대로 야바위 따위를 할 거라 들었습니다.”
“··· 내가 분명 사기는 하지 말라고 했는데. 쯧.”
페르마는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지만, 절대 사기는 치지 않는다.
그건 오히려 내기와 도박의 재미를 깎아 먹는 행동이었으니까.
‘행사는 직접 생각해 봐야겠군.’
라엘이 정말 나타난다면 재미있는 방법이 꽤 많을 거다.
자세한 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페르마는 배거스가 제공한 정보들을 살폈다.
라엘이라는 사람을 찾는 페르마의 개인적인 요구가 아닌, 푸른 마탑의 공식적인 요구들이었다.
“이쪽도 정보의 질이 좋아. 그리고··· 카멘 기사단?”
배거스 특유의 생동감이 넘치는 정보에 감탄하기도 잠시.
페르마는 마지막 장에 있는 짧은 문장에 집중했다.
[황실의 카멘 기사단 전체가 극비 훈련을 했다는 정보가 있음. 내용은 파악할 수 없었지만, 시기는 한 달 이내로 추정.]페르마는 눈을 찌푸렸다.
카멘 기사단은 황실을 수호하는 기사단이다.
훈련을 하더라도 전체가 자리를 비우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수도에 마족이 침입한 것도 납득할 수 있어.’
카멘 기사단의 병력 공백은 분명 수도의 안보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 틈을 알고 있다면, 마족이 침입할 수도 있다.
‘배거스. 이곳은 대체 정체가 뭐지?’
아직 이름을 알리지 않은 정보 길드가 이런 엄청난 정보를 단기간에 구할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카이론. 이 정보는 다시 한번 확인해 봐야겠어.”
푸른 마탑주 페르마는, 배거스를 조금 더 주시하기로 마음먹었다.
*
2구역의 길거리는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곧 있을 천상제로 인해 사람들이 들떠있는 게 멀리서도 느껴졌다.
오래된 돌 담벽은 알록달록한 천으로 장식되었고, 갓길에는 다양한 노점상들이 자리 잡았다.
평소에는 4구역에서나 볼 수 있는 노점상이 천상제에는 2구역에도 나타나는 것이다.
“··· 이게 여기 있어도 되는 건가?”
2구역을 걷던 라엘은, 노점상이 파는 닭꼬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닭꼬치가 유럽 길거리 음식은 아닌 것 같았다.
‘중세 판타지에서 닭꼬치는 너무 근본이 없는데.’
게다가 달콤하고 짭짤한 맛있는 향까지 풍겼다.
아마 주인공과 히로인이 데이트하며 하나씩 뜯어먹는 용도로 등장하는 거 같은데··· 바로 옆에 있는 노점상이 딱딱한 돌빵을 파는 걸 보니 괴리감이 심했다.
라엘은 닭꼬치를 하나 사서 입으로 가져갔다.
“···어이가 없네. 왜 맛있는 건데. 이 정도면 귀족들 밥보다 맛있는 거 아닌가?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왜 이렇게 맛있는 거지?
심지어 고급 음식이라 가격이 비쌌다.
다른 건 비현실적이면서 그 점은 현실적이라 짜증 났다.
“라엘 형님. 맛만 좋은데 왜 이렇게 화가 나셨습니까.”
“아니, 그러니까 이 시대에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하아. 됐다.”
꿀차가 비싸다고 하는 세상에서 닭꼬치를 파는 게 이해가 안 되긴 하지만···· 원래 근본 없는 세상이었다.
라엘은 그냥 닭꼬치를 맛있게 먹기로 했다.
“형님. 제가 샀으니 돈이나 돌려주십쇼.”
“돈? 아··· 그, 에릭 아저씨한테 가서 받아. 내가 보육원 지키라고 준 돈이 있거든.”
“돌려막기만큼 안 좋은 습관이 없는 건데··· 알겠습니다.”
라엘은 칼슨의 불만을 한 귀로 흘리며 2구역을 걸었다.
당장 내일이 천상제였다.
오늘은 천상제가 열릴 2구역을 둘러보기 위해 칼슨을 데리고 왔다.
“칼슨. 천상제에 은십자 기사단도 오는 거야?”
“예. 이번에는 규모가 커서 마르코 단장님도 올 겁니다.”
“그럼 2구역을 지키는 거지? 교단은 축제 현장을 지키는 게 보통이잖아.”
“이번에는 구역을 나눌 것 같습니다. 다들 서쪽은 맡기 싫어해서, 결국 각 기사단마다 인원을 차출하기로 했거든요.”
“이번 천상제에서 사건이 생길 가능성을 높게 보는 건가?”
라엘은 혹시나해서 물었다.
굳이 서쪽에 인원을 차출한다는 게 왠지 신경 쓰였다.
“그런 건 아니죠. 하지만 요즘 마족 때문에 흉흉하기도 하고, 저희도 사람이다 보니 싸울 가능성이 1%라도 높은 곳은 가기 싫잖아요.”
“흐음···.”
라엘은 칼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까지는 원작의 흐름과 비슷했다.
2구역 남쪽의 아카데미에서 흑마법사들이 반란을 일으킬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을 테니까.
“은십자 기사단에서도 서쪽은 가기 싫어하지?”
“아무래도 그렇죠. 지원자를 받긴 하는데, 아무도 안 가서 결국 뽑기로 갈 거 같아요.”
“잘됐네. 칼슨. 네가 서쪽에 지원해.”
“예? 왜요? 전 신입이라 좋은 곳으로 빼줄 겁니다.”
“그냥 하라면 해 인마.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라도 서쪽으로 빠져. 알겠지?”
“다들 서쪽은 가기 싫어할 테니 제가 지원하면 좋아하긴 할 텐데···. 굳이 그래야 합니까?”
“아이 씨. 말이 왜 이렇게 많아.”
라엘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하는 칼슨에게 주먹을 들었다.
자신은 폭력을 싫어하지만, 말로 해서 안 되면 주먹을 들 수밖에 없다.
“아, 아앗! 라엘 형님! 주먹은 들지 마세요. 어릴 때 형님에게 맞았던 게 떠오른다고요···.”
“이게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소리다. 뒤지기 싫으면 무조건 서쪽으로 해.”
“알겠습니다···.”
칼슨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그리고 놀러 나온 보육원 애들은 서쪽에서 네가 잘 챙겨. 알겠지?”
“형님. 그 정도는 저도 알아서 할 수 있습니다.”
라엘은 서운해하는 칼슨에게 몇 번이나 신신당부했다.
이번 천상제에서는 꽤나 바쁠 것 같으니··· 칼슨까지 신경 쓸 수 없었다.
*
펑- 펑-
길거리에 싸구려 마도구를 이용한 폭죽이 터져 나왔다.
화력 자체는 별로였지만, 축제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노점에서 나오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거리로 퍼졌고, 구석구석에 있는 거지들이 춤을 추며 동냥을 받고 있었다.
활기찬 분위기로 가득 찬 천상제의 첫날.
“흠흠-. 아주 즐거운 축제구만.”
라엘의 옆에는 미친 엘프가 있었다.
레이나는 언제나처럼 콧노래를 부르며 걸었다.
“레이나. 내 뒤만 따라와.”
“알겠으니까 빨리 가자. 저기 활 쏘기 행사가 있는데, 거기서 돈 벌어야해.”
라엘은 레이나를 데리고 천천히 2구역의 남쪽으로 향했다.
황족들은 둘째 날부터 돌아다닌다고 하니, 일단 푸른 마탑의 행사에 들려볼 생각이다.
‘흑마법사들의 반란은 4일차였지.’
주인공이 아카데미에서 나와 천상제에 오는 것도 4일차다.
그 전까지는 시간이 남았으니, 푸른 마탑의 일을 처리하며 축제를 즐겨도 될 거다.
“라엘 님!”
그때, 저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이 쪽으로 다가오는 세실리아 사제의 얼굴이 보였다. 축제라 그런걸까, 그녀의 얼굴이 평소보다 더 밝아 보였다.
세실리아는 라엘에게 총총 다가와 성호를 그었다.
“세실리아 님? 여긴 어쩐 일로 오셨어요?”
“교단의 봉사활동이에요. 라엘 님은요?”
“아, 저는 그냥 천상제를 둘러보려고요.”
라엘은 차기 성녀 세실리아를 보며 최대한 착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세실리아가 마르코의 눈에 띈 이상, 그녀는 언제 교단 본부로 불려 갈지 모른다.
지금이라도 친목질을 많이 해야 한다.
“라엘. ··· 이 인간은 누구야?”
그때, 뒤에서 라엘과 세실리아를 보던 레이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는 축제를 즐기는 도중에 방해받았다고 생각했는지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내가 아는 사제님이야. 이름은 세실리아 님.”
“아하! 사제였구나. 안녕. 난 레이나야. 가이아-멘.”
레이나는 사제라는 말에 반색하며 인사했다.
“가이아 님의 축복이 있기를. 처음 뵙겠습니다. 레이나 님.”
라엘은 둘의 인사를 지켜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인들이 서로 알아가면서 라엘 카르텔이 점점 단단해지고 있었다.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
“그러고 보니 세실리아 님. 혹시 교단 본단에서 연락 없었어요?”
“네? 딱히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요···?”
“그래요?”
이 새끼들 왜 이렇게 정보가 느리지?
설마 마르코가 교단 본부에 전하지 않은 건가?
‘그래도 무조건 원작보다는 빨리 진행되겠지.’
황금 동앗줄 세실리아는 계속 신경써야한다.
라엘은 세실리아 사제에게 인사한 뒤 다시 남쪽으로 걸어갔다.
레이나도 콧노래를 부르며 그의 뒤를 따랐다.
‘푸른 마탑이 이쪽일 텐데···.’
라엘은 배거스가 말해준 위치로 향하며 기억을 되짚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누구든 좋습니다! 제 검이 조금이라도 밀려난다면, 제국 금화 한 개를 드리겠습니다!”
우렁찬 목청이 길거리 저편에서 들려왔다.
목소리부터 가득 찬 자신감은 재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기사든, 거지든! 마력의 개입 없이 육체와 육체의 뜨거운 대결을 할 사나이, 어디 없습니까?!”
라엘은 커다란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봤다.
하는 말은 길거리 거지랑 다를 바가 없는데, 입고 있는 철갑옷의 가슴께에는 빗방울 모양의 증표가 박혀있었다.
‘레인 기사단의 기사단장 레인.’
제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단이 카멘 기사단이라면, 가장 규모가 큰 기사단은 레인 기사단이다.
레인 기사단을 이끄는 레인은 그레듀에이트 급을 넘은 소드마스터 초입의 강자다.
그는 대륙에서 손꼽히는 강자지만, 대중의 관심을 좋아해서 천상제 때마다 저런 이벤트를 한다.
‘이거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했던 이벤트잖아.’
마나 사용을 금지하는 검술 대련.
주인공의 검술 재능을 보여주는 이벤트였다.
라엘은 그의 앞에 놓여있는 목검들을 보며 호기심이 샘솟았다.
‘나도 한 번 해볼까?’
원작에서는 주인공이 압도적인 검술로 레인을 압도해 버린다.
라엘은 검을 안 배웠으니, 순수한 육체의 피지컬로 극복해야한다.
‘주인공이 천재긴하지만, 나도 드래곤이 인정한 인간 최강의 육체잖아.’
티아가 말하길 마력을 흡수한 라엘의 몸은 이미 인간을 벗어났다고 했다.
그렇다면 과연, 자신의 힘이 소드마스터 초입인 레인에게도 통할까 궁금했다.
‘주인공이 오기 전이니까··· 한 번쯤 해봐도 되겠지.’
이 세계의 흐름에 끼어든 이상 도망칠 순 없다.
라엘은 자신이 얼마나 강한 지 테스트해보고 싶었다.
‘그래도 얼굴은 가리자.’
라엘은 품 안에 있던 각시탈을 꺼냈다.
드래곤이 업그레이드해 준 최상급 마도구였다.
음성 변조에 기척 제거, 은신 등등···. 엄청나게 수준높은 마법들이 걸려있었다.
“레이나. 저기 닭꼬치가 맛있던데, 너랑 나 하나씩 해서 2개만 사다 줘.”
라엘은 뒤에서 따라오는 엘프를 잠시 떼어놓기로 했다.
“엥? 싫은데. 귀찮아.”
“돈은 내가 줄게. 거스름돈도 가져도 돼.”
“다녀올게!”
레이나는 은화 한 개를 받자마자 닭꼬치 노점으로 달려갔다.
라엘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각시탈을 얼굴에 쓰고 무대로 다가갔다.
“검과 검의 뜨거운 대결에···! 아, 참가자인가요!”
“예. 잘 부탁드립니다.”
라엘은 적당한 목검 하나를 잡고 무대로 올라갔다.
무대의 바닥은 튼튼한 강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참가비는 동화 1개입니다. 그 앞 바구니에 넣어주시면 됩니다.”
라엘은 동화 1개를 바구니에 넣고, 검을 들었다.
눈앞의 레인도 미소를 지으며 검을 들었다.
“서로 마력은 사용할 수 없고, 검이 물러나는 순간 제 패배입니다.”
라엘은 레인을 보며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줬다.
눈앞의 레인은 소드마스터 초입으로, 굳이 비교하자면 마르코와 비슷한 강함을 가지고 있다.
‘성기사가 아닌 소드마스터는 천살검주 이후로 처음 만나는 건데···.’
이제서야 그 노인네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레인도 기세가 강했지만, 천살검주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 전력으로 가겠습니다.”
라엘은 괜히 긴장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나 레인은 싱글벙글 웃기만 할 뿐이었다.
“하핫. 괜찮습니다. 천상제의 행사니까요. 얼마든지 즐기셔도 됩니다.”
“···.”
라엘은 고개를 끄덕이고 검을 들었다.
사실 서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라엘이 손해볼 건 없었다.
‘웃는 게 왜 이렇게 열받지?’
라엘의 길바닥 DNA가 또 존재감을 드러냈다.
절대 밀려날 일 없으니 얼마든지 즐기라는 레인의 말이, 이상하게 자존심을 건드렸다.
저 아저씨가 당황하는 모습을 한 번은 보고 싶었다.
“저 가면은 뭐야?”
“글쎄. 그냥 춤추는 거지 아닌가?”
라엘은 아래에서 들려오는 행인들의 말과 시선을 무시했다.
지금은 눈앞의 레인에게 집중해야 했다.
두근- 두근-
라엘의 심장박동이 점점 빨라지며 감각이 피어올랐다.
실전에서는 검기를 뽑아내고, 상대방을 주시하는 등 감각이 분산되는 곳이 많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몸에만 집중하면 된다.
‘소드마스터 초입이라면 이 정도는 버틸 수 있겠지?’
후우.
라엘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날카로운 감각이 몸 곳곳을 훑으며 힘을 쥐어짜 냈다.
양팔에 혈관이 두드러지고, 전신의 힘이 검에 집중되었다.
준비를 마친 라엘은, 검을 높이 든 채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뎠다.
라엘은 아직 몰랐다.
드래곤이 인정한 시대의 영웅.
그게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지를.
우지끈-!
“어?”
무대에 금이 가는 소리에, 실실 웃고 있던 레인의 표정이 굳었다.
‘이거··· 나무 바닥이 아니라 강철일 텐데?’
그 순간, 라엘이 검을 내려쳤다.
레인은 번개처럼 빠른 목검을 보며, 뒤늦게 양손으로 목검을 꽉 쥐었다.
“잠깐, 너 마력 사용한 거 아니···!”
콰아아앙-!
잠시 후.
엄청난 충돌음이 무대 주변으로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