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58)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58화(58/105)
< 파티 >
“돈 내놓으세요.”
“···뭐?”
배거스의 수장, 제니스는 라엘을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는 갑자기 거지굴에 와서는 냅다 손을 내밀었다.
“뭔 헛소리냐는 표정이에요? 맞을래요? 제가 맡겨놓은 돈 있잖아요. 그거 내놔요. 고급 정장을 좀 맞추려고 하는데, 돈이 모자라서 그래요.”
“아니, 돈은 줄 수 있는데··· 갑자기 무슨 정장이야? 여자라도 생긴 거냐?”
“며칠 뒤에 있는 파티에 참여해야 해요.”
정장이란 무엇인가.
정식 복장이라는 뜻이다.
차별이 뿌리 깊게 박혀있는 귀족들의 파티에 끼려면 옷부터 맞춰야 한다.
“파티···? 설마 최근 제국을 뒤흔드는 대공 전하 복귀 파티를 말하는 거냐? 네가 그 파티에 간다고?”
“예.”
“귀족들이 엄청나게 모여서 거지들도 못 들어갈 분위기던데··· 네가 그곳에 어떻게 들어가는 거냐?”
“2황녀님의 전속 기사로 참여할 거예요.”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구나.”
제니스는 제국의 명운을 걱정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 미친놈이 은십자 기사단의 명예 기사직을 받았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2황녀님의 전속 기사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제국 전체가 짜고 자신들을 농락하는 것 같았다.
“미쳐 돌아가긴 뭘 미쳐 돌아가요. 배거스도 앞으로 2황녀님한테 협력할 거잖아요.”
“라엘, 너 그 말이 진심이었냐?”
제니스는 경악하며 라엘을 바라보았다.
얼마 전 라엘이 2황녀에게 명운을 맡기겠다며 헛소리를 한 적이 있었다.
설마 그게 진심이었을 줄이야.
“제가 장난하는 성격으로 보여요? 쯧. 정보길드면 시운을 파악할 줄 알아야죠. 제국의 흐름이 2황녀님에게 모이고 있어요.”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이래서 사람이 고등교육까지는 받아야 하는 건데··· 제니스 아저씨는 이미 늦었으니 어쩔 수 없다.
자신이 그만큼 노력해서 부족함을 채우는 수밖에.
“라엘, 명예 기사가 되자마자 수도에 이상한 징표를 퍼트리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2황녀님을 지지하라니, 제국을 망가뜨릴 생각이냐?”
제니스는 라엘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귀족들에게 사기를 쳐서 기부금을 뜯어낸 것으로도 모자라 2황녀님을 지지하다니.
그의 행보를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 시키는 대로 하라면 해야지. 왜 이렇게 말이 많아요. 그거 내 돈이잖아.”
“네 돈이니까 당연히 돈은 줄 수 있지. 하지만 배거스가 2황녀님을 지지하는 건 절대 반대다!”
“아, 좀! 왜 또 지랄이에요. 제니스 아저씨. 뭐 잘못 먹었어요?”
“배거스는 내가 피땀 흘려 만든 내 조직이야! 아무리 너라고 해도 배거스를 마음대로 이용하는 건···.”
“그럼 푸른 마탑한테 연락해서 다른 정보길드 찾으라고 합니다?”
“···파라오는 피라미드를 직접 짓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 라엘, 굳이 돈을 가져가서 네가 살 필요 없다. 내일까지 귀족 파티에 맞는 복장을 마련하마.”
제니스는 결국 꼬리를 내렸다.
라엘이 없으면 배거스라는 조직의 힘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 최근 레인 기사단하고도 친하게 지내는 걸 보면··· 믿는 구석이 있겠지.’
레인 기사단은 대공 전하를 모시는 기사단이고, 라엘은 보육원에서 매일 같이 그들과 대련을 하고 있다.
아마 복귀 파티에 대한 이야기도 들은 게 많겠지.
“제니스 아저씨. 성공하게 해줄 테니까 저만 믿어요. 대공 전하가 파티에서 엄청난 걸 발표할 거라는 이야기도 암암리에 좀 흘리고요.”
대공 전하가 2황녀님을 지지한다는 찌라시는 거부감이 생길 수 있으니,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낫다.
“···라엘. 정말 믿어도 되겠지?”
“아이 씨. 어른이고 뭐고 쳐맞습니다.”
“미안하다.”
라엘은 주먹을 들자마자 고개를 숙이는 제니스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 대륙에 피라미드도 있었나? 이 양반은 파라오를 어떻게 아는 거야?’
뭐, 파라오가 있으면 어떻고 없으면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라엘은 이제 이 세계에 적응해 버렸다.
*
라엘이 거지굴에서 떠나간 뒤.
제니스는 그제서야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저 미친놈이 올 때마다 수명이 1년씩 깎여나가는 것 같다.
제니스는 허름한 소파에 몸을 맡겼다.
끼익-
허름한 소파가 살려달라는 비명을 질렀다.
사실 바꿀 돈은 충분했다.
이제 배거스에서도 수입이 꽤 생기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라엘이 말하길, 거지 정신을 유지하려면 개방주도 거지처럼 살아야 한다고 한다.
그게 무슨 개소리인지는 몰라도 돈을 펑펑 쓰다가 뒤통수를 맞는 것보단 그 말을 들어주는 게 낫다.
제니스는 결국 허름한 소파를 유지했다.
“대, 대장님. 이러다가 큰일 나는 거 아닙니까? 저놈 미친 게 분명합니다.”
배거스의 2인자.
카론이 방으로 들어와 발을 동동 굴렀다.
“무슨 일이냐. 카론.”
“무슨 일이긴요! 라엘 저놈 말입니다! 2황녀를 지지한다는 것도 그렇고··· 저 망나니가 파티에 간다니요. 사고를 칠 게 분명합니다.”
“2황녀님은 나도 의문이지만··· 파티는 괜찮을 거다.”
“예? 하지만···.”
카론은 라엘이 얼마나 미친놈인지 알고 있다.
4구역의 양아치와 범죄자들을 혼자 정리한 괴물 같은 놈이다.
그런 놈이 귀족들 사이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놈이 경비대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도 그런 반응이었지. 걱정하지 마라. 난 라엘만큼 연기를 잘하는 놈을 본 적이 없어.”
거지굴에 있을 때는 거지와 같고, 경비대에 있을 때는 경비병이 되는 놈이다.
심지어 요즘은 레인 기사단과 어울리며 라엘 경이라고 불리고 있다.
제니스는 라엘의 수많은 얼굴을 떠올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얼굴은 봐줄 만한 놈이니까. 그 정도 상식은 있겠지.”
“아.”
카론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
“제가 잘못 생각했던 걸까요? 역시 다른 사람을 구해야 했을까요···?”
이자벨은 유리의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고민에 빠졌다.
당장 내일이 대공 전하의 복귀 파티였다.
2황녀 유리엘 님의 첫 개인 일정이 코 앞까지 다가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복장 검사를 안 오다니. 역시 라엘 그 남자를 믿는 게 아니었는데···!”
당장 파티의 전날까지 전속 기사의 상태를 확인하지 못했다.
황실의 일을 이렇게 대충 진행하다니.
황족 전속 시녀인 이자벨에게 이런 일은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이자벨. 라엘 씨를 믿어. 정 안되면 원래 계획대로 겐트 씨를 데려가면 되니까.”
“저도 라엘 경을 믿고 싶지만···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사람 얼굴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라니까. 그리고 라엘 씨는 잘생긴 편 아니야?”
“그게 문제인 겁니다. 방탕한 얼굴! 그런 얼굴로 유리엘 님에게 데이트 신청을 했다가 까이고, 곧바로 레이나 님과 놀러 간 걸 직접 보지 않으셨습니까.”
“놀러 간 게 아니라 일이 있었잖아. 용병단을 습격했지.”
이자벨의 말에 유리는 쓴웃음을 지었다.
용병단을 습격한 것도 문제라고 하면 문제긴 하지만··· 듣기에 그 용병단은 레이나 씨에게 불법으로 이자를 뜯어내고 있었다고 한다.
결국 용병단을 습격한 이유는 레이나 씨가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착한 사람이라면 믿을만하지 않을까.
유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자벨 날 위해 걱정해 주는 건 고맙지만, 라엘 씨를 너무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마. 생명의 은인이잖아.”
“···저도 라엘 경이라는 사람을 싫어하는 건 아닙니다. 사실 중요한 건 그의 출신입니다. 은십자 기사단의 명예 기사가 근본 없는 고아에 거지 출신이라는 건 유명한 일이니까요. 저희가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귀족들은 분명 한 마디씩 던질 겁니다.”
“으음···.”
유리도 그 말에는 동의했다.
라엘은 언제나 자신 있게 행동했지만, 제국에는 차별이 뿌리 깊게 박혀있다.
그의 출신은 언제 문제가 될지 몰랐다.
똑똑-
그때, 예의 바른 노크가 들려왔다.
라엘의 노크였다.
“들어오세요. 라엘 씨.”
“늦어서 죄송합니다. 맞는 옷을 찾질 못해서요.”
라엘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평소에 입던 가죽 갑옷이 아니라 얇은 강철 갑옷이라 몸이 좀 불편했지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
“어머. 라엘 씨?”
유리는 라엘을 보며 깜짝 놀랐다.
강철로 이루어진 갑옷과 고급 가죽으로 이어지는 팔의 보호대.
심플하면서도 우아한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는 갑옷은 세련되고 아름다웠다.
황녀의 기사로 파티에 참여해도 전혀 부끄럽지 않을 만한 복장이다.
“겐트 씨의 정장보다 훨씬 기사다워요. 라엘 씨. 주문 제작을 하신 건 가요?”
“예. 2황녀님의 기사로 따라가는데 굴러다니는 갑옷을 입을 순 없으니까요.”
라엘은 갑옷을 퉁퉁 쳤다.
사실 형태에 집중하느라 실용성은 영 떨어지지만··· 원래 기사들의 갑옷이 그런 법이다.
“···어.”
한편, 이자벨은 그를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평민이든 거지든 중요한 게 아니었다.
깔끔한 갑옷을 입은 라엘은 한 명의 귀족처럼 고귀해 보였다.
게다가 저 방탕한 얼굴이 더해지니···.
“이자벨. 많이 이상해?”
“라엘 경, 황녀님에게 너무 가까이 오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이자벨은 유리엘의 앞에 서서 라엘을 가로막았다.
저 남자가 황녀님에게 가까이 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
얘는 또 왜 이러지?
라엘은 얼굴이 붉어진 이자벨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
대공 전하의 파티를 주도하는 건 당연히 레인 기사단이었다.
그들은 파티의 방비부터, 손님을 맞이하는 일까지 전부 도맡았다.
손님을 맞이하는 곳에는 레인 기사단의 단장인 레인이 서있었다.
제국에 몇 없는 소드마스터, 레인이 직접 파티를 방비한다는 사실에 귀족들도 안심하고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단장님. 라엘 경은 어디에 있는 겁니까?”
“글쎄다. 알아서 찾아온다고 하던데, 아마 아는 귀족이 있는 모양이야.”
레인은 지금까지 몇몇 귀족들을 맞이했지만, 라엘은 전혀 보이질 않았다.
파티 당일에 알게 될 거라고 하던데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다음 분. 사무엘 백작께서 입장하십니다.”
“확인했다.”
레인은 파티장으로 오는 마차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마차에는 하나같이 거대한 교단의 징표가 달려있었다.
징표가 어찌나 큰지 말들이 더 힘들어하는 기분이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군.”
징표의 진실을 아는 레인은 저걸 볼 때마다 헛웃음이 나왔다.
대공 전하께서 라엘의 부탁을 들어준 것부터 시작이었다.
귀족 몇몇에게 퍼졌던 징표는 어느 순간부터 대공의 상징 같은 게 되어 있었다.
‘파티의 초대장이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기어코 저 흉물을 달고 파티장에 오는구나.’
저 징표를 받기 위해선 교단에게 엄청난 기부금을 내야 한다.
차라리 레인 기사단에 후원을 했으면 더 엄청난 징표를 만들어줄 텐데···!
라엘이 기부금의 일부를 가져간 걸 모르는 레인은 한숨을 쉬며 다음 귀족을 맞이했다.
“우와··· 저 징표 좀 보십시오.”
“확실히 저건 대단하군. 사무엘 백작가다워.”
“···잡담하지 말고 집중해라.”
레인은 기사들의 대화를 들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공 전하와 라엘의 약속은 비밀이었으니, 기사단원들도 모르고 있다.
‘기사라는 놈들이 저런 징표에 빠지질 않나··· 요즘은 왠지 몰라도 기술 이름을 말하면서 대련하질 않나···.’
최근 들어 지도 대련을 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검술을 휘두르는 놈들이 많아졌다.
부관 키르에가 그 중심에 있는 거 같은데, 검술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더 멋있는 이름을 붙이는 데에 집중하고 있다.
레인의 입장에서는 대련을 볼 때마다 머리가 아파질 지경이다.
다그닥- 다그닥-
그때, 마차 하나가 파티장으로 들어왔다.
화려하면서도 절제된 미가 엿보이고, 마지막으로 교단의 징표 대신 황실의 문장이 새겨져 있는 마차였다.
‘황족이군.’
파티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황족이다.
레인은 손짓으로 기사들을 바르게 세우고, 자신이 직접 내려가 그들을 맞이했다.
“파티 안내를 맡은 레인입니다. 제국의 미래를 뵙습니다.”
레인은 정중하게 예를 취했다.
잠시 후, 마차의 창문이 열렸다.
“단장님. 하이요. 2황녀님의 전속 기사인 라엘입니다.”
“···?”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들자, 라엘의 얼굴이 보였다.
레인 기사단에 합류하라고 해도 말을 안 듣던 놈이 왜 황실의 마차에 타고 있는 걸까.
“···역시 세상이 미친 게 확실하군.”
레인은 오늘만큼 자신이 정상이라고 느꼈던 적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