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75)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75화(75/105)
< 엘프 >
엘프족은 세계수의 숲에서 자연의 기운을 받으며 살아간다.
하지만 자연의 힘이란 너무나 순수하기에 오염되거나 더럽혀지기 쉬웠다.
알헤임의 백작, 바솔로드.
사멸(死滅)의 마력을 지닌 그의 눈에 엘프족이 들어오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알헤임의 백작 바솔로드는 엘프족이 사는 세계수의 숲을 공격했어요. 기습이었죠.”
“백작 바솔로드···.”
라엘도 원작에서 봤던 이름이다.
그의 마력은 몸에 닿기만 해도 생명체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주기에, 상대하기가 까다롭고 위험한 놈이었다
성검이 없다면 주인공도 쉽게 이기진 못했을 상대다.
“그는 엘프족의 힘. 그중에서도 정령술을 원했어요.”
“정령술?”
“네. 그의 마력은 순수한 정령을 잡아먹으며 더욱 강해졌거든요.”
“흐음···.”
어쩐지 원작에서도 백작치고 말도 안 되게 강하긴 했다.
엘프족을 멸망시키며 그 힘을 전부 흡수한 거였나.
“그런데 바솔로드가 레이나가 엘프족의 배신자가 된 거랑 무슨 상관이죠?”
“···레이나에게 굉장한 정령술 재능이 있었거든요.”
“레이나한테요?”
“네. 레이나는 엘프 중에서 유일하게 단신으로 정령계 아스트랄의 문을 열 수 있어요. 바솔로드도 그걸 알기에 레이나를 노려왔죠.”
바솔로드를 필두로 수많은 마족들이 세계수의 숲으로 몰려왔다.
그들은 레이나를 데려가려 했지만, 엘프족은 절대 동족을 버리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엘프 때문에 일족이 멸망한다고 해도, 끝까지 싸우다가 멸망하는 게 엘프족이라는 족속이었다.
“결국 큰 전쟁이 일어났고, 정말 많은 엘프가 죽었어요. 저희 부모님도 그 전쟁에서 돌아가셨죠. 제 눈도··· 그때 바솔로드의 마력에 당했어요.”
엘프족은 바솔로드가 가진 사멸의 마력에 저항할 수 없었다.
존재만으로도 주변을 시들게 하는 사멸의 마력은 자연을 다루는 엘프족의 천적이었다.
[어, 엄마! 아빠! 어, 언니. 눈이···!] [···괜찮아. 레이나. 절대 널 보내지 않을게.] [아, 안돼. 그만! 다들 그만해! 제발! 더 이상 죽지 말란 말이야!]하지만, 그런데도 엘프족은 전쟁을 포기하지 않았다.
단 한 명의 엘프를 지키기 위해 일족의 명운을 걸었던 것이다.
“엘프족이 큰 피해를 본 전쟁이 일단락된 뒤. 레이나가 갑자기 자취를 감췄어요. 그 아이가 다시 엘프족 앞에 나타난 건 한달이 지나고 나서였어요. 그때 레이나의 몸에는, 사멸의 마력이 가득했어요. 마치··· 그의 수하처럼 보일 정도였죠.”
레이네는 그날을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엘프족들은 사멸의 마력을 두른 레이나를 보며 깜짝 놀라 그녀에게 다가갔다.
[레이나! 무사했구나···! 그런데 너 몸이···?!] [저··· 바솔로드와 손을 잡기로 했어요. 그가 저한테 강한 힘을 줬거든요. 이제 더 이상 저 때문에 싸우지 않으셔도 돼요. 마족이 오는 일도 없을 거예요.] [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레이나! 정신 오염을 당한 건가? 어서 세계수로 데려가! 그리고 전쟁을 준비해라!] [멍청한 소리 그만해요!] [레이나···?] [약해 빠진 엘프가 어떻게 마족을 이긴다는 거야! 난 더 이상 당신들처럼 약하게 살 수 없어!] [레, 레이나! 바솔로드가 엘프족을 얼마나 죽였는지 모르는 거냐! 엘프족이 너를 위해 희생한 걸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레이나가 사멸의 마력을 퍼트리자, 엘프족들은 다시 세계수의 숲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레이네 혼자만이 현실을 믿지 못하고 레이나에게 다가갔다.
[레이나. 너, 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언니. 어, 언니··· 커흡.] [레, 레이나? 레이나!]레이나는 엘프족들이 사라지자마자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엘프가 사멸의 마력을 사용한 부작용이었다.
“레이나는 참고 있었던 거예요. 자신의 몸을 갉아먹는 사멸의 마력을 억지로 사용하면서 엘프족들을 속인 거죠. 자신만 희생하면 엘프족이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뒤로 엘프족에게 쫓기며 도망친 거군요.”
“네. 그날부터 레이나는 엘프족의 배신자가 되었어요. 같은 세계수 아래에서 태어난 엘프족은 동족을 너무나 사랑해요. 그렇기에, 레이나를 절대 이해하지 못해요. 어쩌면 가장 어른스러운 건 그 아이일지도 몰라요.”
“···.”
레이네의 이야기를 들은 라엘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답답한 상황에 가슴이 막혀오는 기분이었다.
“이번에 엘프족이 제국 근처로 이주한다고 들었어요. 그때 제국에게 도와달라고 하면요?”
“마족은 인간과 휴전 상태예요. 제국의 공식적인 도움은 받을 수 없어요.”
라엘도 뒤늦게 휴전을 떠올렸다.
엘프족들의 이주를 주도하는 건 유리다.
단순히 엘프족의 이주 정도는 괜찮겠지만, 그들을 위해 제국이 마족과 싸우는 건 아예 다른 이야기다.
아마 엄청난 반대가 있을 것이고, 그건 유리를 지지하는 귀족도 마찬가지일 거다.
“···쯧.”
라엘은 혀를 찼다.
원작에서 엘프족이 왜 멸망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마 바솔로드는 레이나 혼자로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엘프족을 노렸겠지.
“라엘 씨.”
“예. 레이네 씨.”
“부탁할게요. 레이나를···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
“···.”
“그 아이는 혼자 너무 많은 걸 책임지려고 해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로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어요.”
“하아.”
라엘은 문득 떠올랐다.
그가 지금까지 나비효과를 일으키며 꽤 많은 게 바뀌긴 했지만, 엘프라는 종족 자체를 살리는 건 정도가 심했다.
게다가 엘프족을 구한다는 건 알헤임의 백작인 바솔로드를 죽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행동은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줄까.
‘···참 좆같은 고민이네.’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잠깐이나마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게 참 토악질이 나올 것 같았다.
병신같은 세상에서 지내다 보니 정말 병신이 되어버린 걸까.
“제가 할 수 있다면···.”
“응? 언니. 라엘. 뭐해?”
그때, 잠시 나갔던 레이나가 방으로 들어왔다.
레이나는 어색한 분위기의 레이네와 라엘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라엘, 너. 언니한테 집적거렸구나. 뻔하네.”
“···그래. 너무 아름다우시길래 잠깐 얘기 좀 나눴어.”
“후후. 당연하지. 우리 언니는 엘프족 중에서도 손꼽히는 미인이거든. 아, 물론 나도 포함이야.”
라엘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지금 레이나를 바라봤다가는 왠지 이상한 표정을 지을 것 같았다.
“아무튼 식사도 했으니 전 슬슬 가보겠습니다. 할 일이 있어서요. 레이나. 너도 레이네 씨랑 단둘이 시간 좀 보내라.”
라엘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했다.
지금 여기 있어봤자 좋은 말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잘 가. 라엘 나중에 보자!”
“알겠어요. 라엘 씨.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라엘이 나간 뒤.
레이나는 레이네의 옆에 앉은 채 후후 미소를 지었다.
“언니. 라엘이랑 대화했어? 어때? 착하지?”
“응. 그런 것 같아. 좋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요즘 엘프족들은 잘 지내? 이주 준비는 잘 하고 있어?”
“으응. 잘 진행되고 있어.”
“엘프족에서 괴롭히는 놈은 없고? 생기면 말만 해. 내가 때려줄 테니까.”
레이네는 레이나의 밝은 에너지를 느끼며 쓴웃음을 지었다.
힘든 감정을 미소라는 가면으로 숨긴 레이나의 감정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이 보이지않더라도 같은 엘프인 레이네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레이나. 미안해.”
“언니? 갑자기 왜 그래.”
레이네는 고개를 숙였다.
레이나가 가진 정령술의 재능으로 바솔로드를 잠시 멈추고 있지만, 그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다시 엘프족을 침공할 것이고, 수많은 엘프족이 죽게 될 거다.
솔직히 말하면 레이네는 당장이라도 엘프족에 진실을 전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건 레이나가 원하지 않는 일이다.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분명히···.”
“흐, 라엘 말하는 거야? 언니. 쟤는 안돼. 너무 착해 빠졌거든.”
레이나는 유리나 라엘 같은 사람을 좋아했다.
조건 없이 자신을 도와주는 착한 사람들이었다.
라엘은 엘프족에게 둘러싸였을 때 아무렇지 않게 그들을 살려 보내주었고, 세계수의 가지를 구하지 못했을 때도 싼값에 가지를 넘겨주었다.
빚쟁이들에게 사기를 당했을 때도 빚쟁이들을 흠씬 두들겨 패주었고, 요즘은 바빠서 못 보고 있지만 바가지를 씌우지 않는 술집 아저씨도 연결해 주었다.
아마 레이나가 도와달라고 하면 싫다고 하면서도 노력해 주겠지.
“그게 너무 싫어.”
그걸 알기에 레이나는 유리에게도 라엘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
더 이상 자신 때문에 남이 죽는 건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
기분이 여러모로 이상했다.
처음 레이네를 만났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멍청한 엘프인 줄 알았는데··· 그녀는 혼자서 일족의 명운을 짊어지고 있었다.
레이나에 대한 진실은 라엘의 생각보다 짜증 났다.
“···호구 엘프가 아니었나.”
지금의 이상한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라엘은 한숨을 쉬며 걸음을 옮겼다.
그가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저런 사연을 들으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
‘레인 기사단이라면 도울 수 있나? 아니야. 어차피 레인 단장님 정도가 아니면 도움도 안 될 거고, 단장님이 움직이면 들키지 않을 리가 없어.’
라엘은 엘프족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떠올렸다.
제국이나 교단은 당연히 안 되고, 레인 기사단도 안 된다.
배거스? 클라라가 있긴 하지만 그 외의 전투력은 딱 거지들 수준이다.
‘남은 인맥은 티아 님이나 천살검주 님 정도인데···.’
티아는 제국과 계약을 맺었다고 하고, 연구에 집중하고 있어 드래곤 레어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나마 만만한 건 천살검주인데··· 생각해 보면 그 사람도 제국 소속 아닌가?
‘맞아. 마족과 휴전을 만든 게 천살검주라고 했잖아.’
어떻게 된 게 주변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지?
라엘은 한숨을 쉬며 오랜만에 보는 멀대 거인족에게 다가갔다.
“야. 겐트.”
“음? 라엘. 무슨 일이냐.”
“천살검주 그 노인네 어디 있어. 너랑 친하잖아.”
라엘이 걸어온 곳은 특별 경비대였다.
곧 근무가 있기도 했고, 입천의 경지에 올랐으니, 그다음을 배우기 위해 천살검주를 만날 생각이었다.
라엘은 텃밭을 가꾸는 거인에게 다가갔다.
“천살검주 님 말인가? 그분은 최근 개인적인 일을 처리하느라 제국에 자주 들르지 않으신다. 그러고 보니 며칠 전, 너한테 전할 말이 있다고 하셨다.”
“아니, 그 양반은 왜 나한테 직접 안 오고 항상 너한테 전하는 거냐?”
“나도 잘 모르겠군. 하지만 수준 높은 전사의 마음은 본래 읽기 힘든 법이다. 라엘.”
“지랄. 그냥 멋있는 척하는 거야.”
라엘은 직감했다.
애초에 ‘천살검 제 1형 입천’을 외쳐야 사용할 수 있는 검을 만든 것부터 그 노인네는 정상이 아니다.
“···쯧. 일단 말해봐.”
“음···.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말해주마. ‘제자야. 입천에 올랐구나. 승천의 경지는 가깝고도 먼 것. 하늘과 태양, 그리고 달에게 속삭이듯 너의 검을 증명해라. 그리고 하늘에 오르며 베어라.’라고 하셨다.”
라엘은 겐트의 말을 듣자마자 눈을 찌푸렸다.
“겐트. 네 생각은 어떠냐. 그게 진짜 조언이야?”
“글쎄. 전사는 자신의 검을 직접 깨달아야 한다. 라엘.”
“하아.”
무식한 거인에게 조언을 바란 게 문제인가?
라엘은 한숨을 쉬며 검을 뽑았다.
“천살검 제 2형. 승천.”
그리고 당연한 듯 입으로 승천을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게 아니라고?”
라엘은 검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뜨거운 태양이 얼굴을 비추었다.
‘승천··· 검을 하늘로 올리라는 건가?’
라엘은 생각했다.
이 병신같은 세상이 답답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더 강해져야 한다.
일단 힘이 있으면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안 그래도 머리가 아팠으니 검을 휘두르며 잊고 싶었다.
“그래. 뭐, 뒤질 때까지 휘두르다 보면 뭐라도 떠오르겠지.”
라엘은 입천을 익힐 때를 떠올렸다.
그때도 똑같았다.
미치도록 검을 휘두르니까 감이 잡혔고, 레인 기사단과 대련을 하던 도중 입천의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뭐라도 해야 일이 생기는 법이다.
화아악-
라엘의 검에 검강이 솟아올랐다.
주변의 마력을 빨아들여 무식하게 커진 입천의 검강이다.
‘호오··· 대단하군.’
텃밭을 가꾸던 겐트는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 라엘을 보며 감탄했다.
그를 만난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라엘은 매 순간 강해지고 있었다.
‘확실히, 천살검주 님이 제자로 삼을만한 재능이야.’
라엘이 가진 재능을 가장 모르는 건, 신기하게도 라엘이었다.
거인족의 대전사인 겐트도 그를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뛰어난 전사를 보는 건 언제나 좋은 일이었다.
‘제 1형 입천으로 검강을 만들어 냈으니··· 제 2형 승천으로는 베어내는 건가?’
얼마나 검을 휘둘렀을까.
라엘은 예전에 보았던 천살검주의 움직임을 떠올렸다.
입천의 경지에 오르자, 그때 보았던 검술에 대한 이해도 올랐다.
그는 분명 위에서 아래로 강한 참격을 내리쳤었다.
‘자세는 상단세. 내딛는 발에 힘을 싣고, 내려찍는 검에는···.’
하늘의 마력을 담아.
콰앙-!
라엘은 검을 내려찍으며 눈을 떴다.
역시, 검을 휘두르다 보니 조금이나마 감을 잡은 것 같았다.
완벽하진 않아도 다음에는 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하, 힘들어 뒤지겠네.”
라엘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밝았던 날이 어두워지고 하늘에는 달이 떠 있었다.
“라엘. 대단한 검이었다.”
“어? 뭐냐. 겐트. 안 가고 있었어?”
“음, 뛰어난 전사의 훈련을 보니 몸이 뜨거워져서 말이다. 나도 오랜만에 도끼를 휘둘렀다.”
라엘은 겐트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도끼를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마르코 단장이 들고 다니는 배틀 엑스도 존나게 크다 싶었는데, 겐트의 도끼와 비교하면 어린이 장난감 수준이었다.
“겐트. 넌 레이나의 사정에 대해 다 알고 있냐?”
겐트를 보던 라엘은 별생각 없이 중얼거렸다.
“아니, 너에게 말해준 만큼만 알고 있다. 거인족은 동료를 의심하지 않으니까.”
“···내가 자세히 말해주면, 레이나를 도와줄 생각이 있냐?”
겐트.
그는 거인족 족장의 아들이자 거인족의 대전사라고 했다.
분명 꽤나 강할 거다.
“미안하지만, 라엘. 난 레이나를 도와줄 생각이 없다.”
“왜? 동료라면서.”
“레이나가 그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인족은 동료를 존중한다.”
“···.”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레이나는 도움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레이나의 사정이었다.
“겐트. 나도 네 동료 맞지?”
“당연한 말을. 라엘. 넌 내 동료다.”
“그럼, 내가 뭘 하든 말리지 않을 거지?”
“음, 그것까지는 내가 간섭할 수 없지.”
“그래. 그거면 됐다.”
라엘은 하늘을 보며 혀를 찼다.
누구든 각자의 사정이 있는 법이다.
마음대로 하고 싶다면, 그만큼 강해져야 한다.
라엘은 다시 한 번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떠 있는 달은 여전히 밝았다.
밝은 달을 보니 문득 천살검주의 조언이 떠올랐다.
“하늘과 해, 그리고 달에게 속삭이듯 너의 검을 증명해라. 그리고 베어라···.”
스윽.
라엘은 하늘을 보며 검을 내밀었다.
참 개 같은 조언이지만, 왠지 무언가 잡힐 것 같았다.
하늘과 해, 그리고 달에게 속삭인다는 게 말 그대로의 뜻 아닐까.
라엘은 검을 높이 들어 하늘을 가리켰다.
“천살검 제 2형. 승천.”
화아악-.
그와 동시에, 검에 새로운 힘이 깃들었다.
“이럴 줄 알았다.”
라엘은 망설임 없이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땅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라엘은, 폭탄이라도 터진 것처럼 처참하게 패인 땅을 바라보았다.
입천의 검강이 가진 강함을 일격에 담아 넣는 일격필살의 검.
라엘은 이제 슬슬 천살검주의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렇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다.
“새로운 검인데···. 라엘. 그건 뭐지?”
“나도 몰라. 사용하면서 느껴야지.”
스윽-
라엘은 검집에 검을 넣었다.
천살검도 결국은 검술이다.
한 번으로는 손에 익지 않는다.
나중에 레인 기사단이라도 패면서 익혀야 한다.
“더 볼 수 없다니, 아쉽게 됐군. 시간이 늦긴 했다. 차라도 마시고 오늘은 여기서 쉬겠나? 고급 만드라고라를 우린 차다.”
“···비싼 거면 한 잔 줘봐.”
“꽤나 비싸지.”
라엘은 공짜 밥도 좋아하지만 비싼 차를 얻어먹는 것도 좋아했다.
일단 비싼 걸 먹으면 괜히 맛있다고 느껴지는 법이니까.
‘더럽게 맛없네.’
라엘은 맛없는 차를 아껴 마시며 해먹에 걸터앉았다.
< 엘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