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76)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76화(76/105)
< 엘프 >
“보고는 이게 끝인가?”
유리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업무에 집중했다.
최근들어 일이 잘 풀리고 있으니 즐거울 수 밖에 없었다.
[귀왕의 봉인. 이상 없음.] [천살검주, 여전히 행방이 묘연.] [드래곤은 레어를 닫고 연구 중.]특별 경비대의 업무가 많지는 않았고, 보통 황녀로서 처리해야 할 일이 대부분이었다.
유리는 적당히 보고를 마친 뒤 다음 서류를 확인했다.
“이자벨.”
“예. 유리엘 님.”
“사이먼 오라버니에게서 연락은 없어?”
“딱히 없습니다.”
“신기하네. 오라버니 성격에 가만히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유리가 황위 쟁탈전에 제대로 끼어들며, 세력이 깎여나간 쪽은 대부분 2황자 사이먼이었다.
1황자 데미안을 지지하는 귀족들은 소위 정통파다. 정통성을 중요시하기에 데미안이 미쳐서 나라를 팔아먹지 않는 한 그를 지지할 것이다.
하지만 사이먼의 지지 기반은 여러 귀족들이 다양하게 섞인 연합체다. 혈통이나 정통성으로 묶이지 못하는 이들이 대부분인 만큼, 그들의 결속력은 생각보다 약하기 마련이다.
즉, 얼마든지 세력을 빼 올 수 있었다.
유리도 그걸 알기에 2황자를 지지하는 귀족들 위주로 면담을 나눴다.
‘자리가 꽤나 굳건해졌어. 정말··· 대단한 변화야.’
대공의 지지는 그녀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그를 존경하는 귀족들이 유리에게 많이 다가왔고, 다른 귀족들도 유리를 황위 쟁탈전의 후보로 보고 있었다.
덜떨어진 황족에서 황위 경쟁의 경쟁자로 시선 자체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물론, 대공 전하의 덕만 있는 건 아니다.
그녀에겐 기사 라엘도 있었다.
‘라엘 씨는 정말 대단하신 분이야.’
귀족의 지지를 모으는 데에는 대공 전하만큼이나 라엘의 힘이 컸다.
그가 파티에서 보여준 무위 덕분에 제국의 관심이 자신에게 쏠렸고, 그가 제국에서 활약할수록 유리의 이름도 같이 들려왔다.
“이자벨. 곧 교단에서 용사를 뽑는다고 하지 않았어?”
“예. 아마 한 달 이내에 성녀 임명식이 진행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사를 뽑을 것 같습니다.”
“가장 유력한 건 역시 라엘 씨겠지?”
“그건··· 예.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베르난도 추기경이 그렇게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니, 교단의 내부에서도 다른 말을 꺼내기 쉽지 않겠죠.”
베르난도 추기경은 교단에서도 가장 돈과 명예를 밝히는 자다.
하지만, 아무리 베르난도라도 가이아 님의 이름 앞에서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밤낮으로 본부 앞에서 라엘 경에 대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아마 이변은 없을 것 같습니다.”
“상위 마족을 일 검으로 죽이다니··· 그게 정말 사실일까?”
“글쎄요.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베르난도 추기경이 저 정도로 열심히 할 것 같진 않습니다. 적어도 비슷한 무위를 가졌다는 거겠죠.”
“그럼 그때 파티에서 보여준 것도 진심이 아니었던 건가···.”
유리는 신기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대공 전하보다 라엘이라는 존재가 더욱 신기했다.
‘대부분은 대공 전하가 은거하는 동안 키운 자라고 생각하지만··· 진실은 그게 아니니까.’
라엘의 배경을 아는 유리이기에 더욱 놀랍다.
아무 배경도 없는 고아 출신의 남자가 아카데미에서 정식 교육을 받은 기사들을 때려눕히고, 어느새 25살의 젊은 나이로 제국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근 제국의 정보 길드는 라엘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도 들려올 정도였다.
‘그런 분이 나에게 와주셨으니, 최선을 다해야 해.’
유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업무에 집중했다.
몇 시간 정도 집중해서 업무를 끝낸 뒤.
“으으읏. 후우, 잠깐 밖에서 바람이나 쐴까.”
유리는 머리를 쓸어내리며 기지개를 켰다.
몸이 찌뿌둥한 게 더 이상 서류는 꼴도 보기 싫었다.
“외출이라면 준비하겠습니다.”
“이자벨. 외출은 당분간 안 돼. 공적인 행사가 없다면 움직이지 않을 거야.”
유리는 자신의 목숨을 노려왔던 카멘 기사단의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자신이 세력을 키울수록, 자신을 노리려는 자들은 많아질 것이다.
이 자리를 만들어 준 대공과 라엘을 위해서라도 끝까지 경거망동해선 안 된다.
“잠깐 체스나 둘까?”
“밖에 레이나 님이나 라엘 경이 있을 겁니다.”
“그래?”
유리는 오랜만에 바깥으로 향했다.
그녀가 머리를 식히기 위해 테이블에 놓았던 체스판이 있을 거다.
*
특별 경비대에 출근한 라엘은 해먹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판타지 세계에서 선글라스를 쓴 엘프는 꽤나 귀한 볼 거리였다.
이 세상은 언제봐도 근본이 없었다.
“레이나. 나도 그 해먹 좀 쓰자.”
“싫어. 다른 해먹에 누우면 되잖아.”
“아니, 거기 누우면 진짜 몸이 회복되는 느낌이라 그래.”
“당연하지. 이건 자연의 힘이 깃든 해먹이거든.”
라엘은 미동도 없이 누워있는 레이나를 보며 발을 들었다.
발로 차면 떨어질 것도 같은데··· 찼다가는 얼마나 욕을 먹을까.
꽤 진지한 고민이었다.
“두 분은 참 친하시네요.”
그때,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침 건물에서 나온 유리였다.
“아, 오랜만입니다. 유리 씨.”
“네. 아, 라엘 경이라고 불러드릴까요?”
“편하신 대로 하시죠. 저도 전하라고 부르겠습니다.”
“그것도 나쁘지 않네요.”
유리도 라엘도 일이 바쁘다 보니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라엘은 가벼운 농담을 던지며 인사를 했다.
그녀가 앉은 테이블을 보니 체스판 하나가 보였다.
“오늘도 체스인가요?”
라엘은 체스판을 내려다보았다.
“네. 라엘 씨나 레이나 씨가 어울려주셨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두 분이서 하시겠어요?”
“저랑 레이나요? 에이, 절 뭘로 보시고.”
라엘은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자신은 의무 교육을 끝내고 고등 교육까지 마친 엘리트 고졸이었다.
멍청한 엘프에게 질 리가 없었다.
“라엘. 너 정말 바보구나. 겨우 25년밖에 안 산 인간이 150살이나 산 엘프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때, 미동도 없던 레이나가 몸을 일으켰다.
인간 주제에 엘프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어이가 없었다.
“···전에는 엘프가 150살이라면 인간으로 치면 15살이라고 하지 않았냐?”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상대해 줄 테니까 앉아.”
라엘은 레이나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이 멍청한 엘프에게 지는 미래는 상상도 되지 않았다.
“네. 체크메이트네요. 레이나 씨의 승리에요.”
“이럴수가···.”
결과는 패배였다.
라엘은 영혼이 빠져나간 듯 체스판을 바라보았지만, 그런다고 죽은 기물이 부활하진 않았다.
“야호! 내가 이겼으니까 라엘, 넌 이제부터 내 부하야. 으음, 뭘 시키지?”
“뭐래. 그딴 약속은 안했어.”
“엥? 그럼 뭐 해줄건데?”
“···나중에 부탁 하나 들어줄게.”
“그래그래. 그럼 앞으로 내 해먹 건드릴 생각하지 마.”
레이나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역시 엘프는 인간보다 뛰어난 종족인 게 확실했다.
“···레이나.”
그때, 라엘이 입을 열었다.
“응? 왜? 체스 강의라도 해줄까?”
“그건 됐고,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라엘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길바닥에서 자란 그는 이런 말을 하는 게 익숙하지가 않았다.
그의 말에 눈을 깜박거리던 레이나는, 별안간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오글거려.”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라엘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을 보던 레이나의 눈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
처억-
라엘은 하늘로 검을 들고 조용히 속삭였다.
하늘에게 닿을 듯, 한 손을 쭉 뻗는 게 포인트였다.
“천살검 제 2형. 승천.”
우드드득-
그와 동시에 라엘의 검강이 한층 더 강해졌다.
라엘은 하늘의 마력을 머금은 검을 키르에를 향해 휘둘렀다.
“키르에 검술 제 1···. 끄아아악!”
콰아아앙-!
키르에도 검강을 일으키며 라엘의 검을 막았지만, 압도적인 힘에서 밀려나버렸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눈을 깜박거리며 라엘을 향해 엄지를 들었다.
“라엘 경. 대단하십니다. 속도는 느리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힘이 담긴 검이군요···!”
키르에는 그의 검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검에 담긴 힘이 굉장히 무겁긴했지만, 자신이 조금만 더 빨랐다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내심 아쉬웠다.
“키르에. 바보같은 생각 하지마라. 라엘이 널 위해 일부러 천천히 휘둘러준 거니까.”
그때, 대련을 지켜보던 레인이 앞으로 걸어나왔다.
키르에는 그 말에 깜짝 놀라며 라엘을 바라봤다.
“예, 예?! 정말입니까?”
“대련 중에 다치면 안 되니까요. 그래도 봐줄 생각은 아니었으니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 그렇군요.”
키르에는 자신의 검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숙였다.
처음 보육원에서 라엘이 레인에게 검을 배울때까지만 해도, 키르에의 검은 라엘과 맞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라엘은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성장을 이어갔고, 어느새 키르에보다 확실하게 한 단계 앞서있었다.
‘기쁘다고 해야 할지 슬프다고 해야 할지···.’
그나마 라엘 경 덕분에 키르에 검술 제 2장에 대한 감을 잡았다는 게 유일한 위안이었다.
“라엘. 널 상대하려면 카멘 기사단의 소대 하나가 필요할지도 몰라. 그게 무슨 말인 줄 알고 있냐?”
“저야 모르죠.”
“너도 이제 괴물이라고 불릴 만하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곧 용봉지회가 다가오겠군.”
“······뭐라고요?”
“용봉지회(龍鳳支會)말이다.”
“또 이상한 말 하신다. 세상에 그딴 대회가 어디 있어요. 키르에 경. 저거 진짜에요?”
용봉지회같은 소리하네.
그게 있는데 개방이 없을리가 없잖아.
“용봉지회는 4년마다 대륙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대회입니다. 참고로 레인 단장님께서도 한 번 우승하신 전력이 있으십니다.”
“하핫! 굳이 그런 이야기는 안해도 된다!”
레인 단장님의 반응을 보니 진짜인 모양이다.
라엘은 오랜만에 두통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혹시나해서 묻는데, 이번 용봉지회에 참여하는 사람들 중에 유독 인재들이 많나요?”
“오, 어떻게 안 거지? 라엘. 너도 관심이 있던 거냐?”
관심이 있긴 무슨.
원래 주인공 세대는 특별하게 강한 법이다.
라엘은 고개를 저으며 검을 검집에 넣었다.
“아니요. 전 안나갑니다. 저 말고 걔 내보내세요. 루카스.”
“루카스? 그놈도 꽤 괜찮긴 하지만··· 네가 나가면 무조건 우승일 거다. 라엘.”
“어허. 단장님. 전 안나갑니다. 그러고보니 제가 부탁한 건 하고 있는 거죠?”
“루카스를 가르치는 거 말이냐? 라엘. 내가 이래보여도 레인 기사단의 단장인데 직접 가르치는 건···.”
“아니,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요. 이 사람아!”
이 사람은 대체 왜 내 대련에 붙어있는 거야.
루카스를 키워야한다고. 루카스를!
“크흠. 알겠다. 네 말이 그렇다면 루카스도 한 번 만나보마.”
“예. 그리고 교단이 용사를 뽑으려고 하면 루카스를 강력추천 하시고요. 알겠죠?”
“응? 교단의 용사는 이미 너로 정해진 거 아니였냐?”
“으악! 아니야! 아니라고!”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베르난도 추기경이 영웅을 부르짖는 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다들 차 한 잔 마시면서 하세요.”
그때, 보육원에서 나온 사라 선생님이 찻잔을 여러개 가져왔다.
기사들을 위해 준비한 차 같았다.
“사라 선생님. 고마워요. 근데 보육원에 차도 있었어요?”
“라엘. 너도 한 잔 마셔. 기사님이 주신 차야.”
“아하. 그래요? ···응?”
라엘은 사라 선생님이 준 차를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뭔가 익숙한 냄새길래 한 입 먹어봤더니, 어제 겐트가 타준 차와 똑같았다.
“오오, 역시 향이 깊습니다.”
“그래. 내가 이거 구하느라 얼마나 힘들었는 지 아냐?”
라엘은 차를 아껴마시는 레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단장님, 이거 비싼 차 아니에요? 만드라고라였나?”
“호오. 라엘. 만드라고라 차를 아는 거냐? 대단하군.”
“···뭐 대단할 게 있어요. 풀때기 가져다가 끓인 물이잖아요.”
“무슨 소리냐. 마탑에서 출시한 만드라고라 차는 깊은 맛과 향으로 제국 귀족들에게 인기가 엄청나서 나조차도 구하기 힘들 지경이다. 직접 맛보는 건 나도 오늘이 처음인데, 이미 알고 있다니 너도 보기보다 유행의 파악이 빠르군.”
“···.”
라엘은 만드라고라 차의 진실에 헛웃음이 나왔다.
그 미친 거인족은 인간족의 유행을 잘 아는 거야.
어이가 없는 놈이네.
‘그러고 보니 마탑이라···.’
생각해 보면 마탑도 언제 한 번은 들려야 한다.
거긴 자신을 드래곤이라고 착각하는 미친 사람이 있으니까.
“단장님. 그러고보니 최근 엘프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하던데요.”
“엘프? 아아. 그래. 제국으로 대규모 이주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더군. 사실인 지 아닌 지는 모르겠다. 덕분에 숲 주변의 땅 가격이 많이 올랐어.”
“음. 미리 사놓은 똑똑한 사람들만 이득을 보겠네요.”
라엘은 고개를 끄덕이며 엘프족에 대해 떠올렸다.
레이나를 도와주고 싶어도 어떻게 도와야할 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배거스와 함께 탐사라도 나가야하나?’
일단 클라라하고 합을 맞춰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각시탈을 쓰고 그녀와 돌아다닌다면 다칠 일은 없을테니까.
“라엘 경. 차를 다 마시고 다시 대련을 하시죠. 키르에 검술 제 2장을 익혀야합니다.”
“예. 도와드릴게요. 근데 뭐라고요?”
“키르에 검술 제 2장입니다.”
“아···.”
라엘은 키르에 검술이라는 정체불명의 검술에 눈을 찌푸렸다.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되는, 듣도 보도 못한 거지같은 검술이다.
‘왜 내 주변은 미친 놈들 밖에 없지?’
라엘은 문득 억울해졌다.
왜 자신같은 사람 주변에 착한 사람이 없는걸까.
“라엘. 표정이 왜 그렇지? 불편한 곳이라도 있나?”
“아니요. 음, 제가 아는 사람 얘기가 생각나서요. 그 친구는 착한데 이상하게 주변에 미친 놈들만 모인다고 하더라고요.”
비정상인들 사이에서는 정상인이 비정상이라는데, 딱 그 꼴이 아닐까.
라엘은 자기 자신의 처지에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라엘. 꽃 주변에는 나비가 모이고 똥 주변에는 파리가 모인다는 말이 있지. 어쩌면 그 친구가 문제일 지도 모르겠군.”
“···.”
라엘은 괜히 레인 단장을 째려보았다.
이래서 무식한 중세 판타지 놈들에게 고민같은 걸 얘기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