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90)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90화(90/105)
< 용봉지회(龍鳳支會) >
“당신, 출신 가문이 어떻게 되지?”
“반갑소, 키에르 백작가의 자제가 바로 나요.”
“아, 키에르 백작가의 자제이셨군. 무례를 용서하게,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네.”
스윽-.
자신을 키에르 백작가의 아들이라고 밝힌 남자가 본선 진출자 대기실로 들어왔다.
이곳은 대륙의 미래를 책임질 용봉지회의 본선 진출자들이 친교를 나누는 간이 파티장이었다.
곳곳에서 삼삼오오 모인 귀족들이 대화를 나누었다.
‘재미있는 놈들이 없군. 역시 라엘 그놈이 가장 재밌었는데···.’
거대한 덩치의 카일은 가장 일찍 도착해 본선 진출자들의 면면을 살피고 있었다.
용봉지회에 참여했으면 당장이라도 검을 들고 대련을 할 것이지, 파티를 즐기고 있다니.
그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역시 친교 파티에 참여할 필요는 없었나.’
이곳은 쭉정이들이 모인 곳이다.
진짜 강자들은 이런 파티에 참여하지 않는다.
생각해 보면 길거리에서 라엘을 만난 건 운이 굉장히 좋았던 일이다.
나중에 삼걸을 소개받기로 했으니, 그때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출신 가문은?”
카일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입구의 검문은 계속되었다.
“없습니다.”
“평민인가?”
“맞습니다.”
“난 바네사 왕국 소만 백작가의 레카다.”
“···예?”
“이 새끼,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되나 본데······!”
콰악-!
레카의 주먹이 평민 기사의 배에 꽂혔다.
“크흡···.”
“눈 안 깔아? 짜증나게 하지 말고 구석에 찌그러져 있어.”
괴로운 듯 신음하던 평민 기사는 고개를 푹 숙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는 귀족들은 낄낄 웃으며 기사를 손가락질했다.
‘미개한 짓이군.’
카일은 그런 귀족들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리고 옆에 있던 귀족에게 물었다.
“이봐, 이자들은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지?”
카일은 이런 멍청한 행동을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용봉지회에 참여하러 온 귀족이 평민을 괴롭힐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고위 귀족이잖아.”
“그러니까, 네가 고위 귀족인 것과 평민 기사를 괴롭히는 건 무슨 상관이 있는 거냐?”
“···? 그게 무슨 소리야? 그건 내 마음이잖아.”
카일은 그때부터 대화를 포기했다.
평민 기사들의 표정을 살피자, 굴욕적이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체념한 표정이 보였다.
이 시대에 귀족과 평민의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어떤 일을 당해도 찍 소리조차 내뱉을 수 없는 벽이다.
‘이놈들이 정녕 천년 제국 카멘과 바네사 왕국의 귀족이란 말인가.’
그렇게 몇 번이나 기분 나쁜 환영식이 지나간 뒤, 카일은 역겨운 귀족들을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천맹과 사막왕국 나고르에서 온 자들은 구석에 모여있었다.
즉, 이 짓거리를 주도하는 귀족들은 전부 카멘 제국과 바네사 왕국이었다.
카일은 그 사실에 엄청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도저히 못 참겠군! 차라리 나와 대결을···!”
저벅. 저벅.
그때. 한 남자가 껄렁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문 앞에 서 있던 바네사 왕국의 소만 백작가 귀족이 낄낄대며 질문을 던졌다.
“음? 자네는 어느 가문 소속이지?”
“가문? 그런 거 없는데.”
“가문이 없다? 평민 출신이라는 건가?”
“그래. 넌 뭔데 남 호구조사를 하는 거냐? 여기 본선 진출자들만 모인다고 하던데.”
“큭, 평민 주제에··· 내가 누군지 아는 거냐?”
레카는 미소를 지으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응? 자, 잠깐만! 멈춰라!”
들어온 남자를 본 카일이 냅다 소리를 질렀다.
그놈은 절대 건드리면 안 될 놈이었다!
“모르지. 근데 넌 뭐하는 새끼냐?”
라엘은 곧바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
“하여튼, 요즘 것들은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차별부터 배워가지고. 응? 귀족이 된 게 지가 잘나서 된 것도 아니면서 말이야.”
“···그렇긴 하지.”
카일은 현시대를 부정하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꺼내는 라엘을 보며 침을 삼켰다.
“그나저나 본선 참가자들도 별거 없네.”
“라엘. 그런데 저래도 괜찮은 건가?”
“뭐가?”
“라엘. 소만 백작가의 레카는 바네사 왕국에서도 꽤 높은 귀족이다. 그런 놈을 팼다가는···.”
카일은 걱정스러운 눈초리로 말했다.
그는 라엘을 존중하지만, 평민과 귀족의 차이는 확실히 높았다.
“난 그런 놈들 패려고 용봉지회 참여한 건데? 그리고 쟤가 먼저 나 때린 거 못 봤냐?”
“···.”
카일은 아직도 바닥에 쓰러져있는 레카를 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그는 명치에 꽂힌 주먹 한 방에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라엘의 말대로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다.
다른 평민 기사와 다르게 그는 가이아 교단의 명예 기사라고 했으니, 단순 폭행이 아니라 정당방위라면 용서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만 백작가도 겨우 이런 일 때문에 교단과 척을 지진 않을 거다.
“저 새끼들은 용봉지회에서 나 만나면 뒤지는 거야. 돼지야. 너도 사나이로 태어났으면 저런 병신같은 놈들은 교육을 좀 해줘야 해.”
“안 그래도 내가 일어나서 말릴 참에 네가 들어온 거다. 그리고 난 돼지가 아니라 카일이다.”
“한 문장에 구라가 두 개나 있네.”
“정말이다!”
카일은 억울한 듯 외쳤지만, 라엘은 신경 쓰지 않고 구석을 바라봤다.
“그보다, 저기 구석에 있는 놈들은 뭐냐?”
“··· 나풀나풀한 옷을 입고 있는 게 사막왕국 나고르의 사막 전사들. 그리고 무복을 입고 있는 게 정천맹의 후지기수들이다.”
“아하, 쟤들이구나?”
나고르의 전사들은 사막 출신답게 태닝이라도 한 것처럼 피부가 어두웠다. 그에 반해 정천맹 놈들은 라엘이 생각하는 무협지의 제자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아무리 봐도 중세 판타지에 어울리는 놈들은 아니었다.
“카일.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야. 정천맹은 왜 정천맹인 거냐?”
“정도를 걷기 위해서지.”
“그러니까, 정도라는 게 뭔데?”
“나도 모른다.”
“···하긴, 네가 알 리가 없지.”
머리에 싸움밖에 안 들어있는 놈이 뭘 알겠어.
라엘은 고개를 돌려 나고르의 전사들을 바라봤다.
“사막왕국 나고르에 대해선 뭐 아는 거 없냐?”
“나고르? 놈들은 전사로서 꽤 뛰어나긴 하지만, 불길한 놈들이지. 대륙의 중심이 아닌 사막에 몰려있는 자신들의 처지를 항상 비관하고 있다. 아마 제국과 바네사 왕국에 대한 적대감이 높을 거야.”
“그건 들어본 적 있는 것 같네.”
원작에서도 저놈들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이라고 나온다.
‘정천맹은 정체 모를 이상한 놈들이고··· 사막 왕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테러범들. 그리고 바네사 왕국은 마족에 붙는 인류의 배신자 새끼들.’
라엘은 다른 나라들을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대륙에 대한 평가는 금방 내려졌다.
‘이거 그냥 병신들 천지네.’
천년 제국 카멘도 퇴물이나 마찬가지고, 다른 나라들도 전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류를 구한 걸까.
루카스.
그놈이 오늘따라 대단해 보인다.
“라엘 경. 여기 계셨군요.”
“라엘 형님! 응? 이쪽은 누구십니까?”
때마침 루카스와 칼슨도 대기실로 들어왔다.
“오, 오오. 제국의 삼걸!”
느껴지는 강한 기세에 카일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나와 결투해다오!”
“···형님. 이 사람 뭡니까?”
“미친놈이야. 신경 쓰지 마.”
라엘은 어느새 카일을 무시할 수 있게 되었다.
*
라엘은 카일에게 루카스와 칼슨을 던져준 뒤 간이 파티장에서 빠져나왔다.
셋이 대련하면 실력이라도 늘겠지.
‘벨렌 그놈 얼굴이라도 보려고 했는데··· 정작 그놈은 참여하질 않았네.’
라엘의 목표는 벨렌이었지만, 그는 친교를 나눌 생각 따위 없었던 모양이다.
‘벨렌 같은 진짜들은 친교 자리에 참여하지 않은 건가.’
라엘은 그런 생각을 하며 5구역의 거지굴로 들어왔다.
이제 배거스의 몸집이 커지며 제국 곳곳에 지부가 생겨났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듣기 위해선 거지굴로 오는 게 제일 빨랐다.
“아저씨. 뭐 알아낸 거 있어요?”
라엘은 배거스에게 이번 용봉지회 뒤에 있는 무언가를 알아내달라는 요청했다.
아주 사소한 거라도 좋았다. 원작을 아는 라엘이라면 무언가 떠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걱정하지 마라. 라엘. 엄청난 정보를 알아냈지. 이건 안 하면 병신일 정도로 대단한 정보야.”
“그래요? 그게 뭔데요?”
“도박이다.”
“···.”
역시 갱년기 우울증인가?
또 헛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라엘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자, 제니스 아저씨. 제 말을 들어보세요. 아저씨가 되게 좋은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어요. 이거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은 지금까지 안 했지? 다 병신들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자, 이때 누가 병신인 줄 알아요?”
“누구지?”
“아저씨가 병신인 거예요.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란 걸 한단 말입니다. 과연 사람들이 도박 생각을 안 해봤겠어요? 사람들이 안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아저씨가 정신 못 차리고 헛소리만 하니까 그렇죠. 정보 알아내라니까 도박은 무슨 도박이에요.”
사람은 정정당당하게 돈을 벌어야 하는 법이다.
언제나 그런 생각을 마음에 품고 있는 라엘이기에, 그는 도박을 아주 싫어했다!
“도박··· 그래. 하긴, 네가 아는 친구 중에서도 주사위 도박에 빠진 놈이 있다고 했었지. 지금 그 친구는 뭐 하고 지내나? 그놈처럼 살진 말아야 할 텐데.”
“···그 친구요?”
라엘은 주사위 도박을 하다가 경지를 뛰어넘고 은십자 기사단의 희망이 된 친구를 떠올렸다.
그 뺀질뺀질한 얼굴을 떠올리니 다시 분노가 치솟았다.
“이런 시발··· 병신같은 세상! 아아악!”
“왜, 왜 갑자기 화를 내는 거냐. 그리고 라엘 ··· 적어도 무슨 도박인 지는 들어보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냐?”
“하아, 그래. 얘기해 봐요. 뭔데요.”
라엘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별거 아니기만 해봐. 오늘 이 거지굴을 부숴버리겠···.
“용봉지회 본선의 승자를 맞추는 도박이다.”
“···.”
제니스의 말에 라엘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거 합법이에요?”
“당연히 합법이지. 제국에서 주도하는 건데.”
라엘은 조금 전에 봤던 허접한 놈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용봉지회 본선에 진출한 놈들이었다.
‘진짜 괜찮은 놈들은 벨렌처럼 안 나왔다고 생각해도··· 대부분이 병신들이던데?’
그 병신들하고 도박이라고?
제국에서 돈을 삽으로 퍼주고 있다.
“······ 혹시 내가 나한테 걸 수도 있어요?”
“불가능하진 않겠지. 응? 그런데 도박하지 말라는 거 아니었나?”
“내가 언제 그랬어요. 그런 좋은 도박이라고 진작 말했어야지. 미친 아저씨야.”
“···.”
이것도 자신의 잘못인가?
제니스는 시무룩하며 책상에 앉았다.
“라엘.”
그때, 도박에 걸기 위해 현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고민하던 라엘에게 클라라가 다가왔다.
“어, 무슨 일이야?”
“이건 내가 개인적으로 신경 쓰여서 조사한 일인데···.”
투신 클라라.
그는 라엘의 요청을 누구보다 잘 따랐다.
용봉지회가 평화롭게 흘러갈 리 없다는 그의 말에 어떤 정보든 전부 수집했다.
“사막왕국 나고르의 움직임이 이상해.”
“사막왕국 나고르?”
그곳은 정천맹과 손을 잡은 루카스가 맡은 곳이다.
“흑마법사들과 손을 잡은 것 같아.”
“흑마법사···? 그 새끼들 아직도 남아있었어?”
흑마법사의 반란 이후.
제국에는 흑마법사의 씨가 마른 줄 알았는데.
“으응. 아마 이것들을 찾고 있는 것 같아.”
“썩어 문드러진 시체··· 그리고 순수한 영혼?”
라엘은 클라라가 준 정보를 살피며 왠지 불안함을 느꼈다.
얼핏 봐도 범상치 않은 매개체들이다.
‘분명··· 무언가 일이 터질 것 같단 말이지.’
그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며칠 뒤 용봉지회의 본선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