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astard Swordsman of the Imperial Guard RAW novel - Chapter (92)
제국 경비대의 망나니 소드마스터-92화(92/105)
< 본선 >
원형 경기장 안에 붉은 머리의 검사가 검을 들었다.
라엘은 그를 보며 소리를 질러댔다.
“루카스! 지면 너 죽고 나 죽는 거다!”
“···라엘 형님. 목소리 좀 줄이십시오. 주변에서 저희를 쳐다보고 있습니다.”
칼슨은 주변의 시선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라엘은 꿋꿋이 루카스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야이 새끼야. 내가 건 돈이 얼마인데. 칼슨. 너도 똑같아. 너한테 올인할 거거든? 내일 지면 나한테 뒤지는 거야.”
“아니, 왜 저한테···.”
칼슨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형님은 다 좋은데 가끔 이상할 때가 있었다.
‘사람이 위치가 바뀌면 행동도 바뀌어야 하는 법인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라엘 형님은 그 말을 전혀 실천하지 않고 있었다.
제국에서 인정받는 기사가 되었는데도 길바닥에서 하던 행동을 그대로 하고 있었으니까.
“저, 저 사람이 무진 소협을 한 번에 쓰러뜨렸다는 그···.”
“쉿, 제국의 삼걸이야. 조심하라고!”
라엘 주변의 사람들이 쑥덕거렸다.
어제 경기의 여파였다.
‘무진 그놈이 나름 유명했나 보네.’
라엘은 어제부터 달라진 시선을 느꼈다.
이쪽을 보는 사람들 시선이 꽤나 긍정적으로 변했다.
제국 밖에서 온 관광객들도 자신의 힘을 알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은 진짜 맞아야 말을 듣는구나.’
레이나의 말이 맞았다.
맞아야하는 건 짐승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힘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태도가 이렇게 달라진다.
“칼슨. 너도 내일부터 존나 패면서 올라가라. 알겠지?”
“마침 제 상대가 귀족이긴 합니다. 흐흐.”
“그래그래.”
라엘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대진표에서 칼슨과 루카스, 그리고 라엘은 완전히 반대편이었다.
칼슨과 루카스는 4강에서 만나고, 라엘은 그 둘 중 하나와 결승에서만 만날 수 있었다.
‘이것만큼 좋은 대전이 없지.’
3명이 나란히 귀족들을 패면서 결승에서 만나는 참 좋은 그림이다.
“가이아-멘! 주신 가이아 님께서도 이번 용봉지회의 승자를 축복하실 겁니다!”
“가이아-멘!”
그때, 라엘의 옆으로 교단의 신도들이 줄을 지어 지나갔다.
며칠 전부터 보이는 교단의 행렬이었다.
“야. 칼슨. 교단에서 갑자기 왜 저러는 거냐?”
“그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분명 저런 행사는 없었는데 말입니다. 아마 황실에서 요청한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로 8강이 시작하기 전에는 추기경님의 축사도 있다고 하던데요.”
“축사? 용봉지회가 교단 행사도 아닌데 그딴 걸 왜 해?”
칼싸움에 교단의 축사가 왜 필요한 거야.
라엘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용사 선출을 위해서다.”
터억-
그때, 거구의 남자가 라엘과 칼슨의 옆에 주저앉았다.
“아. 카일!”
“좋은 아침이다. 칼슨.”
“좁잖아, 돼지 새끼야! 여긴 왜 왔어? 여긴 평민석이야.”
라엘은 갑자기 나타나서 옆자리에 꾸역꾸역 앉는 카일을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놈은 왜 항상 뜬금없이 나타나는 거지?
“내 친구들을 위해서라면 평민석이든 노예석이든 상관없다.”
“누구 맘대로 네 친구야. 그보다, 뭐? 용사 선출?”
라엘은 뜬금없는 용사라는 단어에 귀를 기울였다.
“용봉지회에서 우승한 자가 용사가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이번 용봉지회에 전 대륙의 기재들이 참여한 이유도 그것 때문이지.”
“아···.”
기억났다.
애초에 용봉지회를 이렇게 화려하게 개최한 것 자체가 용사 때문이었다.
아마 추기경님의 축사나 신도들의 행렬도 그 일환일 것이다.
제국에선 용봉지회와 교단이 관계있다는 걸 널리 알리고 싶은 모양이다.
“저렇게까지 한다는 건 제국에서 우승자가 나오는 걸 확신하는 것 같은데··· 제국에서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는 게 누구냐?”
“몰라서 묻나? 당연히 벨렌 경이지.”
카일은 귀족석에 앉아있는 벨렌을 가리켰다.
그 손짓에 주변의 사람들도 벨렌을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봐, 저기 벨렌 경도 보이는군!”
“카멘 기사단의 젊은 영웅 말인가? 크으, 저게 알헤임의 귀족을 죽인 검인가? 보기만 해도 멋있구만.”
“젊은 나이에 1번대 대장을 맡은 분이니··· 분명 용봉지회에서 실력을 보여주시겠지.”
라엘은 옆에서 떠드는 사람들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전에 한 번 봤던 기사가 앉아있었다.
‘벨렌인가···.’
라엘은 그의 옆모습을 보며 눈을 찌푸렸다.
그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카멘 기사단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 커리어를 훔쳐간 미친 새끼.’
벨렌은 자기가 바솔로드를 죽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생긴 건 FM에 미친 것처럼 생겨가지고 그런 짓을 하다니.
라엘은 카멘 기사단에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혹시 모르니까 계속 살펴야겠네.’
카멘 기사단은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점이 많았다.
라엘은 조용히 그를 바라보았다.
“형님. 드디어 조용해지셨군요. 경기는 조용히 관람하는 게 좋죠! 좋은 선택이십니다.”
“닥쳐. 칼슨.”
라엘은 칼슨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찌르며 경기를 바라봤다.
다행히 루카스는 상대를 압도했고, 그의 돈은 오늘도 불어나고 있었다.
*
용봉지회의 본선은 128강이나 되었기에, 시간이 꽤 많았다.
며칠 간 본선 경기가 진행되고, 또 며칠 간 휴식이 주어진다.
“라엘 오빠-. 라엘 오빠-.”
“가만히 있어. 니아.”
라엘은 남은 시간동안 보육원에서 휴식을 취하곤 했다.
그가 하고 있는 건 아이들을 하늘 높이 들었다 내려주는, ‘비행기 태워주기 놀이’였다.
“라엘 경은 참 아이들을 좋아하시는군요.”
“그치? 형님의 미스테리 중 하나야.”
경기를 끝낸 루카스와 칼슨은 라엘을 따라 보육원으로 왔다.
그리고, 라엘을 보며 대화를 시작했다.
“라엘 경의 성격은 음··· 불같으신데. 아이들과 있을 때는 다른 것 같습니다.”
“성격이 더럽다는 걸 좋게 말할 필요 없어. 루카스. 형님이 본성이 나쁜 사람은 아닌데, 길바닥에서 자라서 그래.”
무슨 일이 터지면 웬만하면 주먹으로 해결하려 하는 라엘이다.
그런 사람이 아이들을 좋아한다니, 어떻게 보면 좀 이상한 일이기도 했다.
“그래도 라엘 경은 여기 있을 때 마음이 편해 보이더군요.”
“그런가 봐. 나도 여기서 자라긴 했지만 형님처럼 막 애틋하고 그렇지는 않거든? 그치만 형님께는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
칼슨도 보육원은 좋아하지만, 라엘만큼은 아니었다.
그는 거의 매일 보육원에 들러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시간을 보냈다.
“칼슨 경도 라엘 경이 보육원을 좋아하는 이유를 모르시는 겁니까?”
“라엘 형님하고는 10살 때 헤어져서 14년 만에 다시 만났으니까. 아마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슬쩍 물어보려고 해도 항상 말을 피해서 물어볼 틈이 없었다.
아마 라엘 형님의 흑역사가 아닐까.
나중에 술에 진탕 취하면 다시 한 번 물어볼 생각이었다.
딱- 딱딱- 따악-
그때, 보육원 근처로 거지 한 명이 다가왔다.
그는 바가지로 바닥을 두드린 뒤 골목 한쪽으로 몸을 숨겼다.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거지를 슬쩍 바라본 라엘은, 칼슨과 루카스에게 손짓했다.
“얘들아. 나 화장실 좀 갔다올 테니까 애들하고 잠시 놀아주고 있어.”
“그냥 빨리 화장실에 갔다오면 되는 거 아닙니까?”
“말대답하지 말고 인마.”
“아하··· 형님. 요즘 식습관이 안좋았던 것 같은데, 변비라도 생긴···. 아악.”
“다녀오십시오. 라엘 경.”
괜히 까불다가 한 대 맞는 칼슨을 보며 루카스는 곧바로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라엘은 조심스럽게 보육원에서 빠져나와 골목 뒷편으로 걸어갔다.
“무슨 일이야?”
배거스의 호출 신호를 받고 나온 라엘은 거지를 바라보았다.
“어젯밤부터 제국의 하위 구역에서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종?”
라엘은 뜬금없는 말에 눈가를 좁혔다.
“예. 잠시 눈을 뗀 사이 자식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다른 보육원에서도 아이들 몇 명이 사라졌습니다.”
“조사는 해봤어?”
“투신 님이 개인적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만··· 놈들에게 강한 저주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아마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첫 실종이 보고된 건 언제인데?”
“이틀 전 밤입니다.”
“이틀이라···. 쯧. 귀찮게 하네.”
라엘은 팔짱을 끼며 혀를 찼다.
아직 보육원에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애초에 4구역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게 마음에 안 들었다.
이런 일이 없도록 4구역에 있는 쓰레기들을 자신의 손으로 청소했기 때문이다.
‘흑마법사와··· 사막왕국 나고르인가?’
라엘은 고개를 저었다.
썩어문드러진 시체와 순수한 영혼이라길래 뭔가 했는데··· 아무래도 어린아이였던 모양이다.
“오늘 밤. 클라라한테 나한테 합류하라고 해.”
기껏 4구역을 청소해놨더니, 다른 쓰레기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다시 한 번 청소가 필요해졌다.
*
사막 왕국 나고르의 전사.
라시드는 어두운 밤에 몸을 숨겼다.
‘나마하 단장님의 뜻을 처음에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알 수 있다.’
나마하가 흑마법사들을 데려왔을 때.
사막 전사들은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그들의 힘을 알게 된 지금.
라시드는 그 누구보다 흑마법사들을 믿고 있었다.
‘나디아 공주님, 죄송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만약 이번 일이 문제가 된다 해도 단장님과 사막 전사에게는 피해가 없을 것이다.
가장 계급이 높은 나디아 공주가 전부 책임질 테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공주님. 사막 전사들의 분노는 당신께서 이해할 수 없을테니까요.’
나마하 단장은 나디아 공주에게도 이번 일에 대해 말했지만, 그녀는 완고히 거절했다고 한다.
아직 나이가 어린 나디아 공주는 어째서 사막이 대륙을 싫어하는지 알지 못한다.
아니, 어쩌면 황족인 그녀는 풍족한 삶을 살았으니 평생 모를 지도 모른다.
“찢어 죽일 대륙 놈들에게 모래의 분노를···.”
하지만, 뜨거운 사막에서 자란 라시드는 알고 있다.
비옥한 땅을 차지한 제국. 바네사 왕국. 그리고 정천맹.
그놈들에게 사막의 분노를 보여줘야 한다.
‘흑마법사들과 함께라면··· 제국 놈들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 거다.’
제국에 반란을 일으켰던 흑마법사들은 더욱 강한 저주를 들고 다시 돌아왔다.
그들에게 협력하기 위해, 라시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쪽이었나.’
처음엔 힘없는 아이들을 노리는 데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나마하 단장의 말을 들은 뒤로 그런 감정은 전부 사라졌다.
[사막의 더위에 죽어나간 아이들을 생각해라! 제국의 아이들또한 제국과 다르지 않다. 비옥한 땅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적이다!]그의 말이 맞았다.
사막의 어린이들은 사막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죽어갔다.
그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이런 일에 사소한 정을 들일 순 없다.
저벅. 저벅.
라시드는 조심스럽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막 왕국의 전사들은 흑마법사들의 주술을 위한 제물을 모으고 있었다.
제국, 그리고 용봉지회를 뒤집어 엎을 거대한 주술이다.
‘그나저나 4구역은 이상하게 조용하군.’
3구역이나 5구역은 밤거리에 시끄러운 놈들이 많았다.
제물을 구할 때면 각 구역을 차지한 뒷세계의 조직들과 마찰이 생기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쓸데없는 시간낭비가 생겼었는데, 4구역은 그런 일이 하나도 없었다.
‘괴물이라도 돌아다니는 건가. 큭.’
밤에는 집 밖을 돌아다니지 말라는 어릴 적 동화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라시드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골목 바깥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4구역에서 까부는 새끼들을 힘들게 정리해 놨더니··· 어디서 흙냄새 나는 새끼들이 기어왔네.”
“누, 누구···!”
‘누구냐!’ 라는 말을 내뱉으려던 라시드의 몸이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그의 뒤에서 가면을 쓴 한 여성이 걸어 나왔다.
“라엘. 이걸로 5번째. 전부 사막 왕국의 전사야.”
“나도 알아. 사막 놈들한테서 이런 모래 냄새가 나더라고.”
라엘은 투신의 저주를 맞고 쓰러진 놈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용봉지회 기간동안 사막 왕국 전사들과 마주치며 그들의 냄새는 확실히 기억했다.
“자, 뭔 속셈인지 조사해 볼까?”
보육원 주변을 돌아다니는 쓰레기 청소를 끝낸 라엘은, 놈을 어깨에 짊어지고 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