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화(1/187)
‘이렇게 될 줄 알았어.’
그것은 내 작은 세상, 내 가문 라니에로가 몰락하는 걸 보던 순간 내 머릿속을 점령한 한 가지 생각이었다.
내가 살던 라니에로 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굳이 바깥을 내다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곳에 살아있는 무언가는 더 남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침략자들에 의해 성문이 부서지고 성벽이 허물어졌다.
이제는 더 이상 안전한 곳이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살해당했다.
형제들 역시 마찬가지.
성 안의 사용인들이라고 해서 다를 바 없을 터였다.
그 사람들 역시 라니에로 가의 사람들이니까.
그 아수라장이 내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동안 나는 내 방 안에서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상황을 살펴보러 밖으로 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두려운 마음에 그럴 수도 없었다.
밖으로 나가면 사지가 갈가리 찢겨 죽을 것만 같았다.
‘무서워!’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안전한 곳에 숨는 것뿐이었다.
가끔 오가는 사용인들 말고는 기억하는 이 하나 없는, 가문의 수치라고 불리는 내 작은 방.
그곳의 침대 밑에 몸을 숨긴 것이다.
먼지가 입으로 들어와 목 안쪽이 까끌까끌했지만, 그런 것 따위 불평할 겨를도 없었다.
두렵다는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리고,
‘이렇게 될 줄 알았어.’
이 생각 또한.
얼마 전 늑대 일족의 유일한 후계자, 아르센 예크하르트가 죽었다.
태어날 때부터 병약하여 일족의 걱정을 한 몸에 받았던 후계자는 결국 병상에서 짧은 삶을 마감했다.
문제는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죽음이 지병으로 인한 병사가 아닌, 타인의 계략에 의한 모살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그것도 전체 새 일족의 수장인 독수리 가문의 가주,
내 아버지에 의해서!
내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예크하르트 가에서 구혼장이 도착했다.
보낸 이는 늑대 일족의 수장, 켄드릭 예크하르트.
내용은 간단했다.
치유 이능이 가장 강한 새 일족의 딸을 며느리로 맞고 싶다는 것.
‘의도는 투명하지.’
치유 이능을 가진 새 일족의 딸을 며느리로 맞아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병을 치료하려는 목적을 가진 구혼장이었다.
거기에 적절한 대가도 제시되었다.
그러니 새 일족에게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아버지는 우리 가문의 직계 일족 중 하나를 며느리로 보내 주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아버지가 보낸 아이가, 우리 새 일족의 유일한 돌연변이였다는 점이다.
‘네가 할 일은 잘 알고 있겠지?’
나는 아버지가 내 이복여동생, 슈빌을 예크하르트 가에 보내던 날을 기억했다.
라니에로의 아이들은 전부 치유 이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슈빌은 돌연변이였다.
슈빌의 이능은 상대방의 생명력을 빼앗을 수 있는 것.
그래서 아버지는 슈빌을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신부로 보냈다.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생명력을 전부 흡수하여 늑대 일족의 후계자를 없애기 위해서.
정말이지 미친 짓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는 고작 열두 살밖에 되지 않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수장 가문의 후계자를 죽인다는 것은, 그 일족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것과 다름없는 짓이었으니까.
아무리 오래전부터 새 일족과 늑대 일족의 사이가 나빴다고는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이 일이 잘되기만 한다면 늑대 놈들의 그 드높은 콧대를 꺾을 수 있을 거다!’
아버지는 그렇게 말하며 기고만장하게 웃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나는 슈빌을 보내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도 설마 후계자를 잃은 늑대 일족 전체가 수인으로서의 이지를 잃게 될 줄은 몰랐다.
이지를 잃은 늑대들은 강력한 단 한 가지 욕구만을 실현하기 위해 움직였다. 이성을 잃지 않았더라도 원했을 복수를,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예상보다 잔혹하게 이루러 온 것이다.
‘결과를 좀 봐.’
아버지는 사지가 뜯긴 뒤, 허물어진 성벽에 목이 걸렸다.
괜히 콧대 한번 꺾으려다 본인 목이 꺾여 버린 것이다.
거기서 끝이었다면 좋았겠지만 분노한 늑대들은 멈출 줄을 몰랐다.
성문이 무너지고 평화롭던 라니에로의 모든 땅이 폐허가 되어 갔다.
육백 년 동안 새 일족의 수장 자리를 굳건히 지켜 왔던 명문가 라니에로는 그렇게 멸문당했다.
남은 직계는 이제 나 하나뿐.
늑대 일족은 내 인기척을 알아차리고 아까부터 주변을 서성이고 있었다.
‘방계 아이들까지 전부 죽었을까?’
외성에서 검은 연기가 끝없이 솟구치고 있었으므로, 방계 역시 화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나 역시 들키면 같은 꼴이 되겠지.
사실, 아직 들키지 않고 살아있는 것이 용할 지경이기는 했다.
내가 여태 들키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내 방이 몹시도 외진 곳에 있었던 덕분이었으니까.
‘가문의 수치라고 취급당하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는데.’
내가 가문의 수치가 되어 외진 곳에 갇히기 전이었더라면, 그래서 좋은 방을 쓰던 때였더라면 분명 진즉 잡혀서 늑대의 먹이가 되었겠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나는 침대 밑에서 숨을 죽였다. 문밖에서 희미하게 인기척이 느껴졌다. 숨을 삼키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숨겼다.
살 수 있을까?
당장 문밖에는 내 부모님과 형제들을 물어 죽인 늑대 일족들이 어슬렁거렸다.
라니에로의 영토는 곳곳이 불타고 있는 상황이었다.
살아남을 수 있을까?
나는 살고 싶었다.
가문의 수치라고,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며 갇혀 살 때도 언제나 드넓은 하늘을 꿈꾸었다.
정말 죽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 잘 숨어 있으면 몰래 빠져나갈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여기는 정말로 찾기 쉽지 않은 곳에 있으니까.
오래 근무한 하녀들도 길을 잃기 마련인 곳이니까…….
내가 저택에서 도망칠 계획을 세우고 있던 그때였다.
“콜록!”
목이 따갑고 숨 쉬는 것이 버거웠다.
그제야 나는 눈앞이 온통 부옇게 번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디선가 새어 들어온 매캐한 연기가 삽시간에 커다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숨어 있는 침대 밑 역시 마찬가지였다.
“캑, 콜록!”
검은 연기 때문에 눈이 매워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생존자를 찾지 못하니 도망칠 수 없도록 아예 저택에 불을 지른 모양이었다.
창문 너머로 넘실거리는 불길이 언뜻 보였다.
바닥이 뜨겁고 공기가 무거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인간화가 풀려 날개가 튀어나왔다.
나는 날개를 재빨리 접어 넣었다.
그리고 몸을 더욱더 동그랗게 말았다.
도망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아직까지 저택 안을 어슬렁거리는 늑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금 나가면 죽을 거야.’
들키면 아버지처럼 온몸이 갈가리 찢길 게 분명해.
새 일족이 자랑하는 치유 이능조차 이 순간에는 의미가 없었다.
우리는 스스로를 치유하지 못한다.
일족들이 반항 한번 해보지 못하고 죽어 나간 것은 그 탓이었다.
나도 그렇게 죽게 되는 걸까?
나는 한 가닥 남은 정신줄을 겨우 붙잡고 버텼다.
연기가 폐부까지 가득 차는 느낌이 불쾌했다.
연기를 들이마신 탓일까, 제대로 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켁, 케엑.
숨을 쉴 때마다 목구멍에 검은 연기가 달라붙었다.
그러나 결코 침대 밑에서 나갈 수는 없었다.
온몸이 찢기는 것보다는 차라리 불길 속이 나았으므로.
연기 때문에 목이 아팠고, 갑작스럽게 달아오른 바닥 때문에 땀이 줄줄 흘렀다.
넘실거리는 열기가 온몸을 집어삼켰다.
설상가상 불에 그을린 바닥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가면, 나가면 안 돼.’
나가면 반드시 죽을 테니까.
죽고 싶지 않았다.
억울해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툭 튀어나온 날개에 불이라도 붙은 양 등이 뜨거웠다.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
끊임없이 외쳤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불길에 저택이 녹아내리듯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불길 속에 갇힌 채, 매캐한 연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느리게 눈을 감았다.
내 나이는 고작 열두 살.
일주일 전에 죽었다던 늑대 일족의 후계자와 같은 나이였다.
* * *
“아가씨, 일어나세요!”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흔들어 깨웠다.
나는 곧장 일어나지 않고 몸을 뒤척였다.
정신이 몽롱하여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던 탓이다.
“린시 아가씨!”
새된 목소리가 나를 재촉했다.
결국 나는 감았던 눈을 살짝 떴다.
그리고 나를 흔들어 깨우고 있는 사람의 얼굴을 확인했다.
……아델?
그녀의 익숙한 얼굴을 보자마자 찬물이라도 맞은 양 정신이 퍼뜩 들었다.
아델이 내 눈앞에 있을 리가 없는데.
그녀는 2년쯤 전에 죽었으니까.
아델은 내가 열 살이 되던 해, 라니에로 가의 비밀을 발설했다는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임당한 비운의 하녀였다.
또, 죽임당하기 전까지는 내 전담 하녀이기도 했다.
아델이 죽은 뒤로 라니에로 가에서는 나를 돌봐주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 이유는 바로 내 머리카락 때문이었다.
모든 수인들에게 저주의 상징인, 피처럼 붉은 털과 깃털.
‘……이딴 게 내 자식이라니.’
내 머리카락을 처음 본 아버지가, 한참 뜸을 들인 뒤 내뱉은 첫 마디였다.
그 한마디에 나는 가문의 수치이자, 저주받은 아이가 되었다.
새 일족은 첫 털갈이를 기점으로 머리카락 색이 변한다.
내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와 다른 형제들은 전부 갈색 털을 가진 훌륭한 독수리였다.
그러니 나 역시도 갈색 머리카락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훌륭한 독수리가 될 거라고.
‘그런데 나는 아니었지.’
나는 열 살이 되던 해, 첫 털갈이를 마치고 붉은색 머리카락을 갖게 되었다.
나를 꽤 아꼈던 내 아버지는 내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변모한 것을 본 순간 매몰차게 나를 버렸다.
아델이 죽은 이유도 실은 나 때문이었다.
내가 저주받은 아이였기 때문에.
아버지는 나와 가까이 지내던 모든 이들을 처리했다.
저주받은 개체와 가까이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덕분에 나는 가문 내에서 손꼽히는 이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에만 갇힌 채 살아야 했다.
내게 관심을 가져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내가 죽는 날까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