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0화(10/187)
아기새의 수인화가 풀렸다는 소식이 저택에 빠르게 퍼졌다.
“드디어 수인화가 풀렸다고?”
“네, 저택의 사용인들 때문에 놀라서 날아가시다가 도련님과 부딪히셨는데, 그 충격으로 수인화가 풀리신 모양입니다.”
에단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곧게 뻗은 다리를 꼰 채로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럼 바로 데려와라. 안 그래도 언제 풀리나 궁금했는데.”
켄드릭이 명령했다.
에단은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방을 빠져나갔다. 켄드릭은 에단이 나간 집무실에 혼자 남아, 아기새가 건네준 쪽지를 다시 펼쳐보았다.
[제 이름은 린시 라니에로예요. 저를 예크하르트에 데려가 주세요.]어린아이가 쓴 탓에 삐뚤빼뚤한 글씨가 제법 귀여워서, 켄드릭은 몇 번이나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그동안 아기새가 도대체 왜 저를 데려가 달라고 했는지 궁금했는데.
이제 드디어 답을 들을 차례다.
그는 기대감에 고개를 젖혔다.
‘몇 살일까.’
수인화가 조절되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열 살은 아니었다.
게다가 많이 작기도 했고.
그만한 애가 도대체 왜 자신을 늑대 저택에 데려가 달라고 한 걸까.
그만한 이유가 있을 텐데.
심심해서 따라온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아기새는 제법 필사적인 것처럼 보였으니까.
물론 그게 켄드릭의 착각이었다면, 켄드릭은 아기새를 다시 돌려보낼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라니에로에 정략결혼을 제안하고 온 지금, 이 아이가 자신을 따라가고 싶다고 한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
그를 위한 신의 안배라고 생각하는 편이 옳지 않나.
“흐음.”
널따란 저택 안을 총총 뛰어다니던 아기새가 눈에 어른거렸다.
켄드릭이 느리게 눈을 감았다.
조그만 날개, 앙증맞은 꼬리, 그보다 더 앙증맞은 부리와 똘망똘망한 눈망울이 차례로 떠올랐다.
이내 눈을 뜬 켄드릭이, 입가에 호선을 그리며 생각했다.
‘며느릿감으로 딱이군.’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없다. 게다가.
‘꽤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었지.’
첫 털갈이를 하기 전인데도 이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건, 아이가 강한 이능을 타고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게다가 허투루 새어 나오는 이능도 거의 없었다.
얼핏 봤지만 아마 라니에로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이능을 가진 직계 일족일 것이다.
늑대 일족에게는 너무나도 좋은 기회였다.
물론 평소의 그였다면, 말도 못 하는 아기새가 자신을 따라오고 싶다고 했다고 냅다 주워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좀 달랐다.
하나뿐인 아들, 회색늑대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인 아르센의 병세가 나날이 악화되고 있었다.
세간에는 병명을 모른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켄드릭과 그의 측근 몇 명은 아르센의 병명을 알고 있었다.
아르센의 병은 병이 아니었다.
‘그건 저주다.’
늑대 일족, 예크하르트의 땅 북쪽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출입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있었다.
일명 ‘저주받은 땅, 다말.’
그곳은 고대의 저주가 걸려 있어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었다. 잘못 발을 들여놓았다가는 저주로 생명을 잃는 무시무시한 곳이다.
그래서 늑대 일족은 다말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통제했다.
문제는 무슨 이유에선지, 다말의 저주가 아르센에게 고스란히 나타났다는 것이다.
다말 땅의 저주가.
아르센의 몸 곳곳에 고대의 문양과도 같은 검은 반점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발작을 일으키는 일도 잦았고, 열이 오르거나 호흡을 하지 못하는 증상도 있었다.
다말에 발을 들이지 않아도 저주가 나타난 것은 아르센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전례가 없어 대처할 방법조차 찾지 못했다.
의사들은 치료를 포기했다.
‘상태가 안 좋습니다. 치료는 불가능하니 차라리 어디 좋은 곳에 요양을 보내시는 것도…….’
예크하르트 가의 주치의가 먼젓번 치료 때 한 말을 떠올린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머리를 짚었다.
‘요양이라니.’
보낼 수만 있다면 보내고 싶었다.
그러나 아르센은 회색늑대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다.
아르센을 잃으면 가문의 대가 끊기고 마는 것이다.
아르센은 늑대 일족의 이능을 가장 강하게 물려받은 유일한 ‘직계’ 후계자였으니까.
게다가 하나뿐인 후계자가 병약하다는 것을 모르는 이가 없으니, 늑대 가문과 척진 종족이라면 분명 아르센을 해치려고 하리라.
그러니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아르센을 품에서 떼어놓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르센이 죽을 때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늑대의 수장이기 이전에,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아버지였으니까.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방법은 적대 가문인 라니에로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예크하르트의 이능이 그 어떤 종족보다 강한 힘이라면, 라니에로의 이능은 그 반대였다.
라니에로의 이능은 치유.
라니에로의 가주와 직계 혈통들, 그 가운데에서도 뛰어난 이능을 가진 아이들은 치료하지 못하는 병이 없다고 들었다.
게다가 ‘다말’의 저주는, 고대에 사라진 어느 일족의 이능으로부터 기인한다고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다말의 저주와 새 일족의 치유 이능이 모두 고대의 이능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새 일족의 이능이라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그는 라니에로의 가주에게 아르센과 라니에로의 여아와의 정략결혼을 제안했다.
대가는 새 영토와 늑대 영토가 맞닿아 있는 곳에 흐르는 햄턴 강.
라니에로로서는 거절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조건이었고, 예크하르트로서는 과한 처사였다.
때문에 원로들의 반발이 심했다.
“햄턴 강이라니요! 라니에로에게 그곳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늑대 영토의 상당 부분에 흘러들어오는 강이 아닙니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햄턴 강은 아닙니다. 가주님, 차라리 광산을 넘기시는 것이…….”
그러나 켄드릭으로서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라니에로가 제 딸들을 그냥 내어 줄 리는 만무하니까.’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은 적대 관계였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라니에로는 직계들을 다른 일족과 결혼시키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러니 켄드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라니에로가 가장 원하는 것을 계약 결혼을 제안하는 대가로 내놓았던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저 아기새의 등장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아기새가 이대로 예크하르트에 남는다면, 자의로 그를 따라온 것이니 라니에로에게 햄턴 강을 넘겨주지 않아도 된다.
생각을 마친 켄드릭은 괜히 제 머리카락을 한번 쓸어 올렸다.
그리고 린시를 데리러 간 에단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 * *
“제 이름은 린시 라니에로예요.”
아이가 또박또박 말했다.
아이는 기가 죽은 듯 보였으나,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눈을 피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이 그의 흥미를 자극했다.
‘꽤나 말랐군.’
켄드릭이 느리게 린시를 훑어보았다.
입고 있는 옷은 상당히 좋아 보였으나, 비쩍 마른 아이의 손목은 금방이라도 부러질 듯 가늘었다.
아이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회색늑대 가문의 가주였으므로.
새 일족의 성인들도 켄드릭 예크하르트를 독대하라고 한다면 잔뜩 겁을 먹을 것이다.
하물며 아이들은 오죽할까.
때문에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아이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켄드릭의 눈치를 살핀 뒤 입을 열었다.
“사실, 켄드릭 님이 아버지랑 대화하시는 걸 몰래 엿들었어요.”
아이는 두 손을 공손하게 포개 무릎 위에 내려놓은 뒤 고개를 들었다.
“대화를?”
“네에. 그래서 데려가 달라고 한 거예요.”
아이가 쪽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켄드릭 님한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요.”
또랑또랑한 녹색 눈이 켄드릭 예크하르트를 흔들림 없이 바라보았다.
그는 아이를 다시 한번 살폈다.
‘새어 나오는 이능이 거의 없어.’
이능이 약하고 다루는 데 미숙한 사람일수록 그 흔적이 줄줄 새어나오기 마련이다.
담는 그릇이 작으면 당연히 물은 흘러넘칠 테니까.
그러나 아이의 몸에서는 새어 나오는 이능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늑대 가문의 가주인 그에게도 잘 보이지 않는다면, 일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아이의 이능이 보이지 않을 터였다.
그 말인즉, 아이가 굉장한 이능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자신의 아들, 아르센을 치료하기 충분할 만큼 말이다.
“저희 가문에서 아드님의 결혼 상대를 찾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제가 아르센과 결혼할 수 있게 해 주세요!”
“…….”
“제가 아르센을 치료할게요.”
“네가?”
“네.”
그렇게 말하는 아이는 어딘가 절박해 보이기도 했다.
켄드릭이 허리를 숙여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시선을 낮췄다.
“린시,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네에, 말씀하세요.”
“치료해주는 대가로 뭘 원하지?”
켄드릭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당연했다.
‘이 거래에서 이 애가 얻는 게 없으니까.’
거래를 통해 이득을 얻는 건 늑대 일족뿐이다.
새 일족과 린시는 이 거래를 통해서 얻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새 일족에겐 손해였다. 린시가 이렇게 자의로 결혼한다면 그들은 받기로 했던 대가를 못 받게 되니까.
만약 정말로 대가 없이 ‘아르센을 치료해주고 싶어서’ 온 거라면 라니에로의 첩자인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다.
린시는 잠시 고민하는 듯 입술을 꽉 깨물더니,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가, 흉측해져두 버리지 말아 주세요.”
“……뭐라고?”
“제가 나중에 흉측해져도 버리지 말고 성년이 될 때까지 보호해 주세요.”
린시가 고개를 들었다.
린시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나중에 첫 털갈이를 끝내면, 흉측하기 그지없는 붉은 깃털을 갖게 되리라는 걸.
물론 그 사실을 전부 켄드릭 예크하르트에게 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 약속은 받아 두는 게 좋았다.
“치료해주는 대가로 늑대 일족의 보호를 원해요. 가문의 이름을 걸고 저를 지켜주세요.”
조그만 소녀의 목소리가 또랑또랑 집무실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