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0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01화(101/187)
켄드릭과 라몬트가 이지를 잃은 수인들이 갇혀 있던 오두막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늑대 일족과 사자 일족의 수장이 호위기사 한 명 대동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은 드문 일이었으나, 켄드릭과 라몬트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다.
어차피 호위기사 몇 명이 온들, 켄드릭과 라몬트보다 강한 이는 없을 테니까.
두 사람은 금세 문제의 오두막에 도착했다.
멀리서부터 살과 가죽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악취가 심하군.”
라몬트는 수인화한 상태라 후각이 민감하여 고통스러운지, 머리를 몇 번 털다가 이내 수인화를 풀었다.
“그래. 지금은 좀 정리된 상태지만, 처음에는 더 심했지. 내일 날이 밝자마자 다시 기사단을 보낼 예정이었어.”
이지를 잃고 날뛰는 수인들은 현재 라몬트의 이능인 복종으로 고분고분하게 만들어 포박하여 가둬 둔 상태였다.
그들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정시킬 수가 없으니.’
치료가 불가능하니 이지를 되찾아주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렇다고 라몬트가 24시간 내내 그 모든 수인들에게 이능을 사용할 수도 없는 노릇.
분리된 공간에 가둬두는 것만이 모두에게 최선이었다.
그 끔찍한 상황을 떠올린 라몬트가 인상을 구기며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에 수인들이 갇혀 있었고, 근처를 수색하라고 기사단을 보냈다. 그런데……, 기사들이 하나둘 정신을 잃는 일이 빈번하게 생기더군. 이상하여 자네를 부른 거야.”
켄드릭은 라몬트의 말을 뒤로하고 성큼성큼 오두막으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니 악취가 더욱 선명하게 코를 찔렀다.
라몬트가 켄드릭을 급하게 따라 들어가며 말을 붙였다.
“날이 밝으면 신전과 다른 일족에 연락을 취해야 해. 모르지 않겠지?”
“알고 있으니 서두른 거지.”
“우리끼리 와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걸 알잖나, 켄드릭. 이만 돌아가고 내일 아침에 기사단과 함께…….”
“해결하려고 온 게 아니다, 라몬트.”
라몬트의 말대로라면, 이 근처에 자일스 꽃 군락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문제는 자일스 꽃가루를 다량 흡입할 경우 이지를 완전히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다행히 라몬트의 기사들은 가까이 가지 않아서인지, 정신을 잃는 것에서 그쳤지만…….
‘기사단을 풀면 피해자가 속출할 거다.’
켄드릭은 일전의 경험으로, 자신에게 자일스 꽃의 효과가 잘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린시 덕분인지, 오랜 시간이 지나 부활한 자일스 꽃의 효과가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니.
‘내가 찾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찾지 않고 이 일대를 완전히 불태워버리는 방법도 있었다.
그러나.
‘자일스 꽃을 눈으로 확인해야겠어.’
그 꽃이 부활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해야,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갈 것 같았다.
게다가.
자일스 꽃이 있다는 증거도 없이 함부로 사자 일족의 영토를 불태우는 것도 라몬트가 허락할 것 같지 않고.
물론 자일스 꽃 군락이 정말로 발견된다면, 안전을 위해 일대를 전부 불태워야겠지만 말이다.
켄드릭은 악취가 진동하는 오두막을 한번 슥 훑어본 뒤,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탁탁.
가볍게 발등으로 땅을 치자, 이내 보랏빛이 섞인 흑색 연기가 피어올라 켄드릭의 모습을 가렸다.
그리고.
펑-!
미미한 폭발음과 함께, 우뚝 서 있던 남자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잿빛 털을 가진 거대한 늑대가 자리에 우뚝 섰다.
늑대 일족의 수장, 유일한 알파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수인화였다.
켄드릭이 고개를 가볍게 털자, 그림자로 만든 여러 마리의 늑대들이 켄드릭의 주위에 우뚝 섰다.
라몬트가 그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정말로 혼자 찾을 셈인가?”
켄드릭이 웃었다.
[자네가 있는데 혼자는 무슨.]켄드릭은 수장의 권한으로, 수인화 상태에서도 다른 일족과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그건 라몬트를 포함, 다른 일족의 수장들도 마찬가지.
켄드릭이 고개를 까딱하자, 그림자 늑대들이 뿔뿔이 산속으로 흩어졌다.
[가자.]켄드릭은 라몬트에게 눈짓한 뒤, 먼저 거대한 앞발을 내디뎠다.
***
켄드릭과 라몬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일스 꽃 군락을 발견했다.
문제는.
자일스 꽃이 어둑한 동굴 안에서 자라고 있었던 탓에, 쉽사리 발을 들여놓을 수가 없었다.
‘자일스 꽃의 효과가 잘 들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켄드릭도 잠깐 잠에 들었었으므로, 효과가 아예 들지 않는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니 환기가 잘 되지 않는 동굴 속, 무더기로 자라난 자일스 꽃 가까이에 다가갔다가는…….
‘이지를 잃게 될 수도 있어.’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이지를 잃으면 낭패였다.
수인들은 그 일족의 수장과 어느 정도 동화되어 있었으므로.
켄드릭이 이지를 잃으면, 늑대 일족 전체가 이지를 잃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실제로 고대의 기록 중, 그런 사례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었다.
때문에 켄드릭은 섣불리 동굴 안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동굴 바깥에 서서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낭패인 것은 라몬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라몬트는 동굴 바깥에 서서,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은 채 동굴 안에 붉게 피어나 있는 자일스 꽃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동굴 전체를 불태워야겠군.”
라몬트가 나지막이 말했다. 이곳은 쉽게 조사할 수도 없었다. 조사하다가 이지를 잃을 확률이 높았으니까.
라몬트의 말에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위치는 확보했으니, 처리하다가 피해가 생길 일은 없을 것이다.
켄드릭은 우선 임시방편으로 자신의 이능을 사용하여 일대를 얇은 그림자 막으로 덮어 두었다.
오랫동안 지속되진 않겠지만, 당분간 꽃가루가 사방으로 퍼지는 것은 막아 줄 터였다.
그런데. 그때.
[저게 뭐지?]라몬트의 머릿속에, 켄드릭의 목소리가 웅웅 울렸다.
이만 고개를 돌리려던 라몬트가, 켄드릭의 말에 다시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뭘 말하는 건가?”
[저기, 뭐가 쓰러져 있는 것 같은데.]켄드릭의 말에 라몬트가 눈을 가늘게 뜨고 동굴 안을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뭔가 있었다.
검은 형체……, 그러니까 사람의 형태 비슷한 것이 꽃밭 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켄드릭이 곧장 자신의 이능으로 만들어낸 그림자 늑대들에게 명령했다.
[가져와.]그 말에 그림자 늑대들이 빠르게 다가가 형체를 입에 물었다.
그리고 질질 끌어왔다. 도중에 꽃가루가 흩날렸지만, 켄드릭의 이능 덕분에 라몬트와 켄드릭에게까지는 닿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끌려나온 시체를 보았을 때,
켄드릭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늑대 일족의 원로원 중 아홉 명의 대원로만이 입을 수 있는 푸른 로브.
그리고…….
백발이 성성한 머리카락과 잔뜩 일그러진 낯은 누가 보아도.
[에스테르.]삼 년 전, 실종되었던 대원로 에스테르가 맞았다.
부패가 얼마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사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듯했다.
거대한 잿빛 늑대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아는 사람인가?”
[늑대 일족의 대원로 에스테르다. 린시가 금제를 사용했다고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지. 삼 년 전 실종되었다.]“금제? 아, 그때…….”
[그래, 불러다 조사하려고 했는데, 이미 사라지고 없었지. 그런데 이런 곳에서 발견될 줄은.]에스테르의 낯은 무언가 끔찍한 것을 마주하기라도 한 듯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켄드릭이 미간을 좁힌 채 에스테르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자넨 괜찮나? 꽃가루의 양이 상당한데, 지금.]“아직은. 자네가 이능으로 한 겹 덮어 두어서 괜찮다. 게다가 직접 흡입하지만 않으면 되니까. 손수건을 대고 있으니 한결 낫군.”
[이자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이군…….]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뜨고 에스테르의 시체를 바라보았다.
가져가서 조사해보는 것이 절차상 옳았으나, 에스테르의 몸 곳곳에 자일스 꽃가루가 듬뿍 묻어 있었다.
옮기는 것까진 켄드릭의 이능으로 해결한다고 해도, 조사하다가 2차 피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었다.
물론 그런 위기가 발생했을 시 대처할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린시.’
린시의 이능이라면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도 치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린시를 위험에 처하게 할 수는 없다.’
다른 일족은 아직 린시가 이능을 사용하여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면 린시가 큰 위험에 처할 것이 분명했다.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단한 일이었으니까.
어쩌면 신전에서 린시를 빼앗아가려고 할지도 몰랐다.
켄드릭은 다시 미간을 좁혔다.
그는 사실 다른 일족이 어떻게 되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축에 속했다.
늑대는 제 무리만 중요시하는 본능이 있었으므로.
그러니 린시를 노리는 이들이 있다면 켄드릭은 언제든 망설이지 않고 이빨을 세울 터였다.
‘린시가 위험해지는 건 안 돼.’
린시의 이능을 필요로 하지 않고도 에스테르의 시체를 조사할 방법을 생각해둔 뒤 다시 회수하러 오는 게 좋을 듯했다.
일단 켄드릭은 그림자 늑대들에게 에스테르를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고 오라고 시켰다.
에스테르의 몸 곳곳에 꽃가루가 잔뜩 묻어 있어, 이대로 동굴 바깥에 방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이능으로 일대를 덮어 두었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이능을 사용한 탓에 효력이 금방 떨어질 테니.
시체를 들여놓은 걸 확인한 후, 그는 다시 한번 이능을 사용했다.
켄드릭이 길게 울음소리를 뽑자,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모여들어 켄드릭과 라몬트를 감쌌다.
그리고 둘은 순식간에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