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0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02화(102/187)
라몬트와 켄드릭은 날이 밝자마자 이 사실을 곧장 신전과 다른 일족들에게 알렸다.
사자 일족의 전령들이 페르난도의 인장이 찍힌 서신을 가지고 바쁘게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아무도 출입할 수 없게 해. 또 꽃 군락이 있을지도 모르니 그 주변 산맥 전체의 출입을 통제해라. 그곳에 살고 있는 이들은 잠시 다른 곳에서 지내게 해.”
“예, 라몬트 님.”
사자 일족의 기사들이 병사들을 끌고 산맥으로 떠났다.
전령에게 서신을 받은 일족의 수장들 중 몇몇이, 곧 사자 영토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내보였다.
“와도 해결될 건 없을 텐데. 쯧, 귀찮게.”
“자일스 꽃이 정말로 부활했는지 직접 보고 싶은 거겠지.”
켄드릭이 여상하게 대꾸했다.
아주 오래전에 멸종한 꽃.
그 꽃이 왜 몇백 년을 건너 지금에서야 다시 부활했는지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도대체 누가 자일스 꽃을 부활시킨 거지?’
우선 에스테르. 실종되기 전 행적도 수상했기에 단연 첫 번째 용의자였다.
사자 일족의 땅에서 다른 일족이, 그것도 자일스 꽃과 함께 발견되었으니 아마 라몬트도 그를 유력한 범인으로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섣불리 단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어떻게?’
자일스 꽃은 오직 다말 땅에서만 자라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다말 땅의 특수한 곳, 이를테면 빛이 잘 들지 않고 토양의 색이 탁한 곳.
그런데 그런 자일스 꽃이 다말 땅 바깥에서 피어났다.
어떤 방법으로 그 꽃을 부활시킨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다음 문제는 자일스 꽃을 부활시킨 목적.
이것은 앞선 두 문제보다는 명확했다.
자일스 꽃가루는 한 일족 전체를 멸종시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테러 목적이겠지.’
어떤 이들이, 어떤 단체가 부활시켰는지는 몰라도 좋은 의도는 결코 아니리라.
게다가.
‘에스테르의 시체…….’
린시는 에스테르에게서 어떤 기이한 힘을 보았다고 말했다.
검붉은 연기가 에스테르를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고.
또한 에스테르가 자신에게 금제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린시를 위협하던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자…….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켄드릭은 불길한 기운을 떨쳐낼 수가 없어 미간을 좁혔다.
‘저택의 경비를 더 강화해야겠어.’
물론 지금도 본 저택의 경비는 최고로 삼엄한 수준이었다.
린시와 아르센이 외출할 때마다 켄드릭의 직속 기사단인 그림자 기사단이 호위했고, 이외에도 기사단 한 소대가 더 따라붙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켄드릭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자일스 꽃에 중독된 늑대 저택의 사용인들이 모두 완치되었다는 사실이,
이 모든 일을 꾸며낸 자의 귀에 벌써 들어갔을지도 모르니.
그러니 아마 이 상황에 가장 위험한 것은 린시일 것이다.
자일스 꽃까지 부활시킨 마당에, 린시가 자신들의 계획을 방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가장 먼저 제거하려고 들 테니까.
당분간 외출을 자제시켜야 하나.
린시와 아르센이 들었다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표정을 지었을 법한 말을 중얼거린 켄드릭이,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자일스 꽃이 발견되었으니, 당분간은 좀 숨을 돌릴 수 있을 터였다.
삼 년 내내 자일스 꽃이 발견되지 않아 모든 일족들이 얼마나 고생했는지.
물론 저 꽃들이 또 어디에 피어 있을지 모르니 계속 주의하고 조심해야겠지만,
‘일단은 조사할 수 있는 것이 생겼으니까.’
켄드릭이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라몬트는 여기저기서 오는 전령들의 서신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라몬트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지를 잃은 수인들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군. 이미 전부 상태가 나빠 곧 죽을 것 같긴 하지만……, 자신들의 일족으로 인도해야 할 텐데.”
“늑대 일족도 있나?”
“그래. 시체가 다섯 구, 숨이 붙어 있는 자가 셋. 그러나 곧 죽을 것 같다는군.”
켄드릭이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떴다.
린시라면 치료할 수 있을까?
린시가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이 중독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었다.
지금 격리되어 있는 이들은 척 보기에도 상태가 안 좋을 정도였으니, 언제 자일스 꽃에 중독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니.
‘치료하게 시키는 건 도박이야.’
지금 이 상황에서는, 린시의 이능을 감출 수 있을 만큼 감춰야 했다.
안 그래도 지금 린시의 이능이 얼마나 노출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인데.
켄드릭은 이내 결론을 내렸다.
“인계받지. 늑대 일족에서 데려가겠다.”
데려가긴 하지만, 린시에게 치료하게 시킬 생각은 없었다.
린시가 만약 이 사실을 안다면 치료하고 싶어 할지도 모르니,
그 애에게 발설할 생각 역시 없다.
매정하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켄드릭에게는 린시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린시는 고작 열 살 어린아이에 불과했으니까.
라몬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다른 일족들도 인계해야 하는데……. 젠장, 머리 아파 죽겠군.”
“다른 이들은 언제 온다고 하던가?”
“내일 중으로 방문하겠다고 하더군. 오늘은 일단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인계하고, 근처의 출입과 통행을 금지할 예정이다.”
“내일 중이라……. 그럼 내,”
“아빠!”
그때, 라몬트의 집무실 문이 또 벌컥 열렸다.
켄드릭과 라몬트는 매번 겪는 익숙한 상황에 고개도 돌리지 않는 채 입을 열었다.
“문 닫고 나가라, 레오나.”
“그래, 레온. 중요한 얘기 중이다.”
아니나 다를까, 문턱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것은 페르난도의 막내딸, 레오나 페르난도였다.
어깨선에서 흔들리던 레오나의 주황빛 곱슬머리는 이제 허리께까지 내려와 있었고, 키는 한 뼘 반이나 더 큰 상태였다.
확실히 수인이라 성장이 빨라, 삼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달라지지 않은 것이 있다면.
“손님 있을 때 들어오지 말라고 몇 번을 애기해야…….”
“아저씨! 아저씨, 늑대 영토로 언제 돌아가세요?”
레오나가 라몬트의 말은 가볍게 무시한 채, 후다닥 달려와 켄드릭의 앞에 우뚝 서서 물었다.
이어 레오나의 유모와 하녀들이 달려와 문 앞에 서서 발을 동동 굴렀다.
“아가씨, 아가씨! 들어가시면 안 돼요! 중요한 얘기 중이시라니까요!”
“들어와서 데려가.”
라몬트의 말에, 유모와 하녀들이 우르르 들어와 레오나를 붙잡았다.
그러나 레오나의 힘을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기다려 봐, 응? 나 이것만 물어보고. 아저씨, 집에 언제 가세요?”
“글쎄다, 아마 오늘 다녀오겠지. 내일 또 페르난도에 볼일이 있어서.”
“그럼 저도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말 잘 들을게요, 네에?”
레오나가 눈을 반짝였다.
켄드릭은 어색하게 웃었다.
린시와 아르센, 그리고 레오나와 카인. 네 아이들의 사이는 삼 년 동안 변함이 없었다.
두 아이가 가끔이나마 예크하르트 저택을 찾는 것도.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저번에도 그렇게 말해놓고 저택의 창문을 죄 깨지 않았나?”
레오나가 사고 치는 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게다가 키가 크면서 덩치도 커져서, 사고 치는 스케일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었다.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하자, 레오나가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그건 실수였어요. 진짜로, 진짜로 사고 안 칠게요, 저 린시랑 아르센 못 만난 지 너무 오래돼서…….”
“지난주에 만났잖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레온?”
레오나가 조용히 하라는 듯 라몬트를 째릿, 째려보았다.
“레온, 린시랑 아르센은 바빠.”
“왜? 왜 바빠요?”
“요즘 수업 듣거든.”
켄드릭이 느릿하게 말했다. 실제로 린시와 아르센은 요즘 역사 수업을 받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원래 일곱 살부터 시작하는데, 린시와 아르센은 특수한 사정이 있어 늦게 받는 축에 속했다.
공부라는 말에 미간을 와락 구긴 레오나가, 이내 개의치 않고 말했다.
“그럼 저두 수업 같이 들을래요. 네에? 데려가 주세요!”
“일단 나가 있으면 생각해 보마.”
켄드릭이 말괄량이 천방지축 아가씨를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사용인들을 안쓰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 진짜요? 약속 지키셔야 해요?”
“아니 약속한 적은…….”
그러나 레오나는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나갈 때도 켄드릭과 라몬트의 말은 듣지 않고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보던 라몬트가 큼, 헛기침을 했다.
“쟤도 이제 철이 들 때가 됐는데, 첫 털갈이와 수인화가 끝나면 철이 들려나…….”
“자네 경우를 생각해봤을 때 철들 일은 없을 것 같군. 그나저나 레오나도 곧 첫 수인화를 할 때가 됐다니.”
아르센도 예정대로라면 곧 첫 수인화를 할 터였다.
켄드릭은 아르센에게 수인화와 털갈이는 기대하지 않았었다.
‘아르센은 아프니까.’
그러나 린시를 만나고, 린시에게 치료를 받으면서부터 아르센이 급격히 건강해졌다.
그뿐인가, 아르센은 절대 이능을 발현할 수 없을 거라던 수많은 의사들의 말과 반대로 이능도 발현했다.
그러니 곧 첫 수인화도 할 터였다.
켄드릭이 예크하르트 저택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두 꼬마를 생각하며 싱긋 미소 지었다.
***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 일족의 수장이 빠르게 페르난도를 방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