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0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07화(107/187)
“더 얘기할 게 있는 눈친데.”
켄드릭이 나와 아르센이 눈짓을 주고받는 것을 보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흠칫.
나는 어색하게 웃어 보이며,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그으,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편하게 말해 봐, 겁먹지 말고.”
켄드릭은 내가 늑대 저택에 온 이후로 단 한 번도 나를 제대로 혼낸 적이 없었다.
아르센과 내가 혼났을 때라고 해 봐야 레오나와 함께 주방에서 쿠키를 훔쳐 먹었던 일 정도니까.
하지만 그래도 역시 얘기하는 건 조금 무서웠다.
‘엄청 귀한 목걸이라고 했는데.’
레오나가 사자 일족의 수장인 라몬트도 함부로 구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귀하게 여기지는 못할망정 깨트리다니!
그러나 언제까지고 숨길 수도 없는 노릇이라, 나는 주춤주춤 주머니에서 목걸이를 꺼냈다.
“이거요…….”
그리고 켄드릭의 눈치를 살피며 목걸이를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게 왜.”
“그으, 극장에서 그 사건이 있을 때 목걸이가 빛나서 목에서 뺐는데요.”
“내가 빼라고 했어, 어둠 속에서 린시만 보이니까 위험해 보여서.”
아르센이 불쑥 끼어들었다.
켄드릭은 잘했다며 아르센을 짧게 칭찬하곤 내 이야기를 마저 들었다.
“뺐는데……, 그런데 나중에 보니까 목걸이가 깨져 있었어요.”
내 말을 들은 켄드릭이 드물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목걸이를 집어 들어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꼼꼼히 살폈다.
나는 금이 잔뜩 간 보석을 힐끔 바라보곤 손바닥에 얼굴을 묻었다.
‘잘 관리했어야 했는데.’
엄청 귀한 것이라고 하셨으니, 호되게 혼나도 할 말이 없었다.
아르센을 힐긋 쳐다보자, 아르센이 눈썹을 까딱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같이 혼나 준다구?’
‘안 혼낼 거라니까.’
우리가 속닥이는 소리가 켄드릭에게까지 들렸는지, 켄드릭이 목걸이를 가볍게 쥐며 말했다.
“혼날까 봐 망설였던 거로군.”
“그게……, 귀한 거라고 하셨잖아요. 게다가 레온도 엄청나게 귀한 목걸이라고 얘기하기도 했구…….”
“귀한 목걸이이긴 하지. 다만 린시, 이 목걸이는 네 힘으로는 깨지지 않아.”
“네, 제가 잘못해서……, 네에?”
나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거리다가, 켄드릭의 말에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건 사자 일족의 영토에 있는 광산에서 캔 빛을 머금은 사파이어다. 오직 그 광산에서만 캘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광산 안에서도 거의 나오지 않을 정도로 희귀하지.”
“그렇게 귀한……, 목걸이였구나.”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켄드릭의 손에 쥐여 있는 부서진 목걸이를 다시 바라보았다.
켄드릭은 곧은 손가락으로 목걸이를 어루만지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이 보석이 희귀한 이유는 따로 있다. 그건, 이 보석은 웬만한 힘으로는 절대 깨지지 않아. 세공할 때도 장인이 특수한 방법으로 오랜 시간에 걸쳐 세공해야 해. 그런데 이 보석이 깨질 때가 딱 하나 있다.”
“그게 뭔데요……?”
“보석의 주인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 깨진다는군. 사자 일족에 전해져 내려오는 속설이긴 하지만.”
“……생명의 위협이요?”
“그래, 린시. 널 공격하려고 해서 보석이 깨진 것 같다고 내가 말했었잖아.”
아르센은 왜 믿지 않았냐는 듯 원망스러운 눈길을 보내며 제 가슴을 콩콩 쳤다.
“그래, 그래서 네게 선물한 것도 있어. 위험한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에 선물했지. 그런데……, 이상한 일이군. 목걸이는 일단 내가 가져가마. 라몬트에게 상의해야겠다.”
“네에, 귀한 건데……, 제가 제대로 보관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네가 사과할 일이 아니라고 얘기한 것 같은데, 내 말은 또 귓등으로 들었군. 우리 새아가가.”
켄드릭이 장난스러운 어투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아, 아니에요! 귓등으로 듣지 않았어요!”
그럴 리가!
그때, 아르센이 의기양양한 투로 입을 열었다.
“거봐, 내가 안 혼날 거랬지?”
“그래, 그런데 설탕 단지 깨 먹으면 그건 혼낼 테니 주방엔 출입하지 않도록 해.”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먼젓번 레오나가 놀러왔을 때, 레오나의 꼬드김에 넘어가 쿠키를 찾던 아르센과 레오나가 주방의 설탕 단지를 몽땅 깼었는데.
덕분에 주방은 초토화가 되고 요리사들이 하루 종일 주방을 청소했다고 들었다.
‘상당히 고생하신 모양이네…….’
다들 설탕 단지 얘기를 먼저 꺼내는 것을 보니 말이다.
아르센은 살짝 풀죽은 상태로 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이제 그만 가서 쉬어, 레온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켄드릭이 문 밖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우리도 켄드릭을 따라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기다리기만…… 안…… 알았다니까.”
밖에서 레오나의 목소리가 띄엄띄엄 들려왔다.
결국 우리를 따라온 모양이다. 켄드릭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다.
“나가 봐. 잘 자라, 얘들아.”
“네에, 안녕히 주무세요, 아버님!”
“잘 자, 아빠.”
나와 아르센은 나란히 켄드릭에게 인사한 뒤, 서둘러 집무실 문을 벌컥 열었다.
그러자.
콰당-!
집무실 문에 귀를 대고 있었던 모양인지, 문을 열자마자 레오나가 바닥에 콰당 넘어지고 말았다.
나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레오나를 일으켜 세워주며 물었다.
“세상에. 레온, 괜찮아?”
“응? 응, 괜찮아!”
레오나는 금방 활짝 웃으며 씩씩하게 내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게 문에 귀를 대고 엿듣고 있으면 어떡해?”
아르센이 툴툴대며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레오나는 금세 눈을 세모 모양으로 뜨고 아르센을 째려보았다.
“니네가 금방 안 나오니까 그렇지. 내가 베티를 따돌리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베티를 왜 따돌리구 나와…….”
“베티가 못 가게 하잖아. 난 너희랑 있고 싶은데.”
그렇게 얘기하는 레오나의 표정은 어딘가 조금 우울해 보였다.
“사실 아빠랑 유모가 그랬어. 이제 늑대 저택에 많이 못 갈 수도 있다구. 그러니까 지금, 지금! 많이 놀아야 한단 말이야!”
“라몬트 님두 그러셨구나……. 방금 켄드릭 님도 그러셨거든. 수인 사회 분위기가 엄청 안 좋다나 봐.”
나는 혹여 레오나가 걱정하거나 무서워할까 싶어 검은 후드를 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우리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방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그래서 목걸이는 뭐라셔? 혼났어, 린시?”
“아니이, 안 혼났어. 그냥 알아봐 준다구만 하셨거든.”
내가 고개를 내젓자, 레오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다! 역시 안 혼날 줄 알았어, 아저씨는 착하니까.”
“근데 설탕 단지 또 깨 먹으면 혼낸대, 레온. 네가 단지 또 깨면 별로 안 착해지실 것 같애.”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응……, 알았어.”
레오나는 곧바로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착하다. 자구 일어나서 승마장에 갈래? 헥터랑 놀자.”
“그래! 있지, 나도 첫 수인화를 성공하면 아빠가 조그만 말을 선물해 준다고 하셨어.”
“정말?”
“응, 헥터만큼 크고 멋있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너무너무 기대돼!”
그렇게 이야기하는 레오나의 눈동자가 쉴 새 없이 반짝이고 있었다.
“첫 수인화……. 레온, 너 생일이 언젠데?”
“나? 나아는……, 두 달 정도 남았어.”
첫 수인화는 꼭 생일에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생일에 맞춰서 첫 수인화를 하게 되는 아이들이 많았다.
“두 달……, 나는 세 달 남았는데.”
“그럼 내가 더 빨리 하겠네! 내가 너보다 먼저 어른이 되는 거야.”
“바보야, 수인화를 한다고 어른이 되진 않아. 그렇게 따지면 린시는 일곱 살에 어른이 됐다고.”
아르센이 레오나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나 레오나는 아르센의 말은 듣지 않는 듯했다.
눈을 감고 첫 수인화를 하게 될 날을 상상하고 있는 듯 보였다.
“있지, 수인화하면 정말 멋질 거야. 근데 나도 수인화하면 검은 머리가 될까?”
“페르난도 가문의 특징이 검은 머리니까……, 큰 이변이 없으면?”
레오나는 아쉽다는 듯 눈썹을 늘어트렸다.
“나는 내 주황 머리가 좋아. 아니면 너처럼 붉은 머리를 갖고 싶다구. 검은 머리는 칙칙하고……, 지루해. 아슬란의 머리가 얼마나 지루하고 따분해 보이는지 몰라.”
“그치만 검은 머리가 페르난도 가문의 특징이라며?”
“엄마가 그랬어, 어쩌면 가문의 특징을 물려받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말이야! 난 그랬으면 좋겠어…….”
보통은 가문의 특징을 물려받기를 바랄 텐데.
레오나는 정말 독특한 애였다.
가문의 상징을 물려받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한 것에서부터, 사자 일족의 페르난도가 막내딸을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하게 키웠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너는 네가 원하는 머리 색으로 첫 털갈이와 첫 수인화를 하게 될 거야.”
검은 머리의 레오나라니,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레오나는 지금처럼 예쁜 주황빛 머리가 잘 어울렸다.
내가 환하게 웃자, 레오나가 나를 보고 따라서 마주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