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0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08화(108/187)
레오나는 다 같이 만난 김에, 카인과 앤시아도 부르고 싶어 했다.
그러나 앤시아는 열 살이 되면서 수업을 받게 되어 자주 놀러 올 수 없었고, 카인은…….
“안 된다.”
“왜. 왜요?”
“뱀 일족 영토는 너무 멀어. 게다가 카인은 뱀 일족의 유일한 후계자야. 카인이 보호자 없이 예크하르트에 드나들면 다른 수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거다.”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켄드릭의 말을 이해했다.
레오나는 후계자 자리를 물려받을 오빠가 있으니, 이런 시기에 예크하르트 저택에 놀러 와도 큰 상관이 없다지만…….
‘카인은 외동이니까.’
게다가 뱀 일족의 이능은 다루기 위험하여 카인은 매일 장갑을 끼고 살고 있었다.
그래서 카인은 전에도 예크하르트 저택에 자주 놀러 오지 못했다.
하물며 지금은 더하겠지.
지난주에도 무척 어렵게 다녀갔기 때문에 한동안 놀러 오기 어려울 듯했다.
일단 한발 물러나는 레오나는 상당히 아쉬운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레오나의 귀에 속삭였다.
“근데 레온, 카인이랑 노는 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아니……, 그거랑 그거랑 다르지. 걔가 재수 없는 거랑 별개로 사람이 많을수록 놀 때 재밌다구.”
레오나가 툴툴거렸다.
으음, 그니까 여전히 재수는 없단 얘기구나…….
카인이 들었으면 길길이 날뛰었을 만한 말이었다.
우리는 켄드릭에게 매몰차게 거절당한 뒤, 아침 식사를 끝내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헤른 선생님이 아르센의 몸을 살피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헤른 선생님은 요즘 몹시 바빠 보였지만, 아르센의 몸을 진찰하며 나와 레오나의 몸도 꼼꼼히 살펴 주곤 했다.
침대에 앉아서 조금 기다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똑.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도련님. 그리고 레오나 님.”
“헤른, 좋은 아침이에요~.”
“좋은 아침.”
우리가 인사를 건네는 것을 보고, 레오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아침~.”
“아침부터 활기차시니 보기 좋군요. 그럼……, 도련님의 상태를 잠깐 살필까 하는데 잠시 나가 주시겠어요?”
나와 레오나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헤른 선생님이 아르센의 몸을 살필 때, 옷을 벗겨 반점을 확인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레오나는 그런 사실까지는 몰랐지만, 내가 나가면 대충 따라서 나오곤 했다.
나는 레오나의 손을 잡고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끝나면 불러주세요!”
“끝나면 불러줘~.”
“네, 끝나면 바로 불러드릴 테니 요 앞에 계세요.”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을 나왔다.
물론 방문을 꼭 닫아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르센의 진찰은 대부분 오래 걸리지 않고 끝났기 때문에, 나와 레오나는 복도에 쪼그려 앉았다.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고 지나가던 하녀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가씨, 레오나 님! 왜 이러고 계세요? 의자를 가져다 드릴까요?”
“아니이, 금방 들어갈 거니까 괜찮아.”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녀가 웃으며 지나갔다.
아르센의 진찰은 정말 빨리 끝났다.
달칵.
헤른 선생님이 문을 열고 고개를 좌우로 휙휙 돌려 복도를 둘러보았다.
우리가 밑에 쪼그려 앉아 있었던 탓에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어디 가셨지……, 이상하네.”
“여기 있어!”
레오나가 곧바로 벌떡 일어나자, 헤른 선생님이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깜짝이야. 레오나 님,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헤른 선생님은 가볍게 웃고는, 나와 레오나를 방 안으로 들였다.
아르센이 주섬주섬 단추를 다시 채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르센은요? 괜찮아요?”
“네, 상태가 아주 좋습니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지도 벌써 몇 달이나 되었고요. 이대로만 가면 딱 좋겠습니다.”
헤른 선생님이 대답하며 나를 번쩍 들어 침대에 앉혀 주었다.
그리고 내 목이며 귀, 배 등을 꼼꼼하게 살펴 주었다.
“아가씨도 건강하시군요, 다행입니다. 그럼…….”
“나도 또 해?”
“그럼요, 온 김에 받고 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레오나는 툴툴거렸지만, 라몬트의 말이 떠올랐는지 얌전히 침대에 앉아 헤른에게 손을 내주었다.
라몬트는 늑대 저택에 사슴 일족의 의사가 주치의로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레오나의 진료도 부탁한 참이었다.
사슴 일족의 의사는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쩌면 당연했다.
헤른 선생님은 레오나의 몸을 꼼꼼히 살피다가, 이내 눈을 가늘게 떴다.
“입을 좀 더 크게 벌려 보세요.”
“이-렇게?”
“네, 아이고. 충치가 있네요.”
헤른 선생님이 레오나의 어금니를 한참 살피다가 말했다.
“뭐어? 진짜?”
나는 레오나의 입을 양손으로 꾹 잡은 채 입 안을 들여다보았다.
정말로 어금니 하나의 상단이 약간 갈색으로 변해 있었다.
“매번 단것을 그렇게 드시니 그렇지요.”
“그치만……, 나 정말 요즘은 별로 안 먹었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레오나는 퍽 억울한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레오나의 입 안에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집어넣었다.
그리고, 톡.
파아앗-!
레오나의 충치가 생긴 어금니를 톡 건드리자, 연두색 빛무리가 손가락에서 톡 터져나와 레오나의 이빨 위를 덮었다.
그리고.
“좋아, 이제 됐다.”
헤른 선생님은 내 말이 끝나자마자 레오나의 입 안을 다시 살펴보았다.
레오나의 이빨은 내 이능으로 깨끗하게 나아 있었다.
“으음, 이제 되었네요. 하지만 레오나 님, 린시 님의 이능만 믿고 그렇게 단것을 마구 드시면 안 됩니다. 아시겠어요?”
“응, 알았대도…….”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요즘 레온이 설탕 들어간 걸 많이 먹긴 했지.’
로젤 제과점의 과자들도 많이 먹고, 저택의 파티셰가 만들어 준 케이크도 왕창 먹었다.
이빨이 상하지 않으면 그게 더 신기한 식단이었다.
나는 앞으로 레오나가 단것을 먹는 걸 막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레오나의 말랑한 뺨을 만지작거렸다.
“다른 곳은 모두 정상입니다. 이제 푹 쉬세요, 저는 이만 나가 보겠습니다. 혹시 저를 찾으실 일이 있으시다면, 사용인들을 불러주세요. 직접 찾아오시면 안 됩니다. 요즘 제가 방을 비우는 일이 잦아서요.”
헤른의 말을 가만히 듣던 레오나가, 고개를 반짝 들며 말했다.
“요즘 방에 없다고? 그러면 어디 있는데?”
“연구실에 있습니다. 요새 좀 바빠서 말입니다. 사용인들에게 불러 달라고 요청하시면 금방 올 테니…….”
“연구실??”
레오나가 눈을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나와 아르센, 그리고 헤른 선생님은 동시에 무언가 잘못됐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러니까 연구실은 맞는데, 레오나 님께서 생각하시는 그런 흥미로운 곳은 아니고…….”
“연구실! 난 연구실에 꼭 가 보고 싶었어!”
레오나가 결국 ‘그 말’을 꺼냈다.
헤른 선생님은 레오나의 말을 듣고 망연자실한 표정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레오나는 한번 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꼭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그으, 레온. 연구실은 좀 재미없지 않을까? 나는 저수지에 가서 조각배를 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아르센, 너는 어떻게 생각해?”
내가 어색하게 웃으며 팔꿈치로 아르센을 툭 쳤다.
아르센은 흥미 없는 눈길로 우리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여 장단을 맞춰 주었다.
“응, 헤른의 연구실이라니. 세상에서 제일 지루할 거야. 조각배나 타러 가자.”
“세상에서 제일 지루할 것까지는…….”
“그치만, 나는 연구실을 한 번도 가 본 적이 없어! 거기서는 뭘 하는데? 가 보고 싶어, 그러면 안 돼? 으응?”
“그게 말입니다, 연구실에는 위험한 것도 많고…….”
“아무것도 안 만질게! 그러면 되지?”
레오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헤른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나는 막는다고 막아질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크하르트 저택 주방의 사고는 대개 레오나 때문에 일어날 정도였으니.
요리사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면 어김없이 뭔가를 깨먹었고, 못 들어가게 하면 과자를 먹겠다고 몰래 들어갔다가 일을 쳤다.
그러니 연구실도 못 오게 했다가는 또 몰래 잠입할지도…….
나와 헤른 선생님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닿았다.
우리가 동시에 끔찍한 상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때.
똑똑-.
“들어와!”
나는 분위기를 환기하는 노크 소리에, 잽싸게 소리쳤다.
그러자 하녀 한 명이 들어와 꾸벅, 고개를 숙인 뒤 입을 열었다.
“저택에 크레이튼 헤제스 님께서 방문하셨는데, 카인 도련님도 함께 오셔서 말씀드리러 왔어요.”
“카인이?”
뜻밖의 소식에 나는 곧바로 되물었다.
한동안 카인을 만나기 어려울 거란 이야기를 들은 게 아침인데, 카인이 저택에 왔다니.
하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밑에서 크레이튼 님과 함께 기다리고 계십니다.”
헤제스 가문의 수장, 크레이튼 헤제스가 켄드릭 님과 할 이야기가 있어 늑대 영토를 방문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카인도 같이 왔나 봐.’
잘됐다! 나는 레오나의 손을 잡고서 침대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레온, 들었어? 카인이 왔대!”
“으응, 들었어. 카인이랑 같이 연구실 구경하면 되겠다~. 카인도 분명 연구실은 처음일 거야, 그렇지?”
“카인은 별로 안 가고 싶어 할 텐데…….”
레오나의 말을 가만히 듣던 아르센이 한마디를 덧붙였다.
나는 카인이 왔음에도 레오나의 관심사가 연구실에서 변하지 않자 아효효,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건 헤른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