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1화(11/187)
‘또 버림받기는 싫으니까.’
린시의 말을 들은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낯이 형편없이 일그러졌다.
그는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버림받기 싫다니?’
그것도 모습이 흉측해져도 버리지 말아 달라니.
새 일족에 대해서는 잘 몰라도 일곱 살 먹은 어린아이가 할 말은 못 되었다.
적어도 이곳, 늑대 일족의 가문에서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켄드릭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아랫입술을 꼭 깨물더니 이내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그것만 약속해주시면 돼요.”
그러면 자신은 이곳에 남아있을 수 있고, 아르센을 치료해줄 수 있다고.
그는 더 이상 아이에게 그것이 무슨 말인지 캐묻지 않았다.
설령 아이가 흉측한 모습으로 변한다고 해도, 켄드릭은 아이를 버릴 생각은 추호도 없었으니까.
‘늑대 일족은 은혜를 잊지 않아.’
아르센이 정말로 낫는다면, 켄드릭은 린시에게 마땅한 보상을 할 생각이었다.
그러니 버린다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소리다.
게다가 원하는 것이 정말 그것뿐이라면-.
켄드릭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이 조그만 소녀를 보호해 줄 자신이 있다.
그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조그만 아이의 머리통에 손을 올렸다.
보드라운 밀색 머리카락을 헤집는 손이 다정하기 그지없었다.
“린시, 부탁할 건 그것뿐이냐?”
“네에.”
아이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아이를 조심스럽게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래, 약속하마, 린시.”
네가 성년이 될 때까지 내가 보호해 주겠다.
고저 없는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린시는 또랑또랑한 눈망울로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아이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예크하르트의 이름을 걸고요.”
“그래, 예크하르트의 이름을 걸고.”
그는 고개를 숙여 아이의 자그마한 손등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 * *
“그러면 치료는 당장 오늘부터-.”
“오늘은 됐어. 아직 정식으로 들어온 게 아니니까.”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늦게 해도 괜찮아요?”
“그 정도는 괜찮아. 무리하지 말고 우선 적응부터 해.”
켄드릭은 그 말을 남긴 뒤 급한 일이 있다며 집무실을 떠났다.
나는 거대한 집무실에 덩그러니 남겨져 눈을 깜빡거렸다.
그리고.
‘해냈다!’
켄드릭이 집무실을 나가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었다.
물론 중간에는 기가 죽어 제대로 말을 못 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았어.’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니 털갈이가 끝난 뒤 모습이 흉측해져도 버림받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그 사실이 뛸 듯이 기뻤다.
게다가.
나는 켄드릭 아저씨가 내 손등에 입을 맞추었던 촉감을 상기했다.
‘그건 약속의 증표야.’
손등에 입을 맞추는 건 무슨 일이 있어도 깨지지 않을 늑대들의 약속을 의미했다.
나는 두 손을 맞잡은 채로 헤헤 웃었다.
그러자 어느샌가 집무실에 들어온 에단이,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얘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아가씨.”
“아, 네! 친절하셨어요. 제 얘기도 잘 들어 주셨구…….”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나는 에단의 손을 잡고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새 모습일 때 어마무시하게 거대해 보였던 침대와 가구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침대의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인간화하면 괜찮아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나한테는 어마무시하게 큰 사이즈였다.
에단 역시 같은 생각을 했는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아가씨께서 이렇게 작으실 줄은 미처 모르고……, 새로 마련하는 방에는 작은 침구를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내가 굴러다녀도 남을 법한 커다란 침대와, 무거워서 들기조차 어려운 이불을 본 뒤에 한 말이었다.
“으응, 괜찮아요.”
나는 낑낑대며 이불 사이로 파고들어갔다.
솜이 잔뜩 들어간 이불은 정말 무거웠지만, 그만큼 라니에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푹신했다.
특히 죽기 전에 갇혀 있던 작은 방의 침대와 비교하면 더더욱.
헛간에서 자는 것도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완전 최고지.
“푹신해서 좋아요, 좋은 냄새도 나구요. 감사합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에단의 귓불이 살짝 붉어졌다.
그는 크흠, 큼, 헛기침을 한 뒤에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리고 소개해드릴 사람이 있답니다.”
소개해줄 사람?
정식으로 아르센을 만나는 걸까?
나는 헐레벌떡 이불을 걷었다.
첫 만남도 망친 마당에 이불이나 덮고 태평하게 누워 있는 예의 없는 새로는 보이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러나 방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안녕하세요, 베티라고 합니다.”
“어어?”
이 사람은!
“맞아요, 첫날에 아가씨의 목욕을 도와드렸던 하녀랍니다.”
그녀가 나붓하게 웃으며 말했다.
단정한 감색 계열의 하녀복을 입은 베티는, 콧잔등의 주근깨와 갈색 머리 그리고 푸른색 눈이 인상적인 하녀였다.
새 일족보다 월등히 큰 키와 덩치가 그녀가 늑대 일족이라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런데,
‘늑대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아.’
이상했다.
‘수인화 상태일 때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잘 몰랐는데.’
외관상으로 봤을 때는 분명히 늑대 일족인데, 에단이나 켄드릭한테서도 미약하게 나는 늑대 특유의 체향이 거의 나지 않는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베티를 올려다보자, 그녀가 내 마음이라도 읽은 것처럼 살풋 웃으며 말했다.
“저는 늑대 일족 내에서 자랐지만,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의 혼혈이랍니다.”
“새 일족이요?”
“네, 제 할머니께서 새 일족이세요. 그래서 저는 다른 이들보다 늑대의 특성을 조금 덜 가지고 있는 돌연변이로 태어났지요.”
베티가 웃으며 차근차근 설명해주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을 듣고 있는데, 에단이 큼, 기척을 낸 뒤 조심히 끼어들었다.
“베티는 저택에서 유일하게 새 일족의 혼혈이랍니다. 그래서 아가씨를 모시기 쉬울 것 같아 아가씨의 전담 하녀로 배정하라는 가주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져서 괜히 가슴 한구석이 따뜻했다.
“베티라고 편하게 불러주세요.”
“아가씨께서 가시는 곳마다 베티가 뒤따를 겁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면 베티를 통해 말씀하시거나, 편히 저를 찾아와 주세요.”
“네에.”
“그리고 다른 사용인들에게 아가씨의 존재를 일러둘 예정입니다. 저택 안에서 또 놀라실 일이 없도록 조치하겠습니다.”
에단이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안경줄이 찰그락거리며 턱밑으로 살짝 떨어졌다.
나는 에단을 따라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신경 써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아가씨. 그리고 저택의 사용인들에게는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네?”
“아가씨께서는 주인님의 손님이시니까요. 편하게 하대하셔도 괜찮습니다.”
“네, 아니 으응.”
에단이 빙긋 웃은 뒤 문고리를 잡았다.
이내 철컥, 문이 열리고 그가 방을 가볍게 빠져나갔다.
나는 순식간에 베티와 단둘만 남게 되어버렸다.
“아가씨, 하고 싶은 게 있으신가요? 동화책을 읽어 드릴까요?”
동화책?
아, 맞다. 나 일곱 살이었지.
베티의 눈에는 내가 동화책과 인형을 잔뜩 껴안고 잠드는 일곱 살짜리 소녀로 보일 텐데.
내가 너무 조숙하게 행동한 것이 아닐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지금은 동화책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나는 베티의 치맛자락을 조심스럽게 쥐었다.
“베티……. 저택을 구경할 수 있을까? 나 여긴 처음이구…….”
솔직히 처음 저택에 도착했을 때는, 구경이고 뭐고 방에 틀어박혀서 쥐 죽은 듯이 살고 싶었다.
복도고 정원이고 여기저기 늑대들이 잔뜩 있었으니까!
‘늑대 저택이니 당연한 일이지만.’
도착하자마자 웬 늑대의 이빨과 입을 맞출 뻔한 사건과, 자다 깼더니 늑대와 눈 맞춤을 한 일련의 사건들을 겪다 보니 저택 안에 있는 것도 조금은 무서웠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방 안에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저택에서 생활하고, 또 살아남으려면 저택의 지리를 익혀두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어디로 날아서 도망쳐야 가장 재빠르게 도망칠 수 있는지 정도는 익혀두어야 안심될 듯했다.
베티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네, 안내해드릴게요, 아가씨.”
“으응, 좋아!”
나는 신나서 폴짝 뛰어내렸다.
베티의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그녀는 웃으며 내가 넘어지지 않도록 등을 살짝 받쳐주었다.
* * *
“여기는 정원으로 이어지는 출구예요.”
베티의 손짓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활짝 열린 유리문 너머로 푸르게 물든 정원이 보였다.
정원이 얼마나 넓은지, 대충 멀리서 보는 것으로는 끝이 어딘지 가늠도 가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와아-, 입을 벌리고 감탄하자, 지나가던 하녀들이 힐끔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
이크,
‘왜 저렇게 쳐다보지?’
아무래도 새 일족은 신기한 모양이다.
늑대 영토에 새 일족이 올 일은 거의 없으니까.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래도 너무 무서워.’
늑대 일족들은 기본적으로 송곳니가 날카로웠는데, 그 탓인지 나를 보고 씨익 웃으면 날카로운 송곳니가 빼꼼 모습을 드러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면서 베티의 손을 단단히 잡았다.
베티는 내가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내 볼을 부드럽게 만져 주며 말했다.
“아가씨, 피곤하시면 그만 돌아갈까요?”
“……아니이, 더 보고 싶어.”
“이렇게 식은땀을 흘리시는데…….”
그녀가 하얀 손수건을 꺼내 내 이마와 콧잔등에 송골송골 맺힌 땀방울을 닦아 주었다.
늑대들 때문에 계속 긴장하고 있었더니 식은땀이 왕창 난 모양이다.
나는 괜찮다며 고개를 저었다.
베티는 다시 내 손을 꼭 붙잡고 저택을 안내해주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중간중간 탈출할 수 있을 만한 구멍을 봐 두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저 높은 창문으로 도망치면 빠르겠네.’
늑대들은 아무래도 날개가 없으니까 말이다.
그때였다.
와장창, 무언가 깨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며 어린 소년의 비명이 복도에 가득 울려 퍼졌다.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