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1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11화(111/187)
“다말 땅의 흙이 정화되었다고?”
켄드릭이 드물게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다말 땅의 흙이 정화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건 불가능하다. 자네도 알 텐데, 날 기만하려는 거라면…….”
켄드릭이 목소리를 낮게 깔고 말을 이었다.
헤른이 여전히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느릿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가주님. 감히 가주님을 농락하려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정말로 다말 땅의 흙이 정화되었습니다.”
헤른이 손에 들고 있던 금속 상자를 켄드릭에게 내밀었다.
켄드릭이 다말 땅의 흙을 보관하기 위해 특별히 주문제작한 금속 상자였다. 다말 땅의 흙은 취급을 주의해야 하는 위험한 것이었기 때문에, 켄드릭과 헤른 두 명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열 수 없도록 제작되었다.
그런데.
“…….”
열린 금속 상자 안에 들어있는 흙을 본 켄드릭이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다말 땅의 흙은 저주의 영향으로 붉은빛을 띠는 검은색이었다.
그건 다말 땅의 모든 흙이 그러했고, 경계에 있는 흙조차도 다말의 영향으로 거무튀튀한 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장난치는 게 아니라고?”
헤른이 내민 금속 상자 속, 들어 있는 흙은 일반 흙과 다름없는 고동색이었다.
‘불가능한 일이다.’
켄드릭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 직접 금속 상자를 받아들고 꼼꼼하게 살폈다.
다말 땅의 흙을 정화하는 것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불가능했다.
그런데.
“정말, 이 헤른 맹세코 장난치는 것이 아닙니다, 가주님. 사슴 일족의 ‘눈’으로 보았을 때도 정화된 것이 맞습니다. 다말 땅의 흙에서 흘러나오는 사특한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정화했지?”
정말로 정화된 것이 맞는다면, 무엇이 다말 땅의 흙을 정화했는지 알아야 했다.
그것을 알아내면 어쩌면 저 고대의 땅에 걸린 사특한 저주를 풀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어 아르센의 병을 완치할 수 있는 방법도…….
“그것이, 아가씨와 도련님, 그리고 레오나 님과 카인 님이 제 연구실에서 장난을 치시다가.”
“……?”
헤른의 입에서 나온 뜬금없는 이름에 켄드릭의 낯이 일순 구겨졌다.
“상자를 떨어트려 뚜껑이 열렸는데, 린시 아가씨께서 그 흙을 손으로 주워 담고 계셨습니다.”
“잠깐, 뭐가 열려? 그리고……, 누가 손으로 만졌다고?”
켄드릭이 헤른의 말을 끊고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헤른을 바라보며 재차 물었다.
“아르센 도련님의 말로는, 도련님의 팔꿈치에 맞고 떨어져서 상자가 열렸다고 하셨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이 상자는 자네와 나만 열 수 있도록 특수 제작된 상자야.”
상자의 잠금장치 부분에는, 곰 일족의 영토에서만 나는 아주 특수한 금속이 들어가 있었다.
주인을 기억하는 금속으로, 이 금속을 이용하여 만든 금고는 오직 주인만이 열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금속 자체가 몹시 희귀하여, 일반 금고에는 당연히 사용될 수 없었다.
곰 일족에서도 수장 가문의 금고에나 쓰일 정도였다.
특별히 위험한 물질을 보관해야 하는 경우에만 다른 일족에게 허락했다.
‘바로 이 상자처럼 말이지.’
“애가 툭 쳐서 열렸다고? 자네 나랑 장난하는 건가?”
“정말입니다. 저는 잠시 내드릴 쿠키를 찾느라 다른 곳을 뒤지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아가씨와 도련님, 그리고 레오나 님과 카인 님이 입을 모아 말씀하셨습니다.”
헤른이 정말로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믿어달라는 투였다.
“하, 애들을 연구실에 데려갔다고? 도대체…… 왜? 그것부터 설명해야 할 거다, 헤른.”
그렇게 말하는 켄드릭의 말투는 더없이 날카로웠다.
헤른의 연구실에는 위험한 것들이 정말 많았다.
비단 다말 땅의 흙뿐만 아니라, 에스테르의 몸에서 나온 자일스 꽃가루 연구도 그 안에서 하고 있었고, 그 외의 위험한 것들이 많이 있는 곳이었다.
“그런 곳에 애들을 데려가?”
“전날, 위험한 것은 새로 내주신 연구실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래서 있는 것은 연구 자료들뿐이었고, 상자는.”
헤른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꾸벅 깊게 숙였다.
“상자는 열리지 않을 것이라 굳게 믿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제 잘못입니다.”
“그래, 네 잘못이군. 다말에 관련된 것들은 그 무엇도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켄드릭이 상자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아르센이 쳐서 열렸다고 했지.”
“네, 아가씨 말씀으로는…….”
“아르센한테 반응해서 열렸을 수도 있겠군.”
아르센은 예크하르트의 유일한 직계 후계자.
예크하르트의 이능, 그림자를 물려받은 하나뿐인 아이였다.
그러니 켄드릭에게 반응하도록 만들어진 잠금장치가 아르센에게도 반응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린시 외에 만진 사람은 없나?”
“저도 걱정되어 그것부터 확인했는데, 없다고 하셨습니다. 혹시 몰라 상태를 꼼꼼히 살폈는데 이상 반응이 나타나시는 분도 없었고요.”
“린시는 괜찮고?”
“아가씨는 멀쩡하십니다. 흙의 색이 갑자기 바뀌어 자신이 연구 샘플을 망쳤다고 걱정하시더군요.”
헤른의 말을 가만히 듣던 켄드릭이 정화된 흙을 다시 내려다보았다.
라니에로의 이능이 정말로 다말의 저주까지 정화할 수 있는 건가?
그러나,
‘라니에로의 이능은 치유야.’
치유의 일종으로 저주를 해금할 수 있는 이능을 가진 아이가 종종 태어난다고는 들었으나, 다말의 저주는 다르지 않나.
다말의 저주는 그렇게 간단하게 해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데 고작 흙 한 번 만졌다고 다말의 흙이 정화되었다고?’
게다가 린시는 자신이 정화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지도 못한 듯했다.
켄드릭이 머리를 짚었다.
린시가 다말의 흙을 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은 켄드릭과 예크하르트에게는 엄청나게 좋은 소식이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면 린시는.’
린시를 노리는 일족과 단체들이 자연히 생겨날 것이 분명했다.
안 그래도 적이 많아 위협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살고 있는 아인데.
그래서 린시가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를 치료할 수 있다는 사실 역시 숨겼다.
혹여 위험해질까봐.
매번 꼼꼼하게 지켜주지 못하는 것이 한없이 미안한데, 이 상태에서 적이 더 늘어난다면.
켄드릭은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켄드릭이 헤른에게 금속 상자를 다시 불쑥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절대 비밀에 부쳐라. 헤른, 너한테 언령을 걸 수 없다는 점이 통탄스럽군. 물론 자네를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요, 알고 있습니다.”
헤른이 비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 사실이 밝혀지면 수인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알고 있었다.
일단 린시를 열 살 소녀로 보는 사람은 없으리라.
린시가 다말의 저주를 해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린시를 통해 다말의 저주를 해금하고 린시의 이능을 악용하려는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많이 나올 것이 분명했다.
그 모든 것을 너무나도 잘 아는 헤른이기에, 헤른이 입술을 꾹 다물고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비밀에 부치겠습니다.”
“그래, 그리고 다말의 흙은……, 다시 구해다 주지. 다시 조사해라.”
“예, 가주님.”
헤른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켄드릭이 완전히 정화된 흙이 들어 있는 상자를 마지막으로 한번 힐긋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이만 나가 봐. 손님이 있어 오래 자리를 비우기가 어렵군.”
켄드릭이 까딱, 턱짓했다.
지금 집무실에는 크레이튼 헤제스가 와 있었다.
중요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 온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손님을 오래 혼자 두는 것은 예의가 아니니 이만 돌아가 봐야 했다.
먼저 발걸음을 돌리려던 켄드릭이, 아, 조그맣게 입을 열곤 말했다.
“애들은 내 집무실로 들여보내고.”
“네 분 다 말씀이십니까?”
“그래, 빠짐없이 들여보내.”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방지축 사고 치는 것을 가만 놔두었더니 이제는 헤른의 연구실까지 넘보는 것이, 슬슬 경고를 줄 때가 된 모양이다.
린시의 손길에 흙이 정화되었으니 망정이지.
‘만약 그렇지 않았더라면.’
린시가 다말의 저주에 걸리기라도 했다면?
아니면, 아르센이나 레오나 혹은 카인이 그 흙을 만지기라도 했다면 분명 큰 사고가 났을 터였다.
금속 상자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헤른의 탓도 있지만,
애초 그 상자는 헤른과 켄드릭이 아니면 열 수 없도록 만들었던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헤른의 잘못이라고 볼 수도 없었다.
“사고뭉치들 잘못이지.”
켄드릭은 쯧, 혀를 찼다. 자신들이 얼마나 아찔한 사고를 쳤는지도 모르고 복도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서재 안까지 들려왔다.
크레이튼에게 가 보려던 켄드릭이, 다시 한번 헤른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저 흙이 다말 땅의 흙이라는 것과 그걸 린시가 정화했다는 사실은……, 린시에게도 비밀로 해.”
어른들이 늘 어린아이에게 너무 큰 짐을 지우는 기분이라, 켄드릭은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린시가 자신이 다말 땅의 흙을 정화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 애는 걱정이 많으니 또 사서 걱정할지도 모르겠군.’
혹은 다말 땅을 정화하겠다고 나설 수도 있었다. 린시는 언제든 예크하르트에 도움이 되고 싶어 했으니까.
그러니 린시에게도 이 사실을 알릴 수 없다.
헤른이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여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