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1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16화(116/187)
일주일 뒤, 켄드릭은 레오나 페르난도가 부순 것들의 목록을 정리해 페르난도 가문에 청구하기로 했다.
“조각상 하나도 빠짐없이 체크해.”
켄드릭의 명령에 에단이 고개를 숙여 대답하며 물었다.
“그런데 가주님, 도련님이 부순 것과 레오나 님이 부순 것들을 구별할 수 없으면 어찌할까요?”
켄드릭은 에단의 말을 듣고서 미간을 구겼다.
확실히 예크하르트 저택을 반파시킨 주범은 레오나와 아르센, 둘이었다.
켄드릭은 방 안에 걸려 있던 초상화 끄트머리를 물고 죽 잡아당겨 찢던 자신의 아들을 떠올렸다.
아르센이 부순 것까지 페르난도 저택에 청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건…….”
켄드릭은 낯을 구기며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이내.
“부순 것들의 값을 전부 합산하고, 페르난도에 정확히 반을 청구해.”
두 아이가 망가뜨린 것들을 구별할 수 없으니 이 방법이 옳았다.
켄드릭의 명령에 에단이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레오나와 아르센이 부순 것들의 목록을 작성하자, 양피지 두 개가 꽉 채워졌다.
“이렇게나 많이…….”
예크하르트 저택의 하녀장이 경악하며 말했다.
늑대 일족의 아이들과, 사자 일족의 아이들은 첫 수인화가 유난한 편이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데.’
켄드릭 예크하르트 역시 첫 수인화 때 예크하르트 저택의 온갖 장식품들을 전부 부수었지만.
‘도련님보단 덜하셨지.’
에단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켄드릭의 명령대로 레오나가 파손한 것들의 값을 계산해 청구서를 작성했다.
이후 레오나를 데려다줄 겸, 켄드릭이 직접 청구서를 들고 페르난도 저택을 방문했다.
양피지를 받은 라몬트는, 흔쾌히 레오나가 부순 것들에 대한 값을 지불했다.
“이것밖에 부수지 않았다고? 놀랍군.”
오히려 이렇게 말하며 껄껄 웃기까지 했다.
켄드릭은 양피지를 앞에 두고서 선뜻 값을 치르겠다고 서명하는 라몬트를 바라보다가, 이내 헛웃음을 쳤다.
“자네 두 아들들보단 확실히 덜한 것 같더군.”
“그래, 레오나라면 예크하르트 저택 전체를 해 먹고도 남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말이야.”
“저택 전체를……. 그래서 딸의 수인화를 늑대 저택에 맡겼나?”
켄드릭의 물음에, 라몬트가 인상 좋게 웃으며 대꾸했다.
“정말로 사정이 있었다니까. 믿지 않는군그래.”
“뱀 일족 역시 같은 이유로 카인을 데려가지 못했지. 헤제스 가문은 믿지만……, 아무래도 자넨 믿기 힘들군.”
켄드릭의 말에, 라몬트가 대꾸했다.
“그래도 레오나한테는 그 편이 훨씬 좋았을 걸세. 그 애는 워낙 린시를 좋아하니까 말이야. 전부터 첫 수인화는 린시가 있는 곳에서 하고 싶다고 하더군. 딸의 소원을 한번 들어 주었을 뿐일세. 물론 아내는 좀 아쉬워하긴 했지만…….”
“아쉽겠지, 딸아이의 첫 수인화를 보지 못했으니.”
첫 수인화는 그 의미가 제법 큰 일이니까 말이다.
게다가 켄드릭한테는 더욱이 그랬다.
‘아르센은 수인화하지 못할 거라 여기던 때가 있었으니까.’
수인화할 나이가 되기 전에 죽거나, 살아있더라도 수인화는 하지 못할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도련님과 레오나 님, 그리고 카인 님이 너무 자주 어울려 다니셔서……, 첫 수인화 주기가 맞춰지신 듯합니다.”
그 보고를 받고 얼마나 놀라고 기뻤던지.
사랑하는 아들.
날 때부터 저주를 갖고 태어나, 모두가 오래 살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던,
아르센의 어머니이자 켄드릭의 부인, 아이린이 아르센에게 마지막으로 남겼던 유언이 문득 떠올랐다.
“오래 품어 주지 못해 미안해, 아들. 오래 안아 주지 못해 미안해.”
켄드릭은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아르센을 지켜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이 악물고 아르센을 위해 살아온 것이 어느덧 십 년.
‘그런데 첫 수인화라니.’
기대하지 못한 일이었던 만큼, 그 기쁨이 더 컸다.
그래서 딸아이의 첫 수인화를 늑대 저택에 맡긴 페르난도 부부가 더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자고로 자식이 성장하며 자라는 시간 하나하나 전부 가슴속에 새겨두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아닌가?
그러나 사자 일족은 다른 모양이지. 켄드릭은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페르난도 저택의 사용인들은 아쉽지 않다는군. 아슬란과 테오발트 때 저택을 새로 지을 뻔했다 보니.”
라몬트가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켄드릭은 ‘페르난도 저택은 부서지지 않았으니 당연히 그렇겠지.’라며 딴죽을 걸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그리고 예크하르트 저택이 많이 파손되긴 했지만,
‘제법 괜찮은 구경이었으니.’
사자 일족의 아이와 늑대 일족의 후계자, 그리고 뱀 일족의 후계자가 한날한시에 첫 수인화를 하는 진귀한 모습을 목격했으니.
나쁘지 않았다.
켄드릭은 다시 한번 레오나와 아르센 그리고 카인이 첫 수인화를 했던 날을 떠올렸다.
***
크르릉-!
조그만 주황빛 사자가 앞발을 번쩍 치켜들며 으르렁거렸다.
“아아니, 아직두 싸우네.”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아르센을 품에 끌어안고 레오나의 이마를 손바닥으로 톡 밀었다.
“레온, 그만해. 응? 언제까지 싸울 거야, 아르센이랑.”
아르센이 내 품 안에 안겨 발버둥 치다가, 이내 포기하고 내 손등을 할짝였다.
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내 품에는 아르센이 안겨 있었고, 레오나는 아르센과 싸우고 싶어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게다가 목에는 카인이 목걸이처럼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나는 지친 표정으로 베티에게 물었다.
“베티……, 보통 첫 수인화는 언제 풀린다구?”
“보통 반나절이면 풀리니까요, 조금만 참으세요. 아가씨.”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눈치챈 베티와 다른 하녀들이, 아르센과 레오나 그리고 카인을 맡아 주려고 했지만.
“쉿, 쉬잇-!”
“으르릉…….”
“크르릉!”
카인과 아르센, 레오나의 반발 때문에 다른 하녀들의 손에 맡길 수가 없었다.
‘레온이랑 카인은 수인화해서 본능이 강해졌기 때문에, 늑대 일족이 어색한 거라고 해도.’
나는 아르센을 내려다보았다.
“아르센, 너는 왜?”
아르센이 내 말을 듣고서 모르는 척 고개를 홱 돌렸다.
레오나와 카인은 이해하지만, 아르센은 같은 늑대들이니까 다른 늑대 하녀들을 더 편하게 여겨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베티를 바라보며 말했다.
“베티……, 안 되겠어. 레온 좀 안아 줘. 애들 싸워서 안 될 것 같아.”
“네, 그럴게요. 읏챠, 레온 님-.”
베티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그만 주황빛 사자를 번쩍 안아 들었다.
레온은 좀 버둥거리는가 싶더니, 베티가 안아들고 멀리 가지 않은 상태로 내 옆에 앉자, 이내 얌전히 베티의 품에 안겨 아르센을 노려보았다.
“아니, 수인화하니까 더 싸우는 것 같애. 왜 이렇게 싸우는지 모르겠어.”
“첫 수인화 때는 본능을 조절하지 못해 공격성이 커지긴 하지만……, 확실히 도련님과 레오나 님은 조금 심하신 것 같긴 해요.”
베티가 걱정 어린 시선으로 레오나와 아르센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심하다니까. 게다가 카인은…….”
나는 내 목에 축 늘어진 채로 걸려 있는 카인 헤제스를 바라보았다.
카인은 처음 수인화를 했을 때부터 내내 이 상태였다.
기죽은 채 자꾸만 구석으로 기어 들어가려는 것을, 내가 잡아다가 목에 걸쳐놓은 것이다.
‘아이고, 진짜 쉽지 않네…….’
나는 아르센의 촉촉한 코를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아르센, 내려갈 생각 없어?”
조그만 잿빛 늑대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투명하리만치 푸른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기 늑대 아르센이 조그만 앞발을 내 팔에 턱 올려놓으며 울었다.
“끼잉.”
“으응, 없구나…….”
나는 아르센을 안고 정말로 어린아이를 어르듯 달래주었다.
첫 수인화 때는 본능이 우선하고, 감정 조절이 미숙해지니 어린아이처럼 다루어 주어야 했다.
그나저나.
‘진짜 귀엽다……, 으음.’
아르센이 첫 수인화를 하게 되는 날을 종종 상상했던 적이 있었는데.
수인화한 늑대 일족은 전부 어른 늑대 모습만 봤지…….
‘이렇게 조그만 아기 늑대는 처음이야.’
나는 속으로 생각하며 아르센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멈칫했다.
‘아니다, 전에 한 번 본 적 있구나.’
첫 연회 때, 일부러 수인화해서 나를 위협해 깜짝 놀라게 했던 그 애.
물론 그 애는 좀 더 컸던 것 같지만……. 나는 가물가물한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아닌가?’
어쩌면 내가 지금보다 어리고, 겁이 많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었다.
나는 그 기억을 곱씹으며, 스스로에게 조금 놀랐다.
‘그 애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당시에는, 그리고 일고여덟 살 때는 내가 그 일을 평생의 트라우마로 안고 살게 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는데.
왜냐면 내게는 그때의 충격이 몹시 컸으니까 말이다.
나는 아르센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늑대 저택에서 사랑받은 덕분인가 봐.’
일곱 살 때 나를 그렇게 힘들게 했던 트라우마들은 이제 잘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아직도 어두운 것은 조금 무섭지만…….
‘그것두 곧 괜찮아질 거야.’
아르센과 켄드릭, 그리고 늑대 저택과 레오나, 카인이 있으니까.
나는 사랑스러운 아기 늑대 아르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한참 바라보더니, 이내 내 손바닥에 자신의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간지러워, 아르센.”
“끼잉…….”
아르센이 내 손바닥을 할짝할짝 핥았다. 나는 아르센을 빤히 바라보았다.
‘으음. 첫 수인화라도 이성은 그대로 있을 텐데……?’
본능대로 굴게 되는 것뿐이지, 이지가 완전히 날아가는 것은 아니니까.
그런데 아르센은 지금 정말로 새끼 늑대처럼 굴고 있었다.
본능대로…….
‘본능이……, 내 손바닥을 핥고 싶은 건가?’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아르센을 잘 안아들고 달래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