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1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18화(118/187)
다음 날, 헤제스 가문의 부관 데보라가 와 카인을 데려갔다.
“잘 가! 카인!”
레오나가 환하게 웃으며 카인을 배웅했다. 나와 아르센 역시 카인을 배웅해주었다.
그리고,
레오나가 페르난도 저택에 돌아간 것은 일주일 뒤였다.
레오나는 가기 싫다고, 더 있고 싶다며 떼를 썼지만, 마침 페르난도 저택에 볼일이 있는 켄드릭의 손에 이끌려 집에 돌아갔다.
오랜만에 아이들이 전부 집에 돌아가고, 나와 아르센 단둘뿐이었다.
“으아, 진짜 피곤해.”
“나도……, 진짜 피곤해.”
아르센은 피곤하다는 말이 정말인지, 자꾸만 꾸벅꾸벅 졸았다.
“아르센, 아르센, 자?”
나는 아르센의 눈앞에서 손바닥을 살살 흔들어 보았다.
아르센이 꾸벅꾸벅 졸다가, 눈꺼풀을 느릿하게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내 내 어깨에 얼굴을 폭 기대고 졸았다.
나는 아르센에게 어깨를 내준 채,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아르센이 잠결에도 내 손을 꼬물꼬물 잡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많이 피곤한가 보네…….’
첫 수인화가 풀린 뒤로도 계속 예민하게 굴었던 게 피곤해서 그런 것이었던 모양이다.
나는 아르센이 좀 더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아르센을 눕혀 주려고 했지만.
“……으.”
“으응? 깼어?”
내가 움직일 때마다 아르센이 고개를 도리질치며 나를 꽉 붙드는 탓에, 아르센에게 붙잡혀 있어야 했다.
‘첫 수인화를 하구 나면 원래 이렇게 오래 피곤한가?’
나는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저번 생은 기억이 거의 나지 않았고, 이번 생은…….
‘예크하르트로 오는 마차에서 꾸벅꾸벅 졸았었지만, 며칠 내내 피곤해하진 않았던 것 같은데.’
‘늑대 일족은 좀 다른 걸까?’
나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새근새근 잠든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이 요 며칠 계속 축 처져 있는 것 같아, 켄드릭은 외출하기 전 헤른 선생님에게 아르센을 잘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많이 피곤해하는 것 같으니 잘 살피고, 혹시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연통을 넣도록.”
헤른 선생님은 켄드릭의 지시대로 아르센의 상태를 꼬박꼬박 체크했다.
그는 아르센이 자꾸 피로해하는 것이, 첫 수인화를 하느라 힘을 많이 쓴 탓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괜찮겠지.’
나는 아르센에 대한 걱정은 잠시 내려두고, 조용한 방 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레오나와 카인이 전부 돌아가고 나니 이상하게도 저택이 조금 빈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애들의 빈자리가 꽤 큰 모양이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햇살이 반짝이며 부서지고 있었다.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이었다.
***
내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밤이 되어 있었다.
달빛이 방 안을 환히 비추고 있었다.
‘나도 피곤했나 보네…….’
한 번도 깨지 않고 이렇게 오래 잔 것을 보니 말이다.
하녀들은 내가 깊이 잠든 것을 보고, 저녁식사 때도 깨우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옆에 누운 아르센은 수인화되어 있었다.
하녀들이 나와 아르센을 편하게 자라고 눕혀 준 모양인지, 우리는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나는 눈앞에 있는 조그만 아기 늑대를 보다가, 품에 꼭 껴안았다.
그런데.
“……털 때문에 온도가 높은 건가?”
아르센의 몸이 조금 뜨거운 것 같기도 했다. 이불을 덮고 잔 탓일까?
아니, 원래 어린아이들은 체온이 높으니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가설을 세우며, 아르센의 이마를 짚어보았다.
그러나 수인화되어 있는 탓에, 복슬복슬한 털 때문에 열이 나는 건지 안 나는 건지 구별하기가 어려웠다.
“아르센, 아르센……, 일어나 봐.”
나는 아르센을 살살 흔들어 깨웠다. 그런데 깊이 잠들었는지 아르센이 깨지 않았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아르센을 품에 꼭 끌어안자.
“……뜨거운 것 같은데?”
이불을 덮어서, 어린아이의 체온이 높아서 따위의 이유가 아니라, 아파서 열이 나고 있는 듯했다.
아르센이 아프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잠이 싹 달아났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내 품에 안겨 있는 아기 늑대를 살폈다.
“아르센?”
아르센을 조심스럽게 돌려 안아, 배 부분을 살살 문지르자 아르센이 팔다리를 움직였다.
그런데.
“입을 벌리고 숨을 쉬잖아…….”
몇몇 특수한 일족들을 제외하고, 수인들이 입을 벌리고 숨을 쉰다는 것은 몸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였다.
개구 호흡을 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다는 뜻이다.
‘큰일이야.’
오늘은 켄드릭 님도 저택에 없었다. 레오나를 페르난도 저택에 데려다주며, 근방에서 일을 처리하고 온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첫 수인화를 한 지 얼마 안 된 아르센을 두고 저택을 떠나는 것을 불안해했지만.
“살필 것이 있어 어쩔 수 없군. 대신 금방 오마.”
라며 저택을 떠났다.
그런데 왜 하필 오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침대 위에 달린 금줄을 잡아당겼다.
무슨 일이 있으면 잡아당기라고, 켄드릭이 최근에 설치해 주었던 것이었다.
딸랑딸랑!
금줄을 당기자, 순식간에 저택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에서 깬 하녀들이 부스스한 모습으로 내 방 문을 벌컥 열었다.
나는 침대 위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르센을 품에 안은 채 하녀들을 바라보았다.
맨 앞에 서 있는 것은 아니나 다를까, 잠에서 막 깬 베티였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베티가 아직 졸음이 묻어 있는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품에 안고 있던 아르센을 살짝 들어 올려 볼에 가져다 대 체온을 확인하며 말했다.
“아르센이 아픈 것 같아…….”
“네?”
내 말에 베티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뒤에 서 있던 클로이와 다른 하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르센이 아프다는 건, 예크하르트 저택 전체에 비상이 걸린다는 것과 같은 뜻이었으니까.
“저는 우선 헤른 선생님을 모셔올게요!”
하녀 한 명이 눈을 비비며, 빠르게 헤른 선생님을 찾으러 사라졌다.
클로이는 조심스럽게 다가와 아르센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열이 나는 것 같지, 그렇지?”
“네, 열이 있네요……. 첫 수인화 때문인가……?”
클로이가 아르센을 살피다가, 이내 물수건을 만들어 오겠다며 방을 나섰다.
베티는 내게 아르센을 침대에 눕혀 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르센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침대에 눕혀 주었다.
그런데.
“끼잉…….”
아르센이 많이 아픈 듯 신음을 흘렸다. 조그만 늑대가 앞발을 바르르 떨었다.
숨 쉬기가 여전히 버거운지, 입을 한껏 벌린 채 혓바닥을 축 내놓고 개구 호흡을 하고 있었다.
“아르센, 아르센…….”
나는 아르센에게 당장 이능을 사용해 주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헤른 선생님이 아직 안 오셨으니까…….’
아르센의 병이 심해졌을 때, 켄드릭과 헤른 선생님의 허락 없이 함부로 이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내 이능과 아르센의 병이 모종의 이유로 충돌하는 까닭이었다.
‘물론, 지금까지는 괜찮았지만…….’
아르센은 삼 년 동안 아팠던 적이 거의 없었지만,
아팠을 때, 헤른 선생님은 내게 이능을 조금만 사용하여 치료해줄 것을 부탁했다.
나는 그 말대로 주의하여 이능을 사용했다.
어릴 때보다는 좀 덜했지만, 아르센을 치료하면 역시나 이능이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런 느낌이 든다고 설명하자, 헤른 선생님은 자신의 허락 없이 아르센을 이능으로 치료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래서.
‘아픈데 해줄 수 있는 것도 없고…….’
나는 속상한 마음으로 누워 있는 조그만 잿빛 늑대를 바라보았다.
말캉한 분홍색 앞발을 잡아주자, 아르센의 호흡이 조금 진정된 것 같기도 했다.
하녀들은 물수건을 가져와 아르센의 몸, 그러니까 털을 닦아 주었다.
예크하르트 저택의 불이 환하게 켜졌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헤른 선생님이 빠르게 달려왔다.
“도련님, 괜찮으십니까?”
헤른 선생님은 아르센의 상태를 보고는, 재빨리 진찰을 시작했다.
들고 온 청진기로 아르센의 상태를 살핀 뒤, 사슴 일족의 ‘눈’을 사용하여 이능의 흐름을 살폈다.
“이능이 불안정해졌습니다. 이건 병 때문은 아니고, 아마 첫 수인화를 한 지 얼만 안 된 탓인 것 같은데…….”
헤른 선생님이 중얼거렸다.
“그으럼, 그냥 놔둬야 하나요?”
“도련님의 ‘병’ 때문이 아니라면, 그냥 놔두는 것이 맞겠지만…….”
헤른 선생님의 시선이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르센에게로 옮겨갔다.
아르센은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처럼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그냥 놔두면 안 될 것 같은데.’
나는 전전긍긍하는 표정으로 헤른 선생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다행히 헤른 선생님 역시 나와 같은 의견인 듯했다.
그는 한참 동안 아르센을 살피다가, 이내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아가씨의 이능은……, 몹시 안정적이군요. 이능을 사용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헤른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마자, 나는 아르센을 꼭 끌어안았다.
이능 사용은 손바닥만 가져다 대도 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하구 싶어.’
나는 아파서 헐떡이는 아르센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로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이능을 사용했다.
아르센의 몸을 안고 있는 두 손바닥에서 연둣빛 빛이 퍼져 나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두색 빛이 아르센의 온몸을 타고서 흘렀다.
내가 온몸으로 아르센을 안고 있는 탓인 듯했다. 나는 눈을 더 또렷하게 뜨고 이능 사용에 집중했다.
‘이능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야…….’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유난히 더 심했다.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이 느껴졌다.
“아가씨, 무리하지 마시고……!”
헤른 선생님은 나를 말리려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도리질 쳤다.
“저는 괜찮아요.”
아직 이 정도는 괜찮았다.
나는 일곱 살 때보다 훨씬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아르센한테 조금 흡수되어도 괜찮을 거야.’
나는 계속해서 조그만 아기 늑대의 몸으로 이능을 흘려보냈다.
이능을 많이 사용한 탓인지, 등 뒤로 붉은 날개가 불쑥 튀어나오며 잠옷이 죽 찢어졌다.
하녀들이 그 모습을 걱정스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떴다.
호수처럼 투명하고 맑은 벽안과 눈이 마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