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1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19화(119/187)
이상한 일이다.
‘고작 아르센이랑 눈이 마주친 것뿐인데.’
더 이능을 사용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니 말이다.
나는 아르센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며 조용조용 속삭였다.
“아르센, 금방 안 아프게 해 줄게. 나는 거짓말 안 해, 기억하지?”
나는 아르센을 처음 치료해 주었던 날을 떠올리며 말했다.
“있잖아, 내 말만 잘 들으면 너, 약 안 먹을 수 있어.”
“……거짓말!”
“진짜래두, 나는 거짓말 안 해.”
“……뭐?”
“그뿐이야? 내 말만 잘 들으면 나가서 뛰어놀 수도 있을걸.”
아르센은 그날, 나를 불신하면서도 내게 몸을 맡겨주었다.
그만큼 아픈 게 싫었던 거겠지.
나는 약속을 지켰고, 그날 아르센이 한동안 아프지 않도록 만들어 주었다.
내 말에 대답하려는 것일까.
조그만 아기 늑대가 혀를 길게 뺀 채로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나는 아르센을 더 꼬옥 껴안으며 다시 한번 속삭였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나만 믿어.”
이제는 나도 숨이 조금씩 거칠어지고 있었다.
이능을 무리하게 사용한 탓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르센이 이렇게 아픈데, 이능을 사용하는 걸 그만둘 수는 없어.’
나는 힐긋, 헤른 선생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는 몹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와 아르센을 지켜보고 있었다.
혹여 내가 무리하는 기미가 보이면, 금방이라도 떼어놓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나는 힘들어하는 표정을 최대한 숨기려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시선을 아르센에게 고정했다.
“아르센.”
아르센이 정신을 잃지 않도록 계속해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품에 안은 채 등을 토닥이자, 조그만 늑대가 무언가를 게워내려는 듯 캑캑거렸다.
목에 무엇인가 걸린 듯한 소리 같기도 하다. 헤른 선생님의 낯빛이 점차 굳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왜 상태가 괜찮아지는 것 같지 않지?’
원래 아르센에게는 내 이능이 잘 통하지 않았다.
그 증거가 바로 아르센의 몸에 아직까지 남아 있는 반점들이었다.
내 이능이 통했다면, 아르센의 병은 진작에 치료되었을 테니까.
그래도 아르센의 상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정도는 되었는데.
그런데 지금은 아르센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애써 이능을 더 사용해 보았다.
지금도 충분히 많은 이능을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어느 정도냐면, 지금 아르센 한 명에게 사용하고 있는 이능의 양이, 일전 예크하르트 저택 전체의 사용인들에게 사용했던 이능의 양보다 많았다.
그런데도 상태가 쉽게 진정되지 않아, 나는 당황하여 이능을 더 풀어 보았다.
그러자.
“……이게 뭐지?”
베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능을 너무 많이 사용한 탓일까, 방 안이 연둣빛 연기로 가득 차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이능을 사용하여 연두색 빛이 반짝거리는 내 손을 바라보았다.
연두색 빛 사이에.
‘……이건?’
불그스름한 빛무리가 보였다.
깜짝 놀라 아르센을 놓아버릴 뻔했지만, 나는 정신을 다잡았다.
다행히 방 안에 퍼진 연기에 불그스름한 빛이 도는 것 같지는 않아 보였으므로, 일단은 손을 최대한 말아 숨겼다.
그런데.
“켕!”
아르센이 갑자기 고통스러운 소리를 내며 몸을 발발 떨었다.
“아르센, 아르센?”
나는 다급하게 아르센을 부르며 이능을 조금 거두어들였다.
혹시 더 고통스러워하는 게 내 이능 때문일까?
그때.
헤른 선생님이 급하게 나와 아르센을 떨어트려 놓았다.
“서, 선생님!”
“이제는 안 됩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습니다. 일단은 약을 사용해 보고……, 안 되면 그때 다시 시도해 보기로 하죠.”
헤른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클로이가 아르센을 안아들었다.
“제가 도련님의 방에 눕혀 놓을게요. 아가씨는 여기서 쉬고 계세요.”
“그럼 제가 곧 약을 만들어 뒤따라가겠습니다. 아가씨, 조금 이따가 상태를 봐 드리겠습니다.”
헤른 선생님은 내 상태도 불안정한 것 같으니, 움직이지 말고 여기 가만히 있으라며 신신당부한 뒤 자리를 떴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순식간에 아르센과 하녀들이 나가고, 나는 베티와 단둘이 방 안에 남았다.
아르센이 누워 있었던 자리를 쓸자, 미지근하게 식은 온기가 만져졌다.
“아가씨, 괜찮으세요?”
베티가 다정하게 물으며, 내 얼굴을 한번 쓸어보았다.
나는 베티의 다정한 손길에 얼굴을 살짝 부비적거렸다.
“응, 나는 괜찮아. 그런데 아르센이…….”
지금까지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아르센과 내 이능이 모종의 이유로 잘 맞지 않는다고 해도, 늘 이능을 사용하면 아르센이 진정되었다.
다만, 내가 조금 힘들 뿐.
‘……조금은 아닌가?’
이능을 사용해 치료해 주다가 완전히 탈진해 쓰러진 적도 두 번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래두 내가 이능을 사용하면 아르센이 안 아파했는데…….’
손안에 불그스름한 빛이 돌자마자, 아르센이 고통스러워했다.
불그스름한 빛.
나는 켄드릭이 돌아오면 이 사실에 대해 꼭 이야기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숨길 수는 없으니까.’
그 전에는 내가 혹시 잘못 본 것인가 해서 함부로 말하지 않았는데.
‘확실해, 이번에는 잘못 보지 않았어.’
분명히 손안에서 불그스름한 빛이 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덜컥 겁이 났다.
‘혹시, 이게 저주인 걸까?’
켄드릭은 붉은 털을 가진 새가 저주받았다는 것은 새 일족과 몇몇 일족 사이에서만 도는 미신이라고 했지만.
손안에 불그스름한 빛이 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르센이 고통스러워했다…….
이게 그들이 그토록 말하던 ‘저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도 켄드릭에게 숨길 수는 없었다.
‘혹여 이게 정말 저주라서 미움받게 되더라도 말해야 해.’
그게 내가 늑대 저택에서 입은 은혜를 갚는 나만의 방식이었으니까.
베티가 나를 꼭 끌어안은 채,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 주었다.
“괜찮으실 거예요, 늘 괜찮으셨잖아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베티의 손끝이 살짝 떨리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아마 베티도 아르센이 걱정되는 것이겠지.
그런데 혹여 내가 놀랐을까 봐 다정하게 달래 주고 있는 듯했다.
“혼자 주무실 수 있으시겠어요?”
베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지금까지 삼 년 내내 아르센과 함께 잤으니 걱정할 만도 했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응, 혼자 잘 수 있어.”
아르센이 아파 저택의 사용인들이 모두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할망정 내게 신경을 쓰게 만들 수는 없었으니까.
베티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으시면, 제가 재워드릴까요?”
“베티가?”
“네, 제가 수인화하면 그 털에 얼굴을 묻고 주무시는 걸 좋아하시잖아요.”
“으응, 좋아해……. 수인화 해 주려구?”
“그럼요.”
베티가 포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익숙하게 나를 안아들었다.
나는 베티의 목에 팔을 감았다.
베티는 나를 안고서, 일곱 살 때 내가 쓰던 방으로 내려갔다.
옆방에 아르센이 누워 있는지, 문이 살짝 열려 있고 하녀들이 분주히 드나드는 것이 보였다.
물수건을 든 하녀들, 약이 담긴 그릇을 든 하녀들이 복도를 바삐 걸어 다녔다.
베티는 나를 안고서 내 방의 문을 열었다.
아르센과 같이 자기 시작하면서 사용하지 않은 지 꽤 되었지만, 방은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었다.
하녀들이 꾸준히 청소하고 관리하는 듯 보였다.
베티는 나를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발로 가볍게 바닥을 쳤다.
펑-!
조금 큰 폭발음이 들리고, 갈색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온화한 인상의 갈색 털을 가진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베티…….”
베티는 내가 겁이 많은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녀였다.
그래서 저택이 이렇게 시끄러운 지금, 내가 혹여 속상해하거나 기죽지는 않을까 살펴 주는 것인 듯했다.
거대한 갈색 늑대가, 침대 옆의 바닥에 엎드리고 앉아 침대 위로 주둥이를 올렸다.
나는 베티의 머리를 가만가만 쓰다듬다가, 내 옆의 이불 위를 팡팡 쳤다.
“베티, 여기 누우면……, 안 돼?”
베티가 옆에 누워준다면, 이 복잡한 마음을 떨쳐내고 잘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옆방에서 무언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지만.
‘안 돼.’
나는 일어나서 아르센에게로 가고 싶은 것을 꾹 참았다.
지금 내가 가 봤자 도움도 되지 않고 방해만 될 테니까.
베티가 곤란한 낯으로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내 침대에 조심스럽게 올라왔다.
침대가 굉장히 큰데도 불구하고 베티가 조금 더 커 하반신은 거의 침대 밖으로 삐져나왔지만.
거대한 꼬리가 살랑, 흔들렸다.
나는 갈색 늑대의 포근한 품에 안겨, 보드라운 털에 얼굴을 묻었다.
‘아르센은……, 괜찮겠지?’
한참 시끄러운 소리가 나다가, 이내 조용해진 것을 보니 조금 진정된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켄드릭이 어서 돌아오기를 바라며, 베티를 꼭 끌어안았다.
베티의 털에서 좋은 향기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