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2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21화(121/187)
켄드릭은 물끄러미 린시를 바라보다가, 이내 아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방문을 닫았다.
그리고 이능을 사용하여 린시의 방 문을 그림자로 덮어 주었다.
이능이 방음벽 역할을 해 줄 터였다.
‘새벽 내내 하녀들이 복도를 오갈 테니.’
자다가 시끄러워 깨지 말라는 켄드릭의 배려였다.
켄드릭이 복도를 걸어가며 에단에게 조용히 물었다.
“린시가 울지는 않았나.”
린시는 유독 아르센의 일이라면 민감하게 굴곤 했으므로.
특히나 아르센이 아픈 것에 민감했다.
물론 아르센의 병에는 예크하르트 저택 사람들 모두가 민감하게 굴었지만.
‘린시는 특히 더 그런 편이니.’
아르센을 치료해 주기 위해서 예크하르트 저택에 온 탓일까.
일곱 살 무렵의 린시는 아르센을 치료해주지 못하면 자신이 쫓겨날 거라며 불안해하곤 했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그런 모습은 거의 사라졌지만…….’
그래도 아르센의 병을 제 책임처럼 무겁게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했다.
자신의 이능으로 아르센을 완전히 치료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 더욱 그러는 듯했다.
“혹여 울었을까 걱정되는군…….”
켄드릭이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아픈 아르센도 물론 걱정되었지만, 이능을 사용해도 낫지 않는 아르센을 보고 놀랐을 린시도 염려스러웠다.
“당시 상황을 보진 못했으나……, 헤른 선생의 말에 따르면 놀란 듯 보이긴 했지만 울진 않으셨다고 합니다.”
에단의 말에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여 답했다.
“우리 집 아기새가 의젓해졌군.”
늘 눈물을 그렁그렁 달고 다니던 것이 꼭 엊그제 같은데.
조막만 한 아이가 의젓하게 눈물을 꾹 참았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가엽고 기특하다.
켄드릭은 린시가 일어나면 꼭 안아 달래 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에단이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성큼성큼 내려가는 켄드릭의 뒤를 따라붙으며 물었다.
“뱀 영토는 무탈히 다녀오셨습니까.”
“그래, 영 달갑지 않은 소식도 들었고.”
켄드릭이 외투를 벗어 에단에게 넘겨주며 말했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아르센과 린시의 상태를 살피느라 외투도 벗지 못한 채였다.
에단이 익숙하게 켄드릭의 외투를 받아들어 옆의 하녀에게 건넸다.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니요?”
에단이 되묻자, 켄드릭이 잠시 이야기하기 피곤하다는 듯 낯을 구겼다.
에단은 눈치껏 더 이상 묻지 않고 한발 물러났다.
켄드릭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입을 열었다.
“날이 밝으면 마저 얘기하지. 지금은 너무 늦었고,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니.”
켄드릭이 물러나라는 듯 손짓하자, 에단이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했다.
“좋은 밤 보내십시오, 가주님.”
에단은 금세 켄드릭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마 아르센을 보러 가는 성싶었다.
켄드릭이 자신의 방 문을 열었다. 평소 그의 성정대로 깔끔하고 단정하게 정돈된 방이었다.
넥타이를 풀어낸 켄드릭이, 피곤하다는 듯 마른세수를 했다.
내내 피곤했던 탓일까, 아니면 아르센과 린시의 상태가 걱정했던 것만큼 크게 나쁘지는 않아 긴장이 풀린 탓일까.
단정치 못하게 흐트러진 켄드릭의 머리 위로 잿빛의 늑대 귀가 솟았다.
늑대 일족은 새 일족과 다르게, 불완전하게 수인화되는 것에 큰 거부감이 없었으므로 켄드릭 역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켄드릭이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자, 잿빛 귀가 자연히 누웠다.
“나도 피곤했던 모양이군…….”
켄드릭이 중얼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피곤할 만도 했다.
내내 자일스 꽃 때문에 긴장해 있었던 데다가, 아이들의 첫 수인화도 겹쳤고, 아르센이 아프다는 말에 이능까지 무리하게 사용하며 한달음에 저택으로 돌아왔으니.
그러나 피곤해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던 탓에, 켄드릭은 의지와 관계없이 튀어나온 귀를 도로 집어넣었다.
잿빛의 늑대 귀가 금세 사라지고, 켄드릭의 잿빛 머리카락만 남았다.
‘날이 밝으면 늑대 일족 안에서도 자일스 꽃이 유통된 흔적이 있는지 다시 알아봐야 한다.’
물론 그동안은 늑대 일족 내에서 유통된 흔적이 없었지만.
뱀 일족 내부에서 자일스 꽃가루가 돌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지금, 안심할 수는 없었다.
켄드릭이 옷을 갈아입은 뒤, 곧바로 방을 나섰다.
다시 아르센에게 가 볼 생각이었다.
***
“아르센은?”
나는 눈을 뜨자마자 베티를 붙잡고 물었다.
베티는 나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침대를 정돈하고 방 안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있었다.
내가 일어난 것을 확인한 베티가, 세숫물을 가져다주며 말했다.
“도련님은 주무시고 계세요. 오늘은 도련님께서 쉬셔야 할 것 같은데……, 혼자 놀 수 있으시겠어요?”
“응……, 아르센 아직도 많이 아파?”
베티가 미지근한 세숫물로 내 얼굴을 닦아 주며 말했다.
“그래도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하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아침은 방에서 드시겠어요? 오늘은 가주님도 아침은 안 드신다고 하니 방에서 드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아버님이 오셨어?”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자, 베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간밤에 도련님께서 아프시다는 연락을 받고 곧장 돌아오셨어요.”
“그렇구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켄드릭에게 이야기할 것도 있었으니 잘된 일이었다.
베티가 아침을 어디서 먹을지 대답해달라는 듯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럼 방으로 가져다 줘.”
“네, 그럼 조금만 기다리세요.”
베티가 세숫물을 들고서 나갔다. 나는 침대에 얌전히 앉아 있다가, 이내 방 한쪽으로 달려갔다.
아르센의 방과 맞붙어 있는 벽이었다.
소리를 엿들어 아르센의 상태를 짐작해 볼 참이었다.
그런데.
‘……소리가 하나도 안 들리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숨도 참은 채로 벽 건너편의 소리를 들어 보려고 집중했다.
그런데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원래도 방음이 잘되는 편이긴 하지만 이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나는 이내 소리를 엿듣는 것은 포기하고, 얌전히 침대에 앉아서 베티를 기다렸다.
아침을 먹고 나서 아르센을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해 볼 생각이었다.
‘이능은……, 사용하지 말아야지.’
나는 조그만 손바닥을 쥐었다 펴며 다짐했다.
아직도 내 손에서 일렁거리던 붉은색 빛이 잊히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신전에서 결혼 서류를 작성할 때도 붉은 빛이 잠시 타올랐던 것 같은데.
‘그때는 서류나 신전 측의 문제로 생각하고 넘어갔었지…….’
어쩌면 신전의 문제가 아니라, 내 문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잠시 기다리자, 베티가 트레이에 아침을 담아 올라왔다.
오늘 메뉴는 햄과 치즈가 든 샌드위치, 과일 샐러드, 따뜻한 양송이버섯 수프였다.
베티는 옆에 있는 조그만 테이블에 아침 식사를 정갈하게 차려 주었다.
나는 자리에 앉아 먼저 따뜻한 수프를 한 스푼 떴다.
입 안에 넣고 오물거리자, 간밤의 긴장이 조금 풀리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나는 수프를 연신 떠먹다가, 스푼을 손에 쥐곤 베티에게 물었다.
“그런데 베티. 오늘 아버님께서 바쁘실까? 아침 식사도 거르신다고 하시구…….”
“네, 바쁘신 것 같아요. 그런데 무슨 일 있으세요?”
“응? 아니야.”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켄드릭이 바쁘다면 굳이 시간을 뺏어 가면서까지 말할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베티, 아침 먹구 잠깐……, 아르센을 볼 수 있을까?”
어젯밤, 고통스러워하던 조그만 아기 늑대가 자꾸만 떠올랐다.
내가 조심스럽게 묻자, 베티가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대답했다.
“제가 헤른 님께 여쭤볼게요. 아마 잠깐 보는 것 정도는 괜찮으실 거예요.”
“으응, 고마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간단한 아침식사가 끝나고, 헤른 선생님은 내가 아르센을 만날 수 있도록 허락해주었다.
똑똑.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하녀 한 명이 문을 열어주었다.
“아가씨, 들어오세요.”
나는 하녀의 손을 잡고서, 아르센이 누워 있는 침대까지 향했다.
아르센은 아직도 수인화 상태였다.
커다란 침대 위, 조그만 잿빛 늑대가 여전히 고통스러운 듯 입을 벌리고 숨을 쌕쌕 내뱉고 있었다.
나는 헤른 선생님에게 물었다.
“아르센……, 괜찮은 거예요? 혹시 저 때문에…….”
“아닙니다, 아가씨. 아가씨 때문은 아니니 그런 생각 마세요. 게다가 어젯밤보다는 약간 호전되었으니 곧 다 나으실 겁니다.”
헤른이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나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르센이 누워 있는 침대에 살짝 걸터앉았다.
“아르센, 괜찮아?”
조심스럽게 조그만 머리를 쓰다듬자, 잿빛 늑대가 눈을 느릿하게 떴다.
푸른 눈동자가 나를 또렷하게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아르센이 내 손바닥에 천천히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그러나 기운이 없는 탓인지, 이내 금방 머리를 툭 떨어트렸다.
나는 눈물이 울컥 나오려는 것을 꾹 참고, 아르센을 살살 쓰다듬어주었다.
“괜찮을 거야, 아르센.”
금방 나을 거야.
내가 너를 치료해 줄 수는 없지만…….
뒷말은 차마 뱉지 못한 채 목 뒤로 삼켜야 했다.
아르센이 푹 쉬어야 한다는 헤른 선생님의 말씀대로, 나는 금방 아르센의 방에서 나와야 했다.
그때, 베티가 저 멀리서 다가오며 말했다.
“아가씨, 가주님께서 아가씨를 보고 싶어 하시는데, 내려가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