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2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23화(123/187)
나는 눈앞에 나타난 것에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아르센의 이능, 그림자 늑대다.
아르센의 상태가 안 좋은 탓인지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져 있었고,
‘……크기가.’
크기도 처음 이능을 발현했을 때만큼이나 작아져 있었지만.
“!”
나한테 달려와서 꼬리를 흔드는 것을 보니 분명했다.
나는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안아들었다.
아르센의 이능이 성장하면서, 그림자 늑대도 같이 성장하여 마지막으로 품에 안아본 것이 삼 년 전이었는데.
‘아르센이 아파서 얘도 작아졌나 봐.’
오히려 첫 발현 때보다 더 작아진 것 같기도 했다. 그보다.
‘지금 아르센은 이능을 쓸 수가 없을 텐데?’
이능을 사용하기는커녕 자신의 몸조차 제대로 가누기 힘든 상태가 아닌가.
역시 아르센의 몸 상태 때문인지, 그림자 늑대의 형체가 자꾸만 흐트러졌다.
‘안 되겠어.’
이능을 못 쓰게 해야 한다.
이능을 계속 사용하면 기력이 소모될 거고, 그럼 몸이 회복되는 속도가 더 더뎌질 터였다.
나는 살짝 맺혀 있던 눈물을 소맷자락으로 슥 닦았다.
그리고 그림자 늑대를 안아든 채로 빠르게 아르센이 누워 있는 방으로 향했다.
“아가씨? 어디 가세요?”
복도에서 마주친 하녀가 물었다. 나는 대충 손을 흔들어 주며 대답했다.
“으응, 아르센 방에!”
“앗, 가시면……!”
하녀가 나를 말리려고 하는 듯했지만, 그녀보다 내가 더 빨랐다.
나는 빠르게 아르센의 방 문 앞으로 가 문을 두드렸다.
똑똑.
문이 빼꼼 열리고, 곤란한 표정의 클로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가씨?”
“아르센한테 할 말이 있어. 잠깐이면 돼.”
나는 품에 그림자 늑대를 안은 채로 클로이를 올려다보았다.
그제서야 내 품에 안겨있는 것이 무엇인지 눈치챈 클로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도련님의.”
“으응, 그래서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 잠깐이면 되니까…….”
클로이는 난처한 얼굴을 하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꾸벅 숙이며 급하게 물러났다.
클로이가 물러난 자리에 켄드릭이 우뚝 서서 나를 내려다보았다.
“린시, 무슨 일이지?”
“아버님. 아르센이……, 이능을 계속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으러니까 못 쓰게 말려야 하는데…….”
나는 변명하듯 길게 말하며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번쩍 들어 보였다.
켄드릭이 아르센의 이능으로 만들어진 그림자 늑대를 확인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이게 왜…….”
“아르센이 계속 이능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그래서 회복이 더뎌지는 걸 수도 있어요. 그러니까 쓰지 말라구 말해야…….”
켄드릭은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한번 쓰다듬었다.
그러자 그림자 늑대의 형체가 먼지처럼 쉽게 부스러졌다가, 이내 돌아왔다.
“얘기할 필요 없다, 린시.”
“네? 하지만…….”
“아르센은 못 들을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켄드릭의 표정이 가라앉아 있었다. 나는 당황하여 켄드릭을 살폈다.
“그게 무슨…….”
“정신을 잃었어. 정신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말을 건넬 수 없을 거다. 그러니…….”
켄드릭이 내 품 안에서 자꾸만 부스러지는 그림자 늑대를 물끄러미 보며 말을 이었다.
“이능을 사용하지 말라는 말을 할 수도 없겠지. 다만 나도 정신을 잃은 아이가 이능을 사용하는 것은 처음 보는군.”
이능을 사용하려면 정신이 깨어 있어야 한다.
이건 굳이 말할 필요조차도 없이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때문에 나도 아르센이 깨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말려야겠다 싶어서 달려온 것이었는데.
‘정신을 잃었다니?’
그럼 도대체 이능은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 거지?
천천히 시선을 내려 그림자 늑대를 바라보자, 늑대가 검은 혀를 길게 빼어가며 웃었다.
켄드릭은 가만히 문간에 서 있다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르센의 이능은 네가 위험에 빠졌을 때 처음 발현되었지.”
“…….”
“자아를 가지고 있으니 너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을 테고.”
그림자 늑대가 켄드릭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계속해서 꼬리를 흔들었다.
“내 생각에는 아르센이 무의식중에 너를 걱정하여 이능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구나.”
나는 켄드릭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품 안에 안고 있는 그림자 늑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림자 늑대는 형체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드는지, 자꾸만 부스러지면서도 연신 꼬리를 흔들었다.
‘아르센이 무의식중에 나를 걱정한다구?’
자긴 아파서 쓰러져 있는 주제에, 자기 몸이나 걱정할 것이지…….
아르센이 나를 걱정하여 이능을 사용한 것이라고 생각하니 또 눈물이 왈칵 났다.
그러나 나는 울지 않으려고 씩씩하게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
아르센도 아파하면서 쉽게 울지 않는데, 내가 뭐라고 울어.
나는 한참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켄드릭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그러면……, 아르센은 못 만나는 거지요?”
“그래, 아르센이 정신을 차리면 다시 불러 주마.”
“네. 감사합니다, 아버님.”
나는 예의 바르게 꾸벅, 인사한 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안고서 총총 방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림자 늑대를 침대 위에 올려놓은 채, 턱을 긁어주며 물었다.
“있지, 너 내 말을 알아들을 수 있잖아.”
그림자 늑대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이내 내 손에 앞발을 척 올려두었다.
정말로 내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아르센이……, 나를 걱정해서 네가 나타난 거니?”
그림자 늑대는 아무 말 없이 꼬리를 살랑거리며 나를 차분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아르센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로…….”
그 애가 건강하게 태어났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우리는 못 만났을 테지만, 그렇지만 그래도…….
내가 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그림자 늑대가 내 소매를 앙 물고 잡아당겼다.
“으응, 알았어. 미안해. 이상한 생각 안 할 테니까.”
사과하며 앞발을 잡아 주자, 그림자 늑대가 차분하게 엎드렸다.
그리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르센을 살피느라, 저택의 사용인들이 전부 아르센에게 가 있어 내 방에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물론 중간에 베티와 하녀들이 방으로 점심을 가져다주긴 했다.
그때 말고는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짐작할 수 없었지만…….
해가 기울어진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듯했다.
나는 그 시간 내내 아르센을 생각하면서,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와 장난 아닌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어?”
그림자 늑대가 짧게 울음소리를 뽑으려다가, 지쳤는지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그리고 엎드린 채로 나를 바라보며 천진하게 웃으면서 꼬리를 흔들다가,
이내.
“어? 아, 안 돼!”
꼬리서부터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당황하여 그림자 늑대의 뺨을 손으로 쥐었다.
아르센의 이능은 그림자이니, 공중으로 흩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실제로도 아르센이 이능을 거두었을 때 그림자 늑대가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은 몇 번 보았으나.
오늘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그림자 늑대는 제 몸이 부서지는 상황에서도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그때, 켄드릭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내 생각에는 아르센이 무의식중에 너를 걱정하여 이능이 사용되고 있는 것 같구나.”
일곱 살, 내가 아르센을 처음 만났을 때.
아르센은 내게 자신을 치료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내가 힘든 건 싫다고, 그러니 치료해주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픈 것은 익숙하니까.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생각하니 그 말이 괜히 아프고.
‘……미련해.’
그때와 변함없는 아르센이 답답해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늑대가 천천히 공중으로 흩어지는 동시에, 저택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하녀 한 명이 똑똑, 방문을 두드리더니 곤란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가씨. 저녁도……, 방에서 드셔야 할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그리고 되도록 방 바깥으로 나오지 마시라는 가주님의 명이 있었어요.”
“……으응, 내 걱정은 마.”
나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저택이 소란스러워진다는 것이 무얼 의미하는지 모르는 바는 아니었으므로.
의젓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하녀는 웃으며 내 방 문을 닫았다.
하녀가 나가고 다시 돌아보니, 그림자 늑대는 이미 절반 정도 흩어진 뒤였다.
‘빨리 사라지는 게 아르센한테는 좋을 텐데.’
그림자 늑대가 사라져야 아르센의 기력 소모량이 줄어들 테니까.
그런데,
아르센의 생명이 위급한 지금, 이 늑대가 사라지는 것이 왠지 조그만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것만 같아서.
그림자 늑대는 사라지기 전, 걱정하지 말라는 뜻인지 내 손등을 가볍게 핥아주었다.
그리고.
“…….”
이내 불을 살라먹은 듯한 노을빛, 그 아래의 한 줌 그림자가 되어 사라졌다.
나는 차마 아르센의 상태를 물어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