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2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24화(124/187)
저택이 소란했다.
아르센이 발작을 일으킬 때마다, 저택의 사용인들이 분주해졌다.
“물, 물수건을 가져와!”
“미지근해, 갈아야 할 것 같은데?”
아르센의 발작은 린시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숱하게 겪던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정신을 잃은 아이가 초점 없는 눈을 치뜨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지를 않나.
손발이 발발 떨리는 것을 헤른이 약을 써 겨우 진정시켰다.
켄드릭은 아르센의 상태가 계속해서 악화되는 것을 보면서, 린시가 절대 볼 수 없게 하라고 신신당부했다.
되도록 방에서 나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도 덧붙여 전하라고 명령했다.
린시가 아르센의 상태를 본다면, 슬퍼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저녁 시간이 지난 뒤, 켄드릭은 내내 아르센의 곁을 지키다가 집무실로 향했다.
“데곤이 와 있다고?”
“예, 보고할 것이 있다고 하십니다.”
아르센을 두고 일을 처리하러 가자니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아르센의 상태는 계속해서 나빠지고 있는데, 켄드릭이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래도 되도록 아들의 곁을 지켜주고 싶은 것이 아버지의 마음이었으나,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켄드릭은 아르센의 아버지이기 전에 늑대 일족 전체를 이끄는 수장이었으므로.
“자일스 꽃가루가 유통되었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피해자로 추정되는 이들도 존재합니다.”
집무실에 우뚝 서서 켄드릭을 기다리던 데곤이, 켄드릭이 안으로 발을 들이자마자 급하게 보고했다.
그는 데곤이 입수해 온 서류를 빠르게 살폈다.
서류에는 수상한 물품을 사고판 기록이 적혀 있었다.
자일스 꽃가루라고 기입이 되어 있지는 않았으나, 무언가가 은밀하게 유통되었던 정황은 확실했다.
“피해자가 존재한다고? 파악했나?”
데곤이 고개를 짧게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동부에 기거 중인 40대 독거 남성 둘입니다. 중독된 경로는 아직 파악 중입니다.”
“동부라……. 지금 한창 수확 철이라 일손이 모자랄 때가 아닌가?”
“예, 그래서 피해가 큽니다. 한 명은 정신을 잃기만 했으나, 다른 한 명은 이지를 잃고 주민들을 공격했답니다. 일단은 마을 주민들이 생포하여 가둬놓고 신고하긴 했는데……, 다친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없으니 수확이 문제입니다.”
안 그래도 일손이 모자란 곳에서 그런 일이 발생했으니, 피해가 큰 것은 당연했다.
“병사들을 차출하여 모자란 일손을 메꿀 수 있도록 돕고, 나머지 피해도 최대한 보상해주는 쪽으로 알아보지. 기사들은 파견했나?”
“예, 지금 보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꽃가루가 유통되었다고 추정되는 암시장과, 피해자가 발생한 마을에 기사들을 파견했습니다.”
“그래……. 암시장엔 내가 직접,”
그때, 기사 한 명이 집무실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실로 무례한 행동이었다. 데곤과 켄드릭이 동시에 낯을 구겼다.
“……무슨 일이지?”
다급히 문을 열고 들어온 기사는, 성물 보관실을 지키는 기사였다.
때문에 켄드릭은 우선 그의 무례를 탓하기보다, 갑자기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쉽게 말할 수 없습니다!”
기사가 하얗게 질린 낯으로 말하자, 데곤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다.
쉽게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켄드릭이 언령을 걸어두어 입 밖으로 낼 수 없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할 때 켄드릭에게 보내는 신호였다.
켄드릭은 우선 데곤을 물리고,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기사를 집무실 안으로 들였다.
그리고.
파아앗-!
이능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집무실 전체를 얇게 덮었다.
이능이 방음벽 역할을 해 주어 안에서 하는 이야기가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터였다.
켄드릭은 간단한 명령으로 기사에게 걸린 언령을 해제했다.
“이제 말해.”
명령이 떨어지자, 기사가 하얗게 질린 낯을 끄덕이며 말했다.
“성물에, 성물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또 칠 년 전처럼…….”
푸른빛의 사파이어가 검게 물들었다.
기사의 입에서 나온 말에, 켄드릭은 마른세수를 했다.
왜 하필 지금?
아니 어쩌면 지금이라서, 성물에 문제가 생겼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성물에 문제가 생겼던 것은.
‘아르센이 태어나던 날 밤.’
아르센이 태어나고, 켄드릭의 부인인 아이린 예크하르트가 사망하던 그날 밤이니까.
아르센과 성물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성물이 아르센의 몸 상태에 반응하는 건가?’
마땅한 의심이었다.
10년 전, 갓 태어난 갓난쟁이 시절을 제외하면 아르센이 이렇게 크게 아픈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으므로.
[더 이상 이 일을 입 밖으로 내는 것을 금한다.]켄드릭은 기사에게 다시 언령을 걸어 둔 뒤, 그와 함께 성물을 보관해 둔 곳으로 향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때와 같군.”
푸른빛의 사파이어 절반이 검게 물들어 있었다.
10년 전,
아르센이 처음 태어나던 그날처럼.
불길함을 감출 수가 없다.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켄드릭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검게 변한 성물, 생사의 경계 사이에 서 있는 아들 아르센…….
부활한 자일스 꽃과 결국 발생하고 만 피해자들.
이 모든 것이 뜻하는 건.
켄드릭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늑대 일족의 성물, 푸른빛의 사파이어를 또렷하게 응시했다.
사파이어에 켄드릭의 낯이 살짝 비쳤다가 이내 사라졌다.
***
늦은 밤.
아르센의 발작이 조금 진정된 뒤, 베티는 린시를 살피러 방에 올라갔다.
오늘 내내 사용인들이 전부 아르센에게 신경을 쓰느라 어린 아가씨를 제대로 봐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아가씨도 지금 속상하실 텐데…….’
창문은 잘 닫고 주무시고 계시는 걸까?
베티는 늘 린시가 자기 전, 창문을 꼼꼼히 닫고 커튼을 쳐준 뒤 이불을 목 끝까지 끌어올려 덮어 주었지만.
가끔 자다 깨서 더운지 창문을 열어두고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는 일이 잦았다.
“아가씨, 더우세요?”
“…….”
그럴 때마다 베티가 물어보면, 린시는 멍하니 베티를 바라보다가, 이내 다시 꾸물꾸물 침대에 들어가서 자곤 했다.
혹여 오늘도 그러고 계실까 싶어, 베티의 발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똑똑.
그녀는 예의상 노크를 한 뒤, 린시가 자고 있는 방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그런데.
“……아가씨? 또 더우세요?”
린시가 창문을 활짝 열어두고서, 창틀에 걸터앉아 바깥을 내다보고 있었다.
“거기 앉아 계시면 위험해요. 내려오세요, 아가씨.”
언뜻 보아도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자세였다.
까딱하면 창문 밖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자세.
그리고 이 방은 2층, 바로 밑은 화단이라 폭신한 흙이 깔려 있다고는 하지만…….
‘떨어지시면 분명 다치실 거야.’
어쩌면 떨어지기 전에 수인화를 해 다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린시는 지금 거의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적어도 베티가 계속해서 지켜봐 온 상태로는 그랬다.
린시는 종종 잠든 상태에서도 깨어 있는 것처럼 행동할 때가 있었으니까.
베티는 린시가 떨어져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린시에게 다가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가씨!”
린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창틀에 위태롭게 서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긴 창문이라 머리가 천장에 닿지 않고 우뚝 설 수 있었다. 밤바람에 린시의 잠옷 드레스가 살랑였다.
“아가씨, 위험해요!”
베티는 빠르게 린시에게로 다가가려고 했지만,
“…….”
린시와 눈이 마주친 순간 자리에 굳어버린 듯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린시의 시선이 닿자 온몸이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베티는 당황한 채 수인화라도 해 보려고 했지만, 그조차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달빛이 방 안으로 쏟아지고, 하얀 잠옷이 밤바람에 커튼처럼 흔들렸다.
방 안을 등진 채, 창가에 우뚝 서서 베티를 힐긋 바라보던 린시가, 천천히 시선을 바깥으로 돌렸다.
펑-!
익숙한 폭발음이 들리고, 이어 린시의 등 뒤에 붉은 날개가 나타났다.
불완전한 수인화였다.
린시가 날개를 몇 번 펄럭이자, 붉은색의 깃털들이 방 안에 나뒹굴었다.
베티는 린시를 말리지 못한 채, 그 자리에 조각상처럼 우뚝 서서 아이를 바라보기만 했다.
“……가야 해.”
한참 바깥을 내다보던 린시가, 고개를 돌려 베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도대체 어디를 가시려 하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온몸이 굳어버려 물을 수 없었다.
그때.
린시의 시선이 잠깐 비켜나가자, 그제서야 말문이 트였다.
베티가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더듬더듬 물었다.
“가야 한다니요? 아가씨, 대체 어디를……. 일단 내려오세요, 아가씨. 정말, 정말 위험해요.”
린시의 흐릿한 시선이 잠시 방 안을 둘러보았다가, 이내 베티에게 향했다.
그리곤.
아이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으로 싱긋 웃어 보였다.
베티가 린시를 만난 뒤, 처음 보는 아주 천진한 미소였다.
그리고 이어서.
펑-!
린시는 베티가 말릴 틈도 없이, 붉은 새로 변해서 밤하늘로 날아올랐다.
붉은 꼬리깃이 길게 흩어지는 것이 보였다.
베티는 급하게 린시가 서 있던 창문 앞으로 달려가 날아가는 린시를 바라보았으나.
“……아가씨.”
남겨진 것은 붉은 깃털 몇 개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