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2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25화(125/187)
린시가 사라졌다.
베티는 린시가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서둘러 켄드릭에게 달려가 상황을 알렸다.
“가, 가주님!”
베티가 다급하게 부르자, 켄드릭이 서류를 살피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무슨 일이지?”
“아, 아가씨께서!”
베티는 잠시 숨을 고른 뒤, 이내 천천히 또박또박 말했다.
“아가씨께서, 어디론가 날아가셨어요! 잠자리를 살펴 드리려고 갔는데, 창틀에 앉아 계시다가…….”
그녀는 넋이 반쯤 나간 듯한 황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켄드릭이 펜을 멈춘 채로, 베티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날아갔다고?”
“네, 동쪽 어딘가로 날아가셨어요.”
켄드릭은 베티의 말을 듣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앞장서 성큼성큼 린시가 자고 있던 방으로 향했다.
과연 베티의 말대로, 창문이 활짝 열려 커튼이 휘날리고 있었고 바닥에는 붉은 깃털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켄드릭은 그 광경을 짧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린시를 찾아야겠다. 기사단을 소집하지.”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방의 어둠이 스멀스멀 그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러더니 이내 조그만 새 모양이 되었다.
켄드릭은 새들에게 기사단을 소집해 올 것을 명령했다.
그림자로 만들어진 새들은, 켄드릭의 명령대로 창문 바깥으로 날아올랐다.
기사단 중 다수가 켄드릭의 명령으로 늑대 영토에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린시를 찾는 데는 더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명령을 내리고, 다음 행동을 생각하는 켄드릭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대체 왜.’
대체 어디로 간 거지?
늑대 영토에 그 애가 갈 만한 곳이 없어 더 혼란스러웠다.
린시가 마음을 준 곳이라고는 예크하르트 저택 하나뿐이었으니까.
그래서 처음, 린시의 전담 하녀가 린시가 날아갔다고 했을 때 믿지 않았다.
그 애는 아직도 수인화하면 조그마하니, 하녀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했다.
그런데.
‘흩어진 붉은 깃털, 그리고…….’
창밖으로 분명하게 이어지던 린시의 체향.
그것은 분명히 린시가 창밖으로 날아갔다는 의미였다.
때문에 오래 생각할 시간이 없었다.
“에단.”
켄드릭이 아르센의 방 문을 똑똑 두드리며 에단을 불렀다.
문을 열자 방 안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켄드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내내 아르센의 곁을 지키던 에단이, 빠르게 켄드릭의 곁으로 다가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부르셨습니까, 가주님.”
“그래, 잠깐 이쪽으로.”
그는 아르센의 방 문을 닫고, 에단을 복도 구석으로 불러내어 입을 열었다.
“린시가 사라졌다.”
평소답지 않은, 급한 태도였다.
에단은 켄드릭의 말이 끝난 뒤에도 한참 동안이나 반응이 없었다.
그러더니.
“……예?”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 건지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며 외알 안경을 치켜올렸다.
“시간이 없다. 린시가 날아갔어. 하녀의 말로는 동쪽으로 향했다고 하더군. 동쪽이면……, 다말이 있는 곳이지. 린시가 다말까지 도달하기 전에 그 애를 찾아야 한다. 어리니 장기간 비행할 수 없을 테고, 그러니 멀리 가지는 못했을 거다.”
켄드릭이 빠르게 말한 뒤, 아르센의 방을 향해 까딱 턱짓하며 말했다.
“린시를 찾으러 나가봐야 한다. 그러니……, 아르센을 부탁해. 전령을 남겨두겠다. 무슨 일이 있으면 서신을 써서 전달해라.”
켄드릭이 공중에서 손을 한 번 휘젓자, 그림자들이 모여 조그만 늑대 한 마리를 만들어냈다.
아르센이 부리던 그림자 늑대와 형상은 비슷했으나, 켄드릭의 늑대는 조각상처럼 제자리에 우뚝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서신을 물리면 곧장 내게 전달할 거다. 에단, 린시는 기사들이 찾아올 테니 사용인들은 아르센을 돌보는 데 전념하라고 전해.”
“예, 가주님.”
에단이 짧게 대답했다. 그러나 노집사의 표정에는 여전히 걱정이 가득했다.
‘도대체 어딜 가신 거지?’
린시는 늑대 저택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켄드릭의 허락 없이 바깥을 나간 적이 없었다.
겁이 많아 비행하는 것도 원체 좋아하지 않아서, 길게 비행하는 모습을 본 적도 손에 꼽았다.
‘그런데 날아가셨다니.’
그때, 아르센의 방에서 무언가 큰 소리가 났다.
에단의 고개가 자연히 아르센의 방 쪽으로 퍼뜩 돌아갔다. 켄드릭은 낯을 구긴 채 저벅저벅 걸어가 아르센의 방 문을 벌컥 열었다.
“무슨 일이지?”
“도련님이 약이 맞지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다른 약을 제조하려고 합니다.”
헤른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켄드릭의 시선이 이제 창백하게 식어버린 아르센의 얼굴로 향했다.
차마 눈길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지금은 헤른에게 맡겨두고 린시를 찾으러 가야 했다.
“그래, 수고해라.”
그는 에단을 도로 들여보낸 뒤, 내려가 재킷을 챙겼다.
하녀가 켄드릭이 재킷을 걸치는 것을 도왔다. 그는 손을 몇 번 쥐락펴락해 보았다.
‘린시.’
그 애를 서둘러 찾아야 한다.
다말 땅은 고대에서부터 출입이 금지된 땅. 살아 숨 쉬는 모든 생명을 흡수하는 저주받은 대지.
아무리 린시가 다말 땅의 흙을 정화한 적이 있다고 해도…….
‘위험하다.’
린시는 고작 열 살이었다. 게다가 그때 린시가 정화한 흙은 다말 땅에서 캐온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저주가 희석된 흙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린시가 그 흙을 정화한 적이 있다고 해도 위험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목숨까지 내놓아야 할 것이 분명했으므로, 켄드릭은 지체할 것 없이 저택을 나섰다.
연무장에 소집된 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기사단장 데곤이 의아한 낯으로 물었다.
“아가씨께서 사라지셨다니요? 가주님, 그게 대체…….”
“설명할 시간 없다.”
켄드릭이 데곤의 말을 딱 잘랐다. 그는 수많은 기사들의 앞에 서서 명령했다.
“오래 날지는 못했을 거다. 수인화한 상태로 린시의 흔적을 쫓되, 그 애를 발견하면 섣불리 다가가지 말고 내게 알려라. 두 번 울부짖으면 곧장 갈 테니.”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기사들이 동시에 우렁차게 대답했다.
기사들이 일제히 수인화했다.
거대한 늑대들이 예크하르트 저택의 넓은 연무장에 꽉 찼다.
켄드릭은 그들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구두 앞코로 땅을 탁 쳤다.
그러자.
펑-!
여태 연무장을 울렸던 것들 중 가장 큰 폭발음이 터져 나왔다.
잿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켄드릭의 몸을 가렸다.
이어,
다른 늑대들보다 두 배는 커다란 잿빛 늑대가 연기 속에서 느릿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둔중한 앞발로 바닥을 쾅, 내딛자 거대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가 신호라도 되듯이, 늑대들이 일제히 공중에 희미하게 남아 있는 린시의 체향을 맡으며 린시를 찾아 달리기 시작했다.
흔적은 동쪽으로 길게 이어지고 있었다.
***
이상했다.
시야가 자꾸만 희부옇게 번지고, 사방의 것들이 그림처럼 지워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이런 경험이 낯설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 이런 일이 있었던 것만 같은 기분.
‘너 같은 게 내 딸이라니, 너는 라니에로의 수치다. 린시.’
아버지의 목소리가 공중에서 흩어졌으나, 나는 그 목소리를 듣고도 울거나 슬퍼하지 않았다.
이제 라니에로의 수치라는 것은 내게 그 어떤 상처도 줄 수 없었으니까.
다만 내가 무서워하는 것은…….
눈앞에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가 나타났다가, 다시 한번 먼지처럼 순식간에 흩어졌다.
시선이 닿은 곳에, 아파서 숨을 헐떡이며 누워 있는 아르센이 보였다.
“아르센?”
나지막이 부르자, 아르센이 자리에서 느릿하게 일어나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아르센!”
조그만 몸이 뒤로 휙 넘어갔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르센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내 손이 닿자, 아르센은 또 먼지처럼 흩어지고 말았다.
나는 가만히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울지 않기로 다짐했는데, 이상하게도 자꾸만 눈물이 났다.
아르센을 아프게 만들었던 불그스름한 빛이, 자꾸만 손바닥 안에서 일렁거렸다.
“싫어, 이런 건…….”
아르센을 낫게 해주지 못한다면 전부 필요 없어.
어린아이처럼 자리에 주저앉아 훌쩍훌쩍 울자, 사방에서 그림자 늑대들이 솟아올랐다가 이내 소멸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아가야.]나는 다시 한번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들자, 투명한 베일을 두른 여자가 보였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여자의 이목구비를 흐릿하게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슬퍼하고 있었다.
[괜찮아, 아가야. 다 잘될 거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여자의 말이 잠시 끊겼다가, 이내 또렷하게 들렸다.
[동쪽으로 날아가라.]동쪽으로, 동쪽으로 향하다 보면 자연히 네 날개가 멈추는 곳이 있을 거란다.
청명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깨끗하게 닦아내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멍하니 물었다.
“……동쪽으로 가면 어떻게 되나요?”
[네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거다. 시기가 이르니 완전히 해낼 수는 없겠지만…….]눈앞에 빛이 반짝였다.
[네가 소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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