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12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128화(128/187)
9년 후.
9년 동안 자일스 꽃은 계속해서 암암리에 유통되었다. 자일스 꽃으로 인한 피해자가 속출했지만 각 일족의 수장들은 이 사실을 묻었다.
자일스 꽃의 부활로 인해 수인 사회가 소란해지는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두려움은 쉽게 번질 테고,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더 이상 막을 수 없을 터였다.
그것이야말로 자일스 꽃을 유통한 이들이 원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각 일족의 수장들은 이를 악물고 이 사실을 은폐했다.
그들은 암시장의 단속을 더 철저히 하고 자일스 꽃을 유통시킨 이들을 강하게 처벌했다.
그러나 여전히 어디서부터 유통되고 있는지는 밝혀내지 못한 채였다.
9년 동안 조용히 수인 사회 곳곳에 자일스 꽃이 퍼져나갔다.
수인 사회가 병들어가고 있었다.
각 일족의 수장들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지만, 손쓸 방도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일스 꽃이 일정량 이상으로는 유통되지 않는다는 것 정도.
기이하게도 9년 동안 각 일족에서 매년 발생하는 피해자의 수는 똑같았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노리고 자일스 꽃을 퍼트리는 것처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피해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커지진 않는다는 것이 말이다.
그래서 9년 동안 자일스 꽃이 수인 사회 곳곳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은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새 일족이었다.
아서 라니에로가 쓰러진 이후로, 다른 일족들과의 교류를 아예 끊어 버린 것이다.
교류를 끊고 문을 걸어 잠갔다.
그러니 다른 일족들은 새 일족의 영토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낼 방도가 없었다.
아서 라니에로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는지, 혹은 그 아들이 후계 자리를 이어받았는지조차 오리무중이었다.
때문에 새 일족 내부에 자일스 꽃이 얼마나 유통되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다른 일족들은 그저 새 일족에 피해가 많지 않겠거니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것은, 새 일족 내부에서 해결할 수 있다는 뜻이었으므로.
물론 다른 일족들은 새 일족의 안위를 걱정했다.
자그마치 9년이나 교류를 끊고 있으니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속출했다.
그러나 9년 내내 새 일족이 어떻게 되든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한 일족이 있었는데.
늑대 일족의 켄드릭 예크하르트였다.
***
아이들은 금방 큰다고 했던가.
예크하르트 저택의 사용인들은 그 말을 뼈저리게 체감하고 있었다.
분명히 처음 저택에 왔을 때는,
‘으응, 감사합니다!’
사용인들의 허리춤에도 안 닿을 만큼 조그마했는데,
아직도 노란 리본으로 머리를 묶고 저택을 총총 뛰어다니던 모습이 선명하다.
그런데.
어느덧 성장하여 이제는 사용인들과 키가 엇비슷할 정도라니.
결 좋은 붉은색 머리카락은 잘 관리해 탐스러웠고, 아름다운 연두색 눈동자는 더 또렷하고 선명해졌다.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뿐만 아니라, 수인 사회의 그 누구도 린시가 굉장한 미인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터였다.
게다가, 어릴 때는 수인화하면 한 손 안에 쏙 들어올 정도로 조그마한 크기였는데.
‘이제는.’
베티는 린시가 가지각색의 보석으로 장식된 전용 횃대에 올라앉아 있는 모습을 뿌듯하게 바라보았다.
횃대는 질 좋은 보석 천 개를 사용하여 제작한 것으로, 켄드릭이 린시의 열일곱 번째 생일날 특별히 선물한 것이었다.
그 횃대 위, 커다랗고 아름다운 붉은 새 한 마리가 앉아 털을 고르고 있었다.
붉은 털, 긴 꼬리, 아름답게 굽어진 부리와 둥그런 눈매는 독수리라고는 보기 어려운 외형이었다.
“삐이?”
베티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린시가 고개를 갸웃했다.
성장했음에도 울음소리는 여전했다.
길게 늘어진 붉은색 꼬리깃이 살랑이다가, 이내.
펑-!
조그만 폭발음이 들리고, 허리춤까지 늘어뜨린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열 아홉의 소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베티? 내 털에 뭐 묻었어?”
린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아니요, 아가씨. 그냥 아름다우셔서 한참 쳐다봤어요.”
베티가 나붓하게 웃으며 대꾸하자, 린시가 부끄럽다는 듯 헤헤 웃었다.
“베티두 차암, 그나저나 아버님께선 왜 안 오시지? 오늘 외출한다고 하셨는데…….”
베티는 외출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은 종종 린시와 아르센을 데리고 사용인들이 모르는 곳으로 외출을 다녀오곤 했다.
어딜 다녀오는지 사용인들은 알 수 없었지만,
“베티!”
아가씨께서 앞섶에 흙을 잔뜩 묻혀 오시는 덕분에, 그곳이 꽃밭이나 혹은 경치 좋은 산이겠거니 했다.
아무도 켄드릭이 아이들을 데리고 향하는 곳이 다말 땅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9년 전,
켄드릭은 린시에게 린시가 다말 땅을 일부 정화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라몬트는 린시에게 그 사실을 알리는 것을 극구 만류했지만.
‘그 애도 알 권리가 있어.’
린시에게 숨기기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애가 가진 힘이 얼마나 대단한 힘인지 깨우쳐 주어야 한다.’
경각심을 심어 주어야, 린시를 더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었다.
켄드릭은 린시가 놀라지 않도록 차분하게 그날 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또한, 린시가 다말 땅을 정화한 뒤 아르센의 상태가 급격하게 호전되었다는 것도.
린시는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꿈속의 여자를 떠올렸다.
[네가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을 거다. 시기가 이르니 완전히 해낼 수는 없겠지만…….] [네가 소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 거란다.]린시는 이 이야기를 켄드릭에게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잠시 고민했다.
켄드릭이 허황된 이야기라고 믿어주지 않을까 봐 덜컥 겁이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켄드릭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다는 판단하에, 린시는 켄드릭에게 자신이 꾼 꿈에 대해 알렸다.
켄드릭은 진중한 태도로 린시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 뒤, 신기한 일이라며 중얼거렸다.
켄드릭은 린시에게 이 일을 늑대 일족과 사자 일족이 불문에 부쳤다는 것 역시 이야기해 주었다.
‘네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이 일이 알려지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할 거다. 그러니 너도.’
켄드릭의 걱정 담긴 시선이 린시에게 향했다.
‘이능을 사용할 땐 늘 조심해야 한다, 린시.’
아직 린시를 노리는 검은 후드에 대해서는 밝혀진 바도 없었다.
그러니 켄드릭은 린시에게 몇 번이고 더 각별히 주의를 주었다.
‘네에, 걱정 마세요.’
린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은 이 일을 아르센에게도 알려주었다.
아르센은 차기 늑대 일족의 수장이자 예크하르트의 후계자이니, 알고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니 무슨 일이 있으면 네가 지켜야 한다, 아르센.’
켄드릭은 아르센에게 린시를 지키는 일을 일 순위에 둘 것을 신신당부했다.
아르센은 열 살답지 않은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두 아이들은 그렇게 커다란 비밀 하나를 혓바닥 아래에 넣어두고 살게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린시가 정화한 땅으로부터 시작해서, 번지듯 주변이 정화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린시가 처음 다말을 정화했던 그날 린시와 함께 발견된 묘목은.
다말에 남아있는 영양분을 전부 흡수하기라도 하는 건지 자꾸만 무럭무럭 자라났다.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켄드릭은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 더 많은 이능을 사용해야 했다.
물론 린시가 정화한 곳만 덮었기에 몸에 무리가 가지는 않았지만.
‘신기한 일이군.’
묘목이 자라남과 더불어, 아르센의 등에 있던 다말의 반점이 하나둘 사라져갔다.
게다가.
‘…….’
켄드릭이 린시에게 다말 땅이 정화된 것을 보여주려고 잠시 데려갔던 그날.
‘……아, 아버님!’
다말 땅이 린시에게 길을 터 준 건지, 린시의 앞으로 땅이 길게 정화되어 길이 생겨났다.
‘……!’
켄드릭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 길을 바라보았다.
다말 땅은 켄드릭이 가까이 다가가면 적대하듯 불길한 기운을 내뿜었다.
그러나 린시를 향해서는 아이를 환대하듯 자꾸만 다말의 중앙으로 이끄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말이 린시를 환대한다는 것을 알아차린 뒤, 켄드릭은 아르센 역시 다말에 데려가 보았다.
다말 땅은 아르센을 환대하지는 않았으나, 딱히 적대시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아르센은 린시와 함께 다말 땅에 출입할 수 있었다.
물론 린시가 드나들면 드나들수록 정화된 곳이 늘어난 덕분에, 켄드릭이 숨겨야 할 곳이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정화된 곳은 넓은 다말 땅에 비하면 아주 일부분이었지만, 켄드릭과 라몬트는 그조차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아르센?’
다말 땅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르센의 반점이 옅어지고 흐릿해졌다.
헤른은 아르센을 데리고 도대체 어딜 다녀오시길래 도련님의 상태가 자꾸만 호전되는 거냐고 캐묻기까지 했다.
그래서 켄드릭은 때때로 인적 드문 새벽에 린시와 아르센을 다말에 데려갔다.
종종 린시와 아르센은 다말이 터 준 길을 따라 가끔, 묘목이 있는 중앙까지 다녀오곤 했다.
물론 켄드릭의 허락하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다말 땅에 다녀오면 아르센의 상태가 호전되니, 켄드릭은 다른 일족들에게 들킬 위험을 감수하고 아르센과 린시를 다말에 들여보냈다.
린시는 종종 꽃을 심겠다며 꽃씨와 물뿌리개 그리고 모종삽을 들고 가기도 했다.
린시가 심은 꽃은 다음 해에 예쁘게 피어나 정화된 땅을 뒤덮었다.
모르는 이들이 보았다면, 이곳이 다말 땅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터였다.
켄드릭은 이능으로 두 아이들을 감싸, 아이들이 다말 땅에 들어가는 것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가려주었다.
그렇게 9년.
이제 정화된 부분은 마을 하나 정도의 크기였다.
조그마했던 묘목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 이제는 늑대 영토에 있는 그 어떤 나무들보다도 거대했다.
린시와 아르센은 그 아래에서 자주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곤 했다.
다말 땅의 중앙에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잔다니, 다른 일족들이 들었으면 놀랄 만한 일이었다.
“린시.”
그때, 외출 준비를 끝낸 아르센이 린시의 방문을 똑똑, 노크했다.
“아르센!”
린시가 환하게 웃으며 원피스 자락을 손으로 쥐고 시선을 돌렸다.
문턱에는 어느새 장성하여 린시보다 키가 두 뼘 이상 큰 소년이 바르게 서 있었다.
곱슬곱슬한 잿빛 머리카락은 털갈이 후 반짝이는 은발에 가깝게 변했고, 푸른 눈동자는 어릴 때와 변한 것 없이 여전히 반짝였다.
전보다도 더 생기 넘치는 얼굴이었다. 아르센이 린시를 타박했다.
“무슨 준비가 그렇게 오래 걸려?”
“차암나, 자기는 지금까지 맨날 늦어 놓구. 오늘 하루 준비 빨리 했다고 생색내는 거 봐.”
린시가 눈을 흘겼다. 아르센은 린시를 밉지 않게 바라보았다.
“아빠는 왜 안 오시지? 빨리 나가야…….”
그때, 아르센의 말이 끝나기 전 거대한 그림자 늑대가 린시에게 불쑥 주둥이를 들이밀었다.
“아니 얘는 또 왜 나온 거야.”
아르센이 툴툴거렸지만, 린시는 개의치 않고 거대한 그림자 늑대를 꼭 끌어안았다.
“너도 빨리 나가고 싶은 거지?”
린시는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그림자 늑대를 바라보았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는, 9년 전 그날, 아르센이 기력을 전부 소모했을 때 완전히 소멸되었다.
린시의 눈앞에서.
린시는 아르센과 자신의 친구가 떠나가는 것을 보며 오래도록 울었다.
그런데.
‘……어, 어라?’
린시가 다말 땅을 정화하고, 아르센의 병세가 호전된 뒤.
아르센의 손끝에서 조그만 그림자 늑대가 다시 태어났다.
비록 아르센이 부리던 그림자 늑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았지만.
‘아우우-!’
아르센과 린시는 그 그림자 늑대가 전과 같은 아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림자 늑대는 다시 태어난 뒤 더 성장하여, 이제는 덩치가 마차 두 개만큼 컸다.
그러나 능력도 성장하여, 그림자 일부를 분리시켜 덩치를 줄일 수도 있었다.
아르센과 린시가 그림자 늑대를 마구 쓰다듬어주고 있던 그때.
“린시, 아르센.”
익숙한 목소리가 두 사람을 불렀다.